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68
EP.468
#2-41 위기, 위기, 위기, 위기, 위기! (11)
‘그 망할 늙은이….’
유라의 마음 속에, 분노와 증오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말했다. 동료에게는 결코 손대지 않겠다고.
어떤 실험을 당하고 어떤 취급을 당하더라도, 동료에게 손을 대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그리고….
――‘그래, 괜찮아 마법소녀. 그런 짓을 시키진 않아.’
박사는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
유라의 요구대로, 한낱 실험체의 요구일텐데도 지켜주겠다며 약속했다.
어쩐지 그 발언은 굉장히 믿음직스러워서, 도저히 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군, 지금 자네의 동료인 마법소녀들이 이 연구소에 쳐들어왔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개발한 키메라 병사들, 실험체들, 그리고 대기 중인 괴인들이 전부 몰려가면 그 마법소녀들은 어떻게 될까?’
그러나 이어진 박사의 말은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눈 앞에 전달된 사진 이미지. 거기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찍힌 마법소녀 중 한 명은, 유라가 익히 알고 있던 아이였고.
심지어 이곳에 온 이유가, 자신을 비롯한 붙잡힌 마법소녀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출구는 전부 막아버렸으니, 이제 도망칠 곳도 없는 데서.’
――‘과연 물밀 듯이 몰려드는 병사들을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
갑자기 눈 앞의 화면이 확 바뀌었다.
어둠 속에서 단순한 이미지가 떠올랐던 방금 전과는 달리.
지금은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실제와 전혀 다르지 않은 가상 공간이 눈 앞에 구축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에서, 유라의 눈 앞에 『그 광경』이 보였다.
찾아온 두 명의 마법소녀들. 그들은 몰려오는 괴인들을 차례차례 성실하게 쓰러뜨려갔지만, 결국 숫자에는 이기지 못하고 붙잡혀버린다.
옷이 억지로 벗겨지고, 여성의 소중한 곳을 부끄러운 장소를 가리지도 못하고 드러낸 채 무수한 괴인들 사이에서 낄낄거리는 비웃음을 사며 능욕당한다.
능욕당한다.
희롱당한다.
능욕당한다.
‘안 돼!!’
너덜너덜해질 지경까지, 능욕당하고 희롱당하고.
눈 앞의 가상세계의 시간은 가속하고 있다. 1초면 이 마법소녀들이 당하는 세시간 분량의 능욕을 통째로 지켜볼 수 있다.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시야를 가리고 싶어도 도저히 눈꺼풀이 내려오지 않는다. 눈을 감을 수가 없다.
생생하게 들려오는, 고통에서 쾌락으로 변해가는 신음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싶은데 손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구하고 싶다. 당장 달려나가고 싶다.
――‘걱정마. 안심해. 지금 건 환상이야.’
――‘하지만 이대로면 분명 이꼴이 되리란 것도 확실하지.’
현장감 넘치는 가상세계의 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서도, 박사의 목소리만은 또렷이 들려왔다.
귓구멍에 대고, 아니, 뇌에 직접 목소리를 쏘아내는 것처럼.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지? 저들이 위험한 상황에 보고만 있어야 하나?
그저 무력하게 이곳에 붙잡힌 채 그들이 너덜너덜해져서 끌려오기를 기다려야 하나?
그건 싫다.
그건 싫어!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 귀중한 실험체인 자네의 소망을 들어주도록 할까?’
어…….
정말……?
――‘그렇고 말고.’
――‘그렇지, 자네가 직접 그 손으로 안전한 곳에 데려다 주면 어떨까?’
――‘괴인들과 같이 있는 자네를 보고 도망치려할지도 모르고, 오히려 적인줄 알고 맞서 싸울지도 모르지만.’
――‘조금 거친 수단을 쓰더라도 자네라면 충분히 설득해서, 최종적으론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을 거야.’
――‘그렇지?’
박사의 말에, 유라는 아주 잠깐 머릿속이 헤집어지는 것을 느끼고.
“알겠습니다. 제가 할게요.”
이어서 아주 맑아진 머리로,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화륵…!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악?!”
휘몰아치는 푸른 불꽃의 장벽.
그 열기에 깜짝 놀란 두 마법소녀가 황급히 뒤로 뛰어 피해냈다.
간신히 피했지만, 눈 앞의 바닥이 새카맣게 그을린 것을 보니 심장이 두근두근 달음박질을 하듯 쿵쿵 뛰었다.
“언니… 유라 언니…!”
블루 사파이어는 비통한 눈으로 통로의 입구에 선 마법소녀를 쳐다봤다.
제비꽃 같은 자색의 머리카락. 그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우뚝 솟은 도깨비뿔.
의 유라.
지금 그녀는 확실히 적의를 보이면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저쪽 중앙 광장 같은 곳에 몰려든 괴인들과 수많은 괴수들을 등지고 선 채, 그들의 앞을 선도하며 통로에 발을 들이고 있다.
또각, 또각, 하는 발소리가, 유라를 따라서 울려퍼졌다.
“야… 이게 무슨 일이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블루?”
“나, 나도 몰라…!”
“저 눈 정상이 아닌데… 우와… 진짜 설마 싶지만 나 어쩐지 알 거 같아…!”
에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라의 행방이 묘연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렇다면 【메크라크】 놈들이 유라에게 뭔가 장난질을 쳤으리란 사실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세뇌나 최면… 개조? 뭐가 되었든. 지금 유라 언니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야.’
‘그렇다면 어떻게….’
“――――――”
유라의 입술이 달싹였다.
어두운 통로인데다 멀리 떨어져있지만, 그러나 이 거리에서도 마법소녀의 눈은 그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영창은 아닌 것 같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걸까.
하지만 소리만큼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는다….
유라의 시선이 위로 올라와, 다시금 두 사람을 향했다.
늘 아름답고 고혹스런 빛으로 빛나던 자수정 빛의 두 눈은, 지금은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초점이 흐리고 멍해보였다.
‘어, 어떻게 해야하지?’
‘쓰러뜨려야 하나? 제압해야하나? 하지만 죽을 수도 있는데…!’
“――온다!”
블루 사파이어가 뭘 어째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데.
유라가 몸을 꾸욱 낮추더니, 타다다다다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블루 사파이어를 향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그 앞을 가로막은 건, 먼저 반응한 에르였다.
“죄송합니다! 좀 때릴게요!”
에르의 손에 들린 건 평소에 사용하던 빛의 검이 아닌, 빛으로 이루어진 봉.
늘 쓰던 것과는 다른 무기지만, 그조차도 손에 휘감기는 것처럼 능숙하게 다루며 휘둘렀다.
봉의 끝이 몸통의 중심보다 아래를, 유라의 다리 사이를 노리고 찔러들어간다.
이대로 다리를 찌르든, 혹은 다리 사이에 걸어 휘둘러올리든 유라의 움직임을 잠깐 멈출 수는 있으리라.
‘위로 뛰어올라도 좋아.’
‘오히려 공중이면 제압하기 편해.’
옆으로 피한다면 아쉽긴 해도 괜찮다. 일단 지금의 돌격을 피해낼 수만 있으면 숨을 고르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면 되니까.
그러나 이어진 행동만은 미처 상정하지 못했다.
까아아아앙!
“어…?”
무투파인 에르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유라가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가, 봉의 옆면을 쳐서 날려버렸다.
유라는 도달하기 직전까지 손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저 묵직해 보이는 쇠몽둥이를 이토록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다.
치명적인 판단 미스다.
유라를 처음 보는 에르는 그녀의 기량을 알지 못하는 만큼, 이 한순간 명암이 갈리고 말았다.
‘아, 죽는…!’
무기는 놓쳤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낼 틈이 없다.
이대로 저 묵직한 쇠몽둥이가 휘둘러지면, 아무리 튼튼한 마법소녀의 몸이라도 제대로 남아날리가――
퍼억!
““!?””
복부에 전해지는 강한 충격.
유라가 몽둥이를 휘두른 기세를 이용해 그대로 몸을 돌려 날린 돌려차기에, 복부를 얻어맞은 에르가 등 뒤의 블루 사파이어와 함께 성대하게 뒤로 날아갔다.
두 사람 다 멀찍이 떨어진 위치를 구르고 구르며 고통에 신음했다.
“커헉, 카학… 욱…!”
“아, 아야야… 크으… 에르, 에르, 괜찮아…?!”
가 특기라 다행이다.
꽤 강하게 얻어맞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몽둥이가 휘둘러졌으면… 끔찍해….’
“도망치자. 유라 언니는 원래 쎘어. 지금처럼 너덜너덜한 상태론 아무 것도 못해!”
“크…으!”
에르는 배의 통증을 견디면서도, 작게 영창문을 읊조렸다.
잠시 후, 유라의 앞에 여러 자루의 빛의 검이 나타나 수직으로 바닥에 내려꽂히며, 벽처럼 늘어섰다.
유라가 의아해하며 손을 내밀자, 파직, 파직, 하는 전류가 타고 흘렀다.
일종의 간이 결계가 유라와 두 마법소녀의 사이를 분단한 것이다.
마력을 많이 사용하는만큼 블루 사파이어와는 달리 오래는 못버티지만….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는 서로를 부축하며, 서둘러 뒤쪽 통로로 달려나갔다.
* * *
탁, 탁, 탁, 탁!
하아, 하아…!
“더럽게 넓어… 여기…!”
“길이… 후우… 꼬여있어서… 더 모르겠고…!”
두 사람은 통로를 달려나갔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이곳의 지리는커녕 어디가 출구인지도 알 수가 없으니, 무작정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데마다 온통 꺾어가며 달려나갔다.
이따금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오고나면, 곧바로 따라잡히는 게 아닐까 싶어 오싹했다.
“에르, 에르, 괜찮겠어?”
“…끄으… 이제 괜찮아… 거의 아프지도 않고.”
튼튼한 마법소녀의 몸이라 정말 다행이다. 일반인이 맞았다면 내장이 파열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강한 발차기였다.
평소에 괴인들을 분쇄해 죽여버리던 발차기를 마법소녀의 몸으로 얻어맞게 되다니….
그래도 괜찮다. 전력을 다해 도망친 덕분인지, 지금은 누군가 쫓아오는 낌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조용한 거 아닌가…?’
여기가 연구시설이라면, 감시카메라 정도는 있을 테고.
그렇다면 어디에 누가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런데 어떻게 아직까지 쫓아오는 사람이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또 다시 나타난 모퉁이를 꺾을 때였다.
끼익!
두 사람의 발이 멈춰섰다.
꺾은 통로, 그 중간 지점 즈음에 무언가 통로가 아닌 실루엣이 보인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게 여자라는 것을 깨닫고.
이어서 그게 폭신할 듯한 금발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녀는 복도 벽에 기대듯 웅크려 앉은 채, 머리를 쓸어올리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
블루 사파이어는 지팡이를, 에르는 빛의 검을 새로이 소환하며 경계했다.
아무리 봐도 저 여자는 마법소녀다.
그러나 조금 전, 구하러 왔던 마법소녀가 무슨 짓을 했던가.
그렇다면 분명, 저 여자도…!
혹시 몰라 한껏 경계하면서 슬금슬금 다가가, 이름을 불렀다.
“알파 언니… 알파 언니?”
“………………………………블루니?”
대답까지 시간이 오래걸리긴 했지만, 알파는 확실하게 블루 사파이어를 알아봤다.
살짝 들어올린 얼굴은, 땀에 젖어있긴 해도 간신히 눈 앞의 마법소녀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순간 긴장이 확 풀어졌다.
유라와는 다르다. 오래 잡혀있었던 그녀와는 다르게, 알파는 아직 적의 독니가 파고들지 않은 것이다!
“언니, 언니! 다행이다! 다행이야… 어서 돌아가요!”
블루 사파이어는 지팡이를 내던지고 알파를 부축해주기 위해 다가갔다.
그리고 알파가 고개를 들었다.
웅크려 앉은 그 품 속. 그 안에 가려지듯 품고 있던 두 손에는.
평소에 그녀가 늘 사용하던, 마탄을 사용하는 머스킷총이 들려있었다.
그 총구는 다가오는 두 사람을 향하고 있다.
“도망쳐――둘 다.”
당장에라도 꺼질 듯이 힘 없는 목소리와 함께.
탕!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