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78
EP.478
#2-42 마법소녀 아카데미 잠입 일기(일상편)(8)
요 며칠 잠입해보고 느꼈지만, 제1 고등부는 어딘지 이상하다.
그렇다고 해서 제3 중등부가 전혀 문제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쉬쉬하고 있는 인간들이 있어.’
단애는 특별한 훈련을 받은 베테랑 요원이나 프로 같은 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기로, 그렇다고 엄청난 재능이 있는 천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주 조금 남들보다 머리가 돌아가고.
아주 조금 언변이 뛰어나고.
아주 조금 사람의 안색을 살필 눈치를 가지고 있고.
아주 조금 거짓말에 민감하고.
또 아주 조금, 거짓말과 둘러대기에 능숙할 뿐이다.
조금에 조금에 조금에 조금.
그 작은 재능, 작은 기술을 응용하고 조합해 그녀가 바라는 결과를 내는 것 뿐이다.
――상대방의 생각을 약간 파악하고 그 취향을 분석하고.
――그리고 교묘함을 약간 첨가한 언변으로 속마음을 이끌어내고.
――그대로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몇 가지 판단 근거가 되는 표본을 끄집어내어 그 사람의 본심을 예측하고.
――이어서 새로이 얻은 정보를 이용해 좀 더 안쪽으로 발을 들이고 상대방을 회유한다.
대충, 그렇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것들을 짜집기해 어떻게든 바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 뿐이지, 딱히 스스로가 만능의 천재라고 여기진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겨우 그 정도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을 뿐이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파견 선생이라니, 운이 좋았지. 중등부에도 고등부에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으니까.’
‘한 곳에 묶여있는 것보다, 얕고 넓게 살펴 볼 수 있는 이런 위치가 더 마음에 들어.’
단애는 중등부와 고등부를 드나들며 선생님들의 커뮤니티에도 자연스럽게 파고들어, 기회가 될 때마다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 속내를 떠보거나 신중한 탐색에 들어갔다.
그렇게 대략 일주일.
모든 선생님을 망라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수상쩍은 인물들 몇몇은 간신히 점찍을 수 있었다.
그들은 티는 내지 않았지만, 어딘지 켕기는 것처럼 이따금 부자연스러운 시선 교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부자연스럽게 서로에게서 시선을 돌리는 것도 눈에 밟혔다.
‘예상하기로는.’
‘이들은 단순히 학교 선생으로서의 관계가 아니야.’
무언가 『켕기는 짓』을 『함께』하는 동료들.
켕기는 짓, 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양지인 낮의 교내에서 그렇게 서로들 부자연스러운 거리감을 둘리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뒷사람들끼리 사용하는 수상한 기밀 네트워크가 있는 게 분명해.’
분명 그게 실마리다.
그것만 밝혀낼 수 있다면, 이 잠입조사에도 큰 진전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단순한 파견 선생으로서의 입장으로는 그 이상 캐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단애는 과감하게 한 발 더 내딛기로 했다.
* * *
“안녕하세요, 교감 선생님. 제가 늦었네요.”
“어~허. 아뇨, 아뇨. 저도 이제 막 도착했으니까. 그보다 어서 앉죠.”
【교육도시】에서 벗어나, 【향락의 도시】에 위치한 와인바.
여러 층으로 나뉘어진 바의 최상층에서, 단애는 어느 테이블 앞으로 다가와 인사했다.
테이블 앞의 긴 소파에 먼저 와서 앉아있던 대머리의 중년이 그런 단애에게 손짓하며 어서 앉도록 시켰다.
이 대머리의 중년이 제1 고등부의 교감선생이며.
단애가 수상하게 여기며 조사할 1순위로 꼽은 남자였다.
“처음 오는 곳이라 길을 조금 헤매고 말았어요.”
“그렇죠. 여기는 아는 사람만 오는 장소기도 하고. 결국 단골들만 찾아와서 주로 보이는 얼굴만 매번 봅니다.”
“이렇게 근사한 가겐데 아깝네요.”
“높으신 분들도 애용하는 곳이니까요. 사람이 너무 드나들면 그것도 좋지는 않죠.”
“확실히, 1층은 그나마 평범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위로 올라오려면 검사가 좀 많더라고요. 교감 선생님 이름을 대니까 바로 통과시켜줬지만.”
“그렇죠, 그래요. 다른 층도 그렇지만, 이 최상층 플로어에는 정말 귀한 분들이 오시거든요. 저도 어쩌다 알게 된 분들이 아니었다면 여긴 올라와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허허 웃는다.
교감은 대머리에다 볼살이 늘어진 살이 찐 중년이었지만,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는 모습은 시원시원해보였다.
더불어 겸손하게 들리는 말에 비해 그 태도는 약간 우쭐해 있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럴만도 하지. 고귀하고 높으신 분들이 사용하는 장소를 이렇게 자유롭게 드나들고 남마저 초대할 수 있으니,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여겨질만도 하다.
일개 학교의 교사라고 볼지도 모르지만, 이곳의 【교육도시】는 이 별에 없어선 안 될 인재들을 육성하는 곳.
그런 학교의 교감, 교장 정도라면 사회적인 지위도 꽤 높을 것이다.
이런 특별한 장소가 어울릴 정도로는.
‘그리고, 약간 시선이 음흉해.’
희미하게 번득거리며 단애의 육체를 가늠하는 시선을 모른 척하면서, 단애는 옷을 자연스럽게 정돈하며 그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단애는 조금 전까지 입고 있던 교직원다운 정장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장식이 달리고 약간 자연스러운 노출을 보이는 간소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유심히 바라보면 고급스러운 재질의 천이 사용된 것도, 세세한 곳에서 장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옷이었다.
그런 옷이 단애 본인의 우아한 행동거지와 맞물려 자리에 어울리는 귀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마법소녀들에게서 주로 보이는 그녀들만의 특별한 매력도 있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애초에 이렇게 젊고 어린 여성에게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완성된 몸가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은 포인트를 줄만했다.
‘흐음….’
그러한 단애의 모습을, 교감은 몰래 눈을 번뜩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늠하고 있었다.
역시, 학교에서 보고 판단했던 것보다 훨씬 양질의 여자였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여자는 어디에나 있다지만.
안타깝게도 영애와 같은 교양과 고급스러움을 겸비한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다 그러한 여자가 젊고 어리다면 그 수가 더더욱 적다. 궤멸적이다.
‘가슴은 그럭저럭… 만질만은 한 정도지만.’
이번에 교장의 비서격으로 들어온 케이와 비교하자면 약간 아쉬운 기분도 들지만, 그래도 충분히 최상급이라며 교감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주문한 고급스런 와인이 테이블에 내려섰다.
* * *
솔직히 단애가 이런 곳에 나온 것은 상당히 위태롭고 위험한 일이다.
이곳은 완벽한 적진.
상대방이 뭔가 함정을 준비했다면, 적어도 미리 사람을 매수해 잔이나 음식에 몰래 수면제라도 탔다면 단애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물론, 그렇게 뻔한 수법에 당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함정이라면 아예 걸려줄 생각으로 왔다.
쉽고 눈에 빤히 보이는 함정일수록 교묘하게 이용하기 편하다.
‘오히려 무슨 짓을 하려 들면 수상한 놈이라고 알아서 자진신고하는 꼴이 될테니.’
물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미리 『비장의 수』도 준비해 뒀으니, 괜찮다. 걱정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실패할 일은 없다.
* * *
“어머나, 맛있어라… 입 안에 여운이 감미롭게 남아서 도는 느낌이에요.”
“이 맛을 알아준다니 기쁘네, 단애 선생. 특히 자네처럼 젊은 선생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칵테일이나 도수 높은 술을 좋아들 하니 말이야.”
“후후, 처음에는 사교의 일환으로 배웠는데, 어느샌가 진심으로 즐기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여기 술은 너무 고급이라, 맛있다고는 생각해도 약간 아깝네요. 좀 더 술을 잘 아는 사람이 즐길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젊은 친구가 알아가겠다는데 누가 불평을 할까. 마음 편하게 즐기시게.”
어느샌가 교감은 편하게 말하고 있었다.
단애를 앞에 두고 상당히 즐거운 모양이다.
‘근데 이 술, 진짜 맛있긴 해.’
어느 정도 빈말을 섞고 있긴 하지만, 술맛에 대한 감탄은 진짜였다.
지구의 것과는 어딘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말로 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에 입이 행복해질 것 같았다.
‘BGM도 느낌이 좋고.’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클래식컬하고, 어딘지 그리운 느낌으로 귀가 편안해진다.
“그래서 조금 전에 하던 이야기를 마저 듣도록 할까?”
“아… 감사합니다. 이렇게나 귀를 기울여주시는 분이 없는데.”
“후후, 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담긴 이야기가 무척 좋거든. 이렇게 듣고 있으면 나도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여전히 쌩쌩해보이시는데요.”
단애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마저 이어했다.
“그러면 조금 전의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행성 간의 에너지 공전 운동과 별의 황폐화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내용은, 지금 그녀가 흥미 있어 하는 논문의 주제.
정확히는 『마법소녀 단애』가 아니라 그녀가 연기하는 『파견 교사 단애』가 흥미 있어 하는 주제다.
이 교감을 이렇게 꾀어낸 것도, 그녀가 교내에서 이렇게 타오르는 학구열을 연기한 덕분이었다.
――무척이나 흥미로워하는 주제가 있다.
――거기에 관해 연구를 하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금이 부족해,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 결국 꿈을 포기하고 적당히 능력을 살려 이 【교육도시】에서 선생님이 되었다.
단애는 그러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입에서 내뱉는 연구 내용은 적당히 골라낸 논문을 적당히 짜깁기해 내뱉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자신이 만들어 낸 이 거짓 뒷배경에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그래봤자 흥미 있는 건 내 연구가 아니겠지만.’
와인을 들이키는 저 여유로운 얼굴 아래서, 이쪽의 약점을 잡고 옭아맬 시커먼 계략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것이다.
너무 똑똑해서 틈이 없으면 안 된다.
적당히 똑똑하지만 시야가 좁고, 알기 쉬우면서도 약점이 있는 여자.
힘이 있는 수컷이 뭔가를 꾸민다면, 그런 여자를 표적으로 삼으리란 것을 잘 알고 고려해 연기하는 것이 지금의 『파견교사 단애』였다.
‘얼마든지 덥석 물어봐.’
미끼는 드리워졌다.
이 놈이 여자들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넘기는 수상쩍은 놈이라면, 그냥 둘 리가 없다.
혹은 입이 가벼워져 기밀 사항을 쉬이 누설하게 될지도 몰랐다.
단애는 겉으로는 열정적인 연구자의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교감의 눈치를 살폈다.
신중한 성격인 것인지, 아직까지는 별다른 수상한 제안이나 낌새는 없어보였다.
“흐음, 그렇군.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야.”
교감은 어쩐지 흡족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웃고 있긴 한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조금 말이 많았던 걸까. 목을 적시기 위해 단애도 두 손으로 맞잡고 있던 와인잔을 기울였다.
술에 이상한 약 같은 게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이미 확인을 마쳤다.
무엇보다 대항약을 먹어두었으니 괜찮겠지.
꼴깍… 꼴깍…
음……..
‘…취했나….’
약간 머리가 멍하다. 말을 많이 해서 지쳤나. 아니면 와인의 도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던 걸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조금 뇌가 둔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기회를 봐서 논알콜을 시키도록 할까.’
“음, 그나저나 단애 선생이 이렇게나 열정 가득한 교사일 줄이야. …조금쯤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은데.”
“정말요~? 와아~!”
교감 선생의 의미심장한 말투에, 단애가 기쁜 듯이 연기했다.
“그렇네, 자금 면의 문제라면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일을 조금 부탁하긴 해야겠지만.”
“일…이요?”
“그렇지. …여기니까 하는 얘기인데, 다른 데서는 얘기하면 안 될 비밀이야기다만… 단애 선생, 입은 무겁나?”
‘비밀이야기… 걸렸다!’
단애는 눈을 가늘게 뜨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연구만 할 수 있다면 뭐든 괜찮은 사람이거든요. 입단속 정도는, 잘 할 수 있어요.”
“듬직하구만… 후후.”
교감 선생은 이를 드러내보이며 주름진 미소를 씨익 지어보이더니, 단애에게 손짓해 자신의 옆자리에 앉도록 시켰다.
단애는 순순히 그 옆에 앉았다.
중년 특유의 묘한 체취, 그리고 느물느물하게 쓸데없이 바짝 달라붙는 접촉이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충분히 눈 감아 줄 만 했다.
그보다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할 생각일까?
‘…그런데 이 BGM… 좀 시끄럽…지 않나…? 귀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아….’
“단애 선생. 단애 선생은 사탕 좋아하나?”
“…사탕이요?”
“그래. 여기 오기 전에도 사탕 하나를 먹었지?”
“아, 그건….”
그건 이다. 고등부의 교장이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
그 억제하는 억제제로, 교장과 수상한 협력관계가 있으리라 여겨지는 교감을 상대해야 하니만큼 이곳에 오기 전에 사탕을 두 알은 데굴데굴 빨아 섭취해두었다.
‘그걸, 왜 알고 있지…?’
“나도 교장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연구자거든. 연구를 위해서 그 학교에서 일하는 거야. 그리고 지금 연구하는 건, 소리를 기조로하는 거든.”
“……세뇌…?”
뭘까, 그 단어는.
어쩐지 알고 있는 단어 같은데, 교감의 입에서 나오니까 어쩐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입안으로 되뇌어봐도, 마치 모래를 억지로 손에 쥐려는 것처럼 푸스스스 흘러 떨어 진다.
교감과 조금 전의 그 단어는 어떻게 해도 어울리지 않다고 머리가 호소한다….
――땡, 땡, 땡….
어느샌가 웨이터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손이 묘하게 생긴 괴인은, 왜인지 와인병이 아니라 유리로 된 기이한 악기를 가지고 있었다.
――땡, 땡, 땡….
악기가 두드려질 때마다 머릿속에 그 소리가 고스란히 울려퍼진다.
플로어에 흐르는 잔잔한 BGM에 더해져, 추임새를 넣듯 묘한 화음이 더해졌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멍하다.
“단애 선생이 먹은 사탕은 거든.”
“그리고 나는 활성화 된 나노머신을 특정한 소리로 유도할 수 있나… 그런 연구를 하고 있다네.”
“무척 유익한 연구라고 생각하지 않나? 응? 어때, 단애 선생?”
…………
…어딘지 머리가 멍하다.
생각이 제대로 정리가 되질 않았다.
어느샌가 단애의 드레스는, 위에서부터 반쯤 벗겨져 브래지어에 감싸인 유방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옆에서 바짝 달라붙은 교감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런 단애의 융기를 속옷 위에서 주물렀다.
단애의 입에서 달콤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그 손길에 저항하려 하는 의지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