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88
EP.488
#2-43 마법소녀 아카데미 잠입 일기(1차 실험)(4)
――그렇게 교장으로부터 임무를 받은 뒤.
――【향락의 도시】, 그 어느 인적이 뜸한 시가지.
“그건 참… 용서가 안 되네. 학생들한테 손대는 건 선 넘지.”
“응. 일단 이 별에서도 성인에 대한 개념은 비슷한 것 같고?”
이 시가지에 함께 나온 나와 단애는 드물게도 의견이 일치하게 되었다.
간단한 개요를 교장에게서 들은 뒤, 대략 이틀 후 나와 단애는 그 임무를 위해 여학생들이 습격당할 것으로 의심되는 이곳으로 파견되었다.
나 혼자만이 아닌 것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만큼 만약을 대비해서다.
전우조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같은 시기에 함께 일하게 된, 서로 친분도 있어 보이는 우리가 함께 파견된 것이다. 합리적인 이유다. 뭔가 의심이 파고들 여지는 없다.
주어진 임무는 밤거리를 순찰한다는 명목으로 돌아다니며, 부주의하게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보인다면 주의를 주고 빨리 돌려보내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일단 이 별에서는 마법을 사용하는 여자가 개조된 소체를 이용하는 남자들보다 강한 경우가 많은 만큼, 우리가 직접 그 못된 해커들이자 납치범들을 체포하는 것까지도 바라는 거겠지.
그런고로 우리는 이 늦은 시간에 밤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의 배터리도 지금은 풀충 상태니만큼, 웬만해서는 어떤 놈들이 몰려와도 지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도 임무 때문에 와 있는 건데, 그 와중에 다른 임무를 받게 되다니… 그것도 의심하고 있는 표적한테서.”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어쨌든 이것도 업무라면 업무니까.”
“일단 조사를 위해 얻은 선생이라는 신분이라지만… 이런 일로 거절할 수도 없지. 맞아. 그냥 한탄하는 거야.”
단애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비슷한 표정일 것이다.
임무 중에 또 임무를 수행하는 격인데다, 여러모로 마음에 걸리는 점이 많다.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표적을 관찰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 같은 일에 손을 뻗는 것은 역시나 불안하지만….
“그리고, 야야 님도 말했잖아. 어쩌면 【공장】 녀석들과 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보다 케이, 넌 언제까지 그 여자한테 ‘님’자 붙일 거야?”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망할 년이라고 불러. 나한테 하는 것처럼.”
“뭐라는 거야.”
“씨이… 나는 막 부르고, 그 여자만.”
왜인지 뾰로통해진 단애는 내버려두고.
아무튼 이번 임무에 대해 야야 님과 상의를 해봤더니, 어쩌면 우리가 꼬리를 잡으려 조사하고 있는 【공장】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학교의 시큐리티 프로그램을 뚫을 정도의 기술이라면… 가능성이 있어.’
――‘만약 붙잡는다면 바로 행정기관에 넘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심문하자.’
언뜻 보면 완만하게 돌아가는 길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들의 본 임무를 한층 빠르게 마칠 수 있게 도와주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대박, 나빠도 본전인 셈이니… 나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래도, 여러모로 수상쩍단 말이지….”
단애는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일단 교내 시큐리티 프로그램이 뚫린거나, 데이터 중 일부가 해킹당했다는 얘기는 맞는 것 같아. 입이 가벼운 선생님들이 있어서, 낮에 들을 기회가 있었거든.”
과연 단애. 벌써 조사는 마쳤던 모양이다. 나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지시한 대로 왔을 뿐인데….
“그런데 뭐가 아직 수상하다는 거야?”
“……일단 나는 뭐가 되었든 의심부터 하고 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니까… 그보다 케이는?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나는 아무 생각 없긴 한데….”
어쩐지 시큰거리는 뒷목을 매만졌다.
뭔가… 뭐라고 해야하나….
“왠지, 감이 안 좋아서.”
이쪽은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냥, 어쩐지, 어쩌다보니, 그렇게 느끼고 말았을 뿐.
그래서 강하게 자기주장을 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영 아니다 싶어도 거절할 방도가 없다.
단애도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달관한 얼굴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쁜 일 하는 건 아니잖아? 그치, 케이?”
“응응. 다른 별 녀석들이라 해도, 애들은 지켜줘야지.”
“쨌든 잘 되면 좋겠네. 애들도 지키고, 실마리도 잡고… 안 그래도 오늘 교감 선생님과의 약속도 파토내고 온 거니까.”
“그러고 보니까 오늘도 만나기로 했었다며? 어때? 이상한 짓은 안 당하고?”
단애의 귀에 걸린 피어싱 같은 형태의 귀걸이를 슬쩍 쳐다봤다.
최근 두 차례 만남을 가진 교감에게서 선물 받은 액세서리…라는 모양이다. 오늘도 저렇게 하고 나온 걸 보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일까.
“쪼금 손짓이 야하긴 한데, 이상한 일까지는 안 당해. 으음… 자꾸만 깊이 파고들려 하는 건 부담되긴 하지만.”
단애는 혹시 모를 기밀 정보를 캐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교감 및 주요한 교직원들과 단둘이 긴밀한 만남을 가지려 하고 있다.
금방 꼬리를 드러내고 천박한 욕망에 휘둘려 뭔가 몹쓸 짓을 하리라고 생각했건만, 상식이 있는 건지 아니면 경계하는 건지 어젯밤은 서로에 대해 솔직하게 알아가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 교감 늙은이, 입은 가벼워서 기밀을 몇 개 캐내긴 했는데… 이쪽은 손해본 것도 전혀 없고.”
“알려줘도 괜찮은 정보만 전달했다고?”
“그래. 손해본 건 하나도 없어.”
다름 아닌 단애니까, 정말 그럴 것이다.
나라면 대화가 길어질수록 스스로 뭔 말을 하는지 몰라 있는 것 없는 것 다 말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제 슬슬 시간이야. 위치로 가자.”
“응. 근데 케이 너, 방심하다가 당하면 안된다.”
“안 그래. …아마도.”
어두운 밤, 향락의 빛이 드문드문 보이는 시가지를, 우리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살피며 순찰을 계속했다.
* * *
“샤~샤샤샤샤샤샤샤샷샤~!”
“…보스.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그야 그렇~~~~~지! 이것 봐! 새로운 시리즈가 시장에 나돌고 있었다고~~~! 아아, 이 빛깔, 이 사랑스러움, 참을 수 없어…!”
【향락의 도시】, 그 시가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폐공장.
그 안에 늘어선 것은 푸른 스카프를 팔에 맨, 우락부락한 근골의 괴인들.
그 사이에서, 특별히 특출난 거구도 특이한 장비를 한 것도 아니지만, 요란한 별모양 머리와 당장에라도 터질 듯이 꽉 끼는 빽바지를 입은 기묘한 괴인이 특히나 눈에 띄인다.
일부러 태운 듯 새카만 피부에는 혐오스런 문신이 가득하다.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다, 손에 들고 사랑스러워하는 것은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피규어 인형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인(奇人).
한눈에 봐도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싸이코 같은 행각.
그러나 그런 이 남자가 바로 이 창고에 모인 조직원들의 보스이자 화려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리더다.
“……저기 말이야, 이성(異星)의 오락물 같은 게 뭐가 그렇게 좋다고 그러는 거야?”
그리고 그런 리더의 옆. 같은 소파에 앉아있으면서도 마치 역겨운 오물 덩어리를 대하듯 그에게서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앉은 사람은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소녀.
【교육도시】의 학생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학교의 로고가 박힌 교복을 그대로 입고 있지만, 척 보기에도 반항하려는 것처럼 일부러 이곳저곳 풀어헤치고 넥타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교장이 케이에게 말했던, 어느 날 밤 【향락의 도시】의 시가지에서 홀연히 사라진 것처럼 모습을 감췄다던 바로 그 여학생이었다.
“샤샷~ 샤샤샤샤샤~~~! 아아~ 모르는 건가! 이 아름다운 문물을 모른다고!! 그럴 수 있지~ 샤~ 샤샤샤샤샤!”
“……언제 들어도, 당신 웃음소리 기분 나빠.”
“미안~ 미안~~! 이런 성격이라서 말이야아~~!”
하여간 요란하다. 그런 주제에 손짓도 발짓도, 벌레처럼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모습도 혐오스럽기 그지 없다.
행동 하나하나가 혐오스러움을 부추기는 인간… 솔직히 약간 결벽한 성격이 있는 소녀로서는 그다지 상종하고 싶지는 않은 남자.
‘…그래도 내 계획에 필요는 하니까.’
소녀는 한숨과 함께 체념했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선택지가 없어서 이 남자를 골랐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별의 문명은 대단한 걸~ 이 별은 지금 살아남느라고 바쁘니까, 재미난 오락거리가 안 생겨서 따분해 죽을 지경이니까~.”
“할만한 걸 전부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그런 거잖아, 당신은.”
“샤~~샤샤샤샤! 그게 맞지! 다른 별의 오락거리까지 참을 만큼 따분해 주우우우우욱~~~~겠어!!”
뭐가 그렇게 웃긴 것인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요란하게 웃어재끼는 남자.
그런 남자의 태도에 소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좋아… 일단 그 인지 뭔지하는 건 됐어. 늬들 취미에 왈가왈부하진 않기로 했으니까.”
“그러지 말고 봐봐~ 여기, 이 팔의 각도. 이게 은근히 죽여주는 건데, 같이 즐기면 좋잖아~.”
“그만 해. 그딴 거 즐기려고 이런 쓰레기통에 찾아온 거 아니야.”
“너무해애~ 우리보고 쓰레기들이라는 뜻~?”
리더는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금 씨익 웃었다.
“그야 맞~~~~~지마안!!! 꺄하하하하하하샤샤샤샤샤샤샷!!”
『끼얏~호오오! 맞아요 리더어어어!』
『미쳤지롱! 미쳤다고오! 야햐햐햐햐햐햐!』
창고 안에 있던 괴인들이 일제히 호탕하게 웃어재꼈다. 술 냄새가 여기저기 가득하다.
취기가 섞여있다곤 해도, 다들 정말 정신이 없다.
‘하아…..’
속으로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오고 만다. 이런데서 말을 섞고 있는 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귀여운 여자애들.
사랑스러운 여자들을 보고 싶다.
“그보다 말이야, 어제 말해둔 건 제대로 준비 됐어?”
“샤――당연하지. 건방지게도 우리의 꼬리를 잡으려 들고 있다면서.”
“그렇지, 그것도 여교사야. 내가 어젯밤에 해킹한 정보가 맞다면.”
“여~교~사아아아아~~~!! 쌰샤샤샤샤샤샷!!!”
다시금 즐겁게 웃는 리더 괴인.
이미 어젯밤에 듣고 그렇게나 즐겁게 웃어놓고도, 아직도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을 쫓는 녀석들이 단순한 수컷들이었다면 도망쳤을 것이다.
그들을 쫓는 녀석들이 답도 없을만큼 강하기만 한 여성이었다면 그래도 도망쳤을 것이다.
【교육도시】의 교사라고 한다면 어느 누구 하나 얕볼 사람이 없다. 어쨌든 이 별의 미래를 짊어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인 만큼,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들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니까.
그러니 학교측에서 그들을 추적하려고 사람을 붙였다고 한다면… 이제 겨우 서서히 힘을 불려가려는 그들의 입장으로서는 도망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도망치지 않고 지금도 이렇게 그들의 아지트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는… 그 추적자가 경험조차 얼마 없는 신입 여교사들이라는 점이다.
거기다 해킹으로 빼내온 정보로 확인해보니, 탁월한 미모를 가진데다 교장의 『세뇌 공정』이 진행중인 여자들인데다.
무엇보다 그런 그녀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준비까지도… 다 되어있기 때문이다.
“샤~ 샤샤샤샤. 역시 아가씨야. 아가씨의 해킹능력이 없었다면 이런 계획은 생각도 못했을 거야. 감사한다구.”
“입에 발린 말은. 아직 우리 계획은 걸음마도 못 뗐어.”
“신랄하구만~ 샤샤샤!”
“됐고. 그래서, 어제 말한 건 다 준비됐어?”
“그야 물론이지. 저~기 저 구석에 있는 게 그거라니까?”
리더 괴인이 창고의 구석을 턱짓으로 가리키자, 소녀는 흘끗 시선을 돌렸다.
창고의 구석에는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만한 박스가 몇 개나 늘어서 있다.
소녀가 알아낸 정보로 준비한, 이제부터 찾아올 두 여교사를 맞이하기 위한 도구들.
저게 있다면 추적 따위 걱정할 것 없다.
그리고, 신입이라곤 해도 교사를 붙잡는다면….
“알았지? 제대로 생포해서, 제대로 정보를 불게 해야 돼. 놓치면 진짜 다 죽여버릴 거야.”
“샤샤… 알겠어, 아가씨. 교직원용 코드말이지?”
“그래… 내 아이디코드로는 침투하는데 한계가 있었으니까.”
일전 해킹에서는 그녀의 학생용 코드를 중계점으로 이용했으나 결국 아쉽게도 목적을 다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용 코드보다 액세스 등급이 높은 교직원용 코드라면….
‘그러면 나머지 데이터도 전부 훔쳐낼 수 있을지 몰라.’
“아무리 무능한 당신들이라도,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아가씨가 다 해줬는데, 그 정도도 못하면 남자가 아니지. 그렇지 않냐 짜샤들아!”
『『『네에에에에!! 리더어어어!!!』』』
“아즈아아아! 샤샤샤! 그 잘난 여교사님들을 붙잡으면 오늘 밤은 불타는 섹스파티다아아아!!!”
『『『보지! 섹스! 보지! 섹스!』』』
우렁찬 함성이 창고 안에 울려퍼졌다.
비록 방음처리가 되어있다곤 해도, 범죄조직 주제에 뭘 이렇게 요란스러운 건지.
또 다시 요란한 전라 술파티가 벌어지려는 것을 소녀는 경멸하듯 쳐다보고는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저딴 놈들이랑 손까지 잡았는데….’
‘아무도… 내 계획을 망치게 두지 않아.’
방 안에 들어온 소녀는, 곧바로 홀로그램 화면을 띄우고 학교에서 파견 된 두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손을 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