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91
EP.491
#2-43 마법소녀 아카데미 잠입 일기(1차 실험)(7)
어두운 복도. 울리는 소리.
뒷문으로 들어온 폐공장 안쪽은, 생각 이상으로 조용하고 어두웠다.
무엇보다, 복도도 벽도 장식 없는 밋밋한 벽으로 이어져 있고 천장에는 강철 파이프 같은 것이 주르륵 늘어서있는 것이 굉장할 정도로 무미건조한 느낌을 전달해주었다.
애초에 이런 장소를 사람이 이용하긴 하는 건지, 라고 생각했으나 정말로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장소였으면 먼지가 가득했겠지.
타박… 타박….
슬금….
“(이쪽으로… 여기에는 센서가 있으니까, 조심해서 제 뒤를 따라와 주세요.)”
“(센서?)”
“(네. 그래도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이 정도는…)”
서로 작게 속삭이면서 복도를 따라 나아간다.
나보다 앞서 나아가던 페리는 손 앞에 불투명한 홀로그램 자판을 띄우고, 그 위에서 손가락을 재빠르게 놀렸다.
한 손을 쓰는 것 뿐인데, 그 손가락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다.
그 손놀림에 감탄하면서 뭘 하는 건가…하고 바라보고 있었더니.
삐이이이…..
하는 희미한 전자음이 들려오고, 다음 순간 훅 사라져버렸다.
“가죠.”
“응?”
“센서는 해제했어요. 단 3분만 해제된 상태니까, 어서 지나가야해요.”
“뭣…!”
“어서.”
조금 전 센서를 조심하라고 말했던 페리가, 겁도 없이 당돌하게 어두운 복도를 토도돗 달려나갔다. 뭐가 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나도 그 뒤를 따랐다.
――페리는 정말로 천재였다.
이곳에 들어오는 뒷문도 단단한 잠금장치가 걸려있었지만, 내가 힘을 써서 부숴버리기 전에 그녀가 먼저 시큐리티를 해제해버렸다.
어떤 장치든 그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계장치이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해킹해 장악해버린다.
그걸 이렇게 어린 나이에 물 흐르듯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재능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 엘리베이터로 내려갈게요. 인증을 위해 등록된 아이디 카드가 필요하지만, 걱정은 하지 말아주세요.”
“진짜 대단하구나….”
“당연한 걸 뭘 굳이.”
그리고 그런 자신의 재능을 알고 뽐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쪼큼 재수 없어.
아무튼 꽤나 깊이 들어온 지금도 아직 이 조직 내의 누구 하나 마주치지 않은 것은, 오로지 페리의 이 능력 덕분이다.
여러 가지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소녀들도 봐왔고, 정령인지 뭔지의 힘을 사용한다는 귀족들도 봤으며, 개조된 육체로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이들도 만났다.
그러나 개조되지 않은 그저 태어난 모습 그대로인 인간의 몸으로, 마법도 뭣도 없이 그저 온전히 기술과 재능으로 마법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그 사실이 그저 놀랍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제 능력의 3할에도 못 미쳐요.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보려면 외부 유닛이 필요하단 말이죠.”
“외부 유닛?”
“아까 말씀드린 칩이에요. 보통은 단순한 백업용 칩으로 사용하지만, 저는 비싼 돈 주고 가공해서 연산을 돕는 외부 유닛으로도 사용하는 거예요. 작업 효율이 달라지거든요.”
“헤에… 그렇구나….”
“……모르시면 모른다고 해도 괜찮아요, 선생님. 선생님이라도 자기 분야가 아니면 잘 모르시겠죠.”
“아니, 이해는 했는… 못 했나…? 하여간 상상이 안 가서….”
페리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괜찮아요. 제가 괴짜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니까. 백업용 칩을 추가 연산회로로 사용하기 위해 뇌에도 손을 댔고… 여기 놈들에게 멍청하게 잡힌 것도, 뒷거래를 하느라 조금.”
“뒷거래?”
“아…하하. 아뇨, 말실수, 말실수.”
“…….너, 돌아가면 그 때 제대로 이야기 들을 거야.”
“선생님! 죄송해요, 잊어주세요!”
페리가 애원하듯 두 손을 맞비볐다.
‘…뇌를 손 댄다라.’
천재가 될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 재능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수술도 받겠다.
평범하게 생활할 때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었는데, 막상 정말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면 역시 거부감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거기다 내가 보기에는 충분한 재능을 가진 것 같은데, 거기서 더욱 많은 걸 바라며 그런 위험한 냄새가 풍기는 수술까지 받았다니… 그녀와 같은 재능이 없는 나로서는 그 고민도 번뇌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기껏해야 파워 정도 밖에 없는 나로서는, 상상 못할 얘기다.
어쨌든 뒷거래니 뭐니 위험한 냄새가 나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듣긴 해야겠지만, 지금은 여기를 어떻게 안전하게 돌파해서 안전하게 돌아올지만 생각하자.
* * *
――폐공장의 지하 ■층.
엘리베이터가 이 층에 도착하고 난 뒤, 우리는 빠르게 안쪽으로 나아가 목적한 장소로 향했다.
그 사이에도 그 조직원이란 녀석들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페리가 잘 조사해서 사람이 없는 길로 인도해주고 있는 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해요.”
희미한 조명빛을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길 계속하면서도, 페리가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조금 전까지는 이 정도의 시큐리티야 아무것도 아니다, 눈 감고도 제패해 보이겠다, 그런 말을 하면서 자신감이 넘쳐있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오만한 자신감보다는 위화감이 마음을 침범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나 사람이 없을 수 있나…? 적어도, 경비 로봇이라도… 아니, 하지만… 네트워크에는 하나도 잡히질 않는데… 왜…?”
적막하다.
고요하다.
무방비하다.
지나치게… 무방비하다.
‘아무리 뭔가 일이 있다곤 해도… 이 정도로 아지트를 텅 비워 놓을 수가 있나? 페리도 붙잡아 놓고?’
단순히 더 이상 그녀에게 이용 가치가 없어서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런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어쩐지 그건 아닐 것 같았다. 그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뒷 목이 살짝… 시큰거려….’
“케이 선생님… 저기… 저희 그냥, 돌아갈까요…?”
“…꼭 필요한 거라면서. 여기 둘 수도 없고.”
“…………..그건, 그래요.”
솔직히 말하자면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고, 위험한 강은 가능한 건너지 않고 멀어지는 편이 좋다.
하지만….
“하아.”
나는 마음속으로 잠시 저울질을 해보고, 한숨과 함께 페리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나아가는 방향은, 지금까지 향하고 있던 진로 그대로다.
“선생님?!”
“이쪽 방향 맞지? …후딱 챙겨서 후딱 도망치자.”
“…….네!”
복도를 나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선생님, 여기에요!”
쓸데 없이 복잡한 복도를 나아가자, 오래 지나지 않아 간신히 목적했던 방에 도착했다.
복도의 가장 안쪽, 낡고 녹이 슨 철문이 굳세게 닫혀있는 방이었다.
폐공장이라는 이미지대로 이 건물 안쪽의 대부분이 굉장히 낡은 느낌이 나는 시설이었지만, 우리가 있는 이 최하층과 눈 앞의 문은 특히나 더했다.
기분 탓인지 약간 공기가 축축한 것 같기도 해서, 섬뜩하다.
“여기가…?”
“창고라는 모양이에요. 이 시설에 끌려온 첫날에, 여길 지나쳐가면서 제 물건을 던져놓는 걸 봤어요.”
지나쳤다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 건물의 복도는 대부분 복잡하게 꼬이고 교차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마치 미로 같은 인상인데, 이 창고방으로 향하는 복도는 일직선이다.
‘지나쳤다라… 굳이 여길 지나칠 이유가 있었던 걸까?’
일직선인 복도. 말 하자면, 굳이 납치해 온 그녀를 이 복도를 따라 끌고 와, 물건을 창고 안에 집어넣는 것까지 손수 보여준 뒤에 다시 복도 저편으로 끌고 나갔다는 뜻이다.
마치 탈출할 거라면, 여기서 물건을 들고 돌아가라는 듯이.
어째 그 의도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지던 사이,
“앗.”
하는 소리가 문의 시큐리티를 해제하던 페리에게서 들려왔다.
어쩐지 울상이 된 얼굴로 돌아본다. 그 얼굴이 묘하게 귀여워 웃음이 나올 뻔했다.
“무슨 일 있어?”
“그게….”
아쉽다는 듯이 말하면서 가리킨 것은, 문 손잡이 근처에 걸린 묵직해보이는 자물쇠였다.
아… 갑자기 아날로그라니. 이런 거면 페리의 기술로도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해킹해보려 한들 전자기기가 아닌 자물쇠는 꿈쩍도 하지 않을 테니까.
“제 마법은 주로 전기 계통이라서… 기계장치나 사람을 상대하는 게 아니면 제대로 효과를 보기가 힘들어요… 어쩌죠?”
“나와 봐. 괜찮아.”
그리고.
드디어 내가 활약할 장소가 생겼다.
“【코스튬 체인지】.”
선생님 다운 정장에 감싸여있던 몸이, 한순간에 빛에 휩싸였다. 빛의 입자는 희미하게 내 몸 주위를 멤돌더니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훅 꺼지듯 단숨에 사라졌다.
그리고 내 몸은, 이제는 그립다고 느껴질만한 붉은 코스튬에 휩싸여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어 몸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보이는, 파렴치한 느낌의 코스튬. 의 루비가 입던 것과 똑닮은, 이제는 익숙해진 붉은 마법소녀 복장.
몸에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힘이 넘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에 휩싸였다.
“선생님…? 그 모습은…?”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생각해보면 마법소녀라는 사실은 가능하면 들켜선 안 된다.
…뭐, 학생인 그녀가 이 모습을 보고 바로 지구의 마법소녀로 연결할 거라 생각하기도 어렵고, 일단 지금은 눈 앞의 상황을 해결하는 게 먼저다.
“이 정도 자물쇠 쯤은….”
붉은 장갑을 낀 손을 내밀어, 한 손에 다 잡히지도 않을 법한 커다랗고 묵직한 자물쇠를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마력을 담아 힘을 주자.
꽈드드드득…!
자물쇠는 금방 으스러지고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우, 우와….”
“자, 들어가자. 빨리 필요한 거 찾고 도망가자고.”
“네, 네! 선생님!”
* * *
‘…음… 케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AI 택시를 타고 【교육도시】로 돌아가던 단애는 아직도 묘한 기운이 가시질 않는 몸을 길들이려 애쓰면서 의식을 돌렸다.
아무튼 케이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케이는 힘만 따지자면 아무튼 무식하게 강해서, 무슨 장해물이 앞에 있더라도 오로지 파워 일변도로 해치울 수 있으니까.
지혜를 짜내거나 기술을 배우는 것은,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 굳이 어줍잖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머리 조금 쓸 줄 아는 게 다인 나보다야, 훨씬 대단한 애니까 뭐….’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보다는 어서 이 몸의 이상을 파헤치는 게 먼저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방아쇠가 되어서 이렇게나 육체도 정신도 궁지로 몰아가는 건지… 그 이유를 알아내야――
“응?”
‘여기는….’
어두운 거리. 다른 차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단애가 탄 AI 택시만이 거리를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두운 데다 익숙하지 않아서 못 알아채고 있었는데, 이 방향은 【교육도시】 쪽이 아니다. …아닐 것이다.
“뭐지…?”
좌석에 비치된 터치패널을 이용해 승차 정보 화면을 띄웠다. 분명 목적지는 으로 기입되어 있었을 터다.
그러나 막상 살펴보니, 전혀 다른 목적지가 기입되어 있었다.
‘잘못 넣었나…? 아니, 아니야. 처음에는 제대로 【교육도시】로 가고 있었어…!’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하차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설상가상으로, 어딘지도 모를 인적 드문 골목을 나아가는 와중에 그런 기계음이 들려왔다.
지도를 보지 않아도 명백하게, 여기는 【교육도시】와는 한참 떨어져있는 위치다.
몸이 이상해서 정신이 없었다곤 하나, 이 지경이 되도록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니… 스스로의 부주의가 저주스러웠다.
“………”
후우… 후우….
침착하자. 상황 파악을 해야한다. 허둥댔다간 적의 의도에 계속해서 놀아날 뿐이다.
단애가 심호흡과 함께 다시 냉정을 되찾아 갈 즈음, 그녀가 타고 있던 AI 택시가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다.
기이이잉――
기계음과 함께 좌석의 문이 매끄럽게 열렸다.
“……..【코스튬 체인지】.”
택시의 좌석에서 내리기 전, 단애의 몸이 일순 빛에 휩싸였다가… 다시 그 모습이 드러났을 때는, 평소에 늘 보이던 개조 한복 코스튬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애용하는 두 자루의 검도, 교차하듯이 허리 부근에 걸려있다.
준비가 다 되고 나자, 택시의 좌석에서 내렸다.
어느 눈에 띄지 않는 골목길의 한복판에 선 택시.
그리고 그 택시에서 내린 단애를 둘러싸듯.
몇몇 그림자가 약간 거리를 둔 채 서있었다.
가로등조차 없는 어둠 속이라 간신히 윤곽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인영들이었지만, 어쩐지 실루엣부터 사람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이라… 단애는 무심코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