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92
EP.492
#2-43 마법소녀 아카데미 잠입 일기(1차 실험)(8)
“…이런 야심한 밤에, 무슨 일들이신지?”
택시에서 내린 단애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운 골목이지만 마력을 담아 시력을 보강하자, 적어도 숫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일곱.
야심한 밤에 여자 한 명을 납치하기 위해서라기엔 많은 숫자.
하지만 이 별에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강한 경우가 종종 있는 만큼, 많다고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
『――…―….』
단애를 둘러싼 남자들은 뭔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웃다가, 그리고 다시 단애를 향해 슬금슬금 거리를 좁혀오거나 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단애의 두 눈이 무심하게 돌아보았다.
무슨 용건인지 말해 줄 생각은 없어보였지만.
적어도 이 어둠 속에서도, 그들이 상당히 질이 나쁜 양아치 같은 부류임은 피부로 알 수 있었다.
챙―
칼집에서 뽑혀져 나오는 날카로운 도신.
희미한 달빛을 반사해야 할 도신은, 단애의 마력을 받아 먹물같이 검은 꼬리를 알고 있다.
그림자들 사이에서 놀란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비탄(悲歎), 운령(雲嶺), 비각(飛閣), 천수(薦羞)】”
‘간 볼 필요 없어.’
‘생각할 틈을 주지 마.’
선수필승(先手必勝).
이미 한 수 빼앗겼지만, 여기서 더 이상 유예를 줘서는 안 된다.
단애의 낭랑한 영창이 울려 퍼지고, 그녀가 팔을 휘두르자 깨끗한 곡선을 그리며 검끝이 허공을 갈랐다.
결코 빠르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칼끝을 따라서 골목의 그림자보다도 더더욱 새카만 먹물이 꼬리를 물 듯 그녀를 둘러싸는 모습은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보였다.
『―――――!』
그제서야 그녀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지, 괴인들 사이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이들.’
이제야 알아차려봤자 이미 늦었다.
그녀를 둘러싸고도 지나치게 느긋해보이길래 뭔가 수단이 있는 위험한 녀석들인가 했는데.
저 모습을 보면 그냥 졸개들이다. 어디서 어떻게 죽든 객사하든 상관 없는 어중이떠중이들.
“【못을 박고. 그림을 그리고. 선을 따라서. 흩날리고.】”
영창을 마치고 나면 어느 누구 하나 피하지 못하고 썰려나갈 운명들.
쓰레기들. 버러지들. 쓸모 없는 부류의,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멍청이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조절해서 한 놈 정도는 살려줄까. 사지를 절단하고 말만 할 수 있게 내버려둔다면 괜찮겠지.
나머지는 끌고 가서 심문하면.
“【노래를 따라 흩날리고 흐드러지는――】”
재빠르게 읊은 영창은 이미 막바지다. 끝이다.
이제 끝을 맺으며 이 칼을 휘두르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죽는다.
딱 한 놈, 운이 좋아서 살아남는 놈은 정보를 캐내기 위한 포로로 잡는다.
그것 뿐이다. 죽이는 데에 망설임은 없다. 선수를 뺏기면 반대로 당할 뿐이다. 선수를 취했다면 최대한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이제 와서 당황해봐야 소용 없다.
멍청한 괴인들. 이제 와서 덮치려 해봐야 의미가 없다. 단애가 휘두르는 칼에 어이없이 두 팔이 잘려나가고 이어지는 마법에 갈기갈기 찢기는 일 밖에는――
꾸우우욱….
“흐오오옥?!”
그러나.
그러나… 갑작스런 위화감에, 경국의 무희마냥 칼을 휘두르며 맴돌던 단애의 몸이 허물어졌다.
“어…어, 어…?”
당황스럽다. 하지만.
‘항문…에?’
당황하며 짧은 기장의 코스튬 치마 아래로, 자신의 엉덩이를 매만졌다.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데.
‘뭐가… 지금… 무슨…?’
꼼지락… 꾸우욱…!
“응…읏…?!”
단애의 입에서 또 다시 이상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말았다.
또 다. 아무 것도 없을 항문에서, 마치 굵직한 손가락을 넣어 휘저어진 것 같은 묘한 느낌이 올라왔다.
착각이 아니다… 뭔가가, 항문에 들어와 있다…!
“헤헤… 고등부의 교사 나리, 맞으시지?”
항문이 무방비하게 들쑤셔지는 감각에 꼼짝도 못하고 주저앉아있으려니, 그런 단애에게 둘러싼 인영들이 성큼 다가왔다.
그 중에서 특히나 뺀질거리는 인상의 남자가, 단애에게 깝죽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 한쪽 손에는 오나홀을 닮은 이상한 물건이 들려있고, 남은 한쪽 손은 손가락을 그 물건의 구멍에 푹 찔러넣고 있었다.
“읏… 무슨… 짓을…!”
“우리가 먼저 질문했는데. 뭐, 맞겠지만. 응?”
“응그윽…♡”
괴인은 대답대신 손 안의 물건을 격하게 휘저어주었다.
덕분에 단애는 섬뜩한 감각에 바닥에 웅크리듯 주저앉은 채 허리를 떨 수 밖에 없었다.
“후윽… 하악… 그… 오나홀… 그거… 설마….”
“어디보자, 항문이 좋은 거야, 선생님? 그럼 손가락 하나 더 추가해 줄까?”
“아, 안 돼… 흐오오옥♡”
그 누구도 손조차 대지 않고 있는데 그 앞에 엎드려 혼자 움찔움찔 떠는 추태에 둘러싼 괴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녀를 비웃었다.
상태를 살피던 또 다른 괴인이, 이제 됐다는 듯 다가와 무방비한 단애의 몸을 뒤에서 구속했다.
손에 들린 검을 빼앗고, 두 팔을 뒤로 한 채 밧줄 같은 것으로 꽁꽁 묶어버렸다. 예쁜 코스튬도 난폭하게 벗겨져, 입고 있던 새카만 레이스 속옷만 남고 말았다.
본래라면 이 정도 괴인은 단칼에 두동강 내버릴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그녀가 반항하려 할 때마다, 항문을 쑤셔온 손가락이 격하게 내부를 휘젓는 바람에 도저히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결국 단애는 변변한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옷만 달랑 입은 채 괴인들에게 둘러싸여 어디론가 끌려갔다.
단애를 데려왔던 택시도 다시 그 시스템대로 사람들이 돌아다닐 시가지로 떠나갔다.
한 사람이 납치되었건만, 골목길은 어떠한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 그저 새카만 어둠과 적막함만이 그 뒤에 남았다.
* * *
문의 자물쇠를 쉽게 뜯어버리고 안에 들어오자,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을 쌓아놓은 먼지 쌓인 창고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깊은 데에 있으니 뭔가 중요한 거라도 있나 했더니, 진짜 말 그대로 필요 없는 물건들은 다 갖다 처박아놨다…라는 느낌이 가득한 공간이 나오고 말았다.
“아~ 이거예요, 이거. 제 물건들!”
“찾았어? 다행이네.”
페리가 손바닥에 들어보인 것은 총알 같은 형태의, 그러나 총알보다는 확실히 작은 물건이었다.
옆에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작은 가방도 있는데, 가방을 확인하기보다 그 작은 총알이 더 신경 쓰인다는 듯 요모조모 둘러보고 있었다.
“그게 네가 찾던 칩이야?”
“네, 맞아요. 뺐다 꽂기 편하게 비싼 돈 들여서 개조한 거지만요. 잠시만요.”
페리는 그녀의 뒷머리를 가르듯이 들어올리더니, 뒷목을 드러내보였다.
그녀의 목 뒤에는 자그마한 구멍이 있어서, 지금 찾은 그 총알 같은 칩을 구멍에 쑤욱 밀어넣었다.
과연, 꼭 맞는 크기다.
“……….!”
그러나 칩이 꽂히자, 페리의 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바르르르르 떨렸다.
그녀의 표정이 한순간에 바뀌나 싶더니,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엇… 아… 정말…? 어라… 진짜…?』
어… 괜찮은건가…?
“저기, 페리? 페리?! 괜찮아?!”
순간 뭔가 잘못되었나 싶어서 걱정스럽게 살펴보는데, 페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다시 고개를 든 페리는 금방 태연한 얼굴로 쓰게 웃고 있었다.
“…괜찮아요. 잠깐 좀 놀라서 그런 거니까.”
“원래 그런 거야?”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뇌를 하나 더 끼우는 느낌이니까.”
뇌가 하나 밖에 없는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감각일 것 같았다.
아무튼, 문제 없다면 됐다. 남은 것은 여기서 탈출하는 것 뿐이니까.
“좋아, 그러면 찾았으면 빨리 나가자.”
“네, 좋아――”
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요, 라는 페리의 기운 찬 대답이 이어지기 직전.
갑자기 밖의 복도에서 요란스런 사이렌 같은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침입자.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발견 위치, 시설 내 최하층인 지하 ■층에서 발견. 내부에 있는 인원은 즉시 추적할 것.] [긴급 시큐리티 프로그램 작동. 일부 통로를 봉쇄. 엘리베이터의 작동을 중지. 침입자 추적 프로그램 작동. 침입자를 수색 및 생포하겠습니다.]어….
“들, 킨 모양인데?! 페리, 뭔가 했어?!”
“……..”
“페리?”
“…아, 아뇨. 아무 것도. 일단 전자식 인증장치는 전부 해킹하면서 지나쳤고, 영상장치도 내용물을 해킹해서 어제와 똑같은 영상을 보여주게 했는데… 혹시 저희가 눈치채지 못한 순찰자가 있었다던가,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런 걸까… 그보다, 저 경보는 어떻게 취소할 수 없겠어?”
“이미 다 울렸는데 이제 와서 막은들 소용이 있을까요? …그리고, 지금 시도해보고 있긴 한데 이건 몇 분만에 해킹할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에요.”
확실히, 페리도 조금 전부터 홀로그램 자판을 띄워놓고 뭔가를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다.
내가 의견을 말하기 이전에 이미 행동하고 있었던 거겠지.
“일리가 있네. 어쨌든 찾을 물건은 찾았으니까, 빨리 도망치자. 그게 최선인 것 같네.”
나는 흘긋 천장을 올려다봤다.
어차피 들켰다면, 이제 와서 좀 더 요란해지더라도 곤란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천장을 다 뚫어버리고….’
“저기, 선생님 혹시 천장을 뚫고 날아갈 생각은 아니죠?”
“응? 그 생각했는데?”
“그런 무식… 아뇨, 아뇨 어쨌든 그건 하지 말아주세요. 여긴 공장이었던 대라, 천장의 파이프 중에 가스나 위험한 액체가 차있는 것도 있거든요. 강한 힘을 가했다가 잘못하면――”
콰광!
이라며 페리가 몸짓으로 보여주었다.
그건 좀 위험하지. 폭발이라니.
최단거리 코스가 안 된다면 결국 이용할 건 계단밖에 없다. 통로 일부가 봉쇄랍시고 막혀있다면 부수고 나아가면 된다.
“잠시만요, 케이 선생님! 안전하게 빠져나갈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응? 진짜?”
“네. 여기까지 왔던 최단코스가 아니라 다른 길로 갈게요! 아마 사람이 있다면 그 쪽으로 몰릴 거예요! 따라와 주세요!”
타다다닥!
페리가 앞장서듯 달려나가고, 나는 그런 페리의 속도에 맞춰 나란히 뛰었다.
‘아니, 허 참… 갑자기 왜 경보가 뜬 거람.’
먼저 일직선인 복도를 지나, 나타난 갈림길에서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왔던 길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그러더니 페리가 달리면서 앞을 가리켰다.
“저기에요! 저 문으로 나가면 바로 밖으로 나가는 탈출구가 있습니다! 시큐리티는 풀어두었어요!”
“짱인데…! 진짜 대단하다, 너!”
나는 칭찬과 함께 앞서 달려가 문손잡이를 붙잡아 돌렸다.
다른 곳은 웬만해서는 자동 개폐 시스템이 되어있는데, 이 폐공장은 뭘 다루는 건지 모든 문이 직접 고리를 돌려 열게 되어있었다.
“자, 페리 어서 따라… 와…?”
묵직한 문을 열고, 뒤따라 오던 페리와 함께 그 문턱을 넘고 문 너머로 나아갔다.
그리고, 곧바로 묘한 위화감을 깨닫고 말았다.
“……………………………..”
첫 번째로, 밝았다.
다른 곳은 드문드문 있는 조명을 제외하면 비상구 정도의 불빛 밖에 없어서, 에서 샀던 손전등을 의지했다.
그러나 페리가 가리킨 문 너머의 공간은, 빛이 전부 들어온 것처럼 밝았다. 눈이 부시다.
두 번째로, 넓다.
조금 전의 창고방이 아닌, 마치 강당 같은 장소였다.
묵직해보이는 기계며 벨트 컨페이어 같은 것도 있는 것을 보면, 이 공장의 작업장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다.
세 번째로… 이게 가장 중요한데.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열, 스무 명은 될 듯한 많은 사람이, 마치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서있었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묵직한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페리가 문을 닫고, 거기에 이어서 몇가지 잠금장치를 하나하나 철컥철컥 걸어잠그고 있었다.
“…페리?”
“네,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요.”
잠금장치를 다 걸었는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린 페리가 씩씩하게 말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이제 순순히 붙잡혀주세요, 케이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