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93
EP.493
#2-43 마법소녀 아카데미 잠입 일기(1차 실험)(9)
“……………잡혀달라, 고?”
지금까지 보이던 태도와는 180도 다른 당돌한 요구에, 기가 차버렸다.
차라리 농담이라고 해준다면 아아, 하고 납득이라도 갈텐데.
그러나 페리는 오히려 비웃는 듯한 태도로 실실 웃고 있다.
“네. 학생을 위해서 붙잡혀주는 선생님…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이상하네… 내가 속았던 걸까?”
웃어볼까 했지만, 도저히 웃음이 지어지지가 않았다.
그저 인벤토리에서 조금 전에 사용하고 넣어두었던 을 꺼내어 손에 들어보일 뿐이다.
“…나는 지금 화가 전혀, 조금도 나지 않았다.”
손에 들린 구슬을 매만지며 중얼거려봤다.
그러자 안쪽에 기묘한 빛이 일렁이던 구슬은 금방 붉은빛으로 변해 깜박이기 시작했다.
거짓말에 반응한 것이다.
역시, 이 구슬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 왜 아까 페리의 말에는….
“우와, 그거 정말 거짓말 탐지기였군요. 역시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물건은 뭔가 다른가봐요.”
“……..”
“정말 다행이었네요. 제가 연기가 서투른 게 이만큼이나 도움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샤~샤샤샤샤샷! 정말이라니까, 선생님? 나는 저 여자만큼 연기가 서투른 여자는 본 적이 없어! 똑똑한 여자가 왜 그럴까? 응?”
대화하는 우리 둘 사이에, 광대 같은 요란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흐억…!”
그런 괴인을 분노와 마력을 담아 슬쩍 노려봐주자, 실실 웃던 얼굴이 굳어지는게 보였다. 쌤통이다.
“아아, 선생님. 그렇게 무서운 눈 하지마세요. 다들 바보긴해도 착한 오빠들인데, 놀라잖아요.”
“착해…?”
“아하하, 함께 지내보면 알 거예요. 물론, 선생님한테는 어떻게 해도 나쁜 인상 밖에는 남지 않겠지만요.”
페리는 지금까지 보이던 순진하지만 열정넘치는 학생의 미소가 아닌.
어딘가 악의가 넘치고, 오만하며 어딘지 달관한 듯한 웃음과 함께 스스로의 목 뒤를 가리켰다.
그 위치는, 정확히 조금 전 그 ‘칩’을 꽂았던 장소다.
“말했잖아요, 전 뇌에 특수한 수술을 좀 했다고. 거의 컴퓨터랑 비슷한 느낌이라서요, 인격도 기억도 백업했다가 지웠다가 그런게 다 가능한 거죠.”
“연기가 서툴러서 큰맘 먹고 시도해 본 건데, 그런 치트 같은 도구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다행이네요, 다행이야.”
순간 입에서 미쳤다,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인격이랑… 기억을… 백업?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야?”
“네? 무슨 뜻이죠?”
“아니… 나는 컴퓨터도 잘 모르고 이 별의 상식 같은 건 정말 모르는 게 많긴 하지만….”
가끔.
의 데이터를 외장하드에 옮긴다거나, 데이터를 옮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늘 조마조마한 것이, 이따금 실수로 지워선 안 될 데이터를 지워버리거나 옮기는 중간에 컴퓨터가 꺼지고 파일이 깨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더라도, 일어날 때는 일어난다.
물론 의 데이터는 내 목숨만큼 소중한 데이터지만… 그래도, 실제로 목숨에 관련된 일은 아니니 그나마 간신히 태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페리의 말은.
“너… 제정신이야? 기억과 인격을 백업하는 것… 그렇다 쳐. 그럼 조금 전까지 그 페리의 인격은? 그 기억은….”
“다 급조해서 만든 거죠. 평소에도 몇 개나 만들어 놓은 인격 데이터 중에 하나를 살짝 조정한 거예요. 감쪽 같았죠?”
“본래 인격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
“아아, 맞아요. 그런 경우도 있죠. 가능성이 있어요. 솔직히, 아무리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곤 해도 성공률은 78% 정도거든요. 과반수라곤 해도 22% 확률로 제 인격이 날아가는 거예요.”
무서운 소리를.
무서운 소리를 태연하게 내뱉으면서, 페리는 목을 삐딱하게 꺾었다. 또독,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기묘할 정도로 삐딱한 각도로.
거의 90도 직각으로 딱 목을 꺾은 자세로.
페리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 듯 황홀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아――스릴, 넘쳐서 지려버릴 것 같아…♪”
…미쳤다.
그 눈에 보이는 광기가.
그 황홀경에 젖은 미소가.
이 페리라는 학생이 얼마나 미쳤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 이딴 별이니까….’
기대조차 하지 않는 편이 나은 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지구에서도 정신이 나간 놈들은 차고도 넘치니까… 거기다 범재인 내가 천재라고 하는 부류들은 이해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분수를 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샤~샤샤샤샤샤! 나도 말입니다, 선생님. 충분히 미친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그런데, 저보다 더 미친년을 만났으니 이거 안 따를 수가 없지 않습니까~? 샤샤샤샤!”
반대편에서 다시금 요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 시선을 받고 굳어있었던 주제에, 보람도 없이 금방 다시 본래의 스탠스로 돌아오고 말았다.
쓸데없이 기묘한 웃음을 흘리는 괴인은, 그 말투처럼 광대 같은 차림새에, 광대 같은 머리모양을 한 역겨운 생김새의 남자였다.
뭐라고 해야할까.
웃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모멸과 혐오를 받기 위한 분장이라고 할지.
그 생김새에 복장에 말투에 웃음소리에 자그마한 행동 하나하나까지, 사람의 신경을 긁는 듯한 짜증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당신은 뭐야?”
“실례, 이 인형공장의 주인장되시는 틀리포카 샥스라고 합니다. 틀리라고 불러주셔도 좋고 포카라고 불러주셔도 좋고 달링~♥이라고 불러주셔도 좋습니다…꺄샤샤샤샤샤샤샤샤샤!!!!”
진짜 역겹네…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아.
하지만 한가지, 이야기를 듣다보니 걸리는 게 있었다.
“인형공장?”
“네~ 관심 있으십니까? 성인 여성이라곤 해도 인형을 소중히 아끼는 여성은 귀엽고 사랑스럽죠… 유후. 작품 하나 보시겠습니까? 얘들아! 상품 보여드려라!”
『『『예~~~~이이이이!!!』』』
틀리폴리 샥스… 샥스의 뒤에 서있던 부하 괴인들이(이 놈들도 하나 같이 괴상망측한 복장들을 하고 있다) 신난 함성을 외치더니, 준비되었다는 듯 영차영차 박스들을 옮겨왔다.
작은 박스부터 큰 박스가 있는데, 측면에 있는 키패드로 암호를 기입하면 열리는 구조인 것 같았다.
삐비빅, 하는 소리와 함께 박스가 열렸다.
“………………장난하나….”
작은 박스에서 튀어나온 건 굉장히 리얼한 형상의 오나홀이었다.
사람의 목 위만 본뜬 것들도 있고, 항문만을 리얼하게 본뜬 것도 있다.
거기까지라면 그냥 야한 공장이구나,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박스, 사람 하나가 들어가도 문제 없을 법한 큰 상자에서 나온 것은――사람 그 자체였다.
“어떻습니까, 이게 저희 【인형공장】의 작품입니다. 얼마든지 감탄하셔도 좋은데요.”
실제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을 굉장할 정도로 빼닮은 인형이었으며, 그 색감도 질감도 진짜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아서 척 보면 헷갈릴 것 같았다. 저 손에 만져지는 모습을 보면, 분명 촉감이나 탄력도 진짜 사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기술은 감탄할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비싼 오나홀이더라도 지구의 기술로는 저 정도로 리얼한 리얼돌은 만들어낼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그 얼굴이 어딘지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 얼굴도, 체형도.
언젠가 봤던 학생을, 굉장히 리얼하게 빼닮아있었다.
일하게 된지 이제 겨우 일주일하고 조금 넘은 학교지만, 그래도 학생 수가 엄청 많은 것이 아니라 대강의 얼굴 정도는 익히고 있었다. 어느 학생이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이름도 학년도 잘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일하는 학교의 학생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는.
그런 학생의 모습을 쏙 빼닮은 인형이, 지금 저 부하 괴인들의 손에 붙잡힌 채 연약하게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얼굴부터 시작해 이 안구나 혀, 더 아래로 내려가 목젖과 쇄골, 사랑스러운 가슴과 귀여운 유두, 매끈한 배와 우묵한 배꼽, 탐스러운 허벅지와 말랑한 보지에 탱탱한 엉덩이….”
“거기다 더욱 감탄할만한 것은, 이 안쪽의 질감입니다. 질보지 엉덩이보지 어느 것 하나 참을 수 없을 만큼 끝내주는… 아아, 이게 바로 최고의 인형… 하아아아아… 인형은 최고야….”
꾸욱, 하고.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인형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는 괴인 샥스.
그 얼굴에 황홀함이 엿보인다. 그 얼굴에 정말 깊은 감동이 엿보였다.
그게 너무나도 진심으로 느껴져 혐오스럽고 역겹기 그지 없다.
“어떻습니까? 어떤가요? 학교의 보호를 받는 학생들이라 해도, 지구의 어떤 마법소녀님이라 해도, 혹은 제가 사랑하는 의 주인공이라 해도 여기서 인형으로 가지고 노는 건 아무도 막을 수가 없어요.”
“보시나요? 보이세요? 여기 항문 보지에 손가락이 콕! 하고 박혀들어가는데 인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아아, 사랑스러워…!”
괴인의 이해할 수 없는 장광설은 계속되고 있다.
‘……아아, 정말.’
행동 하나하나가 열이 받는 놈이다.
정말, 화를 돋우는 데에 천재라고 해야할까.
저 행동도 복장도 그럴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일부러 사람들의 혐오감을 끌어당기기 위한 그런 불순한 의도 뿐이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머리가 화끈거린다.
머릿속에 불이 화르륵 타오르는 기분이다.
잘 아는 아이도 아니고 제대로 말을 섞어본 것도 아니지만, 내 관할하에 있는 학생한테 무슨 짓이냐, 하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화가 나고 화가 나고 화가 나고 화가 나고.
그리고 한순간에,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진짜 더는 못 봐주겠네.”
“응…..?”
“다 됐고, 이제 죽었다고 복창해라, 자식들아.”
혀를 차면서 자세를 잡았다. 아직 의 배터리는 충분하다.
‘많아 봐야 20명 정도.’
‘의 배터리는 아직 15분은 더 갈 거야.’
‘충분하고도 차고도 넘치지.’
일전에 봤던 『대장군』 급의 강한 괴인도 보이지 않는다. 혹여나 그런 놈들이 있더라도, 제대로 변신한 지금 상태라면 몇 놈이 덤벼들든 원펀치로 쪼개버릴 자신이 있었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발을 지그시 내리눌렀다.
붉은 부츠로 감싸인 발이 바닥을 세게 짓밟자.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와드드드드드득!!!
콘크리트 같은 광물로 된 바닥에, 내 부츠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금이 퍼져나갔다.
“““……………?!”””
둘러싼 괴인들이 경직되는 게 눈에 보인다.
굳은 표정으로 벌벌 떨면서 바닥을 내려다보는 괴인들을, 나는 눈에 힘을 준 채 노려보며 주먹을 우득우득 꺾었다.
“X나 말 많네… 인형놀이 하는 게 자랑이냐? 여자 하나 어찌해볼줄을 몰라서 닮은꼴 인형 만들고 좋아라하는 X신 찐따들이 뭐가 그렇게 잘나서 쫑알거려?”
“치, 치잇… 괴물이잖아…!”
조금 겁을 줬을 뿐인데, 괴인 샥스와 그 부하들이 수군거리며 멀찍이 떨어졌다.
그 태도에 살짝 맥이 빠질 것 같았다.
“야야, 어쩌냐… 선생님 화나신 거 같은데. 응? 선생님? 진정하자?”
“뭐라는 거야… 닥치고 이 악물고 처맞을 준비해라, 찐따야.”
“아니, 선생님. 왜 그렇게 화났어? 이건 그냥 인형이잖아. 인형 가지고 노는 게 죄야? 왜 그렇게 무서운 얼굴하는데! 페리, 페리 씌이이이이! 어쩌지?!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서 어째야 해?! 으허어어어어엉!!!”
‘응…?’
조금 위협했을 뿐인데, 갑자기 국소적인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벌벌 떨던 샥스가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눈물을 뚝뚝 흘려대기 시작했다.
어… 울어?
진짜로?
도저히 믿기지가 않지만 울고 있다. 진심으로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
아니, 뭔데….
한심해라….
“야, 갑자기 무슨――”
“아, 아아아아아아~~~! 안 되겠다! 무서워!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샥스가 얼굴을 들어보였다.
광대 같은 분장을 한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지금까지 이상으로 기괴한 생김새가 되어버린 그 얼굴로.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마치 비웃는 것처럼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그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걸 가져와아아아~~~! 빨리~~~ 나 죽기 전에에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