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96
EP.496
#2-44 밤의 학교 잠입 – 야야(1)
밤의 학교는 스산하고, 조용하다.
낮 동안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 그런 걸까.
밤의 학교는 기본적으로 볼 일이 없으니까, 평범하게 지낸다면 늘 학생과 선생들이 모여있고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그런 모습만 보게 되니까.
그렇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감상적이 될 생각은 없지만.’
그런 밤의 학교에 숨어든 레지스탕스의 베테랑 요원 야야는 심드렁하게 생각을 끊었다.
이 나이를 먹고 학생 노릇을 한다고 해도 별 다른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쨌든 그냥 놀러 온 건 아니니까.’
혹시 몰라 쓰고 온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고쳐 쓰며, 야야는 프로다운 솜씨로 조금의 발소리도 내지 않고 스스슥 복도를 나아갔다.
* * *
기본적으로 이 【교육도시】의 각 학교는 여러 방면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 명문 학교들이며.
그런만큼 학교 안 여기저기에 생각 이상으로 값비싼 물건들이 꽤나 있다.
특별히 사치를 부린다는 것이 아니라, 유수의 천재들을 교육시키는 현장이니 만큼 간단한 교보재 같은 것들만해도 결코 푼돈으로 살만한 물건들이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학교의 경비는 엄중하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여러 기계장치와 로봇들이 24시간 쉬지 않고 감시하고 있으니 혹여나 수상쩍은 침입자가 멋대로 찾아올 일은 없다.
“그러니까… 당직 같은 건 필요 없는 거 아니냐고오.”
그렇게 불평하며 중얼거리는 건, 랜턴을 든 채 복도를 걷는 한 선생님.
이 학교에서 일하게 된지 얼마 안 된, 척 보기에도 젊어보이는 남자였다.
비록 학교의 경계시스템이 값비싼 AI와 장비들로 이루어진다고는 해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결국 사람을 세워둘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침 오늘 그 당직이 걸리고 만 젊은 선생은 그 사실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씨이… 오늘이 딱 떡치러 갈 각인데… 내 사랑스러운 아가씨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향락의 도시】에서 운영중인 유흥업소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여자가 귀한 별이니만큼 도시의 웬만한 유흥업소에서 내놓는 것은 대부분 섹스용 안드로이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가게는 좀 특별하다.
『노예』이자 『상품』으로 완전히 개조된 진짜 살아있는 여자들을 내놓는, 특별한 가게.
거의 도시 전설과 다름없는 【세뇌공장】이 엮여있다고 하는데, 자세히 알지 못하는 그는 그저 풍문처럼 그런 이야기를 들어봤을 뿐 실제로 어떤지는 모른다.
그로서는 그냥 즐길 수 있다면 뭐든 좋으니까….
‘그래… 그러고 보면 케이 선생이나… 야야 학생도… 추릅… 맛 보고 싶구만.’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 여자들은 따먹어도 좋다는 지시를 들었다.
덕분에 그 레지스탕스의 여자라는 야야라는 년은, 저번에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다 함께 돌아가면서 따먹어주었다.
가슴은 작지만, 높은 체온과 끈적한 보지가 일품인 오나홀 인형인데다 돌림빵 당하는 상황을 『지도교육』이라고 착각하며 열심히 보지를 조이던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히히, 이 학교에서 일하길 잘했다니깐.’
그래도 당직은 싫지만.
젊은 선생이 머리에 맴도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몸뚱아리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 막 일반 구역의 순찰을 마친 그는, 문득 교내의 『특별 구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선배 선생님들에게 일반 구역은 대충 돌아도 상관 없지만, 그 특별 구역만은 몇 번이고 꼼꼼하게 확인하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
귀찮긴 하지만….
――투둑, 툭.
“응?”
얼른 순찰을 끝마치기 위해 『특별 구역』을 향해 서둘러 나아가던 젊은 선생의 앞에, 무언가가 구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랜턴을 내려 아래를 비춰보니, 작은 돌맹이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발에 차였던 걸까?
“실례하겠습니다.”
“으쿱?!”
텁, 하고.
아무런 기척도 없이, 그저 무슨 일인지도 알지 못한 채 입을 틀어막혔다.
젖은 손수건 같은 것에 입을 가로막혀 제대로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선생의 목에, 찰나의 틈도 없이 이어서 푹, 하고 무언가가 꽂혔다.
‘주…사…!’
“잘 자요.”
주사기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이, 그대로 몸 안쪽으로 쑤욱 주입되고 말았다.
덩치 큰 거인이나 흉악한 짐승 마저도 기절시키는 강력한 마취약에, 젊은 선생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무너져내렸다.
* * *
“영…차. 이러면 되려나…?”
복도에서 기절해 쓰러진 선생을 뒷덜미를 붙잡고 짐덩이처럼 질질 끌고가, 근처에 있던 교실에 대충 던져놓았다.
가능하다면 여기에 왔다는 흔적은 남기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을 위해.
약의 효과가 충분하다면, 어차피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밤 중의 교내 잠입은 상당히 순조로웠다.
분명 외부인이 이곳에 침입하는 건 분명히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이 학교의 보안 설비는 굉장히 잘 되어있다.
원래 【교육도시】가 이런 건지, 혹은 무언가 정말 들켜서는 안 될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건지….
어쨌든.
그런 곤란할 정도로 엄중한 경비태세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 모든 게 외부의 침입자를 배제하는 용도다 보니… 의외로 안쪽의 침입자에게는 여러모로 허술했다.
프로에 베테랑인 야야는 그 허점을 찌르듯 요 며칠의 낮 동안에 여러 가지 공작을 해놨다.
‘아무리 값비싼 경계시스템을 구축했다해도 어차피 학교 레벨.’
‘별 거 아니었어.’
그래서 이렇게 잠입한 것 까지는 좋았다.
물론 경계시스템이 허술했던 것이 아니라, 야야가 프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아무튼 신중하게 가자.’
야야는 다시 복도로 나와, 『특별 구역』을 다시금 탐색하기 시작했다.
* * *
경계시스템은 대부분 일시적으로나마 해제시켜두었고, 당직 선생까지 재워두었으니 야야는 느긋하게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교내를 대충 둘러봤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뭔가 있을 거라면 역시….’
낮에 발견했던, 그 『비밀의 공간』.
숨어있는 게 방인지 계단인지 단순한 공간인지 혹은 수상한 창고나 실험실 같은 건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려나.”
특별 구역의 가장 아래층. 야야는 낮에 발견했던 수상한 벽에 손을 대며 중얼거렸다.
지참했던 장비로 측량을 해보니, 역시 이 벽 너머는 비어있었다.
즉, 무슨 공간이 있다… 이런 뜻인데.
“부수고 들어가는 건… 역시 좀 그렇지.”
아직 이 학교에서 잠입생활을 계속하려면, 요란하게 흔적을 남길 수는 없다.
그러나 벽을 매만지며 더듬거려봐도, 숨겨진 문이나 스위치 같은 건 발견하기 어려웠다.
‘흐음….’
당황스럽지는 않다. 그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임무를 맡아오면서 여러 번 겪었다. 항상 답이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경우에 조급하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잘 이해하고 있다.
――느긋하고 여유롭고 세심하게 조사하자.
야야는 기합을 넣듯 콧김을 흥, 하고 내뿜으며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입 안에 넣었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면 당분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먹는 그 밋밋한 포장지의 사탕을 두어개 입 안에 쏙쏙 넣고 굴리면서, 야야는 『특별 구역』의 최하층을 열심히 조사했다.
* * *
………
……………..
…………………………………………….
‘……..어…라.’
복도의 벽을 위 아래로 매만지면서, 야야는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는 조금 전에 지나친 위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뭔가 숨겨진 스위치나 뭔가가 없나 싶어 열심히 벽을 더듬거리며 매만지는 건 좋았는데, 반복된 작업이 지루해서였는지 멍해지고 말았다.
뭘 하고 있는 거지….
야야는 스스로의 뺨을 짝짝 두드리며 다시 정신을 일깨웠다. 그러나 아직 약간 머리가 둔한 기분이 든다.
‘사탕을 하나 더….’
당분이 부족한가 싶어, 주머니에서 사탕을 또 하나 꺼내 밋밋한 포장지를 벗기고 입에 물었다.
데굴거리며 입안에서 구르는 사탕이 사르르 녹아들고.
어째선지 당분을 보충해 쌩쌩해질 뇌가, 한층 둔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기분탓…?’
왜인지 그 사실이 신경이 쓰여, 그만 주변에의 경계가 해이해지고 말았다.
경계시스템도 해지시켜두었고, 당직 선생도 재워두었다… 그 사실에 지나치게 방심하고 말았는지도 몰랐다.
묵직한 구두소리가 복도를 울리며 들려오는데도, 야야는 그 소리가 근처까지 와서야 간신히 깨닫고 말았다.
그 발소리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도망치거나 몸을 숨기기에는 늦은 시점이었다.
“…어허, 이게 뭐야. 우리 학교에 왠 수상한 침입자가 있군?”
“………”
“침입자가 있는 것까진 알았는데, 배가 고파서 가정과실에서 잠깐 만들어오느라 늦어버리고 말았어.”
복도 저편에서 나타난, 묵직하고 퉁퉁한 체형의 남자.
손에는 간식이라는 양 고기와 쌀을 꾸역꾸역 뭉친 주먹밥이 들려있어, 이쪽으로 다가오는 와중에도 우걱우걱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었다.
‘교장이 왜 이 시간에…?’
야야는 마스크를 고쳐쓰고, 머리카락을 감춘 두건을 매만졌다.
두건 아래의 머리카락은 혹시 몰라 검은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만약의 경우 카메라에 잡히더라도 그게 자신인지는 못 알아보도록….
“우물우물… 느긋하게 간식까지 만들어왔는데, 역시 그 비밀문은 못 찾았나 보네. 뭐, 일부러 알아보지 못하도록 세뇌 암시를 넣어놨으니. 못 찾을만 해.”
‘…..비밀문?’
그 사이에 교장은 손에 들려있던 주먹밥을 마저 먹어치웠다.
나름 성인 평균 정도로는 먹는 야야지만, 그런 그녀라도 3끼는 걸쳐서 먹어야 간신히 다 먹을만한 거대한 주먹밥이 우걱우걱 교장의 입으로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대략 한 입 정도 남았을 무렵.
쉭――
야야의 몸이, 복도에서 사라졌다.
“으…….응?!”
“가만히 있어주세요.”
스윽….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상대에, 놀랄 틈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교장과 야야 둘 사이에는 그래도 꽤 거리가 있었을 텐데.
그런데 정말이지 눈 깜빡할 사이에, 야야는 교장의 등 뒤로 돌아와 어느샌가 꺼낸 단검을 그 살에 파묻힌 목에 들이대고 있었다.
살을 타고 전해지는 차가운 감촉에, 교장의 몸이 일순 경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