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97
EP.497 #2-44 밤의 학교 잠입 – 야야(2)
뻐억!
“크아악?!”
쿠당탕탕!
살로 비대한 교장의 육중한 몸이 복도를 굴렀다.
바닥에는 조금 전 미처 다 먹지 못한 주먹밥과 그 내용물이 파사삭 흩어지고 말았다.
가로로도 세로로도 교장의 절반 정도 될 듯한 작은 체구의 야야가, 그 등 뒤에서 거침 없이 발로 차날린 것이다.
“저기 이봐요, 조금 전에 비밀문이라고 했어? 교장 선… 아차, 이건 말하면 안 되지.”
“바, 발로 차다니… 이 쥐새끼 같은 년이…!”
“조금 전에… 뭐? 세뇌…라던가, 암시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숨기고 있는 건 있다는 거잖아? …더 아픈 꼴 보기 싫다면, 순순히 다 말해줘야겠어요.”
또각.
촤르르르르륵…!
야야가 벌린 양 팔, 양 손에 튀어나온 것은 각종 암기들과 도구들.
조금 전 위협하는 데 사용했던 단검이나 자그마한 손망치, 묘한 액체가 담긴 주사나 독침, 바늘이며 송곳에 기이할 정도로 끝이 날카롭게 벼려진 펜….
“고문은 특기거든.”
“자, 잠――”
쉭, 하고.
또 다시 야야의 몸이 교장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안 그래도 불이 꺼져 시야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복도에서, 마력의 신비가 허락해주는 고속이동은 야야를 순식간에 상대방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어디에 갔나 확인할 틈조차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하기도 전에.
빠악!
“끄흑?!”
이번에는 머리 위에서, 그 투실한 얼굴을 세게 짓밟듯이 야야의 발이 떨어져내렸다.
얼굴을 단숨에 넓혀버릴 듯이 짓밟는 기세에 교장의 머리가 뒤로 꺾이고, 관성에 이끌려 그대로 바닥에 쿵! 내리찧었다.
“조심하세요~ 거기 그렇게 누워있다 손이 미끄러지면… 어이쿠.”
바닥에 드러누운 교장을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던 야야는, 날카로워보이는 암기들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위협하듯 흔들흔들 흔들었다.
그러다가 마치 실수라도 되는 양, 예고도 없이 손을 놓았다.
후두둑, 투둑.
챙그랑! 타당!
“….! 흐익…!”
운동신경이 워낙 떨어지는 돼지 교장은,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막는 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교장의 얼굴이며 목,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듯이 떨어지는 물건들. 그래도 교장에게 상처를 입힌 것은 없었다.
다행히, 라고 할지 야야가 노린 것처럼 떨어진 암기는 위협에서만 그쳤다.
바닥에 박힌 송곳이며 단검을 보고, 교장은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듯한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알겠어요, 교장선생님? 오늘밤은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아요. 비밀문에 대해서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괜찮아요, 알려만 주신다면, 오늘 일은 다~ 잊을만한 기분 좋은 약을 먹여드릴 테니까요.”
“10% 확률로 백치가 되어버리기는 하지만, 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운이 나쁘진 않을 거 아녜요.”
“그게 싫다면 고문을 해야 하는데… 그리 추천드리지는 않아요.”
후후 웃는 아야의 말에 교장은 숨을 멈추고 그런 그녀를 두려운 듯이 올려다봤다.
야야의 손에는 이미 새로운 암기가 들려있었다.
“――나, 선을 넘는다는 소리 좀 자주 듣거든.”
머리에는 두건을, 입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그 눈 뿐.
비록 말투는 웃음기를 머금은 것이 꽃처럼 가벼웠지만, 드러나 보이는 두 눈은 날카로운 안광을 발하며 조금도 웃지 않고 있었다.
진심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 * *
그리고 1분 후.
야야는 조금 전 살펴보던 벽을 다시 한 번 더듬거리며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옳거니… 그 비밀문이라는 곳이 이 주변에 있다고?”
교장 선생은 그 비대한 몸집에 비해 상당히 겁쟁이였던 모양이다.
조금의 위협만으로 이미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그 『비밀문』의 위치를 전부 분 것이다.
물론 거짓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렇게 더듬거리며 만져보고는 있지만….
“없는데?”
“아니, 있어있어. 거기 어떻게 봐도 문인 것이 떡하니.”
“없다니까? 죽여버린다?”
“히익!”
허벅지에서 새로운 단검을 꺼내어 들어보이자, 여전히 바닥에 반쯤 엎어진 채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 교장이 두려운 목소리를 냈다.
몸이 무거워서 일어나기도 어려운 걸까.
한심하다는 생각과, 그리고 지금 사람을 놀리는 거냐 싶은 생각에 정말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려운 것이.
‘근데 너무 강한 충격은 기억을 지우기 어려운데.’
야야의 성격대로면 벌써 제대로 된 고문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발차기 등의 타격과는 다르게 상처를 남길 정도의 고문은 그녀가 가진 의 기억혼란 효과를 반감시킨다.
가능하면 오늘밤 학교에 침입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에 남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그렇다면 최근 전학 온 야야나 다른 두 명이 의심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러니 가능하면 위협으로 끝내야 된다는 말인데….’
위협을 받고서도 이렇게 장난을 치다니, 단순한 겁쟁이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강단이 있었나보다.
“거기 교장 선생님, 우리 조금 진지하게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아니, 나 정말 거짓말 안 했대두!? 거기 진짜 문이 있잖아!”
“어디에 문이 있다는 건데.”
“거기에!”
“죽여버린다.”
“히익!”
교장이 투실투실한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나 곧, 그 얼굴에 공포가 사라지고 여유로운 얼굴로 실실 쪼개기 시작했다.
그 기품 없는 미소에 야야의 눈썹이 언짢다는 듯이 모였다.
“……웃어?”
“헤, 헤헤… 웃지 않고 배기겠냐고… 눈 앞에 문이 있는데도 못 보는 꼴 하며….”
교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쩌면 상처입힐 생각은 없다는 걸 깨닫고 기고만장해진 걸지도.
심지어 야야는 몸집도 작으니, 냉정하게 보면 위압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한몫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다.
이쪽은 편의성을 위해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는 것 뿐이니, 그런 결정 따위 마음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건데….
“당신.”
“거기 쥐새끼 년. 그 칼로 나를 한 번 찔러보지 그래?”
“뭐…?”
“나는 아픈 걸 무지하게 싫어하거든. 그래서 조금 전엔 깜빡 당황했는데… 응, 이제 괜찮아. 이제 좀 진정이 됐거든.”
“진정이 됐으니까, 칼침을 맞아도 괜찮을 거다?”
“아니, 그건 아니야. 칼에 맞으면 아프고, 그리고 죽지. 당연한 거 아냐. 사람은 칼에 맞으면 죽어. 바보냐, 넌?”
“말 조심해라.”
험악하게 위협해도, 바닥에서 대충 고쳐 앉은 교장 선생은 팔을 벌리고 여전히 허세를 부릴 뿐이다.
“찔러봐.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어차피 찌르지도 못하겠지만.”
…….그렇군.
정말로 이 남자는 바보가 분명하다.
야야가 무슨 일이 있어도 더 이상 상처 줄 생각은 없다는 것처럼, 멋대로 착각하고 있다.
그 거만한 혀도 목숨도 지금 야야의 기분에 달려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걸까?
‘애초에… 침입자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렇다면 제압용 로봇이라도 끌고 왔어야 할텐데.
보아하니 본인이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몸놀림은 완전 초짜다 못해 몸이 묵직해서 제대로 반격조차 못하는 정도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으로 침입자를 쫓아 혼자 찾아온 걸까.
‘이 바보 같은 자신감 때문이겠지. 온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나봐.’
정말이지 멍청하기 이를 데가 없다.
“하, 하하하하! 찔러 봐! 찔러 보라구 망할 마스크! 하하! 하하하하하!”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해라.”
빠악!
야야가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다리로 교장의 얼굴을 한 대 더 갈겼다. 돼지 같은 소리를 내며 교장의 몸이 다시금 나가 떨어졌다.
야야는 단검을 집어넣고 대신 새로이 꺼낸 송곳을 손 안에서 굴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결론은 금방 낼 수 있었다.
“사람 무서운 줄을 알아야지. …그렇게 도발하면, 못 참아.”
성대하게 굴러 벽에 처박힌 교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야야는 그대로 송곳을 역수로 쥐었다.
아래를 향한 송곳의 끝이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야야는 더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교장의 출렁이는 비대한 뱃살을 향해, 그 정중앙을 노리고 송곳을 내리찍었다.
* * *
입과 코는 마스크로 가렸고, 머리는 두건을 쓴데다 일부러 오늘의 임무를 위해 염색까지 했다.
목소리도 기계의 힘을 이용해 살짝 바꿔서, 결코 목소리로 그녀임을 들킬 일도 없다.
그러니 혹여나 오늘 침입을 들켰다곤 해도, 조금만 조심하면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런 결론을 내리고 호쾌하게 내리찍은 송곳이었으나.
기이하게도, 송곳은 노리고 있던 교장의 배를 꿰뚫지 못했다.
“응…?”
교장의 투실투실한 뱃살 언저리에서 우뚝 멈춰선 손. 송곳의 끝이 그 살에 파고들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야야의 손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뭐지…?’
뭔가에 가로막힌 느낌…은 아니다.
가로막힌 것이 아니라, 어쩐지 이대로 내리찍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녀가 바라는 대로 송곳으로 이 괴인의 뱃살을 꿰뚫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저히 이 이상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럴 리가…!’
“응. 손을 대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흉기는 안 되지… 위험하잖아. 그렇지?”
“이, 자식…!”
다시 한 번 더.
이번엔 두 손으로 송곳을 들어올리고, 다시 수직으로 내리찍는다.
실패할리 없다. 눈 앞의 교장은 도망치려고도 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대로 무방비한 배가 찢겨지고 분수 같은 선혈이 튀어오르는 모습을 예상했지만.
“어째서…!”
――이번에도 여전히, 송곳은 교장의 배 언저리에서 멈출 뿐 더 이상 나아가질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되질 않는다.
아무리 힘을 줘도 마치 누군가가 붙잡는 것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각도를 달리해봐도 소용이 없다.
마치 자신의 손이 싫다는 듯이, 교장에게 상처입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히힛….”
의미 없는 노력을 쏟아부으며 낑낑 대는 야야의 노력을 비웃듯이.
교장의 커다랗고 두꺼운 손이 무방비해진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밀고 들어가, 얇은 반바지 위로 그녀의 국부를 움켜쥐듯이 주물럭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