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553
EP.552
#2-54.5 그것은 어느 모략과 계략이 판치는 세상의 캣파이트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이라 함은, 비단 지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무수한 별들, 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있으며, 개 중에는 지구와 다를 바 없는 환경, 다를 바 없는 지성체들이 있는 곳도 있고.
그러면서도 문화도 성격도 외모도 특성도 모두 달라, 각자의 사정으로 전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본래는 하나의 별 위에서 동포들끼리 싸우던 그들은, 이윽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행성간의 이동이 가능해지자… 이제는 지성체들이 있는 별을 침략하기 시작했다.
종족의 특성과 오로지 전쟁을 위해 갈고 닦은 기술로 다른 별을 유린하는 프레데터(침략자)들.
풍족한 자원에 기대 평화롭게 살아가느라 기술도 능력도 내세울 것이 아무 것도 없어, 찾아온 재앙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희생양들.
――침략자들은 원했다.
더 강하고, 더 잔혹한 능력을.
――희생양들은 바랐다.
침략자들을 물리칠 힘을.
그리고 바람이 있는 곳에는.
어느 곳이나, 어느 때에나… 늘 【마법나라】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마법나라】라고 하는 곳은 실체가 없는, 이면(異面)에 존재하는 요정들의 환상향.
어느 누구도 그 나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으나.
누군가는 분명히 있다고, 누군가는 분명 없으리라고 의견이 분분한 곳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그 나라가 분명히 있음을 증명해내지 못했고.
그렇기에 마법나라의 요정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를, 자신들이 있음을, 자신들의 나라를 증명하기로 했다.
누군가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그것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분명히 있음을 이쪽 면의 주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렸다.
* * *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그 원인은 【마법나라】에 있다.
일찍이 【마법나라】는 【메크라크】 측과 접촉한 역사가 있다.
【마법나라】의 동포 요정은 그들에게 이 별에는 희망이 없음을 알렸고.
별을 살리기 위해서 그들은 소원을 빌 것을 요구했다.
전쟁을 원한다면, 그들에게 힘을 빌려줄 것이라 제안했고.
평온을 바란다면, 모두를 정신체로 만들어 영원한 꿈 속에 재워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메크라크】는.
메크라크는… 이들을 거절했다.
정체모를 것들. 초대받지 못한 외부인. 그들이 자랑하는 과학 기술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러나 비슷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들.
그런 이들을 의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메크라크】의 지도자는 전쟁 따위 바라지 않았고, 꿈속에 갇혀 사는 것도 바라지 않았으니까.
모든 바람은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야지 가치가 있는 것이라 주장하는 확고한 사람이었으니까.
그건 참.
요정들에게 있어서 아주 곤란한 일이었다.
전쟁이 있는 곳에는 무수한 바람이 있지만.
풍요로운 곳에는 아무런 바람도 없다.
바람을 이뤄주는 것으로 자신들을 증명하려는 요정들에게 있어서, 이제는 최초의 목적도 잊고 그저 바람을 들어주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전락해버린 그들에게 있어서.
그저 하나의 별을 풍족하게 해주는 것은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고민했다.
고민하던 그들은 떠올렸다.
――역시 전쟁을 일으키자.
――【메크라크】의 주민들은 이미 충분한 기술과 능력이 있다.
――그들은 침략하는 데에 있어서 여전히 정체불명인 【마법나라】의 힘은 빌리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메크라크】에 의해 침략당하는 주민들이라면, 분명 힘이 필요하겠지.
――그러면 그들에게 힘을 빌려주자.
……..
……..
……..
그렇게 【마법나라】는.
【마법나라】는 그들의 바람에 맞는, 딱 좋은 먹잇감을 찾았다.
적당히 풍요로우며, 사람들은 적당한 욕망이 있고, 또 그들보다 고차원적인 위치에 있는 【마법나라】를 배척하지 않는 별을.
그들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메크라크】에 이 별에 대한 이야기를 퍼뜨렸고.
나날이 황폐해져 가는 별에서 죽을 날짜를 세어가던 【메크라크】의 주민 일부는, 전쟁을 거부하는 위쪽 사람들에게 반발하며 스스로 배를 타고 이쪽 별로 넘어왔다.
몇몇 고위 계층의 사람들도, 자원이 고갈되어가는 그들의 별과는 달리 풍요로운 에너지를 가진 이 별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지구는 그들의 예상대로 약하기 그지 없는 주민들의 집합이었다.
종족적인 특성이 강한 것도 아니요, 기술적인 능력은 몇 세대나 떨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력』이라고도 불리는 특별한 에너지를 그들은 조금도 사용할 줄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이렇게나 풍요로운 땅,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마력』을, 정작 사용은 할 줄을 모른다니.
하급잡병들조차, 이 별의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무시무시한 외계의 침략자로 보였겠지.
그들은 이 별을 철저하게 유린해나갔다.
유린하고, 능욕하고, 욕망을 토해내고, 땅을 정복해내가고.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승전보도 오래가지 못했다.
――마법소녀가,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 * *
모든 것은, 【마법나라】의 계략.
그들이 바라던대로, 평화롭던 지구에 그들로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외계의 침략자들이 쳐들어왔으며.
꿈도 희망도 없던 그들에게, 【마법나라】는 희망이라는 미끼를 눈 앞에 팔랑팔랑 흔들어주었다.
그들은 소원을 빌었고.
요정들은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마법소녀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마법소녀가 탄생하게 되었다.
요정들의 마법으로 변신한 마법소녀는, 가장 약한 개체여도 일반인 여자 100명분의 마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들은 【메크라크】인들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방해가 되는 숙적이자, 동시에 최상급의 먹잇감이기도 했다.
아직 에너지를 땅에서 직접 뽑아내는 기술은 없어, 그 별의 주민들을 마력을 뽑아내는 단말기로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까.
마법소녀들의 등장으로 전쟁은 아주 잠깐 주춤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전쟁이 한층 격해지는 방아쇠가 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용모와 카리스마, 더불어 질좋고 뛰어난 마력을 뽑아낼 수 있는 그녀들의 소문을 듣고, 그때까지 관심이 없던 다른 【메크라크】 주민들도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전쟁은 더더욱 계속되었다.
그렇게 전쟁은 더더욱 가속했다.
지구에는 더더욱 많은 마법소녀들이 나타났다.
그럴수록 더더욱 많은 침략자들이 찾아왔다.
끊임없는 악순환.
그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이, 【마법나라】이며.
희망 따위 없는 그런 상황 속에서.
…아주 극소수의 요정들이, 그런 질척질척한 【마법나라】의 의사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 * *
‘…지금은 소강상태…라는 느낌이구냥.’
‘지금은 딱 좋은 연구용 실험대가 있으니… 질릴 때까지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이야냥.’
케이와 알파를 마법소녀로 만든 【마법나라】의 요정, 고양이 인형 같은 외모의 쿠키는 허공에 만들어 낸 문을 통해 지구의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모든 장소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쿠키가 마킹해 둔 위치, 지정해 둔 장소는 이렇게 언제든 원견(遠見)으로 보거나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도구를 사용해 이곳저곳에 눈이 미치게 해두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밸런서로서 이 지구에서의 전쟁을 그 작은 손으로 제어하기 위해서.
――쿠키는 【마법나라】의 의사에 동조하지 않은 요정 중 하나이다.
쿠키 또한 소원을 들어주고 바람을 이루어준다는 삶 자체에 이의는 없지만, 그 행동은 어떻게 해서든 양 쪽 별에 안녕을 주기 위해서임은 분명했다.
메크라크도, 이 지구도 피해자다.
이 전쟁이 계속되면, 【메크라크】는 더더욱 황폐해지고 희망을 잃을 테고, 멸망은 가속되겠지.
이 전쟁이 계속되면, 외계의 침략자에 의해 지구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지고, 황폐해지며, 언젠가 모든 전쟁이 끝나더라도 다시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지 못해… 요정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비는 것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쿠키는 뒤에서 그 작은 손으로 모든 것을 조작하기로 했다.
마법소녀를 유도해 괴인들에게 미끼로 던져주는 것으로, 본래 지구 주민들에게 예정되어 있던 쓸데없는 피해를 줄였다.
또한 【메크라크】인들도, 어느정도 에너지를 보충받을 수 있었다. 그들이 빼앗은 일부의 마력은 모성으로도 보내져, 별의 멸망을 조금 더 뒤로 미뤄주었다.
이렇게 뛰어다니고.
저렇게 뛰어다니며.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이지 않도록.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불리하지 않도록.
어느 쪽도 멸망하지 않도록. 언젠가 최적해(最適解)가 나올 때까지의 시간벌기에, 전신전령을 쏟았다.
――그리고
――그리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어왔던 끝이, 이제 슬슬 다가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박사가 마법소녀들을 잡겠다고 풀어놓은 괴물들은, 확실히 위험하다냥.’
‘그런 놈을 여기저기 풀어놓아서 약한 마법소녀들까지 싸그리 잡아들이면 큰일이 나지냥. 사람 사는 마을도 아무렇지 않게 부숴버리고, 인명사고도 냈을 테고.’
‘그러니 잘한거다냥.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 둘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외에도 몇몇 팔아넘긴 마법소녀들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은 대의를 위해서.
쿠키가 바라는 큰 그림을 위해서, 언젠가 찾아올 정말로 답이 없는 최저최악(最低最惡)의 결말을 피하기 위해서.
그러니 어느 정도의 희생은…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쉬이이이이이익――
푸욱!!!
“냐…?!”
다음 계획을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고민하던 그 때.
별안간, 하늘에서 벼락처럼 내리꽂힌 창이 쿠키의 등부터 복부까지를 꿰뚫었다.
안쪽에 들어있던 솜이 비어져나오며, 너덜너덜해진 몸이 꿰뚫은 창과 함께 바닥에 메다 꽂혔다. 꼼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렸다.
“드디어 찾았다뾰. 찾느라 고생했다뾰.”
들려온 것은, 어느 얼빠진 어미가 달린 동포의 목소리.
다만 얼빠진 말투와는 다르게 그 목소리가 한없이 차갑다는 것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크… 냐…!”
곧바로 자신을 꿰뚫은 창에서 벗어나려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법은 쓸 수 없다뾰. 특별히 이 여자의 기능에 추가해줬으니까뾰.”
목소리가 들린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쿠키와 마찬가지로 앙증맞은 고양이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요정이 공중에 동동 떠있었다. 쿠키보다 작고, 귀엽고, 암컷이구나 싶은 솜사탕 같은 외견이었다.
그 옆에는 한 마법소녀가, 인형처럼 빛이 없는 눈으로 떠있었다.
그 마법소녀는 언젠가 케이가 만났었던, ‘노엘’이라는 이름의 마법소녀지만… 지금 쿠키에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게… 무슨 짓…이냥…! 동포를 향한 공격은 허락받지 못했을 텐데!”
“그렇지뾰. 동포를 향한 공격은 위쪽의 의사결정에 의해 철저하게 금지되어있지뾰.”
하지만, 이라며 암컷 고양이 요정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뾰. 우리를 배신한 배신자는 더 이상 동포라고 부르지 않아뾰.”
요정의 손짓에, 노엘이 다시금 새로운 창을 손에 들고.
그대로, 이미 바닥에 꽂혀 꼼짝도 못하는 쿠키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