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557
EP.556
#2-55 그 박사, 마법소녀 최면실험(블루, 에르) (4)
(치즈케이크 님 팬아트)
“케이, 케이란 말이지. 검색 부탁한다 .”
서둘러 자신의 개인 연구실에 되돌아 온 박사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를 이용해 ‘케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물론, 단순히 그 두글자로 찾는 것은 아니고 몇 가지 필터를 추가하고.
과연, 초고성능 AI.
오래 걸리지 않아 온갖 정보가 주르르르르르르르르륵 나열되고, 나열 된 정보 중에서 AI가 다시금 대부분의 쓸모 없거나 중복된 정보를 제거한 뒤 유용해보이는 정보만을 남겼다.
“역시 마법소녀… 이 여자와 팀업을 맺었던 적이 있었구먼.”
블루 사파이어는 일전 케이와 팀업을 이루어 활동했던 적이 있다.
정확히 어떤 경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동포 침략 그룹 중 【비비들의 아지트】라던가 【지하미궁 아지트】 등의 장소에서 두 사람의 활동이 발견되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전투 데이터, 거기서 뽑아낸 능력치나 신체 사이즈, 기본적인 기호나 성벽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온갖 정보들이 늘어서있다.
물론 실물을 보지 않으면 정보의 맞고 그름을 판단하긴 어렵지만, 그렇다 해도 온갖 네트워크에 가지를 뻗은 고성능 AI 의 정보는 늘 90% 이상의 일치율을 보여준다.
“이 여자도 흥미가 가… 아주 흥미가….”
케이의 활약은 지나치게 눈에 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일부 마법소녀들처럼 수익을 낸다는 목적, 혹은 자기과시의 목적으로 인터넷방송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적을 찾아나서는 편도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조금 전에 언급했다시피, 케이가 관여한 것으로 몇 개나 되는 아지트가 궤멸했다.
기록영상에 남아있는 케이의 전투 데이터를 봐도, 이렇게나 엉망진창에 종잡을 수 없는 마법소녀는 그녀 이외에는 거의 없었다.
――흥미로워!
일전에도 그 소문을 듣고 어느 정도 흥미를 가졌었다.
하지만 그 흥미도 금방 끊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애초에 이 지구에 없어. 아직 메크라크에 있단 말이지.”
당시 박사의 야심 찬 연구성과였던 특수강화개조병까지 투입되었던 【단애의 성】에서의 일.
당시 사태의 막바지에 일어난 의 오작동으로 케이를 포함한 세 명의 마법소녀가 【메크라크】로 날아가버렸다.
자료를 보아하니, 다행히 무사히 도착한 건지 여기저기서 관련된 소문은 들려오는 것 같으나….
‘정확한 위치가 나오질 않는단 말이지.’
박사 혼자라면 모성으로 되돌아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상대의 위치를 몰라서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말 흥미로운 개체이자 연구대상이지만, 지금은 일단 접어두는 수 밖에 없겠지.
만약 위치가 특정된다면 곧바로 모든 전력을 투입해 끌고오고 말리라.
“하지만, 그렇군… 지금 생각할 건 그게 아니야… 블루 사파이어와, 그 케이라는 마법소녀의 관계가….”
두 사람 사이에는 모종의 신뢰관계가 있을테고.
이걸 이용하면, 어쩌면 최면율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블루 사파이어의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박사는 케이의 온갖 정보를 다시금 확인하면서, 다음 계획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 * *
‘여긴… 어디지…?’
‘얼마나… 지난 거야…?’
으읏… 읏….
블루 사파이어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흘러내린 푸른빛의 머리카락은, 과연 마법소녀인지 며칠 씻지 못한 지금 상태로도 반짝 빛나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지금 자신의 몸이 어딘가 기계장치 같은 것에 단단하게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리고 몸 여기저기에 뭔가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재확인했다.
심지어 보지와 항문에는 무언가가 들어와서, 꼬물꼬물 휘젓고 있다. 또 무슨 개조 같은 걸 진행하려는 건지, 단순히 장난삼아 꽂아놓은 건지.
‘적당히 좀 하지….’
눈 앞은 무엇하나 보이지 않는다.
공간이 어둡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바이저헬멧이 그 머리에 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눈 앞을 가리던 바이저에서는 뭐가뭔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화면을 보여주면서 머리를 어지럽혔지만, 다행히 지금은 소강상태인지 그저 눈 앞을 가리기만 할 뿐이다.
‘어서… 여기서 탈출… 해야 해…!’
‘후우… 몸도 무겁고… 머리가 무겁지만….’
‘에르도… 걱정되네… 유라 언니… 알파 언니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은 홀로 방치되어 있는 것 같다.
바이저 헬멧을 쓰고 있다곤 해도 주변에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마력이나 스킬을 봉해지지는 않았을까 싶었지만.
휘오오오오―
‘좋아… 마법도 문제 없어….’
하복부를 휘젓는 자극을 애써 참아내며 실낱 같은 마력을 끌어올리자, 코 앞에 작은 소용돌이가 만들어진 것이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마법은 봉해지지 않았다.
지금은 비록 이 몸이 구속되어 있지만.
마법을 쓸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구속 따위는 어떻게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구속구를 제거한 다음에는…?’
‘지금 탈출 시도를 해도 괜찮은 걸까?’
이 시설의 구조자체를 모르고, 지금 이렇게 구속된 에르의 주변에도 인기척만 안 느껴질 뿐이지 카메라 같은 것이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지금 확인해보니, 마력은 거의 고갈상태.
잔뜩 범해지고 따먹히느라 괴인들에게 모든 마력을 헌납해버린 모양이다.
그런 상태로, 구속구를 벗겨봐야 뭐하겠는가.
또 다시 잡혀서 도로 끌려오는 거 아닐까? 탈출을 시도했다며 더 심한 처우를 당하는 건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고 만다.
차라리 이렇게 얌전히 있다보면, 언젠가 좀 더 알아보기 쉬운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그냥 그걸 기다리는 께 낫지 않을까….
――‘무슨 고민 같은 게 필요해?’
――‘기합과 근성. 위치걸 루비 님의 명대사야. 새겨들어.’
그러나 막상 그렇게 맥 빠지는 결론을 내리려하니, 머릿속에 그 장면이 떠올랐다.
케이 언니와 함께 괴인들의 아지트 내에서 깽판을 치던 그 날들.
어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꿋꿋이 일어서서 기적을 보여주었던 케이는, 블루 사파이어에게 있어선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니, 동경의 대상을 넘어서 반하고 말았다.
폴 인 러브라고 할까.
물론 블루의 성벽 자체는 평범해서, 데이트도 결혼도 행위도 이성과 하고 싶어하지만.
그래도 역시 케이 또한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동경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이 지나치게 부풀어버린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케이 언니….’
처음 봤을 때부터 깨달았다.
물론, 정말 최초의 만남에서 케이는 괴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노리개가 되어서 시달리던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뒤로도 자신이 어쩌지 못했던 괴인을 아무렇지 않게 날려버렸고, 그 뒤로도 계속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눈 앞에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케이의 앞에서는 모두가 힘을 잃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케이는 언제다 희망을 놓지 않았고, 최종적으로는 그 희망을 늘 거머쥐었다.
강하고, 아름답다.
내면도, 외면도.
케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블루 사파이어의 안에서 케이는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친근하면서도 완벽한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만약 케이 본인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아니라고 부정해도 분명 블루 사파이어는 겸손으로 받아들일 뿐이겠지.
‘맞아… 나도 케이 언니처럼….’
가끔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기합과, 근성, 으로――!’
설령 마력이 딸려도, 이 팔다리는 아직 멀쩡하다.
벌써부터 실패를 생각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지금은 그저 승리를 확신하고, 다음은 무슨 일이 있을지 기대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그러니.
그러니…!
“【메마른 대지, 황폐한 자아――】”
부오오오오오오오오――!
주문 영창과 함께 마력을 끌어올리자, 차디찬 바람이 모여들었다.
일단 남아있는 마력을 모두 해방해, 지금 이 몸을 구속하고 있는 모든 구속구를 단번에 파괴하겠다.
그 외 나머지는, 그 뒤에 다시 생각하자――
“엇, 차차.”
그렇게 마음을 다 잡고, 좁쌀 하나만큼의 마력까지도 전부 긁어내기 위해 애쓰던 그 때.
별안간 머리를 뒤덮고 있던 헬멧이 쑤욱! 빠졌다.
갑작스레 늘어난 시계(視界)에 잠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거, 갑갑했지? 쉽게 벗겨져서 다행이다.”
“남은 관도 다 뽑아줄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느긋하게.”
팔꿈치까지 오는 붉은 색 장갑을 낀 손이, 블루 사파이어의 몸에 꽂혀있던 여러 관들을 어렵지 않게 뽑아냈다.
그리고 블루 사파이어는.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뻐끔뻐끔 열고 닫기를 계속했다.
그러다 금방, 그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케, 케, 케, 케…..”
“케이 언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바로 눈 앞에는 케이.
그녀가 동경하고, 무척이나 따르는 그 마법소녀가, 붙잡힌 블루 사파이어의 눈 앞에 언제나처럼 의기양양한 얼굴로 서있었다.
* * *
구속구는 이미 풀렸다. 블루 사파이어는 앞뒤 생각도 안 하고, 소리를 크게 지르며 눈 앞에 나타난 케이의 품에 달라붙었다.
케이가 자신보다 머리 반 개는 키가 큰 덕분에, 그 품에 안기니 확연한 안심감이 느껴졌다.
“저런, 저런. 고생이 많았나 보구나. …늦어서 미안, 블루.”
멎쩍은 듯 사과하는 케이.
블루 사파이어는 그런 건 상관 없다는 듯이 흘려들으며, 케이의 몸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폈다.
…틀림없다.
이 착 달라붙는 붉은 코스튬이라던가, 부츠라던가, 붉은 빛을 머금은 담갈색 머리카락이라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그 홍보석 같은 붉은 눈.
케이가 틀림 없었다.
…어째서 케이 언니가 여기에?!
블루의 의문에, 케이는 그 등을 토닥이며 답해주었다.
“미안, 블루. 솔직히 말하자면 구해주고 싶은데.”
“미안해. 나도 잡혀버렸어.”
블루 사파이어의 동경의 대상 케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에헤헤 웃으며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뎃… 그게 뭔소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