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570
EP.569
#2-58 아카데미 마법소녀와 최면성활(최면 카페) (1)
“――라는 일이 있었어서. 페리 같은 학생은 따로 케어하는 뭔가가 있다는 모양이라 그 쪽에 맡기기로 했어요. 이런 일은 자주 있다는 모양이고.”
“엄~청 고생했었지… 태연한 척은 했지만… 아직도 현실 감각이 없긴 해….”
【교육도시】의 어느 카페.
휴일 동안은 샥스 패거리에게 붙들려 이런저런 짓을 당했지만, 그래도 간신히 격퇴한 뒤.
학교 측에 대한 보고도 마치고, 특별히 휴가를 받아 하루를 푹 쉬고.
그리고나서야 간신히 시간이 생겨, 야야 님에게 보고할 수 있게 되었다.
“참나 진짜… 그런 일이 있었던 거냐.”
혹시 남들에게 이야기가 들릴지도 몰라, 빌리게 된 카페의 프라이베잇 룸(Private Room).
맞은편 소파에 앉은 교복 차림인 은발의 소녀는 파르페 용 스푼을 입에 문 채, 버릇 없이 스푼 자루를 까딱거렸다.
――【레지스탕스】의 프로 요원인 야야님.
짧은 은발에 여러모로 작고 가녀린 몸인 데다, 잠입 중인 학교에서 방과 후에 바로 보게 된 만큼 지금은 교복을 입고 있지만… 아무튼 이 작은몸으로도, 우리보다 연상인 사람.
프로인 만큼 아무리 마법소녀라곤 해도 아마추어인 우리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건 영 언짢은 듯 하고, 그 때문에 단애와도 살짝 트러블이 있었던 듯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어찌어찌 원만하게 수습이 된 모양이다.
야야 님도 우리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 별 다른 불만은 표하지 않은 것 같고.
신뢰를 하고 있다기 보다는, 일단 지켜보겠다, 라는 느낌인 것 같다.
“생각도 없이 멍청하게 긴장을 풀고 있으니 그런 멍청한 패거리들한테 걸린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거든. 상대가 생각도 못한 물건을 가져와서 당해버렸던 것뿐이야.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닌 거 아니거든.”
야야 님의 말투에, 단애가 언짢은 듯 삐죽거리며 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단애도, 오랜만에 의 배터리도 충분하겠다… 조금쯤 방심하고 말았단 것은 부정할 수 없긴 해.
애초에 지구에 있었을 때도, 항상 풀파워인 때도 괴인들의 이런저런 함정에 걸렸었으니, 조금 더 신중해야 되었는데.
반성반성.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하자.
“아마추어인 너희들에게 많은 것은 바라지 않아. 그 교사 임무도 그래. 그냥 적당히 하는 척만 하면 일이 그리 될 일도 없었잖아. 괜히 적극적으로 깊게 파고들어서는.”
“아니, 그치만 야야 님.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학생이 도와달라고 하는데 그걸 무시할 수도 없잖아…요!”
“……너, 전부터 생각했는데 말투 좀 통일해라. 반말을 할 거면 반말을 하든가, 아니면 말든가.”
“반말해도 돼…요?!”
“그러든가. 존댓말이란 건 네년 머리 수준에는 너무 급이 높은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지.”
너무해… 딱히 존댓말이 어려운 게 아닌데….
어쨌든 프로에다 연상이니까 어떻게든 경어를 써야겠다 싶은데, 이놈의 작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높임말이 입에 붙지를 않을 뿐이다.
“다 야야 님이 귀여운 게 잘못이에요! 야야님 나빠!”
“뭐 잘못 먹었냐, 미친놈이.”
야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험악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수저를 나한테 휙 집어던졌다.
때앵!
미간에 정통으로 얻어맞아 요란한 소리가 났다. 평범하게 아프네.
“아으… 좀 봐줘요, 야야 님. 지금 솔직히 근 반 년… 1년? 그 정도만에 보는 느낌이라고요.”
“늬들이야 어쨌든 난 이틀 만에 보는 건데.”
이마를 문지르면서 툴툴 불평한다.
샥스에게 붙잡혀 있던 동안, 우리는 라는 기술을 이용하는 특수한 기계장치에 의해 한동안 『가상세계』에 갇혀있었다.
천재 프로그래머인 페리의 개조까지 더해져 정말 실제와 같이 느껴지는 세계.
샥스는 그걸 우리를 고문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모자라, 뇌의 사고속도를 조절해 현실의 한시간을 가상세계에선 며칠… 수십일이 되도록 조정해버렸다.
덕분에 우리가 납치되었던 시간은 약 이틀 정도지만.
체감상으로는 근 1년 만에 풀려난 듯한 기분이다.
반쯤은 꿈을 꾼 듯한 기분이어서, 실제 1년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본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거기다 모든 게 프로그램으로 되는 세계라고… 인격도 휙휙 갈아끼워지는 바람에 아직도 어지러운걸요.”
“후유증이 남는 거냐.”
“한 일주일쯤은 이러지 않을까요?”
“…….흥.”
야야 님은 콧방귀를 끼면서 소파에 몸을 푹 묻었다.
앞에 놓인 파르페 잔은 이미 싸악 비워져있다. 수저를 던지기 전에 싹 비워둔 것이다. 아직 내용물이 남아있었다면 수저를 던지지도 않았을 것 같아.
참고로 말하자면, 야야 님의 앞에 놓인 빈 파르페 잔은 저걸로 세 잔 째다.
당분이 많이 필요한 몸이라 단것을 엄청나게 많이 먹는데, 살이 찌지 않는 건 신기하다. 그보다 당신, 언젠가 죽는다면 사인은 분명 당뇨일 거야.
“마법소녀의… 정신방벽? 인지 뭔지 덕분에 그 정도로 끝난 건 다행이지만, 정말 큰일이 될 뻔했어. 정말 위험했던 거라고.
“잠입이란 건 언제든 위험한 거라고. 이곳은 적진 한복판이나 다름 없으니.”
“그 샥스란 패거리가 외부인이었기에 망정이지, 너희들의 진짜 정체를 들켰어 봐. 도망갈 곳도 없이 그대로 끝장났겠지.”
“거기다 삐끗했으면 잠입이란 사실도, 나나 【레지스탕스】에 대한 것도 들켰을지 모르고.”
“――이제 좀 알겠냐? 늬들이 하고 있는 짓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야야 님은 우리들에게 묵직하게 경고했다.
틈만 나면 하는 소리다.
이 임무는 위험하니까, 적당히 도망쳐도 상관없다.
포기할 거면 포기해라. 너희 같은 건 없어도 상관없다.
처음에는 참 거만하고 엄격한 성격이구나 싶었지만, 왠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뜻이 이해가 되어서….
“야야 님, 츤데레….”
“………………..뭐?”
“너무 우리 걱정 안 해도 되거든요. 응. 아마추어인 우리가 걱정돼서 그런 거, 이제는 다 이해해요.”
“지금 당장 닥치지 않으면 그 꽃밭 머리에 포크 박아버린다.”
아무튼 츤데레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은, 처음 봤을 때처럼 무섭거나 막 반발심이 생기지도 않는다.
프로로서 아마추어인 우리들을 챙겨주는 거겠지. 이 작은 몸으로, 센 척 하면서.
왠지 그런 마음 씀씀이를 알아채고 나니, 무심코 웃음이 나와버린다.
“그 느물거리는 웃음, 당장 치워라 짜샤.”
“데헤헤헤….”
“거기 붙잡혀서, 진짜 대가리가 망가져서 왔나… 제정신이 아니야….”
“아, 야야 님. 가슴에 뭐 묻었어요.”
“응…? 어라….”
조금 전 파르페를 먹다가 흘린건지, 가슴 부근에 흰 크림이 묻어있었다. 흰 셔츠 위라서 못 알아 봤다.
페이퍼 냅킨을 손에 들고, 테이블 너머로 몸을 내밀어 야야님의 가슴팍을 툭툭 두드리듯 닦아주었다.
찌릿―
“으윽…?!”
그러자.
가슴팍에 그렇게 슬쩍 닿는 것만으로, 야야 님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흠칫 몸을 떨었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손을 떼었는데도, 야야 님은 어깨를 떨면서 흠칫거렸다.
뭔가, 정상적이지 못한 반응인데.
“…괜찮아요, 야야님?”
“우읏… 후우… 괜찮…아. 그냥 조금… 벌을 받은 게….”
그보다 이리 내, 라며 야야 님이 내 손에서 냅킨을 억지로 빼앗아, 스스로 옷 위를 닦기 시작했다.
피부에 닿지 않도록 셔츠를 가능한 잡아당긴 채 닦아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흠칫흠칫 몸을 떠는 것을 보면 정상적이지 않아 보였다.
뭐라고 해야하나.
잔뜩 민감해진 가슴에 자극이 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러고 보면 당신, 우리 없는 동안에 벌이나 받고 있었다며?”
“윽!”
턱을 괸 채 지켜보던 단애가 툭 내뱉은 한마디.
그 한마디에, 야야 님이 딱 걸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응? 야야 님이 벌이라니?”
“그게, 뭔가 그런 얘기를 좀 들었거든? 휴일에 학교에 몰래 숨어들었던 불량 학생이 검거당했다던가, 그래서 휴일 내내 징계를 받았다던가.”
“어, 설마….”
“참 멍청한 학생도 다 있지? …설마하니 그게 프로 현역 잠입 요원님이라고 한다면 더 할 말도 없겠지만. 그쵸? 어때요, 어떤 기분이야, 야야 프로 요원님?”
“………..”
능글능글 웃으면서 지목하는 단애의 말에, 야야 님은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단애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금방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뭐, 나도 너희들한테 할 말은 없구만.”
“프로가 되어서, 허접한 학교 선생… 거기다 조사대상인 그 교장 녀석한테 딱 붙잡혔으니까.”
야야 님은 언짢은 표정으로 테이블의 터치패널을 이용해 다음 파르페를 시켰다.
이미 세 잔이나 먹어놓고, 배가 차갑지는 않은 걸까.
“쯧… 실수했어. 설마 그렇게 붙잡힐 줄도 몰랐고, 생각 이상으로 경비 시스템도 빡셌고… 좀 더 조사를 해야 될 것 같네.”
“실수(웃음).”
“…….너 이 흑발년, 모가지 따 버린다.”
“에헤에~ 그러시던가. 내 모가지 따는데 실수나 안 하면 다행이겠네. 삐끗해서 자기 모가지 따는 거 아녀?”
우와, 단애는 야야 님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원래 재수 없는 애였지만, 얘가 이 정도로 도발하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
야야 님도 여기서 발끈하면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손에 들고 있는 포크를 이로 까득까득 물면서 버텼다.
“……그래도 임무에는 지장 없어… 평범한 학생의 해프닝으로 끝났고… 나도 전학 온 김에 밤의 학교가 신기해서 숨어들었다는, 그냥 평범한 호기심 많은 학생 정도로 연기했고….”
“지장 없어(웃음)”
“진짜 죽여버린다!!”
“야야 님, 야야 님, 안 돼요!”
“죽여버린다(웃음)”
“~~~~~~~~~~!!!”
“단애 너도 제발 그만 좀 해~~~~~!!”
험악한 둘 사이에서 위장이 꾸욱꾸욱 눌리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든 두 사람을 억누르려 하자니.
기이잉――
하는 가벼운 기계음과 함께, 우리가 있던 프라이베잇 룸의 문이 열렸다.
조금 전 야야님이 시킨 파르페가 온 모양이다. 빠르구나. 너무 좋다.
어서 빨리 당분을 보충해서 야야님을 진정시켜줘!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 “응…?” “……흠?”
뚜벅, 뚜벅, 뚜벅.
처억!
막상 문 너머에서 들어오는 인물‘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금 막 룸 안으로 들어온 것은, 파르페를 날라다 주는 종업원 로봇이 아니라.
묵직한 구두굽을 울리며 걸어들어와 문 근처에 직립으로 선, 제각각 다른 차림의 남자 셋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