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59
EP.59
#15 최면에 걸린 마법소녀들은 열심히 촬영한다고 합니다(4)
“딸꾹…♪ 헤헤, 오늘은 또 어떤 여자가 있으려나…♪ 코, 카, 콜, 라――”
거하게 취한 괴인이 한 명, 여배우들의 휴식 공간의 복도에 서서 즐겁게 방을 고르고 있었다.
각 방들은 어떤 문자가 새겨진 명패가 붙어있는 것과 붙어있지 않은 것, 두 부류로 나뉘는데, 문패가 붙어있는 곳의 여배우들은 막 촬영이 끝났거나 촬영이 예정 되어 있어 휴식이 필요한 쪽이다. 이쪽은 손대면 안 된다. 그러나 문패가 붙어있지 않은 방은 마음껏 덮쳐도 된다. 그게 이곳 의 룰이다.
이 괴인은 하루의 일과를 건전하게 마치고, 늦은 시간까지 스튜디오 안 쪽에 마련된 바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결과적으로 취해버렸다. 그리고 취한 김에 욕구에 따라 이곳의 여배우를 만나러 온 것이다.
“흐메흐메….”
알코올 기운이 올라와 알딸딸~한 기분. 다리가 몇 번이나 풀릴 것처럼 휘청였지만, 그래도 흐느적 흐느적 버티고 서서는,
“오, 여기!”
손가락으로 한 방문을 딱! 가리켰다.
오늘은 여기다. 여기라고 감이 가르쳐 주고 있었다.
“흐흐흣~ 들어갑니다~.”
괴인은 즐거워하며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금장치는 없다. 노크조차 없다. 재수 없을 때는 들어가고 보니 먼저 와 있던 손님이 있더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행히 이번은 아닌 모양이다.
“어라, 아무도 없나…?”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꽝이다.
……라고 생각했더니, 침대 위에서 담요를 덮은 채 꼬물꼬물 움직이는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보였다.
달칵, 은은한 색조의 간접 조명을 키고, 괴인은 입맛을 다시며 부풀어오른 담요를 향해 다가갔다.
“헷헤. 언냐~, 오늘밤은 우리 즐거운 하룻밤을 보내자고~.”
그렇게 말하며, 괴인이 주머니에서 즐기기 위한 도구를 꺼냈다.
하룻밤을 즐기는데, 아무 것도 쓰지 않는 건 따분하다. 그러므로 언제나 어떻게든 즐길 수 있게 도구를 지참하고 다녔다.
그가 꺼내든 것은――트럼프 카드 세트.
“짠☆! 언냐! 우리 카드놀이로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지 않을래?! 포커부터 시작해서 도둑잡기, 훌라, 뭐든 가능해! 아, 심심하면 옆 방의 여자애들도 부를까? 하지만 1대1이기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 같은 것도 있는 법이니까! 우리 함께 세상 일은 다 잊어버릴 만큼 즐겁게 놀아보자구~!”
괴인은 카드를 든 채 촐랑거리며 모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슬슬 얼굴을 보여줬으면 하는 맘이다.
이렇게나 꽁꽁 싸맬 정도니, 어쩌면 직시하면 눈이 멀 정도로 예쁜 아이인 건 아닐까? 그냥 바로 보여주면 “예쁘네~”하고 끝낼 외모라도 꽁꽁 싸매고 숨기고 있다가 클라이맥스에 확, 하고 보여준다면 “쩌는구먼!”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법이다. 이쁜 아가씨가 요염하게 웃어주는 앞에서 하는 카드게임이라니, 거기다 가끔 유혹하듯 슬쩍슬쩍 옷깃을 내린다거나 하면… 우와, 상상만으로 서버렸어.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 알딸딸한 취기까지 겹쳐, 지금 이 괴인의 기대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상황이었다.
“으, 흐흐흐, 아가씨, 어서 나오지 않으면 억지로 벗겨버린다…?”
담요를, 말이다.
“자! 어서 그 아름다운 얼굴을 내게 보여주도록~~~~~~!”
펄럭, 담요가 위로 떠오르고, 크게 펄럭였다.
그리고 동시에,
“……에?”
푹, 하고.
배의 중심을 정확히 찌르는 투명하고 날카로운 무언가에, 그리고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괴인은 할 말을 잃었다.
“무――크거억?!”
통증에 비명을 지르려 한 괴인이었지만, 그보다도 먼저 잽싸게 미끄러지듯 올라온 손이 괴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틀어막힌 괴인의 입부터 목구멍까지 얼어붙어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배를 찌른 나이프를 중심으로도, 몸이 얼어붙어갔다.
‘……얼, 음이라니, 설마…!’
위, 아래로 얼어붙으면서 간신히 생각이 이어졌다. 이건, 이것은…!
“죄송합니다, 괴인 아저씨. 카드 놀이는 재밌을 것 같지만요.”
모포 아래서 모습을 드러낸 건, 예의 푸른 머리의 마법소녀, 블루 사파이어였다.
청월석처럼 반짝이며 빛나는 눈이 쓸데 없이 인상적이네… 그치만 생각했던대로 예쁜 아가씨였어…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괴인의 몸은 완벽하게 얼어붙었다.
* * *
빠낑, 쨍그랑!
얼어붙은 괴인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이어서 얼음 째로, 안에 있던 괴인이 점차 먼지가 되어 사라져간다. 남은 건 녹아버린 얼음의 희미한 얼룩 뿐이다.
“……기습 성공, 이에요.”
“많이 능숙해졌다냥.”
침대 밑에서 쿠키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블루 사파이어는 안도하면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의 트랩에 걸려 행방불명이 되었던 블루 사파이어가 이곳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케이와 알파가 건네 준 물건 덕분이다.
――‘이거 받아둬, 블루.’
――‘여자애니까 조심해야지.’
라면서 건네받은 것은 투명하고 작은 구슬이었다. 받았을 때는 뭔지 몰랐지만, 이후에 슬라임 밭에 떨어져 고전하고 있을 때 별안간 쿠키의 앞으로 워프했다. 덕분에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쿠키의 도움을 받아 도망다니면서 이곳의 구조를 파악하거나 휴식하거나 했다. 때때로 괴인을 물리치기도 했다. 지금은 다수의 괴인을 물리친 직후라 마력이 부족했다.
“블루는 평범한 정도의 마법소녀니까냥. 마력 총량도 부족하고, 운용 레벨도 부족하고, 기술도 부족하고.”
“…그래서 고맙다고 생각해요, 쿠키 씨. 덕분에 많이 나아진 것 같으니까.”
“그렇다냥. 전부 이 몸 덕분이니 평생 충성을 맹세하라냥.”
“……아우~~~~~ 귀여워어~~~~~~!”
“냐냥?!”
블루의 몸에 꼬옥 안긴 쿠키가 답답하다는 듯 블루의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이 빈약한 가슴으로 안다니, 딱딱해서 싫다냥!”
“시, 실례예요! 나름 적당히 봉긋한 크기잖아요! …그게, 케이 언니나 알파 언니 보다는… 안 되겠지만… 유라 언니는 넘사벽이고….”
순식간에 침울해져버렸다. 신은 불공평하다고 느낀다.
어쨌든.
“도와줘서 고마워요, 쿠키 씨.”
“…원래 요정은 지나치게 간섭하면 안 되지만냥. 그러니까 비밀이다냥.”
쿠키가 도와준 거라곤 해도 슬라임 밭에서 워프로 구출해준 것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준 정도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곳저곳에 있는 감시카메라에 걸리지 않은 것도, 쿠키의 조언으로 포인트샵에서 산 도구 덕분이다.
거기에 말상대가 되어줘서 정신의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그보다 너야말로,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냥? 혼자서 상대하기엔 여긴 너무 크다냥. 너는 소재도 좋고 그 사이 더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약하다냥.”
“그럴 수는 없어요!”
블루 사파이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케이와 알파, 비록 붙잡혀버렸다곤 해도 믿음직한 두 사람은 자신에게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이 구슬을 주었다.
여자애는 조심해야한다면서, 말이다.
‘언니들도 여자면서!’
아마도 자신은 나이도 어리고 약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거겠지.
정의의 마법소녀가 되어 악의 괴인들과 싸운다.
그냥 듣기에는 바보 같고 유치해보이는 얘기지만, 그래도 블루는 진지하게 이 일에 임하고 있었다.
단순한 장난이나 한순간의 객기가 아닌데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억울하다. 혼자만 특별히 더 보호받고… 그런 것은 싫다. 혼자만 도망치는 건 입맛이 쓰다.
“언니들도 여자니까요! 저 혼자만 보호받고 싶지는 않아요! 전부, 전부 제가 다 구해낼 겁니다!”
‘…뭐, 그 녀석들은 그런 의미가 아니겠지만냥.’
그도 그럴게, 그 두 놈 다 남자니까.
지금은 여자라곤 해도.
아마 그런 의미로 ‘여자애는 조심해야해’ 같은 말을 한 거겠지만 블루 사파이어는 오해하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요정 씨는 이렇게 룰을 어기고 도와주는 걸 보면, 착한 요정 씨군요!”
“그렇다냥. 나는 착한 요정 씨라냥.”
쿠키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도와준 건, 조금 다른 이유 때문이라냥.”
“다른 이유?”
“이 던전은 네 생각보다 조금 많이 위험할 거라냥.”
케이나 알파를 저렇게 마구 굴린 거야 의도했던 바라지만, 어쨌든 이곳에 온 쿠키의 목적은 그것만이 아니다.
이곳 던전은, 블루 사파이어나 케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다. 괜히 한 때 버려졌던 게 아니다.
밸런스 브레이커인 것이다.
균형에 맞지 않는다.
“전부 기우로 끝난다면 좋겠지만냥. 어쨌든 만약의 만약을 위해서, 블루 네 도움이 필요하다냥. 그 멍청이들을 구하자냥.”
“네!!”
블루 사파이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 촬영 개시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슬레이트 보드가 내리쳐졌다.
“크카카카! 지구는 우리의 것이다!”
“남자들은 욕망대로 살아가라! 여자들은 쾌락에 몸을 맡겨라!”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지구는 의 손아귀에 들어온지 오래, 지구의 남자들은 대부분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괴인들이 되었고, 여자들은 괴인들의 씨받이 겸 끊임없이 마력을 공급하는 마력 자판기가 되었다.
의 기술력은 대단해서, 괴인이 된 남자들은 끝없는 성욕과 무시무시한 정력을 손에 넣었으며, 여자들은 영원히 지지 않는 젊음과 미를 손에 넣었으므로 누구 하나 불행한 일 없이, 모두가 행복에 겨워 살고 있는 세상이다.
말 그대로 해피엔딩. 경사 났네, 경사 났어.
그, 러, 나!
“그만두지 못해, 이 악한 괴인녀석들!”
이 모두가 행복한 나날 중에도 불만을 품고 일어난 사악한 레지스탕스 소녀가 있었으니!
“나, 나타났다…!”
“다!”
그녀의 이름은 마법소녀 알파.
는 지구를 정복했지만, 아직도 게릴라전을 반복하며 반격을 꾀하고 있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 이 행복한 세상에 찬물을 끼얹고, 과거의 슬픔과 노동과 절제와 금욕의 지옥 같은 지구로 돌려놓겠다며 들고 일어선, 오로지 여자들로 이루어진 반역자들!
그리고 알파는 그런 그들, 사악한 레지스탕스의 대표자이며, 의 괴인들을 무자비하게 쓰러뜨린 학살자이며, 음란한 것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결벽한 성격의 금욕의 화신이다!
같은 레지스탕스들 사이에서는, 금욕하며 결벽한 그녀에게 , 그리고 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크, 큰일입니다! 이번에도 그 마법소녀에게 A지부의 아지트가 날아갔습니다!”
“뭐, 뭐라고?! 거기는 지구 지배 거점의 최중요 요새잖아!”
“무, 무시무시한 수법에 당했습니다… 설마 한 달간 이어지던 에서 전원 대량사정을 하고 난 후의 현자타임을 노리고 습격할 줄은…!”
“혀, 현자타임을 노렸다고…?!”
쾅!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령관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우리, 괴인들은… 야짤 한 장으로도 일주일 내내 밤낮 없이 자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욕과 정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만큼 한 번 현자타임에 들어갔을 때의 탈력감이 장난 아니게 심해지지…”
“맞습니다! 30명의 여성을 동시에 상대했다는 의 칭호를 가진 역전의 용사조차도, 그 현자타임의 탈력감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못 쓴다고 들었습니다!”
“허나!”
사령관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섹스는 신성한 것, 무엇보다 현자타임은 결코, 그 누구도, 침범해선 안 될 영역이란 말이다!”
에게 있어, 현자타임에 들어간 사람은 설령 원수일지라도 존중해주는 게 상식이다.
풀마라톤을 뛴 직후의 선수를 존중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네 이놈, 사악한 마법소녀 같으니…! 남자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신성한 현자타임을 더럽히고, 그 틈을 타서 습격해오다니.
피도 눈물도 예의도 예절도 미학도 없는 마법소녀 같으니!
“저, 그, 그게, 사령관님… 말하기, 무척이나 어렵습니다만 아직 보고가 남았습니다.”
“후우… 뭔데, 말해보게.”
부하 괴인이 말하기 어렵다는 듯 뜸을 들이자, 사령관은 “어서 말하게!”라며 재촉했다.
“그것이… 아지트가 함락된 뒤, 그 사악한 마법소녀와 레지스탕스 놈들이 무력화 된 그곳의 간부들을 일렬로 매달아서 묶어놨다고 합니다.”
“본보기인 처형식인가… 극악무도하군.”
“문제는 그게 단순한 처형식이 아니었습니다!”
보고서를 손에 든 부하의 손이 떨렸다.
“저, 전원의 옷을 벗겨 성기를 드러내보이고는, 그, 그, 그 위에… 매직으로… 유성 매직으로! [존나 작아요, 젓가락이 더 굵겠다], [조루 자지], [어라… 여자인 줄 알았어, 미안], [돼지 자지], [치토스] 같은… 수많은 모욕적인 언동을… 크흐흐흑…!”
“FUCKING SHIT!!!!!”
콰광!
사령관이 힘차게 내리친 테이블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두쪽으로 갈라졌다. 빠드드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힘차게 이를 갈았다.
“네 이놈 마법소녀! 네 이놈 사악한 레지스탕스 녀석들!!!! 용서, 용서 못한다 이 놈드으으으으으으을!”
“지, 진정해주십시오 사령관님… 흐흑, 흑…!”
동포들이 겪었을 그 터무니없는 굴욕과 슬픔에, 결국 부하 괴인 또한 눈물 흘리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사령관의 눈도, 지금은 축축히 젖어있었다.
“그 여자만은, 그 여자만은 곱게 범하지 않겠다… 이 자리에서 맹세하마. 그 여자는 반드시 밑바닥까지 떨어뜨려주겠노라고!”
“미, 믿습니다 사령관님!”
하지만 어떻게?
안 그래도 신출귀몰한 레지스탕스다. 거기에 알파는, 괴인 몇으로는 상대조차 못하는 무시무시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마법소녀다.
그런 그녀를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역시 내가 직접 움직여야하는가….”
“걱정마십시오 사령관님! 이미 준비는 다 마쳐두었습니다!”
“오…? 준비라고?”
“예, 그렇습니다! 부디 저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내일이면 당장 그 여자를 사령관님 앞에 바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의 의지를 짊어진 듯한 그 패기 넘치는 목소리에, 사령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맡기겠다.”
사령관이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부하는 눈물 흘리며 사령관에게 경례한 후 떠나갔다.
여기까지가 인트로(Intro)였으며, 이 시점에서 시청하고 있던 있던 S는 손수건을 입에 물고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피터는 그 옆에서 “타도! 알파! 본 때를 보여주자!”라며 울분의 외침을 흘렸다.
* * *
탕! 탕!
키에에엑!
언제나처럼 손에 든 총을 쏘니, 눈앞에 있던 괴인이 쓰러졌다.
‘……나, 뭐하고 있었지?’
알파는 쓰러진 괴인을 앞에 두고, 멍한 눈으로 생각했다.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다.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어째서 자신은 여기에 있는 걸까. 괴인을 물리치는 거야 마법소녀의 일이니까 문제는 없다. 문제는 없는데… 뭐지…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역시 성녀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한 여성이 자신에게 음료수를 가져왔다. 이 여자의 눈에도 빛이 사라져 있었다. 조종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 조종? …최면…….’
뭔가 마음 속에 걸렸지만, 이상하게 거기서 생각이 더 나아가지 않았다. 알파는 그 대신, 뇌에 전해져 오는 신호대로 가볍게 웃으며 그 음료수를 받았다.
이 모습 하나하나를 옆에 있는 카메라들이 찍고 있었지만, 거기에 대해 뭔가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 나… 레지스탕스… 라는 거였던 것 같아. 마법소녀면서… 그렇네. 괴인을 물리치는 거였지. 응.’
뭐, 이상할 게 뭐가 있을까.
어쨌든 자신은 레지스탕스로서 충실히 괴인을 소탕해가면 되는 것이다.
괴인들은 음란하고 사악하다. 아니, 남자란 것들은 전부다 짐승이고 음란하다. 여자를 뭘로 아는 거야.
그래서 그런 괴인들, 그런 남자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들고 일어난 것이 자신들, 레지스탕스다. 그리고 마법소녀인 자신은 그런 그녀들의 대표자로서 그들을 이끌고 있다.
분명, 그랬던 것 같다.
“뭐, 괴인들따위 별 거 아니지만.”
시시하다, 시시해.
그래봐야 총 몇 번 쏘면 다 죽는 약골들 뿐인걸.
“역시! , 인 알파님이라니까요! 평생 따르겠어요!”
“그래그래, 나만 믿으면 돼.”
알파는 손에 든 잔을 기울였다. 꼴깍, 꼴깍, 달콤하고 시원한 주스가 혀를 지나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게 기분 좋았다.
“그런데 알파님.”
“응?”
눈 앞의 귀여운 인상의 여성은 별안간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좋은 꿈 꾸세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의아해 하며 물어볼 틈도 없이, 별안간 다리에서 힘이 툭, 빠져나갔다.
“……………으햐…?”
쨍그랑! 손에서 놓친 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렸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헤헤… 진정한 행복을 알아버렸거든요… 그러니 알파님도 저랑 같은 행복을 알아주세요… 함께 행복해지는 거예요… 헤헤헤헤♥”
쓰러지기 직전인 자신의 몸을 지탱해주는 팔 안에서, 급속도로 몰려오는 수마(睡魔)에 알파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이내 새근새근하는 편안한 숨소리와 함께 그대로 잠에 들었다.
S와 피터가 이 장면에서 환호하며 두 주먹을 부르쥐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