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626
EP.625
#2-69 우위에 서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무방비할 때(2)
미리 짜둔 계획 자체는 굉장히 심플했다.
우선, 단애 본인의 세뇌최면 트리거를 확인하는 것.
단애 본인은 지금 『백신』을 이용해 세뇌최면에 면역을 가지고 있지만, 케이와 야야는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다.
비록 평소에 교감과 접촉하는 것은 단애 한사람 뿐이지만, 그래도 그가 사용하는 『세뇌 스위치』를 파악해둔다면 어찌 되었든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내 경험상… 이런 건 주변인들 쪽이 입이 더 가벼운 법이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떤 일의 중심에 있은 인물 쪽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생각할 수 있다.
그 말은 맞지만, 그렇기에 그런 인간들은 입이 무겁고, 정말 중요한 정보는 끝까지 어렵지 않게 숨겨낸다.
하지만 주변인물이라면.
단순히 혜택만을 공유할 뿐인 돼지들은, 뭐가 중요한지 뭐가 중요하지 않은지 알지 못해 손쉽게 모든 것을 나불나불 불어버린다.
무엇을 말해도 좋은지.
무엇을 말하면 안 되는지.
그런 걸 판단할 머리도, 이해도 부족한 편이 대부분이다.
분명,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그저 성욕에 지배된 돼지 교감은 아주 손쉽게 이 손에 농락당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세뇌 기술에 대한 지식도, 혹은 이 【교육도시】에 관한 것도 최대한 캐물어야겠어. 일개 학교 규모로 벌일만한 짓은 아닌 것 같으니.’
‘그렇네. 원래 알아보려던 그 『노예 경매』 쪽도 가능한 뽑아내자. 이런 짓을 하는 놈들이니, 무관하진 않겠지.’
뽑아낼 수 있는 정보는 있는 대로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고, 교감이 희희낙락 단애를 이끌고 독방으로 데려갈 즈음에는.
‘단 둘… 그 때야말로 절호의 찬스지.’
‘돼지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뻔뻔스럽게 나를 따먹으려 든다면… 반대로 내 쪽이 그 두툼한 멱을 따주겠어.’
괜찮아.
사고사로 처리해버릴 방법은 이미 궁리해두었다. 단애에게는 혐의가 가지 않도록 위장할 위장공작도 마쳐두었다.
그러니 그가 오늘밤에 죽더라도 곤란할 일은 없다.
여태껏 해온 일의 응보를 받아, 이 밤에 더러운 돼지처럼 꾸엑거리며 뒈져버려라.
* * *
호텔 최상층의 레스토랑은, 겉보기에 예상한 것처럼 굉장히 호화스러우며, 또한 고급스러웠다.
여러 가지 겪어왔던 단애에게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웬만한 인테리어 정도는 그냥저냥 눈에 차지 않고 넘어갔을 텐데.
높아진 단애의 눈으로 보기에도 적당한 식기 하나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값비싼 물건들로 가득하다는 게 눈에 보였다.
당연하지만 위험한 물건을 반입하지 않도록 신체검사도 하려 들었지만, 교감의 초대장과 교묘한 화술을 이용해 능숙하게 흘려넘겼다.
단검 정도는 마법으로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사고를 위장하기 위해서는 이 준비된 특수한 나이프를 쓸 수 밖에 없으니.
‘아무리 이 별 최고봉이라 불릴 만한 학교의 교감이라곤 해도….’
‘교감 정도로, 이런 곳을…?’
학교의 자금 사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역시 그런 생각이 들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매번 만남 때도 돈 걱정을 하지 않고 물 쓰듯이 하는 인간이었지만.
그게 그냥 단순히 여자 앞에서 허세를 보이는 낭비벽의 인간쓰레기인지, 아니면 뒷배가 있어 돈의 가치를 실감하지 못하고 펑펑 써버리고 마는 얼간이인지.
“오~오! 드디어 도착했군!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네!”
늙수레하면서도 퉁퉁한, 돼지와 너구리를 합친 듯한 외모의 괴인이 지금 막 도착한 단애를 발견하고 헤벌레하게 웃었다.
단애는 그에 호응하듯,
“안녕하세요, 오늘도 멋진 넥타이시네요. 오늘 밤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멋쟁이 교감 선생님.”
무척이나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귀족 영애 같은 톤의 목소리와 꽃과도 같으 미소를 지은 채 그의 앞에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자태에, 교감은 단숨에 시선을 빼앗겼다.
단순한 인사라고 하더라도 세세한 몸짓, 목소리와 말투 등만 조절하면, 충분히 사람의 시선을 원하는 대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단애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노출도 높은 드레스로 인해 교감은 추접스런 시선을 숨기지 않고 단애의 전신을 훑어보고 있다.
오늘의 복장은 가슴이 깊게 파이고, 등이 거의 전부 드러나다시피한 드레스.
이것도 이 교감이 선물해 준 드레스로, 드레스를 선물해 줄테니 신체 사이즈를 세세하게 기록해서 전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었다.
세뇌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속내가 보이는 징글징글한 요구에 속에서 칼을 갈았지만.
아무튼 자기가 선물한 드레스를, 흠모하는 여성이 입어주는 것만으로 교감은 감격스럽기 그지 없는 모양이었다.
‘좀 징그러운데. 역하고.’
‘공공장소인데, 시선 좀 숨기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욕망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요구에 단애 본인은 벌레를 기워 만든 옷을 입은 기분이지만.
그 정도야, 티를 내지 않고 견뎌낼 수 있었다.
“단애 선생, 내가 선물한 드레스를 입어주었군?”
“네. 무척이나 마음에 든답니다.”
“그래… 그렇다고 하니 나도 무척이나 기쁘구먼. 허허… 역시, 아무리 봐도 아름다운 걸, 단애 선생은.”
“영광입니다.”
“그렇지… 그러고 보면, 속옷도 함께 선물해줬을 텐데… 혹시 그것도….”
“어떨까요? 지금 바로 확인해보시겠어요?”
단애는 장난스런 미소와 함께, 드레스의 자락을 슬쩍 펄럭여 보였다.
옆에는 깊은 슬릿이 들어가 있어서, 조금만 더 움직이면 그 아래의 속옷이 분명 적나라하게 보이고 말리라.
그럼에도 마치 애를 태우는 듯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는 각도를 유지하면서, 단애는 짓궂은 미소와 함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물론, 속으로는 눈 앞의 돼지를 한껏 욕하면서.
――계획은 사전에 생각해 두었던 대로다.
‘주요 인물들마다, 특별한 『세뇌 스위치』를 사용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그리고 눈앞의 교감은, 주로 어떤 노래라던가… 음원을 스위치로 사용하고.’
이건 교감 본인이 단애에게 설명했던 것이다.
비록 당시의 단애는 듣고서도 께 자신을 세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까지는 사고가 연결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단애는 다르다.
그러니 이 교감이 사용하는 게 어떤 음원인지, 어떤 식의 소리를 스위치로 사용하는지 알아내야――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근처에 가까이 다가 온 웨이터 남성이, 단애와 교감 앞에 각각 메뉴판을 내려놓고.
이어서 테이블 한 중간에 묘한 생김새의 종을 내려놓았다.
이게 뭘까? 오브제?
‘아니, 이건… 맞아… 그러고 보면 매번….’
『때――앵』
웨이터는 내려놓은 종을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망치로 가볍게 때렸다.
청아하고 맑으며, 어딘지 그리움이 느껴지는… 그러한 소리가, 단애의 귓가에 파고 들었다.
『때――앵』
『때――앵』
『때――앵』
한 번, 두 번, 세 번.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묘하게 마음에 울리는 소리.
그 소리를 앞에 두고, 멍하니 종을 지켜보는 단애의 눈에서 서서히, 아주 서서히 빛이 꺼져들었다.
* * *
……………………………
……………………
…………
* * *
‘………어라?’
잠깐, 멍해졌던 것 같다.
뭐랄까 현실에서 잠시 동떨어져 있던 듯한, 묘한 느낌.
“단애 선생? 어떤가? 이 호텔에서는 ■■■■ 메뉴를 추천하는데.”
아주 잠시 생겨난 의식의 공백.
그 공백에서 단애를 끄집어낸 것은, 맞은편에 앉은 교감 선생의 목소리였다.
“……?”
뭐였지, 방금은?
잠깐 머리가 어지러웠던 듯한….
“단애 선생?”
“아, 네, 아… 죄송해요, 조금 피곤했던 모양이라.”
“저런. 그거 좋지 못한데. 하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왔으니….”
“괜찮아요. 튼튼하거든요. 교감 선생님을 앞에 두고, 실례했네요.”
“그렇구먼. 혹시 정말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주게. 방도 다 잡아놨으니 말이야. 언제든 사용하면 돼.”
“아… 방인가요? 그거 기대되네요. 이렇게 비싼 호텔은 처음이라….”
역시, 여기까지도 예상대로다. 이런 호텔까지 데려와 놓고, 아무짓도 안할 녀석이 아니니까.
비싼 호텔 방에 단 둘.
그렇다면 계획을 실행하기도 편해진다.
계획을.
……………….계획…?
‘무슨 계획…이었더라…?’
뭔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세뇌에 농락당하는 케이와, 야야를 구하러….’
맞아, 그러기 위한 『세뇌 스위치』를 알아야해서.
그래서… 이 교감이 사용하는 스위치를… 알아내야 해….
‘그리고 정보…를… 끌어내야 해서….’
가능한 많은 것을.
이 【교육도시】에 관한 것을.
그들이 사용하는 세뇌최면 기술에 관한 모든 것을.
노예 경매에 관한 것을.
‘그러다가… 독방에… 지금 말한 호텔 방에… 함께 가게 되면….’
그래, 맞아.
단 둘만이 있는 공간이니까. 분명 절호의 기회니까.
――교감 선생님과 행복하게 러브러브 섹스를 하는 거야.
――성노예이자 훌륭한 암컷 육변기로서, 내 본분을 다하면 돼.
‘나는 훌륭한 수컷 분들의 성처리용 도구….’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컷님들의 소유물이고….’
‘정액과 그분들의 체액을 받아내는 것이 삶의 의미인… 살아있는 육변기니까.’
응… 이상할 것은 없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단애는 수 차례 더 자기 자신의 머릿속 고찰을 확인하고, 이상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백신』으로 인해 깨끗해진 머리로, 분명하게 자신의 상식이 멀쩡한 ‘정상’ 상태임을 확인한다.
‘좋아… 나는 정상이야. 내 상식에 아무런 이상도 없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도대체 어떤게 『세뇌 스위치』로 쓰이는지 알아차려야 하니까.’
‘스위치가 들어간 순간, 세뇌당한 척도 잘해야 해. 긴장하자. 긴장을 늦추지 마.’
지금 막 나온 포도주를 웃는 얼굴로 입에 머금으면서, 단애는 쉴새 없이 머리를 굴리며 다음 수를, 또 다음 수를 예측하며 획책했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후, 밀실인 호텔방에 교감과 단 둘이 함께 있을 생각을 하니.
그녀의 본분인 성노예로써 그에게 이 몸을 바쳐 봉사할 것을 생각하니.
어쩐지 흥분으로, 단애의 암컷 노예 보지가 스멀스멀 젖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이 드레스 아래, 단애가 입고 있는 아랫속옷 안쪽에는 어쩌지 못할 암컷 냄새가 점점 진하게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