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668
EP.667
#2-75 마법소녀 무력화 시뮬레이션 (케이 – 측정 단계) (4)
쿠우우우우우우웅…!
케이가 괴물의 몸통에서 멀찍이 뛰어올라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스핑크스 시리즈의 거대한 괴수 또한 바닥에 묵직하게 쓰러졌다.
머리는 깨지기라도 한 듯이 피를 흘리고 있고,
시커멓고 단단한 거죽은 처참하게 찢어지고 갈라졌다.
――단 한 방.
단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거체가 애처로워 보일 지경이다.
『그….』
『그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나 이 정도로 끝을 낼 수는 없다.
괴물에게도 괴물의 자존심이 있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리는 사지를 세우고 포효를 내지르며 다시금 일어난다.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었고,
데미지가 깊음을 이야기해주듯 입에서는 증기 같은 입김이 요란하게 피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그런 괴물을 뒤로 한 채,
케이는 터덜터덜 괴물에게서 멀어지며 자신의 주먹을 쥐락펴락하면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괴물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을 재확인 하듯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몸 상태를 확인한다.
전투도 오랜만이고,
풀 파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흐응….’
다만 그런 힘을 가지고 휘두를 수 있게 되더라도,
솔직히 말하자면 큰 감흥은 없었다.
단련으로 얻은 힘도 아니고,
근육이 우락부락하게 부풀어오른 것도 아니며,
친숙한 마력이라고 하는 것을 느끼기는 하더라도 이게 자신의 힘이라고는 잘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매번 생각하지만,
도대체 무슨 원리로 이런 초상(超常)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인지.
매번 생각하지만, 참으로 신기하다.
――『마법의 힘은, 마음의 힘.』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마력이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마음이다냥.』
쿠키는 그렇게 말을 했었지만,
그런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녹여낸 듯한 말 몇 마디로 납득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풀파워로 써서 그런가.’
‘되게 생소한 기분이 드네.’
『―――――――――――!!!』
쿠궁! 쿠궁!
그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잇차….”
괴물이 또 다시 덮쳐드는 것을 보면서, 케이는 도움닫기를 하듯 통통 튀어 올라 괴물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두 세 번의 도약으로 괴물과는 멀찍이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만약 자신에게 마력이란 것이 없었다면,
분명 그 앞에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못 하며 이윽고 찾아올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의 자신의 상태를 보고 눈 앞의 괴물을 보자면,
반대로 측은한 마음이 들어버린다.
불쌍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이 괴물이 조금만 더 영리하고 똑똑했더라면,
그래서 알아서 알아보고 굽실거리면서 엎드려 조아렸다면,
그렇다면 손대지 않고 넘어가 줄 수 있었는데.
…동정심밖에 남지 않는 싸움은, 피차 괴로울 뿐인데.
“……조금만 더, 진심으로 때려볼까.”
불쌍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까.
괴물이 숨을 토할 때마다, 그 입에서는 화르륵, 하고 시뻘건 불꽃이 토해져 나오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열기를 품은 입으로, 그대로 케이를 집어삼키려고 그 입을 쩍 벌린 채 다가오는 괴물.
그러나 그 위압감에도, 벌어진 지옥의 입구 같은 무시무시한 입을 앞에 두고도 케이는 동요하지 않고,
재차 주먹을 쥐고, 조금 전보다 『조금 더 많은』 마력을 담았다.
그 주먹에, 붉은 입자와도 같은 것이 모여든다.
――불쌍해서 힘을 좀 빼고 쳤던 건데.
――힘을 너무 뺐나 보네.
『―――――――――――!!!』
괴물의 입이 다가온다.
다가오는 괴물의 흉측한 모습과 흉흉한 기세를 마주보면서,
케이는 마력을 담은 주먹을 꼬나쥔 채,
괴물의 턱을 노리고,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실험장 안을 질주했다.
타닷, 탓――
쐐애애애애액――
부정한 방법으로 태어난 괴물인 만큼, 지금까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던 겁이 없는 괴수에게,
머리에서 전해져 오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고통에 분노해 미쳐 날뛰는 괴물에게,
케이는 주먹이 닿을 만한 거리에 이르도록 한계까지 육박해왔다.
마력이 담긴 케이의 주먹이 붉은 빛을 발한다.
그 빛을 보고도, 거기에 담긴 흉흉한 마력을 보고서도 괴물은 멈추지 않았다.
괴물에게 있어서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는 거리를 남긴 채, 케이는 재차 발에 힘을 주어 도약하고.
다음 순간,
괴물의 턱 아래에 도달한 케이는,
“【매지컬――】”
“【퍼어어어어어언치】!!”
그대로 위로 쳐올리듯 주먹을 휘둘러, 괴물의 턱을 단숨에 꿰뚫었다.
* * *
케이가 휘두른 것은 단순한 주먹.
그저 무시무시한 마력을 둘렀을 뿐인 단순한 올려치기에 불과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빛을 발하는 오른손에서는 마치 거대한 불벼락이라도 뿌어져 나오는 듯,
붉은 빛의 격류가 휘둘러진 오른손을 따라 터져나왔다.
밀려들던 괴물의 거체, 불길을 토하던 거대한 괴물의 머리는,
위를 향해 비스듬히 솟구치듯하던 빛의 격류에 휩쓸리고,
그대로――터져버렸다.
『―――――』
처음에 이르렀던 것은 공기가 팽창하며 터져나왔던 무시무시한 굉음.
거기에 이어서 뼈가 부서지고 살이 터지고 거죽이 찢겨져나가고,
괴물의 머리였던 부분이, 목이었던 부분이, 어깨가 있을 부분이,
그 거대한 안면이 살점과 일부의 파편만을 남기고 송두리째 날아가버렸다.
비명을 지를 틈도 용납하지 않았다.
비스듬하게 위를 향해 내질러진 주먹, 그 주먹에서 날아든 빛의 격류는 잠시 간격을 두고 맞은편 천장에 도달,
그대로 작렬해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실험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쿠구궁, 하는 진동이 케이가 서있던 위치에까지 도달했다.
촤자아아아아아아앗….
쏴아아아아아아아아….
석류처럼 터졌던 머리에서 분사된 붉은 피의 빗줄기가,
뒤늦게 실험장 안에 쏟아지듯 떨어져 내렸다.
우산도 가릴 것도 없는 케이로서는 쏟아지는 혈우(血雨)를 온 몸으로 그대로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거체에 어울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피에,
케이는 결국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으아, 이건 좀 끔찍한데… 으악… 피 냄새….”
괴물의 피로 피칠갑을 한 채로 중얼거리고 있자니,
이제는 어깨 위가 사라져 버린 처참한 몰골의 사족보행의 괴물,
스핑크스 시리즈라고도 불리던 키메라는 그제서야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라도 한 것처럼,
드디어 케이의 앞에 묵직하게 쓰러져 버렸다.
쿠우우우우우웅! 하고,
육중한 몸이 쓰러지는 충격에 재차 바닥이 울렸다.
괴물은 이번에야 말로, 더는 일어서지 못하는 몸이 된 것이다.
바닥에는 몸통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로 끔찍한 피웅덩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 *
“말도 안 돼….”
고등부의 교장도, 그 옆에 서 있던 키메라 연구팀의 연구원도,
아래에 펼쳐진 광경에, 그리고 조금 전 빛의 격류가 직격한 천장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잃었다.
어떤 종류의 폭탄을 사용해도 흠집조차 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특수한 합금으로 만들어진 실험장의 천장에는,
믿기지 않게도 일부가 쩌적쩌적 금이 가 그 천장 너머의 풍경이 살그머니 보이고 있었다.
이 【교육도시】에서 운용 중인 물질들 중 최고 경도를 자랑하는 합금. 그 합금으로 이루어진 벽이건만.
그런데 그런 것으로도 막아낼 수 없는 일격이라니.
‘…저 마법소녀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쉘터도, 어떤 방패도, 그 어떤 것도… 막을 수가 없다는 건가.’
새삼스레 저 아래에 보이는 마법소녀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깨닫고 말았다.
저런 괴물 같은 여자를 무시하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건지.
“내, 내 키메라… 내… 자신작이… 어… 어허… 으허어어어어…?”
옆에 있던 연구원의 경우는 앞의 특수 유리벽에 달라붙은 채 스스륵 미끄러져 쓰러져버렸다.
저만한 키메라 괴물을 만드는 데 얼마만큼의 예산과 시간을 썼을지.
물론 이 연구원도 『자신들의 키메라가 마법소녀를 상대로 얼마만큼 유효한지』 확인하기 위해 이 실험에 동참한 것이니 동정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유익한 실험이었다.
마법소녀의 힘이 얼마만큼 터무니없는지,
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모든 마법소녀가 이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마법소녀라는 존재가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무시무시한 위험물이라는 것은,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케이의 『측정 단계』는 여기서 끝이 났다.
아직 No.1 키메라인 히드라 시리즈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굳이 그걸 내보내 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것보다 강하면, 힘조절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실험장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그 거대한 스핑크스 시리즈가 흩뿌린 피로 흠뻑 젖은 몰골로,
케이는 대화를 시도한 교장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정말이지 오금이 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친 거 아니냐고.
치트키라도 쓰는 거냐고.
그 괴수를 그 꼴로 만들어 놓고서도 전력을 다한 게 아니라니.
결국 그녀의 힘을 올바르게 측정할 만한 설비도 능력도 안 된다고 판단하고,
케이의 전력(全力)을 보는 것은 이것으로 포기하게 되었다.
“지금 통로를 열어줄 테니, 올라와서 씻도록 하게, 케이 선생.”
“…잠깐 휴식하고 나면, 다음은 본격적인 개조 실험을 진행하도록 하지.”
스피커를 통해 전해져 오는 떨림을 미처 다 숨기지 못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네에, 하고 케이는 태평하게 대답하고,
자신을 위해 열린 통로를 이용해 실험장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