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671
EP.670
#2-76 마법소녀 무력화 시뮬레이션 (강제 가상체험, 세뇌 조작) (3)
――그렇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치이이이익…
푸쉬이이익―
고등부 지하의 실험실, 그 세뇌룸.
안쪽에 비치된 세뇌 기계장치 사이에 앉혀져 있던 케이의 몸에서,
부착되었던 기기들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다 되자,
『가상현실』에 빠져 있었던 케이의 정신도 다시 본래의 위치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아… 아아….
하아… 하아… 하아…
뷰르릇… 뷰륵….
움찔, 움찔, 움찔…!
지금까지도 의식이 없이 실금을 하는 등의 일은 있었지만,
정신이 되돌아온 것으로 가상현실에서 받았던 모든 쾌감과 자극이 한꺼번에 몰려오기라도 하는 건지,
케이는 벗겨진 헤드기어 아래서 멍한 눈을 한 채 몸을 세차게 경련했다.
보지에서는 보지즙이 오줌이라도 싼 듯이 왈칵왈칵 잔뜩 토해져 나온다.
알몸인 케이의 몸에는, 여기저기 말라붙은 정액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기기를 조작하고 연구를 보조하던 연구원들,
그리고 줄곧 지켜보던 교장 또한,
농밀한 암컷 페로몬을 발산하며 음란한 몸뚱이를 떨어대는 케이의 모습에,
그만 욕정을 참지 못하고 중간중간 그 무방비한 몸에 대고 사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을 여유도,
불평할 정신도 지금의 케이에겐 없어보인다.
“아아… 하아… 우….”
체감상으로 그토록이나 오랜 시간이나 저쪽 세계에 갇혀있었으니,
바로 정신을 차리기는 어려워 보였다.
잠깐의 휴식을 주는 겸,
교장은 곁에 있던 연구원들에게 지시해 케이의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알몸의 케이는 우락부락한 연구원의 품에 힘없이 안긴 채, 안쪽의 룸으로 옮겨져갔다.
――오늘 밤 진행 예정인 실험은, 아직도 남아있다.
* * *
……………
………………………
……………………………………………
* * *
『……자, 일어나게, 일어나, 케이 선생.』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어깨를 우악스럽게 흔드는 것이 느껴져온다.
‘…좀… 더….’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싶지는 않다.
아니, 이미 의식은 반쯤 각성해 있고,
반 정도 열린 눈 너머로 풍경이 휙휙 바뀌는 것도 보이고는 있지만,
아무튼 이 이상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다.
조금만 더 쉬고 싶다….
파지지지지직!
“크흑…?!”
그러나 그런 바람은 들어줄 수 없다는 듯이,
뇌리에서 파지직, 하고 통하는 전격과도 같은 충격에 의식이 단숨에 각성했다.
조금 전까지 죽은 사람처럼 풀려있던 동공에 힘이 돌아오고,
질질 침을 흘리고 있던 입가도 덜덜 떨리며 미미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어났나, 케이 선생? 고생했네.”
교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해하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더라도,
이 뇌는 멋대로 그 문장을 받아들이고 멋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저기 정면에 거만하게 서 있는 돼지가,
자신의 상사인 교장이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기 시작한다.
‘……여기…는…?’
나는 삐걱거리는 목제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두 손은 뒤로한 채, 의자 등받이를 휘감듯 수갑 같은 것으로 구속되어 있다.
다리 또한 마찬가지로, 각각의 의자 다리에 구속되어 있어 몸을 움직이려 할 때마다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억지로 각성했다고는 해도,
아직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판단 능력도 흐려져 있다.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면서,
지금 내가 무슨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인지 파악하려 애썼다.
……아니, 도저히 모르겠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뭘 당하고 있는 거야?
“이곳도 실험장이네, 케이 선생.”
의아해하는 내 의문에 답하듯,
교장이 툭 던지듯 말해주었다.
설명을 듣자 하니,
에 앞선 기계를 이용한 세뇌개조의 일부가 끝났다는 모양이다.
그렇게 끝이 나고 정신을 잃은 내 몸을 연구원들이 데려가 씻은 후,
그 성과를 보기 위해 성과 확인용 실험장으로 데려온 것이다.
확실히 지금 내 몸은 보송보송 말끔해져 있었고,
더 이상 알몸도 아니라,
깨끗하게 세척된 마법소녀 코스튬을 입고 있었다.
‘세뇌개조…? 뭐…?’
“케이 선생, 혹시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나?”
교장이 재차 물어왔다.
…그렇게 물어도, 대답할 말이 궁한데.
‘……기억이 안 나….’
마치 아주 긴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꿈이 으레 그렇듯, 솔직히 말하자면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었다.
다만 뭐라고 해야 할지.
단편적인 기억들이, 억지로 심겨진 이미지며 영상들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긴 하지만,
그게 무슨 이미지이며 무슨 상황이었는지는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붕 떠있는 기분.
내가 뭘 당한 것인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것 하나도 확신할 수가 없다….
“괜찮네, 기억하지 못해도.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만 말해주게.”
교장 선생님의 너그러운 말에, 나는 끙끙거리며 기억을 끄집어내려 애썼다.
꿈처럼 느껴지는 애매한 기억을 넘어서,
조금 전 교장 선생님이 했었던 발언,
그리고 차츰차츰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이리저리 엮어 해마에서 끄집어내었다.
아… 맞아.
조금씩, 기억이 난다.
“……저… 분명… …에….”
실험을 위해서 교장 선생님의 인도에 따라 이곳에 내려왔었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마법소녀라는 사실도,
단애라던가, 야야 씨에 대한 것도.
그리고 하나하나 진정한 의미로 각성하듯이 기억을 떠올려 간다.
나라는 정체성을, 케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기억하고 떠올린다.
……다만, 기억이 나는 것은 거기까지.
실험장에서 무서운 느낌의 괴수들을 무찔렀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뒤에 고등부의 세뇌룸이라고 불리는 연구실에 끌려오고….
그리고 제대로 기억이 남는 부분은 거기까지 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 언급했듯,
남은 기억은 그저 꿈처럼 드문드문 흐느적거리며 남아있다….
“거기까지 기억하고 있으면 충분하네.”
“그러면, 남은 실험을 시작하지.”
교장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 화면을 조작했다.
그러자 잠시 후 찰캉, 찰캉,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구속하고 있던 구속구들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했다.
이 몸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사지는 자유로워졌다.
“이에부터 세뇌개조의 성과를 확인해 보지.”
“그러니 지금부터는 나를 적이라고 생각해주게.”
그렇게 자유로워진 내 앞에, 몇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교장은 자기 자신을 두 손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제안했다.
* * *
케이는 후들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이라니.
눈 앞에 있는 돼지 같은 체형의 남자는, 아무리 저런 용모라곤 해도 어쨌든 상사다.
적이라고 볼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어라….’
그러나 막상, 교장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 깊은 곳에서 전의가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상대는 쓰러뜨려야 할 적이다, 【메크라크】의 괴인이다.
교장 선생님이 설득하듯 그렇게 말을 더할 때마다,
케이의 안에서도 당장 싸워야 된다는 전의가 솟구쳐 올라왔다.
하지만 그저 그 뿐.
상대는 적이고, 쓰러뜨려야 할 괴인이라는 것은 알았고,
싸울 의지도 있었지만….
‘……어떻게… 싸워야 하지…?’
정작 싸우려고 하니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마음 속에 전의는 솟을지언정 몸을 채우는 것은 깊은 무력감이었다.
뭘 해도 소용이 없을 것만 같은,
무슨 짓을 써서도, 저 남자는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은.
마치 나뭇가지 하나를 장비랍시고 챙겨 들고,
무시무시한 마왕성 앞에 선 듯한,
그런 무력감이 치밀어오르고 만다.
상대방을 무찌르고 쓰러뜨리는 이미지가,
도저히 이 머릿속에 그려지질 않았다.
“이봐, 케이 선생.”
“마법소녀란 건, 적을 앞에 두고도 가만히 서있는 허수아비 같은 건가?”
그럴 리 없다.
마법소녀라는 건,
무적의 힘으로 악한 변태들을 무찌르는 이들이니까.
악한 괴인을 무찔러야 한다… 힘을 내서…
하지만 어떻게… 힘을 내더라…?
‘펀치… 주먹으로….’
주먹이란 건 어떻게 쥐더라…?
펀치라는 건 어떻게 날리는 거였지…?
발차기… 그래, 발차기로….
어라… 발을… 어떻게 해야…
으…?
――싸움이란 건…
――싸움이란 건, 어떻게 해야 하더라…?
‘마력… 그래… 마력을….’
조금씩, 조금씩 떠올려보려 애쓴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마력이라고 하는 감각은 어째 굉장히 생소한 기분이 들었지만,
집중을 해보니 차츰차츰 요령이 잡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이 마력을 써서…
다음은…
어떻게…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어… 어어…?”
나는 마법소녀인데… 마법소녀…일 텐데…
적을… 무찔러야 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싸워야… 하지…?
* * *
분명 지금까지 적지 않은 적을 물리쳐 왔을 텐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떻게 그들을 물리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마치 남의 일처럼 기억을 희미하게 떠올릴 수는 있지만,
도저히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그들을 물리칠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어째서 주먹을 휘둘렀는데 상대가 날아갔던 거지?
어떻게 마력을 썻기에 상대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물리칠 수 있었던 걸까?
마법소녀가 남자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마법소녀란 수컷을 이길 수 없는 존재인데.
그런데 어떻게…?
“언제까지 가만히 서있을 생각이지, 케이 선생?”
“아… 그… 교장… 선생님…?”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몰라 케이가 당황하는 앞에서,
교장은 터질듯이 몸을 감싸고 있던 셔츠를 벗고,
찰칵찰칵 벨트를 풀고 바지도 벗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