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680
EP.679
#2-78 베테랑 요원 야야의 육변기 육노예 실습 (3)
그렇게 교육 받은 대로 별 다른 불상사나 실수 없이 인사를 마친 뒤,
야야는 오늘의 실습을 담당해주실 『고객(guest)』 역할인 조라의 손길에 이끌려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늘 야야가 진행하게 될 실습은 잘 교육 받은 특별한 육변기이자 육노예로서 고객님을 만족시켜드리는 것.
일단 첫 단추는 잘 잠근 듯하나, 마지막까지 실수 없이 이루어 낼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 * *
식사 자체는 평범했다.
평범이라고 해야할지, 무척이나 사치스러웠지만.
쓸데 없이 커다란 식당에 단 둘이, 기~다란 테이블 위에는 맛도 잘 모르겠는 신기한 음식들이 여럿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음식들을 앞에 두고, 야야는 조라의 맞은편에 앉혀졌다.
알몸으로.
조금 전 방에서 그에게 예속의 맹세를 하며 알몸으로 꿇어 엎드렸을 때부터 줄곧 전라인 상태로 이곳으로 이끌려 와,
식사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로 알몸으로 있게 되었다.
그나마 그대로 있으면 춥지 않겠냐면서 조라가 자비 삼아 건네준 물건이, 지금 야야의 목을 감싸고 있는 개목걸이였다.
그 의복이라고 하기에도 난감한 액세서리 하나 뿐이지만,
그래도 어쩐지 자꾸자꾸 몸에는 열이 올라서 춥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약간의 허전함은 있었지만….
“식사는 중요하지. 식사는 중요해. 배고픈 것은 무척이나 슬픈 일이야. 응. 그렇고 말고. 야야 학생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그렇죠….”
야야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식사와 영양섭취는 중요하다. 그거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러나 조라가 말하는 것은 어쩐지 또 다른 감정 같은 것이 느껴져, 뭐라 말하기 힘든 기분이 되어버리고 만다.
뭔가가… 사무치는 듯한 감정이 목소리에 배어있다고 할지.
“그렇지. 그렇고 말고. 배가 고픈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야. 맛있는 걸 먹지 못하는 것도,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것도. 응. 그렇지.”
우적우적 품위 없이, 게걸스럽게 고깃덩어리를 먹어치우면서 연신 독백하듯 중얼거리는 조라.
덕분에 말하는 중간 중간 입에 담겨 있던 음식물이 튀어나왔지만,
야야는 그 태도에 가능한 불쾌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조라를 앞에 두고 알몸의 야야는 정중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놀려 작게 썰은 고기와 야채를 입에 넣는다.
고기만을 집요하게 골라 먹는 조라와는 달리,
야야는 고기보단 야채를 좋아하니 굳이 급하게 먹을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자랑이라도 하듯 둘이서는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할 굉장히 많은 양의 요리가 나와 있어서….
“…고용인.”
“응? 야야 학생, 뭔가 말했나?”
“그게, 고용인들이… 모두 로봇인 것 같아서요. 그냥 조금 신기하네요. 여쭤봐도 되나요?”
그래도 계속해서 횡설수설 이어지는 독백이 견디기 어려웠는지,
야야가 굳이 화제를 돌렸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물었을 뿐인데,
“그럼그럼. 그 정도야 얼마든지 물어보게. 그렇지, 고용인인가… 잘 물어봤어.”
조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씹고 있던 음식을 마저 삼키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나름 야야의 상상대로였다.
“나는 말이야, 예전부터 잘 나가는 졸부였긴 하지만… 중간에 어떤 여자들 때문에 크게 데이고 쫄딱 망했던 적이 있거든――”
그 때 당시 어떤 식으로 당하고 말았는지,
어떤 처우를 당하고 어떤 식으로 그의 처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어버렸는지,
그러한 것들을 조라는 격한 감정을 담아 울 듯이 말했다.
‘……기가 막혀….’
그러나 듣고 있던 야야의 입장으로서는 어이가 없어 한숨이 나올것만 같았다.
조라의 얘기는 순 거짓말 투성이.
그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선량한 장사꾼에 불과하며, 【여왕】을 비롯한 못된 여자들이 그를 남자라는 이유로 박해하고 시기해 밑바닥 시궁창 구렁텅이에 떨어뜨렸다는,
그런 안타까운 비극의 이야기로 변모해있었다.
그리고 모든 진상을 아는 야야에게 그런 거짓말이 통할 리가 없으며,
그 뻔뻔스런 말과 태도에 무심코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뻔 했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당시 그의 『사업』이란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수의 ‘자유’가 박탈당하고 유린당했었는지,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저렇게 자기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양 온화한 얼굴과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해서 내뱉다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이 식탁을 뒤엎고 들이받고 싶은 생각 뿐이었지만,
그러나 이곳에는 실습으로 와 있을 뿐이고,
자신은 학생이라는 입장이다.
티를 내서도 안 되고, 속사정을 안다는 것도 들켜서는 안 되었다.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다니,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네요.”
야야는 일단 맞장구치듯 그렇게 말하며 애매하게 웃어주었다.
――참자, 참아.
――지금은 참는 거다.
나중에 임무가 진행되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정말로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파멸로 이끌어주면 된다.
그렇게 끔찍하다 끔찍하다 노래하는 그 파멸의 진흙탕에,
다시금 풍덩 빠뜨려주고 말리라.
“아, 그렇군. 이야기가 딴 길로 새버렸어. 미안하네, 야야 학생.”
“고용인을 로봇으로만 둔 이유 말이지?”
“아니 뭐, 요즘은 흔하지. 『박사』 덕분에 돈만 있으면 매우 우수한 로봇을 구할 수 있으니.”
“【귀족】들 중에서도 로봇만을 고용인으로 둔 이들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나는 특별해.”
“속에 뭐가 들었을지 모를 인간을 곁에 둬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예전에 어떤 스파이년에게 크게 데이고 말았거든.”
“조금 전에 말한 그거야. 내가 밑바닥 구렁텅이로 떨어졌던 그 일.”
“그 모든 것의 계기가 바로 그 스파이년이 몰래 잠입해 들어왔기 때문이라니까.”
“정말이지 망할년.”
“용서할 수 없는년.”
“언젠가 그 여자를 찾아내어서, 태어난 것을 후회할 정도로 울고불고 울부짖게 만들겠다고,”
“오로지 그 일념으로 여기까지 다시 재기했을 정도니까 말이야….”
“후후, 후후후후…!”
조라는 음산하게 웃으면서, 남은 음식을 마저 먹어치워갔다.
설마하니 들켰을 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분을 느끼면서, 야야도 얌전하게 식사를 계속해 나갔다.
시커먼 감정으로 젖어 번뜩이는 조라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 * *
“식사는 맛있게 했니? 부족하진 않았고?”
“…예에… 충분해요….”
오히려 평소보다 많이 먹었을 정도라서, 부족할 일은 없다.
다만 식사를 마친 뒤 야야의 상태는 확실히 이상해져 있었다.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호흡은 흐트러져 있으며,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듯 연신 허벅지를 비비거나 허리를 슬쩍슬쩍 꼬거나 하면서 명백하게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에 마신… 주스… 뭔가 이상한 게….’
식사를 슬슬 마칠 즈음,
메이드 로봇에 의해 『에너지 드링크』라면서 주어졌던 주스.
오늘의 실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커다란 컵에 담긴 트로피컬한 색의 주스를 모조리 마시게 했었는데,
단순히 차가운 것을 잔뜩 마셔버리는 바람에 배탈이 났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그런 것을 마셨는데도, 몸이 자꾸자꾸 뜨거워지는 것을 보면 명백하다.
웃… 크웃…
“그렇게 서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겠니.”
“자, 어서 움직이자꾸나.”
조라의 손이 야야의 가녀린 어깨를 턱 감싸 안고 그대로 그녀를 이끌었다.
야야는 자신의 어깨에 손이 올라온 것만으로 느끼고 마는지, 히윽, 하고 못난 소리를 흘려버리고 말았다.
몸을 배배 꼬면서 느릿느릿 떠밀려 가는 야야의 사타구니 사이로,
뚝뚝 떨어져 내린 애액의 얼룩이 바닥에 점점이 이어져 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
‘이 길… 조라의… 이 남자의… 방이 아닌 것 같은데….’
화끈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민감한 몸 때문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지만,
적어도 조금 전 식당으로 올 때 이용했던 길이 아니라는 것은 어찌어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알아차려봤자 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야야는 그대로 안쪽으로, 더더욱 안쪽으로, 심지어 계단을 내려와 지하로 내려오게 되었다.
마치 숨겨져 있는 듯한 지하층.
지상의 층들과는 다르게 엘리베이터조차 없어 계단으로 내려온 이 공간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퇴폐적이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쪽, 철문으로 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그곳에는, 고문실로 보이는 공간이 있었다.
“……!”
야야는 무심코 숨을 삼키고 말았다.
어두운 공간에는 가슴을 메울 듯한 답답하고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으며,
이 공간에 발을 들인 것만으로, 어쩐지 심장이 꽉 붙들리는 듯한 섬뜩한 오한이 드는 것만 같았다.
그만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려던 야야의 몸을,
조라가 뒤에서 붙들어 도로 안으로 밀어넣었다.
“괜찮아, 야야 학생. 상처를 내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까.”
귀한 상품에 흠집을 내는 건 룰 위반, 이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상품이라니, 무슨 상품인 걸까.
자신은 지금 학생일 뿐이고, 그저 실습을 위해서 왔을 뿐인데.
야야가 당황하며 서 있는 사이,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들어온 네 기(機)의 메이드 로봇이 자연스럽게 안에 들어와 이제부터 시작될 『고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메이드 로봇들은 곧바로 옷을 벗어 정중하게 개어놓고,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 않은 알몸을 아끼지 않고 드러냈으며,
그대로 고문실의 중앙에 위치한 비스듬하게 선 고문대에 푹신한 쿠션을 깔고,
철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네 방향의 수갑을 점검하고,
그 외에도 성고문을 위해 준비한 각종 도구들을 하나하나 옆의 트레이에 하나하나 가지런하게 늘어놓아갔다.
일사분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움직임.
자신을 고문하기 위한 그 모든 것을 앞에 두고서도, 야야는 조라의 두 손에 붙들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야야 너는, 조금 전에 내 명령이면 뭐든 따르겠다고, 실습 기간 동안 나를 주인님으로 섬기겠다고 맹세했었지?”
야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틀림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상대를 주인님으로 모신다고 한 이상,
그의 어떤 요구라도 응해줄 의무가 있다….
그 사실을 재차 떠올리는 야야에게, 그런 야야의 귓가에,
조라가 두툼한 입술을 가까이 가져와, 그 귓구멍에 혀를 밀어넣으며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가, 마치 끈적거리는 슬라임이라도 되는 듯 귀구멍을 통해 안으로 심겨들어오는 것만 같다….
“지금부터 야야 학생은 이곳에서 아주아주아주 많이 이쁨 받게 될 거란다?”
“어딘가의 망할 스파이년을 붙잡게 된다면, 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잔뜩 있거든.”
“…물론 야야 학생은 그 스파이년이 아니라, 단순히 『실습』을 나온 학생이겠지만.”
“그래도 말야.”
“지금만큼은 그 스파이년 본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울어주길 바라네.”
“알겠지…♪?”
영문 모를 오한을 느끼고 식은땀을 흘리는 야야.
그런 야야의 몸을 조라는 천천히 안쪽으로 이끌어,
메이드 로봇들의 손을 빌려 고문실 중앙의 고문대에 눕히고, 그 사지를 구속구로 결박했다.
“저, 저기… 이건…!”
――그렇게.
꼼짝달싹 못하고,
마치 제단 위에 바쳐진 제물과도 같은 상태의 야야는,
이제부터 찾아올 미지의 행위에 대비하듯, 육체를 긴장시키며 희미하게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