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73
EP.73
#19 도도한 마법소녀는 미친 과학자의 표적이 되었다고 합니다(1)
[뭐, 그렇게 되어서 화장실에 꼼짝없이 묶인 채 버려졌다는 거지.]“우와아… 재난이었네요, 언니.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사람들이 오기 전에 어찌어찌 탈출했어. 설마하니 야한 만화에서 나올 법한 케이스를 직접 몸으로 경험하게 될 줄이야.]“그런 것도 보시나요.”
[어… 여자는 그런 거 안 봐?]“엣, 아니, 그… 글쎄요. 아니, 그보다 언니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언니?”
[아냐, 아무 것도. 하하. 하하하하. 맞아. 나는 여자지. 여자. 암컷. 응!]“이상하셔라….”
[아, 아무튼! 유라 너도 루판이란 가면 쓴 버러지를 만나면 꼭 나한테 연락해줘. 어디에 있든지 슉슉 날아갈 테니까. 알았지!]“네, 알겠어요. 그런데 호되게 당하신 것치곤 목소리가 밝네요?”
[그 녀석, 그딴 식으로 날 버려놓고 간 주제에 주기로 했던 굿즈들을 두고 갔더라고. 선물이래! 그 녀석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지도 몰라! 용서는 안 할 거지만!]“…….”
[아무튼, 대충 그랬다고. 그보다 유라도 조심해. 루판도 그렇고, 위험한 녀석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걱정 고맙긴 한데, 괜찮아요 언니. 괴인 따위 한주먹거리니까.”
[그래놓고 저번에는 당했으면서. 피터한테도 세뇌 당하고.]“그 때는 상황이 안 좋았던 것 뿐이고, 지금은 완전무적이거든요. 절대 지지 않거든요. 얼마든지 나와봐라, 거든요. 허접한 괴인 따위한테 지지 않거든요.”
[뭐, 그래, 알겠어….]“네, 그럼 이만 끊을게요.”
[아, 그런데.]“네?”
[…진짜 야한 거 안 봐?]“…….”
[아니, 애초에 위치걸도 19금이긴 하고. 그보다 그렇게 가슴이 커지려면 여성호르몬이 잔뜩 나와서 그런 거 아냐? 너 평소에는 야한 짓 많이 하는 거지? 아, 아니면 남친이 잔뜩 있다거나――]“……끊을게요.”
* * *
뚝, 전화를 끊고 나자, 유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 참, 부끄럽게 뭘 그런 걸 물어본담.
……물론, 아주 가끔 보는 정도는 하지만….
그리고 남친이 있었던 적도 없고.
“…하아…….”
고백을 받은 적이 없던 것도 아니지만, 막상 남자친구를 사귈까 하면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뭔가 부족하다고 할까.
결국 나름 반짝반짝 풋풋한 대학생이건만, 남자친구도 없이 매일매일 일과는 강의나 레포트 아니면 괴인사냥 뿐. 가끔 친구와 놀러나가기도 하지만, 어쨌든.
뭔가 이래저래 아까운 느낌도 든다.
물론 학비며 생활비를 벌기에는 이것보다 좋은 일은 또 없지만….
“마, 마법소녀…!”
쿵!
우두둑!
“끄거어……!”
유라의 발치에서, 쓰러진 채 부들부들 떨던 괴인의 손을 묵직한 몽둥이의 끝이 짓눌렀다. 뼈가 부러지다 못해 으스러지는 감촉에, 이형의 괴인은 괴로워하며 신음했다.
이미 이곳에 있던 수많은 괴인들은, 유라 한 사람에 의해 전부 잿더미로 변해버린 후였다. 남은 건 그 혼자뿐이다.
“정말이지, 허구헌 날 이런 녀석들이나 상대하고. 내 인생 이래도 되는 걸까… 응? 말해볼래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라는 한탄하듯 말하며, 손이 으스러진 괴인을 발로 차 홱 뒤집었다. 그리고는 고간을 두꺼운 힐 끝으로 콱 짓밟았다.
괴인은 이미 사지가 부러져있어, 그런 그녀에게 저항도 반항도 할 수가 없는 상태다.
“끄으윽…! 아힉… 사, 살려…!”
“아하, 하하,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파요? 아픈가요? 괴로워요? 후후, 아하핫!”
마치 마녀처럼 깔깔 웃는 유라.
괴인은 괴로운 듯 신음했지만, 유라는 그런 괴인에게 어떻게 더 고통을 줄 수 있을까 시험하듯 더더욱 괴롭혔다. 고혹적인 매력을 품은, 이계의 것과도 같은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도깨비 같은 가학적인 미소가 새겨졌다.
즐겁다.
즐거웠다.
평범한 남자친구 따위보다, 허접하고 버러지 같은 괴인들을 분쇄하고, 땅에 기는 모습을 보며 괴롭히거나 하면 오싹오싹해진다.
좀 더 부수기 좋은 녀석들이 와줬으면 좋겠다.
좀 더 땅바닥을 기는 비참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좀 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좀 더 울부짖어 줬으면 좋겠다.
“하아… 이래서 마법소녀를 그만 둘 수가 없어….”
콰직!
마지막으로 유라는, 새까만 무쇠방망이를 휘둘러 괴인의 머리를 깨부쉈다.
괴인의 시체는 금방 재로 변해 소멸했다.
* * *
다음 날 아침.
P대학, 강의실.
“~♪”
“어라, 유라 기분 좋아보이네?”
“으응… 알바가 잘 풀려서, 기분이 좋네.”
절친한 친구의 말에 유라는 배시시 웃어보였다. 웃음이 주체가 안 된다.
어젯밤에 전멸시킨 괴인들 덕분에, 보너스 포인트가 굉장히 많이 들어왔다. 이번 주말에는 쇼핑이라도 하러갈까? 레몬 옐로의 새 굿즈가 들어왔으려나~.
“무슨 알바를 하길래. 맨날 말도 안 해주고. 나한테도 좀 알려줘 봐~.”
“아하하하하….”
유라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얼버무렸다.
이 나이에 마법소녀라니,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닐만한 일은 아니다.
물론 마법소녀라는 걸 드러냈다가, 사생활 중에도 괴인들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비밀로 해야하기도 하지만.
변신 상태일 때는 머리카락 색 같은 세세한 부분이 변화하고, 자동적으로 마법이 걸려서, 대놓고 드러내는 게 아니면 들킬 염려도 없다.
다만.
아무래도 유라가 알바에 대해 지나치게 숨기려 하는 점이나.
주로 그 일을 밤 늦은 시간에 한다거나.
아침에 굉장히 지쳐보일 때가 많다거나.
“어젯밤은 격렬했지…” 같은 혼잣말을 한다거나.
최근 유난히 색기가 돋보인다거나.
이러저러한 점들 때문에 주변의 친구나 동기들은 유라가 ‘말 못할 알바(원조교제나 뭔가 좀 야한 가게의 아가씨 같은)’를 하고 있다고 멋대로 오해하고 있었다. 유라 본인은 그렇게 생각된다는 걸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강의가 시작되고, 유라는 오늘도 평소대로의 일상을 보냈다.
괴인들은 주로 밤에 발생하고, 마법소녀의 일은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케이나 알파는 강제지만) 낮의 일상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따분할 정도로 평범하며, 풋풋하고 활기찬 대학생으로서의 일상.
유라는 노트에 강의 내용을 필기하며, 펜을 빙그르 돌렸다.
‘…부족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제 가한 폭력의 여운을 생각하며 즐거워했는데, 이 일상이라는 느낌으로 돌아오고 나자 즐거웠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물론 일상은 좋다.
평화로운 것도 좋다.
그래도 역시 부족하다.
욕구불만이다.
‘좀 더 버러지 같은 것을 찾아서, 짓뭉개고 싶다.’
좀 더 괴롭히고 싶다.
좀 더 울어줬음 좋겠다.
좀 더, 좀 더, 좀 더, 좀 더…!
한 칸 옆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유라를 보고 흠칫 떨었다.
유라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짓고 있던, 색기 넘치는 미소에 그만 혼을 놓고 빠져든 것이다.
유라의 지루한 일상은, 그래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 * *
“연구소가 수상하다고?”
“응. 요즘 꽤 소문이 도는 모양이야.”
점심시간. 학구내의 대학식당에서 적당히 점심을 챙겨먹는데, 어쩌다보니 신선한 화젯거리가 떠올랐다.
유라가 다니는 P대학의 한 연구시설이 상당히 수상하다는 소문이었다.
“그 물리 연구소말이지? 우리 교문 바로 앞에 세워진 거. 커다란 거.”
“그렇다니까. 어중간한 시기에 교외에 세워진 것도 그렇고 말야. 우리 물리학과에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금수저 졸업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커다랗고….”
친구의 이야기를 따르자면, 밤에 연구소 근처를 지날 때면 여성의 비명소리 같은 것이 희미하게 들려온다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언니의 사촌의 동생이 우리 숙사 위층에 사는데, 어제 늦은시간에 룸메이트가 뭔가에 홀린것처럼 비척비척 나갔다는 거야. 말을 해도 듣지도 않고, 그래서 따라가봤더니 그 연구소로 들어가는 걸 봤대.”
“그 따라갔다는 사람은?”
“그 사람도 그 자리에서 끌려 갔대! 지금도 행방불명이야! 목격자를 그냥 둘 수 없었던 게 분명해!”
“……본인이 잡혀갔는데, 어떻게 소문이 났대?”
“글쎄?”
“……”
“…..유령이 되어 나타났다던가?”
유라는 다시 눈 앞의 뚝배기비빔밥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니아니아니아니. 물론 엉성한 부분도 있지만! 아니뗀 굴뚝에 연기 나겠어?! 제대로 들어달라구~~~~!”
“너무 엉성하잖니….”
친구는 유라가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게 분한지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아! 그리고그리고! 밤중에 로 보이는 녀석들이 연구소에 드나드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어!”
유라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그 얘기 자세하게 해줄래?”
드디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고 생각했는지, 친구는 호들갑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기대를 품은 가학적인 빛이, 그녀의 눈에 깃들었다.
* * *
“흐음….”
P 대학의 신설 물리 연구시설.
상당히 어중간한 시기에 지어진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다 지어지는 데 한 달도 걸리지 않았으며, 일반 학생들중에 이 시설에 출입한 인원이 전무하다는 점까지… 워낙 수상쩍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소문들이 나도는 음침한 시설물이다.
달빛이 반짝이는 늦은 밤.
유라는 그런 수상쩍은 연구소의 앞에 척, 하니 서 있었다.
변신은 마친 상태. 여느때와 같은 에, 이마에는 뿔, 한 손에는 흉악한 가시가 돋아난 새카만 도깨비방망이를 끌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을 기조로 한, 짧은 기장의 전통복장 같은 느낌이 잘 어울렸다.
“신경 안 썼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까 수상쩍은 냄새가 풀풀 나네요….”
유라는 연구소의 주변을 슬쩍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진짜 가려는 게냐?”
“예. 가만히 있으려니 근질거려서.”
“전부터 의심하고 있는 곳이긴 했다마는. 괴인 반응도 있었으니, 이곳이 의 관련 요새인 건 분명할게다. 다만 규모를 모르니까 홀로 잠입하는 건 위험할 것 같은데….”
그녀의 옆에 동실동실 떠다니는 건 귀여운 소 인형 같은 생김새의 요정님. 쿠키의 동향임을 증명하듯, 이름은 비스킷이다.
“조사만 하는 거니까 괜찮을 거예요, 요정님.”
“뭐,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맡기도록 하마. 위험해질 것 같으면 도망치거라.”
“네, 요정님.”
유라는 손에 든 방망이를 빙글, 돌리고, 몇 미터 높이의 담장을 한번의 도약으로 단숨에 뛰어넘었다.
높은 레벨의 에 힘입은, 인간을 뛰어넘는 도약.
그녀의 몸이 바람을 타고 연구소 부지 내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무거운 방망이까지 들고 있음에도,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는 그 모습은 마치 전설 속의 저승사자나 도깨비 같았다.
눈에 띄지 않도록, 혹은 감시 영상에 걸리지 않도록 주위를 경계하며, 유라는 앞으로 나아갔다.
‘후후, 어떠려나요.’
조사만, 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소문뿐이지만, 만약 사람들이 납치되고 있다고 한다면… 이걸 그냥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마법소녀로서, 힘없는 일반인들을 위해 힘있는 자신이 어떻게든 해야된다고, 유라는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으니까.
‘뭐, 그것만은 아니지만.’
만약 이곳이 괴인의 거점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숨기고 있는 뭔가가 있다면.
그걸 눈앞에서 철저하게 부수고, 다시는 고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면 상대는 어떤 표정을 보여줄까?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오싹오싹해져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흐음… 어떠려나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 좋을텐데….”
유라는 주변을 충분히 경계하며, 배시시 지은 미소와 함께 잠행을 개시했다.
* * *
그리고, 연구소의 어느 한 방.
“어라…? 이건 무슨 소리야?”
“아… 흠. 경보음일세. 부지 내에 살포해 둔 나노머신이 침입자를 포착한 모양이군.”
“홋호. 뭡니까뭡니까. 잠깐 들렸을 뿐인데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가 발생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고혹적인 소프라노톤의 목소리, 가래 끓는 듯한 늙은 목소리, 그리고 활기찬 광대 같은 목소리가 번갈아 들려왔다.
유라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의 기술력으로 펼쳐놓은 감시망은 이미 그녀의 침입을 똑똑히 포착하고 있었다.
“흐음… 이 복장, 이 마력반응… 마법소녀인가 봄세.”
이 연구소의 수장이자 책임자인 ‘박사’가 곤란한 듯 숱이 적은 머리를 긁적였다.
곁에 다가온 여성의 실루엣이, 박사의 어깨너머로 감시영상을 훔쳐봤다.
“어머나, 유라네?”
“아는 사이인가?”
“응! 아주 잘 안다면 안달까. 무척이나 도도해서, 귀여운 아이. 오랜만이네~.”
“클클클. 아주 좋구만, 좋아.”
“뭐야, 늙은이가 밝히긴. 그보다 어쩔래? 온 김에 도와줘? 아니, 말 안해도 나갈래. 유라랑 놀고 싶어~.”
“이 몸도 아직 거기는 현역이라네. 놀고 싶으면 맘대로 하게나. 단, 연구실험체로 쓸테니 붙잡은 마법소녀는 나에게 상납해주게.”
“에~~~~.”
“홋호. 저는 뭐, 그래도 상관 없지만요. 장난은 좀 쳐도 되겠지요?”
그 정도야 상관 없다며,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건방진 마법소녀에게 이 늙은이가 한 수 가르쳐주도록 하지… 클클클.”
박사는 음침하게 웃으며, 패널을 통해 시설물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의 간부 중 한 명.
지구의 것을 아득히 뛰어넘은 의 과학력을 여기까지 끌어올렸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끝없는 탐구심과 음흉함으로 똘똘 뭉친 미친 과학자의 시선에, 화면 너머의 유라는 영문 모를 한기를 느끼며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