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747
EP.746
#3-Prologue 포로 생활 시작합니다
마법소녀는 패배했다.
레지스탕스는 패배했다.
암컷은… 패배하고 말았다.
* * *
――혹성 【메크라크】.
본디 무척이나 아름다운 경관과 매우 윤택한 땅, 그리고 이 별의 주민들의 높은 수준의 기술로 굉장한 번영을 누리던 우주의 어느 혹성.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번영과 부귀, 높은 수준의 기술력도 별의 에너지를 남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에,
결국 황금기라고 불리던 그 때로부터 몇 백 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혹사당한 별은 시시각각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인구는 가장 번영하던 그 시기의 2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별의 주민이 살 수 있을 만한 공간은 지극히 제한되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별 나름대로의 선별과정인지 남자들은 더 이상 별의 에너지를 직접 공급받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어떤 생물체든, 살아있기 위해서는 별의 에너지… 마력이라고도 불리는 그것이 필요한데.
그러나 그것을 얻지 못하게 된 남자들은 쇠약해지다가 종국엔 몸이 무너지며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먼지처럼 변해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그들은 계속해서 기술을 연구해 인격과 정신, 기억 등을 데이터화시키는 데에 성공.
이어서 직접 제조해 낸 『소체』라 불리는 특수한 임시 육체에 집어넣는 것으로 간신히 수명을 늘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에는 임시조치.
이 『소체』라고 하는 것은 연비가 조금 좋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조정이 되었을 뿐,
그러나 어쨌든 몸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마력이, 별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거기다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이 소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시간제한’이 있어서, 비록 노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해도 언젠가는 모든 기능이 멈춰버리게 된다.
생식에 대한 것 또한 문제가 있어서,
인공으로 제조해 낸 열화된 육체이기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이 소체의 정자로는 여성을 임신시키기 굉장히 어렵다는 문제점 또한 있다.
종의 존속이라는 관점으로 봤을 때, 이것은 상당히 큰일이다. 좋지 못한 일이다.
마력을 채취하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자, 동시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절륜하는 정력, 강인한 성기, 그리고 일반 남성보다도 농밀하고 진하며 대량의 정자를 생산하게 하는 등…
그런 식으로 『소체』의 생식 기능을 비대화시켰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기적으로 외부에서 마력을 제공받지 못하면 무너져 스러지는 육체.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기능이 멈춰버릴 육체.
――종의 존속을 위한 생식 행위에도 하자가 있음.
한때는 주변의 어떤 별보다, 어떤 지성체들보다도 뛰어난 기술을 가져 당당하게 우주의 패자를 노려봄직한 【메크라크】였지만.
모성이 황폐해짐에 따라 그들의 운명도 나락을 향해 일직선으로 향하게 될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얄궃게도 그들의 모성은 여성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여성은 점점 더 그 숫자가 줄어들 뿐이었지만, 그런 그녀들에게 주어지는 별의 에너지는, 마력이라 불리우는 힘은 오히려 이전보다도 많아지고, 집중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이 품는 마력도, 그 마력을 이용해 펼치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신비와 기적도.
이전에도 이러한 신비는 누구나가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여성만이, 그리고 예전과 비교해 훨씬 밀도 높은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소체』라는 제약도 필요가 없으며, 더군다나 수명은 늘어나고 건강과 총명한 지혜 또한 주어졌다.
숫자는 비록 줄어들었다곤 해도 여전히 남성 쪽이 월등히 많건만.
소수의 여성은 남성들보다 우월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채 그런 남자들을 압도했다.
완벽한 불평등.
성비도, 성별간의 능력도, 성별간의 삶의 질도, 성별간의 삶의 태도도.
그 모든 것이 평등하지 못하게 되었다.
여성은 일약 우수하며 종의 존속을 위한 귀중한 존재가 되었다면.
남자들은 쓰고 버릴 종마나 노예, 혹은 종이자 병사로써 여성의 지배를 받으며 스러져갔다.
그나마 【여왕】이라 불리우는, 이 별의 지배자임을 자처하던 여성이 그나마 남성들을 배려하겠다며 눈에 띄는 부조리는 틀어막았지만.
그럼에도 여존남비의 분위기는 쉽게 사라질 것이 아니었다. 사라질 수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완결이 난 듯한 이야기.
【여왕】의 지도 아래 별의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고, 종의 존속을 위해 특별히 선별된 인원… 『귀족』과 같은 특별한 인원들을 선정해 생식을 요구하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황폐해져 가는 별은 더 이상 어찌해 볼 수가 없었고――그리고.
그리고 그들은, 지구라는 혹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풍부한 자원, 풍부한 에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과 가장 비슷한 체질이자 가장 뒤섞이기에 적합한, 그들에게 있어서 최적의 침략지를… 발견한 것이다.
* * *
그렇게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그렇게 여러 풍파가 있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침략의 이야기의 막바지에 거의 다다랐다.
본디 수컷들의 힘이 너무나도 커져 버릴까 봐, 그 외에도 인륜적인 문제 등을 들먹이며 여러 가지 제약을 걸던 지배자――【여왕】은 일반 괴인 루판에 의해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떨어져버렸다.
그 외에도 【레지스탕스】며 여전히 수컷을 아래로 보던 암컷들 또한 【혁명군】에게 모조리 붙잡혀 세뇌되고 지배당하게 되었으며.
운이 좋게도 그들의 혹성에 표류하게 된, 아주 고급스럽고 귀한 자원이 되어줄 지구의 마법소녀들 또한 이미 루판과 【혁명군】의 손 아래에 떨어졌다.
그렇게 모든 일은 순조롭다.
무서울 정도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이곳에서 지구로 건너가기 위한, 이라는 이름의 마도구를 사용하기 위한 대량의 마력을 모으는 것.
그리고 마찬가지로, 지구 쪽에서도 출구가 되어줄 을 준비해 상응하는 마력을 모으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이다.
재차 말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메크라크】는… 정확히 말하자면, 【혁명군】은 승리했다.
【메크라크】의 수컷은 당당히 승리를 쟁취해 내었으며,
그들은 남아있는 반절, 【지구】라는 이름의 완전한 승리 또한 코 앞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 * *
“――라는 느낌이야. 지금까지는.”
【메크라크】의 수도, 그 포로 건물.
그 건물에 위치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단애가 길고 장황한 설명 끝에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예쁘게 장식된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것은 나와 단애, 그리고 단비 이렇게 세 사람.
기껏 세 마법소녀가 모여서 잡담 겸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했더니,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새삼스레 말하고 앉았다.
장난하냐.
크게 썰어진 튜브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으면서, 대강 그러한 심정을 담은 시선으로 단애를 바라봐 줬더니 오히려 단애 쪽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씨근덕거렸다.
“아니, 대화를 하려해도 기본적인 것은 일단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거 아냐. 그리고 솔직히, 케이는 싸그리 잊고 있었지?”
“……이, 잊지 않았거든.”
“얼마나?”
“……2할 정도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1할도 기억하지 못하던 참이지만.
지금 단애가 말해주니까 간신히 ‘그런 일도 있었지~’하고 떠올린 정도였다.
아니, 워낙 바빴고.
정신이 없었고.
세뇌라는 것 때문에 머리를 완전히 주물러진 때도 있었고.
일단 눈 앞의 문제부터 해결하자! 같은 느낌으로 지나왔더니 진짜로 남는 게 없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되었다.
‘내 잘못은 아니지 않아? 딱히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누가 되었든 똑같았을걸?!’
그렇게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 모를 불만의 말을 마음 속으로 토해내보지만, 이 역시도 의미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전부 허망해져 버렸다.
“……일단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괜히 성난 기분이 들어서 남은 큐브 스테이크 조각을 우걱우걱 입에 집어넣고 삼키자니,
옆에서 장어덮밥 같던 요리를 일찍이 해치운 단비가 의욕 없는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와인레드색 머리카락, 그와 같은 색의 눈.
여우처럼 약간 치켜 뜬 눈이 매력적인 마법소녀.
【물의 도시】에서 헤어졌다가 이곳에서 다시금 재회하게 된 그녀는 어딘가 불편한 것인지 식사 내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좀 실용성이 있는 얘기를 하자고.”
톡톡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재촉하듯이 말한다.
“실용적인 얘기를 뭘해. 방법이 없는 걸.”
“그런 말 듣고 싶은 게 아냐, 망할 년아.”
“누구보고 망할 년이래. 그보다 우리보다 한~~~참 먼저 붙잡혀서 노예 같은 게 되어버린 단비가 할 말은 아닌걸! 이 한심이!”
“……X발 년….”
단비도 그 사실은 뼈아픈지, 그녀를 신랄하게 비판한 단애를 향해 이를 뿌드득 갈았지만 별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애초에 【물의 도시】와 【레지스탕스】의 일부가 이미 세뇌를 마치고 스파이로써 있었던 것이고, 우리들은 그 함정에 걸려들었을 뿐이니까.
그렇게 따지자면 딱히 자책할 필요는 없을 텐데.
어차피 빠져나갈 길이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으니까.
이렇게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 다시 생각해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그런 함정이었다.
이미 오래 전에 우리들이 가야 할 길 곳곳에 함정이 쳐져 있었으며, 어느 하나라도 걸리면 게임오버인 상황이었으니까.
사전준비도, 각오도 없이 어정쩡하게 이딴 별에 표류하며 떨어져 버린 우리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밥은 맛있어서 다행이야.”
“…솔직히 포로 대우라기엔 사치스럽지. 그런데 케이 넌 얼마나 먹으려는 거야, 돼지야.”
“으음~ 조금 좁지만 잘 곳도 나름 쾌적하고. 케이랑 2인실이 아닌건 아쉬워…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쉬워하는 단애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애초에 조금도 미안하지 않지만.
아무튼.
비록 포로 대우라고는 해도 어쨌든 나름대로 생활 자체는 쾌적하다.
…물론, 여행 같은 게 아니니까 먹고 자고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둘 다, 오늘 스케줄은 어떻게 돼?”
“……별로 말하고 싶진 않은데.”
“……그냥, 쓰레기 같은 거.”
내 질문에 단애도 단비도 너나 할 것 없이 끔찍하게 싫은 표정을 지었다.
비록 쾌적한 대우를 보장받고 있다곤 해도――우리는 『노예』니까.
맛있는 밥도, 쾌적한 방도, 깔끔하게 세탁된 옷(그래봐야 우린 늘 마법소녀 차림이지만)도, 때때로 휴식시간과 오락거리도 제공되지만.
그러나 어쨌든 우리의 본분이 노예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 【메크라크】의 쓰레기들에게 마력을 제공하고, 또는 노리개로써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때앵― 때애앵―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종소리.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다.
그리고 그에 맞추듯 나도 마지막 남은 큐브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 꿀꺽 삼키고 있었다.
어쨌든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후의 스케줄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겠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곳의 생활에 적응해 가는 느낌이라 어째 열이 받지만.
“야 이 년아. 야채도 좀 제대로 먹어. 편식하지 마.”
“싫~어~! 그리고 편식이 아니라, 이거 야채가 너무 많다고~!”
단비의 말을 대충 흘리면서, 나는 식당의 예쁜 천장을 보며 멍하니 생각한다.
자, 그러면.
오늘 오후에는 또 무슨 스케줄이 있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