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85
EP.85
#22 마법소녀들은 탈출하려고 합니다 (*무리지만)(1)
‘……여긴 어디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어둑어둑한 새벽이었다.
어딘지 익숙해보이는 침실, 그 폭신한 침대 위에서 잠에서 깬 나는 부스스 일어났다.
이불이 흘러 떨어지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이 드러났다.
마지막 기억은 괴인들에게 둘러싸여 이리저리 범해진 끝에 온 몸에 변기마냥 사정당했던 장면인데,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침대 위에 있다는 건 지쳐서 실신해버린 나를 누군가 여기까지 운반해왔다는 거겠지.
순간 꼬르르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배고파….”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마력으로 강화되어 있을 때는 배고픔도 그다지 느기지 않았는데, 약해진 영향인 걸까.
‘문은… 열려있네.’
주섬주섬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여느 때처럼 잠금장치조차 없이 손쉽게 열렸다.
다만 지금의 나는 알몸 상태. 이대로 나가는 건 좀 그렇다. 치녀잖아.
그리고 코스튬이 없으면 마법소녀는 제대로 된 힘을 못 쓰기도 하고. 쥐꼬리만한 능력이라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포인트가 좀 있으려나.’
가지고 있던 포인트는 단애의 로 전부 빼앗겨 버렸다. 아쉬운 기분으로 확인해보니, 괴인들을 쓰러뜨리거나 반대로 범해지거나 하면서 어느정도 포인트가 새로 쌓여있었다.
‘해주용 아이템은… 비싸.’
단애가 걸어놓은 마법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해주용 아이템이 필요한데, 지금은 살 수가 없다. 대충 계산해도 스무배는 더 필요하다. 왜 이렇게 비싼 건데.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지금은 항목만 구입하기로 했다.
곧바로 뾰로롱- 하고 원래 입고 있던 루비 코스튬이 되돌아왔다.
‘배고파… 그리고 지쳤어.’
옷도 갖춰 입은 나는, 흐느적흐느적 밖으로 향했다.
어두운 복도를 걷는다. 불침번으로 순찰을 도는 괴인 정도는 있을 법도 한데, 다행히 마주치지는 않았다.
향하는 곳은 주방. 이미 청소라던가 하녀라고 할까, 노예 노릇을 하다보니 이 성의 지리는 대강 다 파악했다. 그리고 식당에는 이 성의 대인원들에게 보급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식재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조금쯤 꺼내먹어도 되겠지.
물론 주방은 잠겨 있을 테지만, 스틱을 열쇠 모양으로 바꾸면 손쉽게 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힘이 하나도 들어가질 않는 사지를 비척비척 끌듯이 나아가며 주방에 거의 도착해가는데,
『…건… 거예요… 응…』
지나치리만치 조용한 분위기 속에, 누군가의 두런두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있나?!
“……!”
슬금슬금 들키지 않도록 발소리를 죽여가며 가까이 다가갔다.
주방 문은 열려있었다. 안 쪽에선 달각달각, 하며 뭔가를 와구와구 먹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선객이 있나.
도둑놈인가…!
이런 밤 중에 주방에 숨어드는 괘씸한 녀석이 있다니! 정의의 마법소녀로서 용서할 수 없다! 그보다 나를 빼놓고 맛있는 걸 먹다니, 용서 못해!
어느 괴인인지 얼굴을 기억해서, 단애한테 일러줘야지!
나는 스틱을 앞으로 향하며 스리슬쩍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아.”
“……………………헤?”
지금 막 맛있게 양념된 따끈따끈한 닭다리를 두 손으로 들고 씹고 있던 밝은 머리의 마법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언니도 잡혀온 마법소녀죠?! 어서 드세요! 잔뜩 먹어서 힘을 비축하는 거예요! 틈을 봐서 언제든 탈출할 수 있게!”
“어, 어어….”
에르라는 이름의 마법소녀는 한참 전에 깨어나 이 성 안을 마구 돌아다녔지만, 길을 잃었다는 모양이다.
그럴만도 하지. 이 성, 쓸데없이 넓으니까.
나는 추르르릅 불어터진 파스타를 먹어치우며 잠차고 에르의 얘길 들었다.
에르도 지금 막 닭 통구이를 뼛더미로 만든 참이다.
“마침 배가 고픈 김에 좋은 냄새가 나길래, 훌쩍 들어왔죠.”
“문이 잠겨있었을텐데?”
“마법으로 열었죠. 인가 뭔가 때문에 거창한 건 못 쓰지만, 이 정도는 되던데요.”
“흐응….”
정말이지 마법소녀인지 도둑인지 모르겠다. 가짜 열쇠를 만들어서 문을 열려던 나도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정말이지 최악의 경험이네요! 남자든 그 여자든, 뭐… 제 몸을 이래저래 주무르는 건 그냥 그렇고 그런 장난감이라 생각하면 되고, 그 더러운 성기는 딜도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별 타격은 없지만요! 그래도 뭐랄까, 좀 더 상냥하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매너도 없는 걸까요 여긴!”
“붙잡은 마법소녀한테 매너를 다해 대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지 않아요! 마법소녀는 보물이잖아요! 모두의 사랑을 받는 모두의 마스코트이자 아이돌이잖아요!”
“음….”
뭐라 할 말이 없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이어진 에르의 말에 나는 기겁했다.
“무엇보다 괴인들 중에는 반바지가 어울릴 것 같은 미소년도 없잖아요!!!!”
“엑.”
콰앙! 에르는 몰래 숨어들었다는 것도 잊었는지, 울분이 담긴 기세로 테이블을 쾅! 두드렸다.
“언니! 언니 혹시 아세요? !”
소년인데 걸이라니, 남자야, 여자야?
굳이 그런 걸 물어볼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다.
에 빠져살다 혹시나 싶어 다른 마법소녀물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과 마찬가지로 19금 애니메이션.
분명 그 내용은….
“후후후후… 쌔끈한 반바지가 잘 어울리는 가냘픈 미소년, 미남들이 마법소녀 메테오걸들로 변해 싸우는 애니메이션이에요! 변신하면 여자가 되어버리고, 성별이 바뀐 신체에 당황하고 부끄러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견디는 기특한 소년들의 모임… 아아… 떠올리는 것만으로 코피가…!”
바로 그렇다.
도대체 누굴 타깃으로 하는지 모를, TS라는 끔찍한 테마.
미소년들이 미소녀가 되어서, 때론 괴인들에게 붙잡혀 여자의 기쁨을 알게 되기도 하고, 때론 변신이 풀려 남자가 되어서 여간부들에게 착취당하기도 한다.
공을 들인 작화와 캐릭터 디자인의 평판이 대단해서, 그런 취향이 없더라도 미소녀로 변했을 때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적지 않은 남자들까지 이를 악물고 시청하는, 극악무도한 작품이다.
덕분에 다수의 여성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남성들의 지지마저 받고 있다.
물론 그래봐야 희대의 명작 의 절반도 따라오지 못하지만.
“그, 그렇구나… 팬이구나….”
“꺄아아아아~~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아… 그치만 벌써 며칠째 못봐서 금단증상이 오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덜덜 떨리는 손을 보여준다. 눈 밑도 쾡한게 피로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여자, 가까이하면 안 될 것 같은 부류인걸.
맹목적인 오덕은 이래저래 위험한 법이니까.
“어쨌든 미소년은 없고, 딜도를 꽂아넣은 점토 덩어리 밖에 없는 이곳에 더는 있을 수 없어요! 눈 정화가 필요해요!”
“눈 정화가 필요한 건 인정해.”
나도 빨리 돌아가서 을 보고 싶다.
아니, 그보다 오늘 며칠이지…? 슬슬 극장판이 본격적으로 런칭될 때가――
“Damn it!!!! 당장 탈출해야 해! 시연회를 놓쳐버린 것만해도 뼈아프지만, 정식 공개일에 마저 맞추지 못한다면…!!!”
커뮤니티 사이트는 분명 공개일 첫날부터 어마어마한 리뷰와 감상문이 올라올 것이다. 거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회원들은 ‘저래가지고서야 언제까지고 2류지~’하는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아니, 거기까진 그렇다치고.
만약 알파 그 놈이 먼저 봐버리고, 나는 못 본다면?
그 사실을 알파가 깨달으면 어떤 말을 할까?
――‘푸헤헤, 이래서 루비 같은 정신나간 년을 빠는 것들은. 사랑이다 뭐다 하면서 그 정도 열정 밖에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깐. 블루문을 향한 사랑에는 발톱의 때만큼도 못 미친단 거다 이 허풍쟁이야~!!’
“크으으으으으으으으으…!!!!!”
“어, 언니… 갑자기 피눈물을…!”
능글능글한 말투의 알파를 상상했더니, 죽을 만치 가슴이 욱신거렸다. 참을 수 없다. 능욕당하는 것도, 마력을 봉해지는 것도, 노예 취급을 당하는 것도, 이상한 촬영을 당하고 엉덩이를 만져지는 것도 다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그 놈한테 지는 것만은!
그건 용납할 수 없어!
“도망치자!”
“아, 네?”
“당장 도망치자고! 여기서!”
갑자기 어깨를 쥐고 흔드는 바람에 놀란걸까, 에르가 당황하며 눈을 깜박깜박 떴다.
“아니, 그치만 어떻게 도망친대요…? 경비도 있고, 무엇보다 이 성은 하늘에 떠있는데….”
“방법은 있어! 아니, 만들면 돼!”
「길이 없다면 두들겨 패서라도 만들어라」――루비님의 명언이시다.
물론 지금이야 여기 있는 모두를 두들겨 패 쓰러뜨릴만한 힘은 없다.
하지만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을 주옥 같은 의지만은! 아직 내 안에 불타오르고 있다!
“협력해줘! 당장 도망치자!”
에르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아주 좋아요! 당장 도망쳐요! 언니가 말하지 않았으면 제가 말했을 거예요!”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주먹을 부르쥐었다.
이 시점에서 둘 다 몰래 숨어들었다는 사실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누군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다행이지 뭐야.
* * *
『아, 아아아…! 나, 나온다…!』
모처의 연구소. 방음성이 뛰어난 어느 어두운 연구실 안.
유라는 의 박사가 만들어 낸 키메라 촉수에게 사지를 꽉 붙잡힌 채, 지금 막 산란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살짝 부풀어 오른 배 아래에서, 주먹보다 조금 작은 알이 포옹- 하고 빠져나왔다.
“흐그으으으으… 아….”
이어서 촉수가 재촉하듯 그녀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그 자극에 유라는 허리를 비틀며, 이어서 다음 알을 낳기 위해 힘을 주었다.
조금 후, 총 다섯이나 되는 알을 낳고 나서야 유라의 산란이 멈췄다.
“하앗… 앗… 흐에… 핫… 그만… 지쳤어요… 지쳤는데… 흐잉… 기분 좋아…!”
촉수는 칭찬하듯 유라의 몸에 처덕처덕 달라붙어, 간지럽히듯이 자극했다. 촉수의 체액에는 여자를 흥분시키는 미약과 같은 성분이 들어있다. 그런 체액에 줄곧 노출되는 바람에, 지금 유라의 몸은 전신이 성감대와 같은 상태가 되어있다.
이곳을 만지고 저곳을 만져도 좋아하며, 그럼에도 징그러운 촉수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듯 유라는 이를 악물고 버티려 했다.
그래봐야 조금만 지나면 또 다시 이성을 잃고 범해달라고 조르는 암캐가 되어버리지만.
“또 좋은 알을 낳았군. 보통 여자들은 한 두 개만 낳고나서도 체력이 다 떨어지거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그러니까 보양식을 먹이고 나노머신으로 기억을 제거한 채 다시 돌려보내지. 하지만 마법소녀는 효율이 좋구먼.”
그렇게 돌려보낸 여자들도 원격으로 조종해 주기적으로 돌아오도록 시킨다. 신체에 크게 변화가 없을 정도의 산란을 시키고, 마력을 제공하게 한 후 다시 돌려보내고, 새로운 여자를 잡아들이고… 그런 식으로 사이클을 점점 늘리는 것이다.
“하아… 읏… 용서… 못해요… 언젠가… 울면서… 좀 더 밟아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테니까요…!”
“흐음. 어떨까나.”
“꺄으으윽…?!”
박사가 손안의 단말을 조작하자, 갑자기 머리를 휘젓는 듯한 감각에 유라의 몸이 펄쩍 뛰었다.
그리고는 축 늘어졌던 고개가, 다시 천천히 올라왔다.
조금 전까지 분함으로 일그러졌던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기뻐하듯 느물느물 웃고 있다.
“헤, 헤에… 죄송합니다… 이렇게… 멋진 촉수님을 제게 허락해주신 박사님께… 무례한 말을 해버린 못난 암캐를 용서해주세요….”
“그래그래, 용서하마. 그러니 더욱 많은 알을 낳기를 힘쓰거라. 지금도 참 잘하고 있구나, 암컷아.”
“히잇…! 칭찬 받았다…! 감사합니다… 더 많이 나을께요… 멋진 촉수님의 알을 낳게 되어서 기쁩니다아…!”
절정을 반복할수록 나노머신의 침식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한정적으로나마 인격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히 정착해버리면 이제 본래의 인격과의 경계마저 모호해져 버릴 것이다. 본래의 인격과 지금 같은 개조된 인격이 섞여버린다고 할까.
뭐, 원래 있던 인격도 기호도 지워지는 건 아니고, 솔직해질 뿐이니 상대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겠지.
닥터가 그렇게 생각하며 떠나가려는데, 조금 전 낳은 알들에 톡톡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투여한 약물의 결과로, 산란에서 부화에 이르기까지의 인터벌이 짧아진 것이다.
“실험 성공이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따닥! 하고 알을 깨부수며, 작은 거머리 같은 크기의 촉수덩어리가 알에서 나왔다.
촉수는 꼬물꼬물 아버지격인 커다란 촉수 기둥을 타고 올라, 촉수에게 붙잡힌 유라의 매끄럽고 탱글탱글한 피부를 타고 기어올랐다.
“아아… 힛… 거기, 는…!”
“뭐, 거기도 야하게 부풀어서 넘쳐흐르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이어서 닿은 곳은 유라의 가슴. 그 정점에 빨딱 서서 희미하게 모유를 흘리는 젖꼭지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마치 아기처럼, 그대로 꽈악 달라붙어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다.
어서 내놓으라는 듯 젖가슴의 뿌리께에 몸체가 엉겨붙어 주무르자, 간질간질한 유두 끝에서 모유가 쭈욱쭈욱 나오는 게 느껴졌다.
“모, 모유… 그렇게 격하게 빨면… 아아아… 마력이 빨려들어가요…!”
“뭐, 마력이 많은 모체를 구한 것도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만. 마력이 잔뜩 쌓여있는 밀크를 제공해주면 소체들도 금방 성장하겠지.”
이어서 알에서 차례차례 부화한 소체들이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달라붙어, 마력을 잔뜩 머금은 체액을 빨아먹는 것을 지켜보던 박사는 느릿느릿 실험실에서 나왓다.
적당히 성장하면 수족인 로봇들을 이용해 각자 다른 실험대에서 실험을 개시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다음은… 시연회인가. 귀찮군.”
뭐, 이것도 저 마법소녀를 이용한다면 괜찮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참 좋은 재료를 얻었다며, 박사는 들뜬 표정으로 시연회의 준비를 시작했다.
* * *
그리고 장면을 돌려, 다시 단애의 공중에 뜬 성.
“그래서 탈출 방법 말인데.”
“네, 언니.”
주방에서 적당히 음식들을 훔쳐먹고, 당분도 충분히 공급한 상태로 고심한 결과, 나는 대강의 결론을 내렸다.
“역시 정면돌파가 최고야. 제어실을 습격해서 정문의 계단을 내리자.”
“동의해요! 저도 복잡한 거 싫거든요!”
그렇게 의견이 합치한 우리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반드시 여기에서 탈출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