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94
EP.94
#24 마법소녀는 붙잡혔습니다(1)
“이 자식아! 이거 안 놔?! 죽여버린다?! 너, 너 당장 안 놓으면 후회할 거다?!”
“하, 정말… 얌전히 좀 있어 이 년아!”
“아야야야얏…! 아파 이 새끼야…!”
양복의 남자는 알파를 관절기로 구속한 채,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들어왔다. 아무리 개조된 몸이라고 해도 마법소녀인 알파를 힘으로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이런 식으로 붙잡히면 힘이 세든 약하든 상관은 없다.
“으읏…! 이상한 곳 만지지… 말라고… 너어어…!”
“이야… 이거 실하네. 팔이랑 허리는 가는데 가슴이랑 엉덩이는 충분히….”
남자가 몸을 밀착해 사타구니를 자신의 엉덩이에 문지르자, 알파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남자는 살짝 열었던 문을 발로 도로 닫으며, 알파를 안쪽으로 끌고 간다.
말 못 할 실험이나 모임이 잦은 건물이다 보니, 몇몇 방들은 감시용 카메라조차 없다.
그러므로 이제 느긋하게….
“――후회할 거라 했다, 등신 새끼야.”
“뭐…?”
뒤로 돌려 붙잡힌 알파의 손이, 외려 붙잡은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이어서 다섯 손가락이 전부 닿은 순간,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온 몸을 관통하는 강렬한 전격에, 남자의 몸이 덜덜덜덜 떨리더니 그대로 푸스슥 쓰러졌다.
쓰러진 남자의 머리를, 알파의 새카만 부츠가 용서 없이 퍽, 차버린다.
“등~신, 그러게 왜 사람 말을 안 들어. 좀 짜릿하냐?”
마법소녀의 힘이 있다고는 하지만 훈련된 사람을 상대하는 건 어렵다. 죽이는 게 아니라 제압하는 거라면 더욱더. 이렇게 저쪽에서 달라 붙어준 게 요행이었다.
.
알파가 끼고 있는, 손등에 마력을 담는 철판이 달린 가죽 장갑.
스턴건과 비슷하게 닿은 상대에게 고압 전류를 흘려보내며, 다섯 손가락이 전부 닿아야만 발동된다. 마력을 이용해 발전하니 배터리 걱정도 필요가 없으며 출력도 조절할 수 있다.
럭키룰렛 레벨 5, .
기본적인 은신용 스킬이나 마법 말고도, 이 를 포함해 잠입활동에 도움이 될 다섯 개의 이 딸려오는 특이한 코스튬이다.
‘이런 게 없었으면 여기에 굴러들어오지도 않았겠지. 미쳤다고 맨몸으로 오겠냐.’
문제는 마법소녀의 힘으로 일반인을 공격하면 포인트에 페널티가 들어간다는 점이겠지만.
“한테 육체개조를 받았다고 했지… 덕분에 페널티가 없네.”
그렇다니 마음이 참 편하다.
* * *
“【맵(Map)】.”
양 손을 앞에 두고 마력을 불어넣자,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눈 앞에 떠올랐다.
떠오른 것은 평면으로 된 지도.
이 층의 구조를 통째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봐야 구조를 보여주는 것 뿐이지, 어디에 누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봐야 계단이 어디있을까 아는 정도다.
‘순순하게 계단을 이용해도 좋은 걸까?’
이 썩을놈이 다른 녀석들한테 무전치는 건 막았다지만, 그래도 역시 계단 쪽은 주시해서 보고 있지 않을까?
애초에 쿠키는 어딨지? 몇 층에 있는지 알지 못하니까 모든 층을 하나하나 조사한다는 건 역시….
‘탐색지를 줄여보자.’
예상을 해보자. 이런 건물에 삼엄한 경비를 달아놨는데, 그렇다는 건 꽁꽁 숨겨놓을 중요한 게 있다는 것.
‘그게 쿠키라고 봐도 되는 걸까?’
그 고양이인형한테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지만, 어쨌든 그것말고는 짐작가는 게 없다.
‘가장 중요한 거라면 역시 꼭대기층일까.’
아니라면 위에서부터 한층한층 내려오면서 확인하면 된다.
애초부터 전층을 돌아다닐 생각이었다면, 확률 높은 곳부터 뒤지는 게 정석이겠지.
“좋아… 그러면 어떻게 들키지 않고 어떻게 위로 올라간다….”
알파가 턱을 짚으며 고민에 빠져있는데,
“여기는… 3층… 301호실….”
“!?”
쓰러져 있던 양복 남자가, 부들거리면서도 무전기에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기절 안 했어…? 처음이라 출력조절에 실패했나…? 아니면 옷 위라서 라거나… 에이 몰라!.’
“이 자식이!”
“침입자――크악!!”
알파는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무전기를 냅다 차버렸다. 무전기가 탁, 탁, 바닥을 구르며 산산조각 났다.
“쓸데 없는 짓을….”
“넌… 끝장이다 이 년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스턴글러브를 그 등에 꾸욱 누르고, 조금 전보다 고출력의 전기를 흘려보냈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기절한 것 같았다.
동시에 애애애앵- 하는 경보음과 함께, 철커덩! 철컹! 하는 묵직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서둘러 방 밖을 확인해보니, 이곳저곳에서 방화용 셔터 같은 것들이 내려가고 있었다.
망했다!
“씨… 망할…!”
완전히 틀어졌다. 절체절명이다. 이 상황에서 느긋하게 쿠키를 찾아다닐 수 있을 리가 없다.
도망쳐야 한다. 이대로는 승산이고 뭐고 없고, 쪽수에 밀려 당한다.
하지만.
“하아… 이럴 때 남자였을 때의 버릇이….”
뭐랄까.
게임이 클리어하기 어려운 난이도일수록, 괜스레 더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남녀공통의 감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렴.
알파는 어째야 할까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씨익 웃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
* * *
“이야, 여길 굳이 찾아오는 놈이 있네.”
“무슨 냄새를 맡고 온 건지 모르겠는데, 마법소녀겠지?”
“잡으면 따먹을 수 있는 거냐? 당장 밑으로 내려갈까?”
“아서라, 여기 못 지키면 대가리 깨진다.”
“여기까진 올라와 줘야 되는데…. 씨… 나도 맛이라도 좀 보게… 힘내라~ 마법소녀~.”
최상층의 복도를 순찰하던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낄낄거리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이나 하면서.
이곳 최상층에는 무척이나 중요한 것을 보관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 단순한 가드에 불과한 자신들이 알 필요는 없다지만… 뭔지도 모르고 지키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면 역시 갑갑함을 참을 수가 없다.
‘괴인이나 요정이나 마법소녀나….’
의 기술력으로 육체개조를 받았다지만, 이 남자들도 딱히 의 편인 건 아니다. 그렇다고 요정들이나 마법소녀의 편인 것도 아니다.
그냥 하루하루 먹고 싶은 걸 먹고 편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면 뭐든 좋은,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다.
지구의 평화라던가, 그들에게 있어서 솔직히 아무래도 좋다.
‘그래도 역시 마법소녀를 따먹는건~ 뭐랄까 로망이 있지~. 매국노… 매성노? 뭐, 그런 욕을 들어먹어도 싸겠지만~.’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지금 막 사냥한 몬스터가 드랍한 레어 아이템에 기뻐하고 있자니,
탕!
마치 달빛을 가리듯, 밖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유리창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 어…?!”
창밖에 달라붙은 건, 검은 슈트를 입은 침입자…라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쨍그랑-!
유리창이 산산조각나며 상대가 안으로 뛰쳐들어왔다.
검은 양복의 남자 중 한쪽은 즉각 침입자 포획용 무기를, 그리고 다른 한쪽은 무전기를 조작했다.
“침입자다! 여기는 최상――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야, 야?!”
그러나 허망하다시피, 무전기로 상황을 알리려던 동료는 단숨에 무력화 되었다. 침입자의 손에 닿는 것만으로 전기충격을 당한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그대로 손가락 까딱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장갑에 무슨 장치가 되어 있나…? 저 검은 광택… 절연 타입 가죽 슈트라면 전기충격기 같은 건 소용없겠지.’
남은 한명의 남자는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침입자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팔에 잡히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동시에 품에서 꺼낸 것은 특제 비살상 포획용 권총. 테이저건과는 다르게 전기가 아닌 특수한 기파를 쏘아내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단순한 테이저건인줄 알고 맞으면 끝장이다.
‘맞아라!’
그러나 번쩍 빛나는 광구(光球)가 총 끝에서 튀어나갔지만, 검은 슈트의 침입자는 고양이 같은 몸놀림으로 바닥과 벽을 박차고, 순식간에 천장까지 뛰어올랐다.
“이런, 미친…!”
“흡!”
손에 익지 않는 총을 내던지고 떨어져내리는 침입자를 붙잡기 위해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양복의 남자는 동료와 마찬가지로 전기통구이가 되어 쓰러졌다.
“비싸보이는 양복 입고 있는데, 좀 더 방어력 있는 거로 입어야되지 않겠어?”
남자들이 입고 있는 양복 역시 특제 초과학의 기술력이 깃든 특수한 방탄, 방전복이지만 마력이 담긴 전기 공격은 막을 수 없었을 뿐이다.
[어이, 응답하라! 침입자를 발견한 거냐?! 위치는――]알파는 먼저 쓰러뜨린 남자의 손에서 무전기를 뺏어 들고,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 뒤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여기는 5층! 여기는 5층! 침입자다! 침입자를 발견했다! 계단 부근이다!”
놀랍게도 조금 전 남자와 같은 굵직한 목소리가 알파의 자그마한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알파는 잠시 간격을 주고 다시 무전기에 외쳤다.
“침입자다! 8층! 여기는 8층! 침입자를 발견! 너무 강하다!”
“여기는 11층! 11층! 마법소녀로 보이는 인물을 발견했다! 현재 도주중!”
“2층! 2층에 침입자가 있…으아아아아아아악!”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알파가 무전기에 외쳤다. 그러자 치직 거리는 무전기 너머에서 당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해들려왔다.
“뭐, 대충 이 정도.”
충분히 현장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생각한 알파는, 무심하게 무전기를 내던졌다.
갑자기 건물 안의 모든 인원이 잔뜩 몰려온다거나, 그런 일은 없겠지.
“자, 그러면 어디에 꼭꼭 숨겨놓으셨을까. 천천히 찾아볼까나.”
침입한 사실을 들켜버린 알파는 그대로 바깥의 외벽을 기어올라 꼭대기층까지 올라왔다.
떨어지면 어쩌지, 하고 조금 쫄리긴 했지만, 스킬 덕분에 어렵지는 않았다.
순찰자들의 제압을 끝낸 알파는 쿠키가 있음직한 방을 느긋하게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설마하니 최상층까지 올 거라곤 예상을 못한 것인지, 조금 전의 두 남자를 제외하고 다른 순찰자는 없는 것 같았다.
중간에 눈에 띄는 감시카메라가 있으면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줬다. 이 착 달라붙는 의 능력으로 기계 영상에는 자신의 기록이 남지 않는다. 육안으로는 보이지만.
조금 돌아다녀보자, 드디어 수상해보이는 방을 발견했다.
“락이 걸려있긴 한데, 이것도 스파이 아이템이면….”
스파이 아이템 .
열쇠 모양의 도구로, 구식 자물쇠든 전자 락이든 마음대로 열 수 있는 무척이나 편리한 도구다.
기묘하게 생긴 인증기기에 열쇠를 꾸욱 가져다대자, [승인되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두꺼워보이는 쇠 문이 열렸다.
“우와아……..”
열린 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 알파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방 안 쪽에는 기둥 같은 장식대가 늘어서 있었고, 각각의 장식대 위에는 뭔가 비싸보이는 물건들이 잔뜩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 이건 에서 본 이랑 비슷해 보이는 걸? 이건 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신기하네….’
이렇게 엄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범상치 않은 것임이 분명했다. 실제로 단순히 낡은 골동품처럼 보이는 물건들도, 알 수 없는 고귀한 위압감 같은 것을 마구 흩뿌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쿠키가 갇혀져 있는 곳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알파는 지금 상황도 잊고, 구경하는 기분으로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천장이 돔 같은 형태로 넓고 높아져갔다.
그리고 안쪽에 있던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문……?”
그곳에 있던 것은 거대한 문. 이 방은 쓸데없이 천장이 높다 했더니, 이래서였나.
그러나 기이한 것은, 문이 방 중앙에 놓여있었다는 것이다.
뒤에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양쪽으로 여는 여닫이 문만 그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렇게 특별하게 놓인 걸 보면, 뭔가가 있는 건 분명한데….’
들어가지 못하도록 금줄 같은 게 둘러쳐져 있었다. 알파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자, 타닥, 하는 전기충격과 비슷한 저항이 손끝에 닿았다. 금줄 뒤로는 손을 내밀 수 없는 모양이다.
‘들어갈 수는 없나….’
“저기, 이거 뭔지 알아? 가이드씨.”
알파는 혹시나 싶어 물었다. 가이드씨는 가끔 들려오는 그 안내음성을 알파가 멋대로 부르는 말이다.
딱히 기대하고 질문한 건 아니었지만, 안내음성은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마법나라로…?
알파의 머리가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그걸 왜 의 녀석들이 보관하고 있는 거야?
“이거 열 수는 있어?”
대량의 마력….
알파는 금줄을 만져보려했지만, 역시 조금 전과 같은 저항에 튕겨나갔다. 얼얼해진 손을 매만지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정말 이상하다.
와 는 적일 텐데.
어째서 로 통하는 문을 가 지키고 있지?
아니, 애초에 이 건물이 의 것인건 맞나?
애초에 이 건물, 그 괴상한 생물체를 제외하면 의 괴인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의 기술력으로 개조당한 지구인들은 있었지만.
왜 지구인들로만 구성된 경비원들을 세워놨을까.
그것도 이런 밤에도 엄중하게.
아아, 전혀 모르겠어…!
뭔가, 터무니 없는 비밀 같은 게 숨겨져 있는게 아닐까. 알파가 찜찜한 기분에 고민에 잠겨 있자니, 기계적인 안내음성이 들려왔다.
“왜, 가이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