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95
EP.95 #24 마법소녀는 붙잡혔습니다(2)
“냥…?”
묘한 빛을 뿜는 사슬로 구속된 쿠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위가 소란스럽다.
“쥐새끼가 들어왔나 보네꼭꼬… 쿠키 네가 뭔가 한 거냐꼬.”
알파인가….
“니네… 다 뒤졌다냥….”
“글쎄꼭꼬.”
닭인형 형상의 요정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우리도 대충 준비한 건 아니거든꼭꼬. 쓸데 없는 희망 갖지 말라이거야~꼭꼬.”
* * *
“아니 이런 X발, 뭘 이렇게 바글바글 몰려들어?! 바퀴벌레냐?!”
가이드 씨의 말을 들은 알파가 부랴부랴 밖으로 뛰쳐나오자, 복도를 하나 가득 메운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오밤중에 이렇게 몰려드는 게 말이 돼?!
“처음에 경보 울렸을 때부터, 대기 중이던 놈들 다 튀어왔다 이 년아.”
“썩을.. 그놈 좀 더 조져놓을걸…!”
흘끔 창문 쪽을 쳐다봤다. 양복 남자들은 마법소녀의 힘을 경계해서인지 살짝 거리를 둔 채 간을 보고 있다.
애초에 이건 잠입용 코스튬. 들키지 않게 행동하거나 암습하는 거라면 몰라도, 전투용은 아니다. 괴인이 아닌 지구인들이라지만 이상한 개조수술도 받은 것 같으니….
‘창문으로 도망치면.’
스파이 아이템 를 이용하면 맨몸으로 떨어질 일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긴장하며 눈치를 살필 때였다.
촤르르륵- 촤르륵- 촤륵-!
창문 너머를 뒤덮는 쇠로 된 블라인드. 아무래도 단숨에 뚫고 나갈만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아이 씨, 망할…!”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더이상 도망칠 곳은 없으니, 순순히 잡혀주실까.”
“응응. 좋은 거 하자구우~?”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알파의 모습에 안심했는지, 선두에 섰던 남자들이 뚜벅뚜벅 다가와, 알파의 어깨를 양 옆에서 붙들었다.
“건들면 죽인다?”
“뭐――”
알파는 팔을 교차해, 어깨를 붙잡은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마력을 흘려넣었다.
““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들의 몸이 벌벌 떨리더니, 곧 푸스슥 쓰러져버렸다.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죽이진 않았다, 등신들아.”
“마법?!”
“너, 너 반항하면 진짜 못 볼꼴 본다?! 쪽수 봐라?!”
“등신들이 백 명 천 명 모여 봐야….”
분노한 듯 덮쳐오는 거구의 남자. 그 복부를 알파는 검은 부츠로 차 멈추고, 스킬을 응용해 남자의 배를 가슴을 콱콱 짓밟으며 올라타, 그대로 턱을 차올렸다.
“꾸억…!?”
검은 슈트에 감싸인 몸이, 매끄럽게 뒤로 원을 그리며 바닥에 착지했다. 동시에 뇌가 흔들린 남자도 속절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왜? 나 한 명 밖에 없어. 쪽수 믿고 덤벼보든가.”
“이, 이런….”
“겁 먹었냐, 등신들아!”
알파는 오만한 금빛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몰려든 인간들은 도핑의 영향인지 몸집이 탈인간급으로 큰 놈들도 있고, 팔이 늘어나는 놈들도 있지만… 척 보기에도 3층에서 본 놈 같은 위압감은 없었다.
단순히 도핑을 받은 일반인. 실제로 훈련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할 만해.’
알파는 유도나 태권도에 어느 정도 소양이 있다. 그래봐야 아마추어 정도라지만, 생각한대로 몸이 움직여지는 마법소녀의 육체라면 어중이떠중이 인간들이야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본래 남자였던 몸으로서, 싸움판에서 도망치는 건 재미가 없다.
“쳐, 쳐라! 전원 돌격!”
“오냐, 몽땅 덤벼 새끼들아!”
파직 거리는 손을 앞으로 내밀며, 알파는 잔뜩 몰려든 남자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약 10분 후.
“하앗, 하앗, 하…!”
알파는 벽을 짚고 차오른 숨을 골랐다. 마력도 체력도 단시간에 너무 많이 소모했다. 가뜩이나 이 코스튬으로는 신체강화의 효율이 좋지도 못한데.
조명빛이 약해 어두운 복도에,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줄줄이 쓰러져있었다.
단순히 근육이 부풀어오른 정도 만이 아니라, 피부가 슬라임처럼 변한 남자, 불을 내뿜던 남자, 끈적한 점액을 내뿜던 남자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부 새카맣게 타버린 채 쓰러졌다.
‘우와, 진짜 더럽게 많았지….’
그래봐야 힘을 주체못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고, 이쪽은 손이 닿기만 하면 끝. 전기충격으로 꼼짝 못 하게 된 놈들을 메치거나 발로 차날려 끝장을 내줬다.
“죽진 않게 조절은 했으니까… 별을 팔아먹는 쓰레기들아.”
근처에 쓰러져있던 남자의 얼굴을 꾸욱꾸욱 밟아주고는, 알파는 비척비척 걸어나갔다.
의외로 그 괴이한 생물체들은 안 나왔다. 그 놈들까지 껴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는걸.
‘통제가 안 되는 걸까? 그렇다면 긴급경보에 몰려 올 녀석들은 이걸로 끝이라는 얘기?’
이렇게 보니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 괴생물체만 조심하면 안심하고 쿠키를 찾으러 돌아다닐 수도….
그 때.
짝짝짝짝- 하는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뭔 애들이 다 쓰러졌어~ 마법소녀가 이래도 돼? 막 사람 패고 다녀도 돼? 응?”
잔뜩 쓰러져있는 남자들 너머, 복도 저편에서 껄렁껄렁 걸어오는 남자.
마찬가지로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셔츠도 대충 껴입고 여러모로 불량한 복장이다. 짤랑거리는 목걸이도 그렇고, 탈색한 머리에 목이며 얼굴까지 이어진 문신이 위험한 느낌을 주었다. 슬쩍 보이는 발목이나 손목에도 문신이 보이는 걸 보면, 옷 안쪽으로는 거의 온몸이 문신투성이일 것 같았다.
그 옆에는 레게머리의 남자도 있었다.
알파는 꿀꺽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위험한 놈들이다.
“…지각생들이냐? 다 끝났는데 찾아오고 지랄들이야.”
“아니, 텁텁한 사내새끼들 사이에 껴있으려니 토 나와서 말이야. 잠깐 담배 한 대 피우고 돌아왔더니 이 꼴이네?”
탈색머리 문신남이 뚜벅뚜벅 알파를 향해 걸어나왔다. 중간에 알파에 의해 쓰러진 남자가 발에 걸리자, 귀찮다는 듯이 뻥 차버렸다.
“한 패 한테…!”
“응? 뭐야, 지가 이 꼴 되게 패놓고 걱정해주는 거야? 마법소녀님은 엄청 친절하신가봐? 병주고 약주고?”
“시끄러.”
새로이 나타난 놈들은 두 놈 다 위험해 보였다. 그냥 그런 직감.
그렇기에 둘이 동시에 상대하는 건 꺼려졌다.
‘그러니 노릴 거라면――지금!’
“오?”
알파는 스킬을 활용해 벽을 밟고, 천장을 밟으며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반인한테 쓰긴 좀 위험한 기술이지만.’
그대로 천장에서 뛰쳐 내려오며, 멍하니 서 있는 남자의 목을 붙잡고.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오?”
그대로 남자의 머리 위를 넘어, 온 체중을 실어 그대로 뒤집어――머리부터 바닥에 메다꽂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머리와 바닥이 부딪쳤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소리. 알파는 곧바로 몸을 데굴 구르며 일어섰다.
제대로 당했다면 뇌가 흔들려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다음은 저 레게머리…!’
알파는 상대가 반응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여전히 가만히 서있던 레게머리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앗?!”
그러나 달려들려던 순간, 툭, 하고 다리가 걸리는 바람에 풀썩 쓰러져버렸다. 문신의 남자가 넘어진 채로 다리를 건 것이다.
“이 자식…!”
“와아, 방금 그건 줜나 아팠어. 뭔가 짜릿하던데! 나 기센 여자 좋아하는 거 또 어떻게 알고 이렇게 찾아와줬대!”
“소름…! 역겨워 씹탱아…!”
“순재야 가만히 있어라? 내가 알아서 할게!”
“하 씨, 혼자 재미볼라고?”
“이건 못 참지! 내 거야!”
순재라 불린 레게머리는 딱히 끼어들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조금 전에 메치기와 동시에 로 전격을 흘려보냈을 텐데, 문신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실실거리며 일어섰다.
알파는 타닥, 탁, 두어걸음 뛰어서 물러났다.
저 몸은 뭘로 되어 먹은 거야! 그래도 전력으로 메다 꽂은 건데!
“쓸데없이 터프하네… 이것도 버티는지 보자 양아치야!”
파지지지직!
알파의 장갑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전기가 타닥타닥 튀었다. 레게머리를 상대하는 것도 일단 머릿속에서 지우고, 마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최대출력의 전격.
알파는 눈을 부릅뜨고, 단숨에 가속해 문신남의 품에 파고들었다. 이대로 꽉 붙잡기만 해도――
“난 저기 쓰러진 등신들이랑은 다르거든?”
알파가 내민 손이, 전기가 흐르는 장갑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물흐르듯이 알파의 손을 피해 옆으로 빠진 문신 남자는, 알파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대고, 긴 다리로 마찬가지로 여유롭게 알파의 다리를 걸어올렸다.
“아……!”
“너희 같은 마법소녀들 조질라고 개조된 특수 사양이에요, 아가씨야.”
속수무책. 어찌하지도 못하고.
알파는 뒤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쿵! 하는 소리.
동시에 알파의 의식이 끊어졌다.
* * *
“야, 솔직히 우리만으로 도망칠 수 있는 거 맞냐?”
단애의 성. 그곳의 어느 복도.
함께 이곳을 탈출하기로 결의한 우리 셋은, 지금 성의 복도를 몰래 걷고 있다.
다행히 아저씨에게서 받아 놓은 지도 중 하나가 이 층에 대한 거라, 어디에 어떻게 감시카메라가 있는지 다 보였다.
순찰 시간까지 적혀있으니 이것만 주의하면 들킬 염려는 전혀 없다.
진짜 무슨 사기 아니야?
완전 최고의 아이템이잖아.
“우리만으로 안 되니까 에르 말대로 일로 온 거잖아. 탈출 동료를 구하려고.”
“네에. 능력도 되~게 유용하거든요. 마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가 이 새벽에 몰래 움직이는 건, 에르의 ‘설득할만한 동료가 있다’라는 말 때문이다.
이곳에서 도망은 치고 싶고 나름 능력도 있지만, 소심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아직 똑부러지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모양이다.
계속 설득하는 에르도 사실 단애의 첩자가 아닐까… 하는 식으로 의심하고 있다나.
그래서 이렇게 함께 가서 설득하려는 것이다. 낮에는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어렵고, 단애에게 들킬지도 모르니까.
와인레드 색 머리가 인상적인 단비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봐야 지금 죄다 마력봉인인지 뭐시기 때문에 1레벨대까지 떨어졌잖아… 이런 것보다 좀 더 확실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 필요하다는 거지.”
“어떤?”
“밖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냐는 거야. 다들 친하게 지내는 마법소녀 없어?”
친하게 지내는….
“한 명은 못 미덥고, 한 명은 행방불명이고, 한 명은 거의 웬순데.”
“넌 인간관계가 뭐 그러냐…?”
“그런 걸 어쩌겠어.”
“저는 친하게 지내는 애들이 한꺼번에 여기에 붙잡혀서요….”
“너희들이 괜한 짓을 하는 바람에 다들 무서워서 도망칠 생각이 쏙 들어갔다며? 자업자득이네.”
“맞긴 하지만…!”
단애는 붙잡힌 나와 에르를 어떻게 고문했는지를 적나라하게 영상으로 내보냈다. 덕분에 마법소녀들이 도망칠 생각은 커녕 어딜 가나 우리 둘을 멀리하는 게 현 상황이다.
“등신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속이 상한다구 단비양…!
“그런데 그 웬수 같은 놈이라도,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지 않을까? 포인트샵에서 메시지 전달도 되던데.”
“글쎄….”
나는 잠시 고민해봤다.
유라는 일단 지금 어떤지 모르니까 논외고, 블루 사파이어는 도우러 왔다가 역으로 붙잡힐 것 같고.
그나마 화력만으로 믿을만한 건 웬수 같은(블루문을 빠는 나쁜 년) 알파인데….
“그 녀석 은근 허당끼도 있고, 불행을 달고 다니는 놈이라.”
“불행을 달고 다닌다니, 뭔데.”
“보드게임할 때, 주사위를 굴려서 4 이상 나오면 무인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에, 굴리면 반드시 1~3만 나오는 그런 놈이야.”
“……이제 됐어.”
“지금도 또 재수없게 붙잡혀서 뭔 꼴 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아 됐다고!”
“그러면 단비 너는 뭐 없어? A시의 마법소녀면 다 한주먹 한다면서.”
단비는 짜증난다는 듯 혀를 쯧, 차더니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거긴 밥그릇 하나 놓고 경쟁하는 곳이니까, 경쟁자들을 못 넘겨서 안달들이 났지. 나 잡혀갔다고 하니 좋아라 축제를 벌이고 있을 걸?”
막장이구나 그냥.
마법소녀의 모토는 꿈과 희망이었을 텐데, 어디를 봐도 절망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애초부터 요정 놈이 그래먹었으니 말이야. 사기꾼이고 말이야.
“쿠키놈은 어디서 뭘 하려나… 등 따신 곳에서 쿠키나 야금야금 집어먹고 있으려나….”
“언니들, 도착했어요, 이 방이에요.”
드디어 목적했던 방에 도착한 모양이다.
백발의 왜소한 체구의 마법소녀 에르가 똑똑, 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