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98
EP.98
#25 마법소녀는 접시가 되었습니다(1)
알파가 잡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혹시 그 녀석이 나를 구해주려 했다거나… 아니, 설마. 그럴 놈이 아닌데.
애초에 나를 구해주려 했던 거면 단애한테 잡혔겠지. 전화로 보고가 들어왔다는 것은 저 먼곳에서 붙잡혔다는 뜻이다.
‘쿠키도 여전히 연락이 안 되고…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
쿠키….
――‘사실 의 요정들은 지구를 구해줄 생각 따위 털끝만큼도 없어.’
――‘불쌍한 마법소녀들. 자기가 지구를 지킨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했을 텐데, 알고 보니 자기 손으로 지구를 의 쓰레기들한테 퍼 나르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건… 무슨….
“언니? 그거 넘쳐요.”
“아.”
에르가 어깨를 톡, 두드리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계란을 휘젓다가, 그만 생각에 잠겨버린 모양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탈출 생각? 지금 막 언니가 가져온 지도로 클라라가 계획을 짜고 있으니까요! 저흰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
새벽. 우리는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주방에 숨어들었다. 딱히 오늘은 배가 고픈 건 아니었지만, 거의 습관이 되어버린 데다 우리가 남들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몰래 만날 수 있는 유용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니, 괴인들 너무 허술한 거 아냐?
우리 이렇게 매일 같이 재료 빼먹고 있는데?
지금도 심심한 김에 케이크를 통째로 만들고 있는데?
“아아~ 순조로워! 케이 언니가 지도를 얻어주시는 게 정말 크네요!”
“아니, 그냥 지도만 얻어서야 의미는 없을 텐데, 클라라가 똑똑해서 다행이야.”
클라라는 전담해서 탈출 루트 및 계획을 짜기로 했다. 밤에 뭐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금은 방에 있지만.
과연 안경녀 답게, 싸움은 못해도 책략을 짜거나 기획하거나 하는 게 특기라는 모양이다.
어제도 지금껏 모아온 지도를 한번 훑어보더니, 카메라와 순찰에도 걸리지 않을 최적의 루트를 단번에 몇 개나 찾아냈다.
――‘소, 소심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거예요… 칭찬받을 만한 건….’
거기다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놀랍지.
문제가 있다면 그 아저씨다.
‘오늘은 항문이랑 가슴으로 만족시켜줬는데… 어쩐지 점점 익숙해지는 모양이야, 그 아저씨.’
나는 매일 같이, 지도를 받기 위해 매점을 지키는 아저씨 괴인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한 번 사정시키면 지도 한 장.
두 번 사정시키면 두 장.
문제는 한 번까지는 그럭저럭 할만한데, 이 아저씨가 보통 여간내기가 아니어서 두 번째 사정시키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다.
――‘아앙… 아저씨잉… 아저씨의 씩씩한 자지로오… 제 엉덩이 구멍… 원하는 만큼 쑤셔주세요오….’
‘죽고 싶다….’
냄새 풀풀 나는 아저씨를 유혹하기 위해 교태로운 목소리로 애원하기도 하고… 참으로 파란만장한 인생이다. 이따위 경험 하고 싶지 않았어. 죽자.
“뭐, 재료도 있길래 대충 만들어 봤는데….”
“꺄악~~~! 케이크으~~~!!! 이럴 수가, 이렇게 예쁜 케이크 처음 봐요~~!”
“호들갑 떨지마. 소란 떨지마. 지금 몰래 와 있다는 거 잊은 거지, 너?”
단비가 귀찮다는 듯이 눈을 흘겼다.
호텔조리학과의 단비가 있는 덕에 우리의 식사도 풍요로워졌다.
단비를 만나기 전에는 남는 음식이나 대충 굴러다니는 날것을 먹는 것으로 만족했으니까 말이지?
“어라… 그런데 나는 지도를 얻고, 단비는 맛있는 걸 만들어주고, 클라라는 계획을 짜주는 거지?”
“음음, 유능한 언니와 친구 덕분에 작전이 순조롭네요! 특히나 먹을 건 중요하죠! 많이 먹어서 힘을 내야 탈출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럼 에르는 하는 게 뭐야?”
순간 쩌적- 에르가 굳어버렸다.
실수했다. 너무 직접 말했나.
“미, 미안 에르야!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절대 네가 ‘식충이’라던가 ‘버스탄다’던가 그런 생각한 거 아니니까!”
“…….”
에르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미안해지네.
“애초에 에르가 없었으면 클라라도 못 만났으니까….”
“죄송해요… 역시 전 케이크를 먹을 자격이 없어요… 언니들이 먹어주세요….”
“아니라니깐~~~ 미안해~~~.”
허둥지둥 못하는 나와, 풀이 죽어 침울해진 에르. 그런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던 단비가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더니, 케이크의 일부는 포크로 잘라 에르의 입에 가져다댔다.
“얌마, 빨리 쳐먹어.”
“에….”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 없으면 요리할 맛도 안 나고, 탈출 당일에 제대로 안 먹어서 힘이 안 났어요, 같은 말 해버리면 민폐야. 지금은 일단 잘 처먹고 힘을 모아서, 탈출 날에 개처럼 일해. 알아 들어?”
“어, 언니… 웁… 우물우물… 마시써어….”
에르가 감동한 표정으로 케이크를 삼켰다. 다행이다.
“예, 알겠어요! 당일날에 이 한 몸이 불타 재가 될 때까지 일하겠어요! 그리고 커피 내릴게요!”
다행이다. 에르도 마음이 놓인 것 같아.
어쨌든 이렇게 탈출하자는 말도 에르가 한 거고, 혼자서 탈출계획을 짜는 것과 누군가 함께 하는 것은 기분이 전혀 다르다. 있어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니까,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
나도 좀 더 힘내서 아저씨를 유혹해야지.
하루에 두 장 씩 받아내지 못하면 도저히 우리의 계획에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그보다.
――‘후후… 일주일 뒤에… 를….’
어젯밤 단애가 그렇게 중얼거린 게 신경 쓰였다. 그 전까지 대화의 흐름으로 봐선, 를 침략할 생각인 거겠지.
적어도 그 전까지는 탈출하고 싶었다.
‘애초에 탈출하는 게 옳은지도 모르겠지만.’
마법나라. 요정. 마법소녀. 지구. 메크라크.
단애와 대화하면서, 나는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 두 사람, 민감할지도 모를 얘긴데, 잠깐 괜찮을까?”
“응?” “네?”
에르가 내민 향긋한 커피가 담긴 잔을 받으면서, 나는 어제 단애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달했다.
어쩌면 가 우리의 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물론 직접 싸우는 건 우리라지만. 그 녀석들은 우리한테 뭘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선의로 우릴 도와주는 거야?”
“…….”
“둘 다 어떻게 생각해?”
단비는 커피를 홀짝이며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리고 에르는 기이한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언니, 요정님들은 100% 선의로 도와주는 건데, 그걸 의심하는 건 나쁜 짓이라구요?”
“아니, 그게 그렇지 않을지도――”
“언니!”
에르의 손이 내 멱살을 콱 붙잡았다.
“믿어야 돼요, 언니.”
“에르…?”
“믿으라고요! 요정님들은! 우리를! 위해!”
에르의 눈이 이상했다. 뭐랄까, 눈에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 느낌.
이건… 에서도 봤었던, 최면에 걸린 것과 같은…!
“【해제】.”
“아…….”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단비가, 에르의 이마를 톡, 쳤다. 그러자 에르는 몸에서 힘이 빠진 듯, 자리에 주르륵 주저앉았다.
“어…라아…? 몸에 힘이… 어라… 머리가… 어질어질….”
“에르? 에르? 단비, 무슨 짓을 한 거야…?”
“정신이상을 거는 주술 같은 걸 해제하는 마법이야. 그래봐야 마력이 거의 봉인 돼서 완전히 해제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단비는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그 속 시커먼 요정 새끼들, 계약을 맺을 때마다 마법소녀들한테 최면을 거는 거야. 자기들 의심 받지 않으려고. 꽉 쥐어짜면 오징어 먹물이 주륵주륵 나올 놈들 같으니.”
단비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단비 넌… 뭔가 알고 있어?”
그러고 보면 처음에 이 주방에서 만났을 때고, 요정들을 믿지 말라던가 얘기했었지.
그나마 기대하며 물었지만, 단비의 대답은 no, 였다.
“나도 잘은 몰라. 그냥 소원을 빌만큼 포인트를 번 마법소녀들을 더 만날 일이 없었던게 이상한 것 뿐이야.”
A시는 베테랑 마법소녀들이 잔뜩 있는 도시다.
당연히 대부분 마법소녀들의 목적인 상품을 에서 구매할 정도로 포인트를 성공적으로 모은 마법소녀들도 적지 않았다. 오랜시간 함께 해온 단비에게 축하해달라며 찾아온 녀석들도 있었다.
물론 다들 한 밥그릇을 놓고 으르렁거린 사이였던 만큼 마법소녀가 아닌 오프에서 얼굴을 터놓지는 않았지만, 미운정도 정이라고 축하의 말 정도는 해줬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소원을 이뤘으니 더 이상 마법소녀를 할 필요가 없어진 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마법소녀는 웬만한 직장보다 짭짤한 수익을 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원을 빈 마법소녀가 다시는 눈에 띄지 않는 건… 역시 너무 이상하다.
애초에 소원을 빌었다는 마법소녀를 본 적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그 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단순히 소원을 비는 순간 마법소녀 계약이 끝나는 걸지도 모르고. 어차피 난 돈 벌려고 하는 일이니까 굳이 에 포인트를 쓰지도 않았고.”
“과연….”
“하지만 네 얘기를 듣고 보니, 단애는 뭔가 더 아는 모양이네.”
“그렇다면 역시, 좀 더 이야기를――”
“됐어.”
응?
“뭘 믿고 그 년 얘기를 듣냐? 그보다 우리까지 잡아들인 그 정신 나간 년 뜻대로 하고 싶지도 않고. 빨리 여기서 도망칠 생각이나 해. 다른 건 탈출하고 생각. 알겠어?”
“넵!”
“좋아. …그보다 에르 요 녀석, 정신을 못 차리네… 야, 임마. 정신차려!”
“후에엥…?”
“완전히 맛이 갔는데… 야! 에르――”
『응…? 뭔가 커피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야. 주방에 불이 왜 켜져 있냐?』
나와 단비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밖에 괴인이 와 있다!
『소등할 때 제대로 안 끄고 갔나?』
『뭐야! 자물쇠는 왜 열려있어!』
“(어, 어, 어, 어쩌지?!)”
“(숨어야지 뭘 어째!)”
재빠르게 시선을 교차한 우리는 당장 숨을 곳을 찾으려 했지만――
“에헤헤헤~ 나비다아~.”
““(에르야?!)””
눈이 핑글핑글 도는 에르가, 비칠비칠 주방 출입문으로 가더니 벌컥 문을 열어버렸다.
““…………..””
그리고 출입문 너머의 괴인들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를 바라보며 경직된 우리들.
“이, 이 녀석들~~~!!! 마법소녀어~~~!!!!”
결국 에르를 인질로 잡히는 바람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우리는 꼼짝 없이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 * *
『주방에서 훔쳐먹던 마법소녀들이 잡혔다며?』
『마법소녀가 아니라 쥐새끼들이었구만.』
『그래서 단애님이 오늘 끔찍한 벌을 내리실 거라고 하셨는데….』
드르르륵- 하는 바퀴 구르는 소리와 함께, 수군거리는 괴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내 모습은 천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다행이라 느끼면서도, 참을 수 없는 수치스러움에 몸이 달아올랐다.
어제 순찰하던 괴인들에게 붙잡힌 우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범해졌다.
뭘 얼마나 훔쳐먹었는지 심문한다는 핑계로 아주 마음껏 우리를 범하고, 항문이며 보지에 잔뜩 정액을 부어넣은 괴인들은, 그대로 우리를 단애에게 넘겨버렸고.
단애는.
“흐응~ 뭐, 나는 먹는 거엔 관대하니깐~ 그런 거로 크게 혼낼 생각은 업지만~ 그래도 이 참에 본보기는 보여줘야겠지~?”
라면서 그녀의 취향이 쏘옥 배어들어간 처벌을 내렸다.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으…….”
대략 때는 점심시간.
나는 흰 천에 가려진 채, 거대한 트레일러에 실린 채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다. 꼼짝달싹 못하게 밧줄로 구속되어 있으니 도망칠 수도 없다. 붙잡힌 단비나 에르도 마찬가지겠지.
점점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 도착한 모양이다.
『응? 저건 뭐지?』
『뭘 저렇게 꽁꽁 숨겨놨담?』
트레일러로 옮겨진 물체에 호기심 어린 시선이 몰려드는 게 느껴졌다.
으으… 보지 마… 안 돼… 빨리 처먹고 떠나란 말이다아….
『어젯밤! 우리들의 신성한 주방에 숨어들어 귀중한 양식을 몰래 훔쳐먹던 마법소녀들이 발견되습니다!』
별안간 조용해진 실내에, 연극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본래는 엄중히 처벌해야 하는바! 단애님께선 ‘음식을 먹는 건 죄가 아니다’라는 너그러운 말씀과 함께 이 마법소녀들의 처벌을 가볍게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단애님 만세!』
지랄. 단애님 만세는 무슨.
『그렇게하여 신중히 고민하더 단애님의 명령으로 내린 마법소녀들의 처벌. 여기 있는 모두는 똑똑히 보고, 한껏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하십니다! 그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두둥! 하는 북소리와 함께, 나를 가리고 있던 새하얀 시트가 벗겨졌다. 마찬가지로 같은 공간 여기저기서 펄럭, 펄럭,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와오……”
“휴우…….”
여기저기서 괴인들이 침을 삼키는 게 들려왔다.
나는 수치스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눈을 꼭 감았다. 도저히 내게 꽂히는 시선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나는 지금 이래저래 잔뜩 장식된 거대한 판자 위에 등을 대고, 다리를 활짝 벌려진 채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몸 곳곳에는 윤기가 흐르는 음식들이 올려져 있었다.
배꼽, 허벅지, 가슴이며 유두는 물론이요 부끄러운 음부에까지….
‘진짜 하다하다…! 단애 이 년 죽인다…!’
뭐랄까.
난 지금 알몸으로, 음식을 놓아두는 접시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