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997
EP.996
#3-42.5 휴식, 그리고 마법소녀는… (케이) (1)
허공에 투영되는 영상.
일전에 보게 되었던, 인간형으로 변신한 쿠키의 모습이 그 영상에 떠올랐다.
[케이냥, 왜 이렇게 늦게——맙소사.]통신이 연결된 쿠키는 무어라 불평을 하려는 듯 했지만, 케이의 모습을 보고는 금방 얼굴을 찌푸리며 멀어졌다.
참 호들갑을 떠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지만 문득 떠올리기로 이 을 이용한 통신은 단순히 영상과 소리 뿐만이 아니라 냄새까지도 내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여서 그 냄새가 조금 무뎌지게 맡아지는 케이 또한, 적어도 이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아닌 타인, 즉 쿠키의 경우에는 분명 자신이 느끼기 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한 냄새를 맡게 되었겠지.
[너, 이거 무슨 냄새… 크윽… 코가 삐뚤어질 것 같아…!]“호들갑은. 이 정도로.”
[크으… 돼지들이 똥을 퍼질러 놓은 우리 안을 뒹굴며 이런 냄새가 날까 싶을 정도거든?]설마하니 그 정도까지 냄새가 날까 시피었지만, 그러나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부정할 수 만도 없었다.
이 5일 동안 거의 휴식 따위 취하지 않고 줄곧 범해지기만 했었는데, 중간중간 몸을 씻는 시간이 없지는 않았어도… 간신히 몸의 오물을 닦아내는 정도에 그쳤었으니까.
마지막 이틀은 그마저도 못 씻었다.
더군다나 마지막에는 변기가 아니라 아예 그냥 화장실이 되어서 대량의 오줌을 받아냈다.
냄새가 안 날 수가 없겠지… 통신이 끝나면 조금 전까지 누워있던 이불과 시트도 빨아야 될 것이다.
어쨌든, 이대로면 제대로 대화가 어려울 것 같으니 우선 마법으로 겉 부분 만이라도 깨끗하게 만들까 싶었다.
그러나 마법을 쓰려 하기 전에, 바닥을 드러내며 고갈된 스스로의 상태를 알아보고 주저하게 되었다.
간신히 마법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 겨우 다시 모인 마력을 모조리 쓰게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마력은 모두 고갈된 상태에서는 회복이 굉장히 더디다. 총 마력량의 5% 이하로 떨어지게 된 순간, 그 5%의 벽을 넘어 다시 마력을 회복하려면 잘 먹고 잘 자면서 꽤 시간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 남은 마력은 5일간의 능욕 끝에 간신히 남은 것이겠지.
그냥 지쳐서 기절하듯 몇 시간 잠든 정도로는, 고갈 상태에서 이 정도로 회복이 이루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것들을 떠올려 보니, 몸을 좀 깨끗하게 하는 데에 마력을 쓰는 것이 아까워졌다.
케이는 잠시 쿠키의 눈치를 보더니, 마법을 사용하려고 들었던 손을 스으윽 내렸다.
“뭐… 조금 참아, 쿠키. 그건 그렇고, 당장 전할 이야기는?”
[뭘 참아! 가서 좀 씻고 와! 도대체 며칠을 안 씻은 거야?! 아니, 안 씻었다기 보다는 거기 놈들에게 무슨 짓을 당한 것이겠지만….]“귀찮아. 씻긴 할 건데, 우선 뭔가 전달 사항이 있는지 만이라도 확인하고 가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릴 것 같아.”
집요한 건지 게으른 건지 모를 케이의 말에 쿠키는 잠시 그녀를 노려보더니, 이윽고 화면 밖을 향해 손을 뻗고 무언가를 달각달각 매만졌다.
그리고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작업을 마쳤는지 쿠키는 도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 왔다.
“냄새 전송만 일단 차단했어. 이제야 좀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군.”
흐응. 그렇게 냄새만을 차단할 수가 있구나.
아무튼, 덕분에 이 쪽은 쓸데 없는 마력의 낭비를 피하면서 무사히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었다.
* * *
쿠키와의 통신은 생각보다는 길게 이어졌지만, 그러나 역시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쪽도 당장 쫓기는 입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케이 또한 구금되고 지배당하는 상황이니 지금의 상황을 전하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가능할 때마다 잠깐이라도 이 을 기동시키도록 해.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쿠키가 제안한 것처럼, 에 의해 해방되는 100%의 마력이라면 자신의 머리를 지배하는 세뇌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밀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을 지배하는 프로그램이 일 때의 자신에게 맞추어 조정되어 있기 때문인지.
혹은 단순히 케이가 특이체질인 것인지.
아무튼, 지금은 일단 조금이라도 더 이상을 유지하여… 만약의 일을 대비하도록 해야한다….
‘…다들 무사할까.’
현재 쿠키도 조사 중이라고 하지만, 알파를 비롯하여 지구에서 케이가 알고 지내던 마법소녀들은 현재 전부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라고 한다.
『마법소녀 사냥』
본래는 마법소녀들에게 학살 당할 뿐이던 괴인들이, 지금은 반대로 모종의 방법을 사용해 마법소녀들을 납치해 가고 있다던가.
그렇게 납치된 마법소녀들이 얌전히 있을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으니, 지금 케이나 단애 단비처럼 머리를 만져져 강제로 얌전하게 되어버린 것이 분명하다.
[좀 더 조사해 보고, 가능하면 구출까지 하겠어.]“그래… 고마워. 그렇다면, 다음 통신은——”
[그 전에, 케이냥.]체력도 정신도 한계에다, 몸 안쪽의 열기도 슬금슬금 밀려오기 시작해 케이는 서둘러 통신을 마치려 했다.
그러나 쿠키가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듯, 그런 케이의 말을 막았다.
[네가 이번에 맡게 된 그 클라이언트라는 상대가, 그쪽 세력의 아주 중요한 후원자라고 했지?]“…그런데.”
[그런가. …이 기회를, 어쩌면 잘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쿠키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홀로 말하고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한다, 라….’
드디어 루판과 그 휘하의 괴인들에게서 해방되어,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적어도 이곳만큼 경비가 삼엄하지는 않을 것이고, 거기 가있는 동안 『세뇌 메인터넌스』 같은 것도 피할 수 있겠지….
더군다나 상대는 이들 메크라크의 괴인 측에 있어서 아주아주 중요한 인물.
만약의 경우 그를 처치하는 것으로, 무언가 지구 쪽에 이득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단순히 희망 사항.
애초에 정신을 차렸다고는 해도 아직 세뇌로 인한 대부분의 제약이 남아있는 지금, 그들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클아이언트에게 해를 입힌다거나… 말썽을 일으키거나 하는 것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 을 예비로 구비해 두고 싶지만….’
망할 괴인 새끼들이, 마법소녀가 포인트를 이용해 특정한 도구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이런저런 것들을 강제로 사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이것 하나를 사고 나니 간신히 모였던 포인트도 싸그리 소모되어 버렸으므로, 마음 높고 예비라던가 준비할 수는 없었다.
‘…지금도 중간중간 이 을 잠깐 기동시키거나 하면서 정신을 차리는 데에 사용하고 있어.’
‘하지만 그 뿐이니까,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아서 배터리는 대략 90% 이상이 충전되어 있고.’
‘이대로면, 그 클라이언트에게 갈 때 즈음… 풀 차지가 되겠지.’
당장 자신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뭔가 하나 정도는…!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도록. 다음 통신은 ■일 뒤에 하도록 하자. 괜찮지 케이냥?]“…노력해 볼게. 근데 말했던 것처럼, 이렇게 통신을 할 수 있을 만한 자유시간조차 없을 때가 많으니까.”
[그 부분은 일단 생각을 좀 해보도록 하지. 이상, 더 이상 할 이야기 없으면 통신을 끝내도록 해.]쿠키와의 통신은, 그렇게 잠시 후 끊어졌다.
허공에 투영되던 영상이 사라지고, 방 안에 조금 전까지 느껴지지 않던 적막감이 감돌자 케이는 싱숭맹숭해졌다.
“…일단 씻어야겠다.”
몸에서 나는 냄새와 그 찝찝함을 인식하며, 케이는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 * *
……………………………………
…………………
……
루판의 테스트 겸 조교가 끝나고, 또 쿠키와 통신도 마친 뒤.
케이는 마력의 빠른 회복을 위해 약 하루 정도의 휴가를 받게 되었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시설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거나, 지구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 들어간 완전한 SF 스타일의 게임 센터에서 놀기도 했다.
물론 시설 안에는 여기저기나 여자에 굶주린 괴인들이 있었지만, 케이가 제공받은 [오늘은 비번입니다]라는 특수한 목걸이를 차고 있어서인지 아무도 그녀를 억지로 범하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중 케이와 면식이 있는 이들은 그녀에게 시설 안내를 해주기도 하고, 함께 게임 센터에서 놀거나 식당가에서 요리 추천을 해주기도 했다.
피차 목숨이며 그에 준하는 아주 소중한 것들이 오고 가는 사이일 텐데.
그러나 이렇게 살갑게 대해주니 영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으니까.
불만은 없다.
……중간중간 케이의 몸을 음흉하게 흘긋거리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듯이 쳐다보는 일은 있었다.
그 때마다 케이는 어쩔 수 없다며 슬쩍 피부의 노출을 늘리거나, 또는 그가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기도 했다.
때로는 그들의 요구대로 포즈를 잡거나, 케이 본인의 손으로 그들의 카메라를 받아 자신의 마법소녀 코스튬 스커트 안쪽을 직접 찍어주기도 했다.
팬티를 입은 채로도, 팬티를 벗은 채로도 찍어주었다.
욕구를 참고 친절하게 대해준 그들에게 주는 상이다.
아무렇지 않게 이런 짓을 하게 된 시점에서, 자신은 여러모로 끝장이 나버리고 말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아무튼.
그리하여 휴식을 통해 마력은 순조롭게 회복이 되었고, 체력도 금방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다시 기계장치를 이용한 간단한 점검과 개선을 위한 개조가 진행되겠지만… 역시,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겠지.
‘클라이언트, 라….’
자신이 상대하게 될 클라이언트.
자신을 지명하여 부른 클라이언트.
루판 쪽의, 【혁명군】이라 불리는 세력에 있어 아주 중요한 스폰서.
과연 그를 앞에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신은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다만 이야기를 듣기로 그 클라이언트의 곁에 하루 이틀만 있는 것이 아니니, 분명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만한 기회 정도는 생길 것이다.
‘뭐라도, 하자.’
‘지구의 존망은, 지금 내 손에 달려 있으니까.’
그렇게 굳세게 결심을 내렸다.
물론, 몇 번이나 결심한다 해도 뾰족하고 명확한 수단이 떠오르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저, 그렇게.
약 이틀 정도의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가고.
지정된 날짜가 되어, 케이는 곧바로 죄인이나 포로와 같은 꼴로 어딘가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제, 그 스폰서라는 사람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