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0
“여러분. 죄를 지은 그녀가 길을 걷는 동안 마음껏 모욕하시길 바랍니다. 여죄는 그 모욕과 함께 씻겨나갈 것이며, 다시 이 성문 앞에 돌아오는 순간 그녀는 새 사람이 되어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병사 한명이 아이라를 앞으로 살짝 밀자 사람들이 그만큼 옆으로 물러났다. 아이라가 지나가기 위한 길이 트였다. 루시우스가 말했다.
“아이라. 속옷은 스스로 벗도록 하세요.”
“뭐, 뭐라구요?”
“거부한다면 강제로 벗기겠습니다. 우리는 본디 알몸으로 태어나 이 곳에 왔습니다. 새 사람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알몸이 되어야 하는 법. 옷을 벗으세요.”
“개, 개소리 하지마!”
아이라가 악을 썼다. 그녀는 루시우스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사람이 날 강간했어! 이젠 여기서 날 욕보이려고 이러는 거라고!”
사람들 사이에는 약간의 동요가 일었지만, 루시우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기도하며 말했다.
“신이시여. 아직까지 거짓된 음해를 일삼는 그녀를 용서해주시길.”
“당신들은 다 속고 있는거야! 저 사람 사기꾼에 강간마 새끼라니까?”
“옷을 벗기도록 하세요.”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아이라는 발버둥치면서 루시우스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욕설을 모두 들으면서도, 루시우스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새끼! 빌어 쳐먹어 뒤질 새끼! 야이 개새끼야! 씨….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끼야아아아악!”
아이라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 불합리할 정도의 폭력이, 처벌이 원망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병사들이 속옷을 모두 찢어버리자, 온전히 알몸이 된 그녀만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루시우스가 말했다.
“아이라. 당신은 지금부터, 이 마을을 한바퀴 돌겁니다. 어떤 모욕도 감내해야 하며, 만일 주저앉거나 바닥에 쓰러진다면, 다시 제 저택으로 돌아와서 이 행사를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흑….흐흑…. 개새끼….”
아이라는 마침내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루시우스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자, 아이라를 대문 앞에 세우도록 하세요.”
병사 두 명이 아이라를 대문 앞에 세웠다. 그들은 아이라의 맨살에 손이 닿자 서로 낯부끄러운 표정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이라는 여전히 훌쩍거리면서 그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아이라를 대문 앞에 세우자 루시우스가 선언했다.
“그럼, 행진을 시작하겠습니다.”
“흐흑…흑….흐흑….”
하지만 아이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라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었다. 이 상태로 주저앉아서 계속 울기만 한다면, 영주도 별 수가 없겠지. 자기 입으로 속죄의 행진이라고 했으니 이제와서 자길 죽이지도 않을테고, 그렇다고 억지로 병사들을 시켜 움직이게 한다면 그것도 의미가 없었다.
아이라 나름대로 영주 루시우스를 엿먹이기 위한 방법이었다. 아이라는 울면서도 회심의 미소를 띄웠다. 사람들이 웅성대는 게 느껴졌고, 누군가의 발소리도 들렸다. 발소리.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고 잇었다.
“누구…..”
아이라가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드는 그 순간이었다.
“이 빌어먹을 년이! 누구에게 사기를 치느냐!”
빡!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아이라의 배에 발길질을 가했다.
“커헉….!”
아이라가 헛구역질을 하며 몸을 웅크렸다. 뒤이어 다른 젊은 사내가 나타나서 아이라의 다리를 걷어찼다.
“존경받는 영주님에게 무슨 짓이냐!”
“꺼으윽…..”
아이라가 저항할 새도 없이 두 명의 사내가 아이라에게 무자비한 구타를 선사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감히 영주님을 건드렸다고 말할 때마다, 뒤에서 그 말이 옳다는 외침이 들려왔다.
“사, 살려…..”
아이라가 영주의 병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루시우스 역시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퍽! 퍽! 퍽!
살을 저미는 듯 소름돋는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아이라의 배와 다리, 허리, 그리고 온몸에 새파란 멍자국이 생기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저항하던 그녀는 공포와 무력감에 휩싸여 몸을 웅크렸다.
사람들은 행여나 아이라가 죽을까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이라를 신나게 때리던 두 남자도 거친 숨을 내쉬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루시우스가 말했다.
“그만.”
아이라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렇게 두들겨 맞았으니 이제 끝났겠지. 이토록 악의적인 폭행은 처음이었다.아이라는 몸을 벌벌 떨면서 겨우 일으켰다. 전신에 타격으로 인한 상처가 가득했다.
아이라는 마음 속 깊이 안심하고 있었다. 이제 끝이다. 루시우스가 반성했냐고 물어보면, 울면서 그렇다고 대답하면 된다. 그러면 루시우스는 다시 내게 옷을 입혀 돌아가게 해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다른 마을에서 루시우스에 대한 소문을 아주 씹창을 내놓으리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뭐?”
하지만 루시우스가 내민 선언은 아이라의 사고를 정지시키기 충분했다. 병사들도 자신들이 무엇인가 잘못들었다는 듯이 루시우스를 쳐다봤다. 루시우스는 단언했다.
“그녀는 아직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이 행군을 마치고 새사람이 될 때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미, 미친…..”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세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실시하겠습니다.”
“야이 개…..”
영주에 대한 욕설을 내뱉기 전에 병사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건 병사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아이라는 다시 그 방으로 끌려들어왔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이라는 방의 위화감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방에는 날붙이가 없다. 모서리도 뭉뚝하게 갈았고, 무거운 물건도 없었다. 왜지?
문이 열렸다.
루시우스가 미소를 지은 채 방에 들어오고 있었다.
“오, 오지마! 오지말라고!”
아이라는 공포에 질린 채 침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오, 오지 말라니까?”
루시우스가 팔을 벌린 채 다가왔다. 아이라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몸을 웅크렸다.
“오늘 하루 고생했어요.”
그리고, 루시우스는 아이라를 품에 꼭 안은채 그렇게 말했다. 아이라는 갑작스럽게 전신을 휘감는 따뜻함에 혼란스러웠다.
“꺼, 꺼져!”
아이라는 루시우스를 격하게 밀어냈다. 바닥에 넘어져 머리라도 깨지길 빌었지만, 그는 작은 체구에 비해 아주 무거웠다. 마치 통나무를 밀어낸듯 도리어 본인이 튕겨나가 침대를 굴렀다.
“진정하세요. 아이라.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이 씨발 미친 새끼! 또 씨발 덮칠려고 왔지? 어? 이 좆같은 버러지 새끼!”
“아이라. 진정해요. 아무리 제게 화를 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알겠어요? 전 당신을 해치러 온게 아니고, 당신을 덮치지도 않아요. 자. 보세요.”
루시우스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아이라는 그 모습에도 여전히 의심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녀는 말했다.
“풀어줘.”
“안돼요.”
“풀어달라고 씨발! 반성했으니까! 다시는 이 영지에 발도 안들일테니까 풀어달라고!”
“안돼요.”
아이라는 이 말다툼이 짜증났다.
“왜? 왜 안되는데?”
“당신은 반성하지 않았으니까요.”
“이 씨!발! 새끼야!”
아이라가 베게를 집어던졌다. 루시우스는 베게에 얻어맞고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베게를 집어들어서 다시 침대에 올린 뒤 루시우스는 말했다.
“오늘은 푹 쉬세요. 이따가 상처도 치료해줄테니까요.”
“이거나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