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0
염소랑 인어랑 같은 취급인가. 아인을 생포하는 혁혁한 전과를 올린 기사들이 입술을 깨문 채 서로 시선을 피했다. 나는 메이스를 들어올린 채 아인과 눈을 마주쳤다.
“자. 이름이 뭐죠?”
“긍지높은 드래고니안은 남한테 이름을 알리지 않는드아아아아악!”
말이 길어지길래 나는 기사가 잡고 있던 팔에 메이스를 후려갈겼다. 머리 위로 상큼한 상태창 [돌격병] 이 떠오르면서 아인의 팔이 산산조각 났다. 아인은 온힘을 다해 발버둥쳤지만 기사 5명이 달라붙어있으니 아인이라고 어쩔도리가 없었다. 팔 하나가 박살난 아인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 살려다오! 살려주면 뭐든지 말하겠다! 몸을 허락하겠다! 제발 살려만 다오!”
지능이 높은 놈들은 생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더니 부족의 긍지도 생존 본능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혀를 차며 아인에게 물었다.
“왜 산맥에서 내려오는 거죠?”
“인간! 인간이 필요해서 그랬다! 우리로서는 제물을 충당할 수 없다!”
“제물?”
이 새끼들 인신공양하는 건가? 아인은 혀를 쭉 내민 채 숨을 할딱거렸다. 뒤질거 같아 보여서 나는 일단 임시로 박살난 손에 힐을 걸어줬다. 박살난 손이 다시 제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까륵…..까으으윽……그래….그래! 제물이 필요했다! 우리들의 왕께서 제물을 원하셨다!”
아인들의 두목은 딱히 네임드 몹도 아니었다. 아인들과 똑같은 모습에 그냥 왕관 하나 올려둔 몬스터가 아인 두목이었다. 경험치를 더 주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보상을 주는 것도 아닌 그냥 아인. 그런데 그 왕이 인신공양을 요구한다? 뭔가 이상했다.
“제물을 원하는 게 구체적으로 누구죠?”
“동굴…. 동굴에 사시는 그분…..! 그 분의 이름은….! 우, 우리의 입으론 말할 수 없다!”
쾅!
새살이 돋아나고 있는 팔에 다시 한 번 메이스를 후려갈겼다. 흙바닥을 거칠게 부수며 아인의 살점과 피가 땅을 촉촉하게 적셨다. 기사들이 갑옷에 튄 피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끼아아아아악!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니까! 우리 언어로 발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진짜다! 너도 들으면 알게될거다! 이름 자체가 발음이 안된다!”
“이름은 됐고. 그럼 뭐하는 놈인데요.”
“그 분은 이 드래곤 산맥의 주인이신! 에인션트 드래곤! 데오르곤 님이시다!”
쾅!
이번엔 장딴지를 후려갈겼다. 발목이 뚝 부러지면서 섬뜩한 소리를 냈다. 아인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러댔다.
“끼아아아아악! 이번엔 뭐가 문제냐!”
“발음안된다매.씨발놈아. 데오르곤은 뭐 별명이냐? 니 지금 나랑 장난쳐? 씨발 이름이 발음이 안되는 데오르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 맞지?”
“우리끼리 부르는 이름이다! 너 같으면 발음이 안되는 그 분이라고 부르겠느냐! 따로 이름을 붙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 이 멍청한 인간 놈아!”
“힐.”
부서진 팔 다리가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완전히 가루가 된 비늘도 살살 돋아나기 시작했다. 자기 팔다리가 치료되는 걸 보면서 아인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팔 다리를 내가 치료해준다는 뜻은
쾅!
“끼아아아아악!”
다시 부순다는 뜻이었으니까. 다시 부서진 다리를 보며 아인이 혀를 쭉 빼물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죽여라! 이 사악한 놈아! 차라리 죽이란 말이다!”
“대답 제대로하면 살려준다니까?”
“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으냐!”
“그래서, 그 데오르곤이라는 위대하신 분은 왜 사람들을 납치하는 거지?”
“모른다!”
쾅!
“끼아아아아아악!”
“힐.”
아인의 눈이 팽팽 돌고 있었다. 갈피를 잃은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가고 있었다. 아인이 내뱉었다.
“지, 진짜 모른단 말이다! 동굴 안에 우리는 들어갈 수 없다! 데오르곤께서 직접 나오셔서 여자를 데리고 갔으니까!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 우리는 모른단 말이다!”
“잠깐만, 여자라고? 아까 나한테 뒤진 아인은 남자를 데리고 가야된다 그랬는데?”
“이번엔 남자를 데려오라고 했다! 여자로 혼자 연습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꼭 남자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아주 강한 남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 노인을 찾으려고 했는데! 어딨느냐? 노인은 어딨지? 우리가 이렇게 난리를 피우면 얼굴을 보였는 데 통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노인은 죽었나?”
“잠깐만 있어봐.”
나는 옆으로 빠져서 생각에 잠겼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아인들은 대공이 죽은 걸 아예 모르고 있었고, 그냥 드래곤 산맥에 살고있던 드래곤의 명령으로 여자들을 납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드래곤이 존나 쎈 남자를 납치해오라고 하자. 대충 조건에 맞는 남자를 납치하기 위해 다시 내려와서 깽판을 쳤는데 대공이 뒤진 터라 아인들이 개판을 쳐도 적당한 놈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드래곤이 깨어난 거야 뭐 그러려니하는 문제였다. 원래 게임에서도 드래곤이 존재하기는 했으니까. 자느라 등장을 안해서 그렇지.
“그 노인이 빨리 와야한다!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단 말이다! 우리라고 좋아서 내려와서 이 난리를 치는 줄 아느냐! 평범한 인간을 바쳐봤지만 데오르곤께선 너무 약하다고 하셨다!”
“그럼 그냥 대충 강한 놈 하나만 보내달라고 하지 그랬어. 이따위로 개판치지 말고.”
“드래고니안은 인간에게…..”
쾅!
“끼아아아아아악! 잘못했다! 우리가 잘못했다! 용서해다오! 아아아아악!”
이번엔 손을 으깨버린 다음 지그시 밟아주기 시작했다. 통각이 살아있는 손에서 피가 왈칵왈칵 뿜어져 나왔다. 아인은 그 모습을 보며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밟던 걸 멈추고 물었다.
“씨이발. 별 병신같은 동기 다 보겠네. 자, 도마뱀아. 내가 마지막으로 물을건데….”
“드래고니안이다!”
“힐.”
“도마뱀이다! 도마뱀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는 더러운 도마뱀이다!”
“그래. 말 잘듣네. 그래서, 너네 혹시 그 짧은 검은 머리를 한 이쁜 여자 본 적 있냐?”
“이쁜 여자라고 해도 우리는 인간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서 모른다.”
쾅!
“끼아아아아악!”
“씨발 색맹은 아닐거 아니야. 좆같은 새끼야. 검은색 짧은 머리 여자가 뭔지 몰라?”
“알고 있다! 그 여자를 우리가 마지막으로 데오르곤 님에게 바쳤다!”
“뭐 씨발?”
최악의 상황이다. 그렇게 아끼고 아꼈더니 드래곤이 홀랑 먹어버렸다고? 내 표정을 보고 뭔갈 느낀걸까 아인이 소리쳤다.
“살아있다! 아직 살아있는 걸 내가 봤다! 저번에 데오르곤 님의 신탁을 내가 받아서 알고 있다! 동굴 안에서 그 여자가 살아있는 걸 봤다! 데오르곤 님은 여자보단 남자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살아있다니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그냥 죽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데오르곤 이 새끼는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원작 게임에서 드래곤이 얼굴을 보이질 않으니 드래곤들이 뭐하는 놈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대충 생각을 해봤을 때, 이 세계관이 야겜이니 드래곤은 슈퍼 보빔용인가? 그래서 에이에이랑 뒤지게 비비다가 지겨워서 남자 하나를 부르는 건가?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암만 생각해도 이건 너무 편하게 생각한 것이다. 아인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너는 강한 듯 하니, 내가 그 동굴로 안내해주겠다. 우리 일족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다! 이번 일이 해결되면 당분간 쳐들어오지 않겠다!”
나는 그 말을 그냥 씹어버렸다. 저렇게 말해놓고 내가 가서 뒤지면 보란듯이 쳐들어올 놈들이다. 이 놈들은 아픈 척 약한 척을 너무 잘한다. 그런 거짓말에 당하면 에이에이처럼 드래곤 아가리에 쏙 들어가는 것이다.
“근데 에이에이를 어떻게 바쳤어?”
“그, 그 여자 말하는 것이냐? 데오르곤 님을 만나고 싶다길래 안내해줬다.”
TS 마법에 미친년 같으니라고. 산맥을 돌아다니다가 아인들을 마주친게 분명했다. 아인들은 졸라 쎈 여자가 드래곤을 찾고 있으니 좋다구나 하고 동굴로 보내버렸겠지. 지금쯤 드래곤 보지 비비기에 당해서 암컷 타락했거나 드래곤 프레스에 박혀서 앙앙대고 있을게 분명했다. 나는 그냥 에이에이를 잊어버리기로 결심했다.
나 혼자서 드래곤은 못이긴다. 원작 게임에도 안나온 보스면 이벤트 보스 급인데, 이 새끼들은 만렙 레이드 파티를 끌고 가도 이길까 말까한 새끼들이었다.
나 혼자 들어가면 무슨 짓을 당할 지 알 수 없었고, 에이에이가 드래곤 오나홀이 됐다고 하면 대충 에리나도 이해하고 용서해줄것이다. 그 년도 근본이 엘프 공주니까. 나한테 드래곤한테서 에이에이를 구해오라는 개소리는 안하겠지.
이제 남은 문제는 이 북부에서 아인들을 물리치는 일 뿐이었다. 이 것만 해결하면 이제 돌아갈 수 있는데….
“이, 이제 풀어주는 것이냐?”
아인은 할딱거리면서도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잠깐 생각하며 기사들을 쳐다봤다. 기사들이 고개를 가로 젓고 있었다. 싫다는 뜻이었다. 나는 기사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기로 결심했다.
“아니.”
“야, 약속과는 다르지 않느냐! 나를 풀어줘라! 살려다오!”
나는 아인의 튼튼한 비늘을 보며 잠깐 생각에 빠졌다. 이거 잘 활용하면 어떻게 될 거 같은데? 나는 아인들을 잡고 있는 기사들을 불렀다.
“여기 모여볼래요?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 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뭡니까?”
“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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