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2
“오오! 순찰대원들인가!”
왕이 반가움에 다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위대한 드래고니안들은 무기를 들지 않는다. 아인들이 더욱 더 눈을 찌푸리고 엘르타림을 따라오는 일행들을 자세히 바라봤다.
“끄아아아아악!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윽고 그들의 실체를 깨달은 아인 하나가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고 발광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엘르타림을 쫓아오는 이들이 무엇인지 확인한 아인들이 공포에 빠져서 발광하기 시작했다. 아인들의 왕 역시, 추격대의 끔찍한 진실을 알고 공포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으…..으아…..으으…..”
그들은 아인들이 아니었다. 아인들의 가죽을 뒤집어쓴 인간들이었다. 선두에 보이는 살벌한 몽둥이에는 아인들의 발톱이 박혀 있었다. 엘르타림은 울부짖었다.
“끼요오오오오옷!”
그 소리보다 더 크게 패닉에 빠진 아인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던 루시우스가 머리통만한 돌멩이를 아인들을 향해 집어던지며 외쳤다.
“전부 죽여라!”
“으아아아아아!”
“죽여라! 다 죽여버려라!”
그와 동시에 살의를 품은 기사들이 앞을 달려나가던 엘르타림을 갈갈이 찢어버리며 전진했다. 그들은 아인들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광분했다. 지난 4개월 동안 무참히 유린당한 북부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 해방된 분노를 막을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잔혹한 분노와 마주한 아인들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가죽을 쓴 살인마에게 냉정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아인의 피가 산맥을 적셨다. 루시우스가 날린 돌덩이가 입구를 매우고 있던 아인들을 뭉게버렸다.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방에 아인의 피가 흘러넘쳤다. 고기를 주로먹는 아인의 피에선 선지국같은 냄새가 났다. 고원의 날씨는 제법 추운 편이지만 사방을 적신 뜨끈한 피 덕분에 나는 춥지 않았다. 선두에 서있던 아인의 머리를 돌멩이로 뭉게버린 이후, 우리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려드는 아인들을 잡아 죽이기 시작했다.
아인들의 거처는 분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건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는데,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산맥 중간에 있는 오목한 분지 특성상 맨 몸으로 찾기 여의치 않았다. 멀리서보면 그냥 능선에 불과한 산이 사실은 아인들을 움푹 들어간 장벽으로 아인들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란 쉽지 않았다.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분지의 모양이 무슨 양동이로 후려친거 같이 생겨서 입구가 봉쇄당하면 도망가기도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쳐들어온 입구를 제외하면 분지의 절벽은 정말 깎아지를 듯이 높이 솟아있었다. 인원들이 적은 아인들 특성상 여기말고 다른 곳으로 거점을 옮길 생각을 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이 놈들은 의외로 정신 내성이 낮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가죽을 뒤집어쓰고 돌격하니까 전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바빴다. 반대로 생각해도 존나 무섭긴 할 거 같았다. 이 도마뱀 새끼들이 사람 가죽을 뒤집어 쓰고 오면 병사들이 다 도망가겠지.
나는 내 손에 닿는 곳에 있던 아인의 목을 붙잡아서 바닥에 팽개친 후 대가리를 메이스로 찍었다. 이제 발톱 인챈트가 된 메이스는 효율적으로 아인의 대가리를 뚫어서 손가락에 찔린 스티로폼 같이 만들어주고 있었다.
기사들의 갑옷이 아인들의 발톱을 막아내다 보니, 아인들은 패닉 상태였다. 어중간한 기사들이 아인들에게 맞거나 그들을 이리저리 몰면 발톱을 치덕치덕 발라놓은 도리깨나 몽둥이를 든 기사들이 아인들의 대가리를 박살냈다.
그렇게 한 명 한명 차근차근 아인들을 죽여나갔다. 이 새끼들은 새끼를 얼마나 까는 건지 생각보다 넓은 분지에 아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살려줘! 살려줘어어어!”
“네 놈들은 북부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느냐! 우리는 네놈들의 만행을 잊지 않았다!”
기사들이 감정이 가득실린 목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서 빌고있는 아인을 후려갈겼다. 입 안에 칼을 쑤셔넣자, 비늘에는 칼이 들어가지 않던 아인이 몸을 벌벌 떨며 절명했다.
“씨발. 이거 끝이 없겠는데.”
나는 아인 한 명의 대가리를 부수면서 중얼거렸다. 확실히 숫자가 기사들에 비해 너무 많았다. 정신을 차릴법한 아인들을 내가 고르고 골라서 전부 패죽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숫자가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기사들이 아인들 하나하나를 잡는 데 너무 오래걸렸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이대로 아인들이 정신을 차리기라도 하면, 역습을 당할 수도 있었다. 이 분지에는 아인들이 도망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소리쳤다.
“전부 후퇴!”
기사들이 자신들이 붙잡은 아인들만 죽여버리고 전부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직 우리들은 입구에서 몇걸음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아인들이 뒤로 쭉 물러난 채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차피 입구가 막히면 놈들은 나갈 곳이 없었다. 덕분에 아인들이 뒤로 몇걸음 물러나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들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전투의 흥분을 되새기며 내게 물었다.
“이대로 물러나실 겁니까?”
“아뇨. 잠시만….”
나는 기사 중에 부상당한 기사를 하나 골라서 다시 마을로 내려가게끔 했다. 거기서 내 권한으로 차출할 물자들을 적어주고 병사들과 함께 오라고 지시했다. 아인들은 구석에 몰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이 분지에서 나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격하기도 여의치 않았다. 아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이 좁은 입구를 틀어막고 버티기만 하면, 들이박는 건 미친 짓에 불과하다는 걸.
왕도 난전 중에 죽어버린 모양인지 아인들은 서로 지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행동대장 급 인사들이 죄다 죽어버린 건가? 그 중 그나마 덩치가 큰 아인이 소리쳤다.
“무, 물러나라! 요구조건을 들어주겠다!”
“뭐든지 한다고?”
“그, 그래! 뭐든지 하겠다!”
“그럼 당신만 잠깐 나와볼래요?”
아인이 덜덜 떨면서 앞으로 나왔다. 그는 떨면서도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 내 목숨으로 이 참극을 끝내다오!”
“잠깐만 기다려봐요.”
나는 이 새끼들을 믿을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좋다고 물러나면 산맥 다른 곳으로 거점을 옮긴다음 더욱 더 좆같은 게릴라전을 반복할 새끼들이었다. 나는 그런 꼴을 눈뜨고 볼수는 없었다.
아인을 바닥에 납작 엎드리게 한 다음 그의 머리를 밟은 채 다른 아인들의 동태를 살폈다. 아인들은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인들에게 지시했다.
“벽으로 바짝 붙어요.”
“벽으로?”
“씨발 빨리.”
내가 재촉하자 아인들이 내 메이스가 가리킨 벽 쪽으로 바짝 붙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그렇게 벽에 바짝 붙은 수백명의 아인들과 우리의 기묘한 대치가 시작되었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아인의 대가리를 밟은 채 수레가 올라오길 기다렸다.
꼬박 하루 동안, 우리는 교대로 잠을 자며 아인들과 대치했다.
“영주님!”
그리고 다음 날 오후에서야 기다리던 외침이 들려왔다. 내 이름을 부르는 기사의 목소리에 아인들이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다양한 자재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10개 정도의 기름통들이 올라왔다. 기사는 그새 사제에게서 부상을 치료했는 지 멀쩡해진 팔로 내게 칼 한자루를 건넸다. 아인 가죽을 벗겼던 그 칼이었다.
내 발밑에 있던 아인은 내가 칼을 대자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고민하고 있었다.
“이제 저 놈들을 여기 입구로 끌어들여야 하는 데….”
작전 자체가 좀 즉흥적이라 도발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저 놈들을 우리가 있는 이 입구로 꼴아박게 만들만큼 확실한 도발을 해야하는 데, 이 새끼가 죽을 때까지 가죽이나 벗길까?
내가 고민하던 차에 기사 한 명이 내 옆으로 와서 말했다.
“저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그가 칼을 달라는 듯이 손을 내밀자, 나는 칼을 넘겨줬다. 기사는 칼을 받자마자 아인의 목에 찔러넣었다.
“끄윽…..”
아인이 단숨에 절명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아인들이 이를 악물고 우리를 노려봤다. 기사 이를 악물고 낑낑대며 아인의 가죽을 벗겼다. 벗겨진 가죽은 기사들에게 인계되어 뒤로 넘어갔다. 뒤에서는 바리케이트 제작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분지 능선을 따라서 기름통들이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가죽이 홀랑벗겨진 아인을 두고, 기사는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뭐, 뭐냐! 무슨 짓이냐!”
아인들이 기겁을 하고 소리쳤다. 기사는 죽어버린 아인의 팔을 잘라내고 나뭇가지에 아인의 팔을 꽂았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묻지 않느냐!”
“꼬치구이.”
내가 지금 잘못들은 건가? 나는 멍한 표정으로 기사들과 나뭇가지에 꽂혀있는 아인의 팔을 번갈아 쳐다봤다. 기사들은 이 기사의 기행에 덤덤한 표정이었다. 기사들끼리 몇마디 나누다가 내게 말했다.
“이게 양념을 쳐야 맛있습니다.”
“드셔보셨어요?”
미친 놈들. 아인 살육자도 아니고 먹을 게 없어서 아인을 쳐먹나.
“부관께서 살아계실 때 식량 사정이 여의치않으면 한 두 번 먹어봤습니다. 먹을만하더군요.”
아인들은 이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미친놈! 네 놈이 사람이냐! 어찌 드래고니안을 잡아먹을 수 있단 말이냐! 이 잔인한 놈! 야만이이인!”
“한 입 하시죠.”
“음. 살살 녹는군요.”
나는 기사들의 꼬치구이 솜씨에 엄지를 척 올렸다. 이렇게 맛있으면 인정이지. 케이건 드라카도 사실 나가가 존나 맛있어서 먹은 게 아닐까? 아인들 중 몇몇이 이 기가막힌 행태를 참지 못하고 마침내 달려들었다.
“죽여버리겠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