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6
“아, 아니에요.”
“이상한거 가랑이에 달려있다. 이건 뭐지?”
“….나, 나중에 설명해드릴게요.”
“어디로 데려다주면 되나. 마법사. 다리 장애인이더니 드디어 허리도 장애인 됐다. 당분간 내가 들어서 옮겨주겠다.”
“아직 허리는 장애인 아니에요….일단 화장실로 가주세요.”
소야는 죽고 싶었다.
“귀, 귀 막아주세요.”
“괜찮다. 원한다면 돌아서 주겠다.”
“네, 네. 감사드려요.”
“이제 됐나?”
“네. 이, 이제 됐어요. 그, 소, 손 놓지 말아주세요.”
“마법사. 이상한 냄새 난다.”
“아, 그, 그러니까…. 제가 클린 마법을 안배운터라….”
“괜찮다. 허리 장애인이니까 이해할수 있다. 이제 어디로 가주면 되나? 가고싶은데가 없으면 다시 공방에 데려다 주겠다.”
“교, 교회로 가주세요! 교회로! 그래서 그 시에리 씨랑 만나게 해주세요!”
“수녀? 알겠다. 잘 잡고 있어라.”
엘시는 화장실 문을 발로 차며 열었다. 옆을 지나가던 에리나가 깜짝 놀라서 엘시와 소야를 번갈아 쳐다봤다. 에리나는 자신의 배를 감싸며 얼굴을 찌푸렸다.
“놀랬지않느냐. 기척을 내고 다니거라.”
“미안하다. 마법사가 장애인이 되서 빨리 가야한다.”
“장애인이 돼?”
“그렇다.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한다. 엘프.”
에리나는 엘시가 자신을 ‘엘프’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다. 엄연히 영주 대리이므로 지금 이 상황에선 영주 호위병 직급인 엘시가 자신을 영주나 영주 대리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엘시는 소야를 업고 바람처럼 달려갔다.
“뭐야? 효도 중이야?”
밖에서 느긋하게 수영장을 헤엄치던 셀루가 물었다. 등에 업힌 소야를 배려하여 천천히 걸어가던 엘시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말했다.
“마법사가 이상하다. 허리도 다쳤고. 가랑이 사이에 뭐가 났다.”
“가랑이에 뭐가 났다고?”
셀루가 그 말에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수영장 옆에 세워놓은 딜도를 꺼림칙하게 바라보더니 저 멀리 던져버렸다. 소야가 황급히 외쳤다.
“그, 그런거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만지고 느꼈다. 아주 딱딱하고 툭 튀어나온…..”
“와아아악! 와아악!”
소야는 얼굴이 빨개진 채 소리를 질렀다. 엘시는 눈을 찌푸리며 소야에게 말했다.
“소리 지르지마라. 수인은 귀가 예민해서 그렇게 큰 소리 지르면 괴롭다.”
“아, 아 네 알겠어요. 그, 그 빨리 가주세요 엘시.”
“알겠다 마법사. 얼굴도 빨개지고 자꾸 몸을 부들부들 떠는 걸 보니 많이 아픈 것 같다. 서두르겠다.”
“네, 네…..”
엘시는 영지 저택을 벗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여간해선 저택에서 나오지 않은 엘시가 마법사를 업고 달리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소야는 사람들이 자신과 엘시를 힐끔거리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엘시 등에 파묻은 채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교회의 문 앞. 대천신교의 문을 지키던 신입 사제는 엘시가 들어오려는 걸 잠시 제지하고 용무를 물었다. 엘시는 등에 업힌 소야를 보여주며 말했다.
“환자다. 수녀가 필요하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사제가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 한가했던 수녀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아주 뚱뚱했지만 온화한 인상을 가진 수녀로, 이 영지에서 10년 이상 일한 베테랑이었다. 신성력 역시 어지간한 사제들보다 높았으며, 의학에도 정통한 여성이었다. 엘시는 고개를 저었다.
“저 수녀는 수녀가 아니다.”
사제는 엘시의 말에 조금 당황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 수녀가 아니란 말씀은 대체.”
“수녀는 수녀다. 성직자한테 마사지 받는 수녀가 필요하다. 저택에 살고있다.”
“아, 누군지 알겠습니다. 시에리 수녀님을 불러드리죠.”
사제는 마사지란 말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저택에 산다는 말에 바로 시에리를 떠올렸다. 시에리의 이름을 듣자 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름이 시에리였다.”
등에 업혀 있던 소야가 황당한 얼굴로 엘시에게 말했다.
“이름 정도는 외우시라고요.”
“하지만 직업으로 불러도 다들 알아듣는다. 그리고 이름 너무 어렵다.”
“제, 이름은 기억하시죠?”
“마법사.”
“이름말이에요!”
“이 영지에 마법사가 너 하나 뿐인데 왜 이름을 더 외워야 하는 지 모르겠다.”
엘시가 고개를 저으며 투정을 부렸다. 소야는 마지막으로 루시우스의 이름을 물어보기로 했다. 아무리 그녀라도 루시우스의 이름은 알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영주님 이름은요?”
“뭐였지. 페타시우스?”
“루시우스 님이잖아요. 페타 루시우스.”
“아, 기억했다. 성직자는 페타 루시우스다.”
정말 기억한 것일까 궁금했지만 소야는 더 캐묻지 않았다. 다시 문이 열리고 시에리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른 일을 하고 있던 도중이었는 지 손을 닦으며 나왔다. 시에리는 엘시에게 업혀 있는 소야를 보고 당황해서 물었다.
“마법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세요?”
“가랑이에 뭐가 났고 허리가…..”
“와악! 와아악! 엘시! 제가 설명할게요!”
시에리는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는 소야에게 아주 온화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마법사님. 성병에 걸려서 여기 오는 분들도 꽤 많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 아니에요! 아니란말이에요! 이,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할게요!”
엘시는 얼굴을 찌푸린 채 투덜거렸다.
“마법사는 고마움을 모른다. 여기까지 업고왔는 데 나한테 소리만 지른다.”
“죄, 죄송해요. 엘시. 하지만, 그…. 이건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
소야는 너무 엘시에게 야박한게 군게 아닌가 싶어서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엘시는 소야가 사과하자 금방 화를 풀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해한다. 나도 가랑이에 그런게 나면….”
“아니! 그러니까! 그! 아니! 아무튼!”
소야가 다시 화를 내자 엘시는 금새 귀를 축 늘어트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시에리가 웃으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애썼다. 그녀는 엘시의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
“자, 엘시. 지금부터 치료를 해야하니까 잠깐만 나가있어줄래요? 그…. 환부가 부끄러운 곳이라, 좀 거부감이 있으신가봐요.”
“알았다.”
그렇게 엘시는 소야를 두고 교회 밖으로 나왔다. 교회 문 앞에는 여전히 신입 사제가 기부금을 내러 오는 사람들이나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교회 입구에 수인이 서있으니 사람들은 마치 크리스마스에 세워둔 인형에 시선을 주는 것처럼 호기심어린 시선을 던졌다.
엘시가 귀를 쫑긋쫑긋거리면 흠칫 놀라서 거리를 벌리거나 만져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눈을 감고 기다리던 엘시는 자신을 만지려는 어린애들에게 말했다.
“만지면 안된다. 난 장난감이 아니다.”
엘시가 말하는 걸 보고 신기해하는 어린애들이 서로 소리를 질러대며 도망쳤다. 사제가 어색하게 말을 걸었다.
“그, 고생이 많으십니다.”
사제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엘시가 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법사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인어가 말한 것처럼 역시 믿을 수 없는 놈들이 틀림없다.”
“아, 그렇습니까.”
눈 앞에 있는 수인은 영주 호위병이었다. 그리고 그런 수인이 데려온 마법사는 이 영지의 유일한 마법사였다. 사제는 그래서 수인의 말에 뭐라고 맞장구치기가 애매했다. 그가 대충 대화를 넘기자 엘시도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소야가 고개를 푹 숙인채 나왔다. 옆에선 시에리가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 누구나 그렇고 그런…. 그러니까 그럴 때가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흑…..”
소야는 심하게 절뚝거리는데다 어기적거리긴 했지만, 어쨌든 걸음을 걷고 있었다. 엘시가 말했다.
“마법사. 이제 장애인이 아니다. 기쁘다.”
“네, 네에…. 그, 그래도 좀 업어주셨으면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