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8
“나도 네 배때지 갈라버린다는 거 진심 아닌거 알지?”
“그, 잘라버린다는 건…..”
“그건 진심인데.”
“이런 무례한 놈! 짐승 같은 놈!”
에리나는 이브의 말 한마디에 다시 얼굴을 붉히며 발끈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걸 엘시가 말렸고, 아이라와 소야가 좌불안석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매 번 식사 시간이 적응되질 않았다.
이브는 그 말에 피식 웃고 시에리를 쳐다봤다. 또 싸울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시에리는 이브와 눈이 마주치자 어깨를 움찔 떨며 살짝 위축되었다. 이브가 물었다.
“넌 그래서 무도회 갈거야?”
“네? 아뇨. 무, 무도회는 좀…..”
“무도회가 왜?”
“높으신 분들도 많이 올텐데, 저 같은게 가면….. 좀 그러지 않을까요?”
“네가 왜? 팔다리 다 달려있는 멀쩡한 사람인데.”
“그,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 뭐가 문제야. 내가 비늘다리 달고 가면 거기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냐? 내가 그걸 참을 거 같아? 무도회 대학살사건 보고싶지 않으면 네가 가는 거야 알았어?”
“그, 그….꼭 가야되는 건가요?”
시에리가 에리나를 쳐다봤다. 에리나는 자신의 입술을 두드리며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왕궁에서 주최하는 무도회기 때문에, 왕국 영주라면 거의 무조건 참석한다고 봐야 한다. 저번 왕궁 무도회 때는 루시우스가 미혼이라 참가하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부인이 있지.
내가 지금 거절한다고 해도 초대장이 한 번 더 날아오겠지. 루시우스는 에이에이와 함께 마왕도 물리치고, 성검 탐색에도 성공한 유명인이 아니더냐. 왕궁에서는 무조건 부르고 싶을거다. 거절하면 끝까지 귀찮게 할테니 차라리 지금 간다고 하고 한달 동안 느긋하게 준비하는 게 낫다.”
“귀찮게 하네. 뭐 좆도 주는 거 없으면서.”
이브가 투덜거리자 에리나가 엄한 목소리로 이브를 혼냈다.
“루시우스는 자신이 받을 권리를 전부 너를 사면하는 데 썼다는 걸 잊지 말거라. 쾌락 강간 살인마는 인간이어도 보통 사면받지 못한다.”
“알아. 안다고.”
이브는 짜증을 부렸지만, 따로 더 에리나의 말에 반박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입술을 살짝 내밀며 덧붙였다.
“그래도 존나 귀찮잖아.”
“역시 저보단 이브 씨가 가는 게….”
이브는 여전히 자신감 없는 시에리를 다시 한 번 혼냈다.
“아니 시에리. 내가 가면 난리 난다니까? 씨발 저번에 대공 아들이란 새끼가 나한테 물고기 작부라고 지랄하는 거 못들었어? 나 거기다가 애꾸라서 일단 가자마자 이상한 소리만 듣는다니까?”
“그래도…..”
이브의 다른 한 눈이 초점을 잃은 상태로 시에리를 향해 움직였다. 이 저택에 있는 그 누구도 이브가 왜 애꾸가 됐는 지 몰랐다. 셀루는 알지도 몰랐지만, 그녀 역시 이브가 왜 애꾸가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없었다.
“괜찮아. 괜찮다고. 가서 예쁜 무도회 의상도 입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응? 얼마나 좋아.”
“아, 알겠어요.”
시에리는 이브가 계속해서 밀어붙이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시에리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특히 무도회 같은 건 질색이었다. 그녀는 그런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으니까. 춤도 잘 추지 못했고, 우아한 대화나 교양과도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시에리는 괜히 루시우스에게 민폐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에리나는 대충 상황이 정리된 것 같으니, 다른 편지들을 꺼내들었다.
“너에게 편지가 왔더구나. 정보 길드에서 왔던데.”
“정보길드?”
이브가 편지를 받아들었다. 정보 길드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걸 보니 그녀도 뭔지 기억을 못하는 듯 했다. 편지를 받아들어서 펼친 이브는 뭔가 기억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질렀다.
“아, 씨발 맞다. 애비 새끼 찾아달라고 부탁했었지. 그거 결과가 나왔네.”
이브는 편지를 읽어내려가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엘시가 물었다.
“인어. 아버지 인어?”
“아니. 아버지는 인간인데. 씨발 새끼. 인어도 따먹는 이상성욕자 새끼였지. 그 시발 새끼는 내가 좀만 더 나이 먹었으면 나도 따먹으려고 했을 걸.”
이브는 스스로 말하고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 지, 잠깐 눈을 찌푸린 채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우리 신랑이 더한 새낀가? 아닌데, 씨발 뭔가 차이가 있을텐데 차이를 모르겠네.”
“그래서 아버지 만나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에리나가 물었다. 그녀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이브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브는 말했다.
“어떻게하기는 죽여버려야지. 진짜 그냥 죽여버리려고 했는 데…… 씨발 이미 뒤졌다네?”
이브는 혀를 차며 짜증을 냈다. 정보 길드의 문서 내용을 보자면 이브의 아버지와 신상 명세가 정확히 똑같은 노예상인은 재작년 3월에 노예 반란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고 나와있었다. 이브는 편지를 찢어버린 다음 대충 바닥에 버렸다.
“씨발 되는 일이 없어.”
“인어. 아빠가 죽었나?”
“어.”
“안됐다.”
“뭐가?”
“아빠가 죽었다지 않았나. 나도 엄마가 죽어서 그 아픔을 알고 있다. 수인들은 가족의 죽음을 애도한다. 인어들은 그렇지 않은 건가?”
“어….. 뭐 애도하지?”
“그렇군. 안됐다.”
“…..고맙다야.”
이브는 떨떠름하게 애도 인사를 받았다. 에리나가 덧붙였다.
“네가 살인자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타 영지민을 죽이면 일이 너무 복잡해진다.”
“그것도 그렇지.”
이브는 드물게도 에리나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는 여전히 제대로 복수를 끝내지 못해서 찝찝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찢어버린 종이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얘 처자식은 있을까?”
“거기까지만 하거라. 어디까지 죽일 생각이냐?”
에리나는 다시 한 번 이브를 혼냈다. 이브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처자식을 찾는 계획을 접어두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복수 대상을 늘리다 보면 끝이 없었다.
“그래서 무도회 날짜는 정확히 언제라고?”
에리나가 다시 초대장을 보며 날짜를 확인하려는 순간이었다. 식당 문이 열리고 로빈이 들어왔다. 오늘 저택 외곽 근무 중이었던 로빈은 수정구슬 하나와 편지 하나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영주 대리님께 인사드립니다.”
“무슨 일이지?”
첫 만남이 아주 안좋았던 것에 비해 로빈은 에리나에게 아주 깍듯이 대했다. 로빈이 말했다.
“저택 대문 앞에 이 편지와 수정구슬이 놓여있었습니다. 편지에 영주 대리님의 성함이 적혀있어서 이렇게 전해드립니다.”
“내 이름이?”
에리나는 편지를 받아서 겉면을 바라봤다. 그곳에 적힌 필체는 에리나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의 필체였다.
“에, 에이에이!”
“뭐, 누구?”
이브가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시도 에리나 옆에 서서 편지를 바라봤다. 엘시가 눈을 찌푸리자 에리나가 물었다.
“너 글을 읽을 줄 아느냐?”
“모른다.”
“잘 보거라. 여기 이 글씨의 주인은 내 남편인 에이에이다. 아주 용맹하고 늠름한 사람이지. 이 사람이 걱정하는 나를 위해 편지를 보낸 것이다.”
“우리 신랑은?”
이브가 에리나 옆으로 와서 루시우스의 행방을 물었다. 에리나는 봉투 겉면을 뜯으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히 편지에 같이 쓰여있지 않겠느냐? 일단 한 번 읽어보고 생각하자. 그게 좋을 것 같으니.”
에리나는 수정구는 옆으로 치워두고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이브도 옆으로 바짝 다가와서 같이 편지를 보기 시작했다. 우물쭈물거리던 시에리를 엘시가 끌어들여서 자신과 자리를 바꿨다.
– 에리나, 오랜만이야. 내가 사라져서 많이 걱정했다고 들었어. 나는 지금 드래곤 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드래곤 아티 씨의 레어에 있어.
“드래곤의 레어?”
“진짜로 드래곤이 있었다고?”
이브도 신기한듯 중얼거렸다. 에리나는 드래곤이라는 말에 조금 당황한 듯 다리를 살짝 떨다가도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 아티 씨에게 물어봤는데, 마법으로도 성별을 바꾸긴 힘들다고 해. 엘프 왕국에 성별을 바꾸는 아티팩트가 있다고 하던데 아마 내가 먹은 약이 그 약인 것 같아. 조만간 엘프 왕국으로 가려고 하는 데, 거기서 볼 수 있으면 좋겠네.
“아아, 봤느냐! 에이에이가 다시 엘프 왕국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에리나는 눈물도 글썽이면서 편지를 꼭 끌어안았다. 편지를 읽고 있던 이브가 고개를 돌리며 살짝 눈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도 에리나의 심정을 대충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브는 에리나의 환호성을 무시하고 그녀의 품에서 편지를 뺐다. 그리고 직접 편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