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48
“예, 예. 뭐가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로잘린 바르바 후작에 대해 듣고싶군요.”
“로잘린 바르바 후작 나으리 말씀이십니까?”
“네. 그 사람이랑 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데, 그…. 이유는 대충 아시죠? 우리 기사단장이 이제 결혼할 나이라 좋은 사람을 얻어주고 싶은데, 로잘린 가문이랑 이야기가 잘 안됐거든요. 그래서 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데,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고가야 편하지 않을까해서요.”
“아, 로잘린 바르바 후작나리에 대해서 모르십니까?”
“모릅니다. 생각보다 귀족 사회에는 연이 없어서요. 저는 남부에서 도통 벗어나질 않았거든요.”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질책하려고 한 말이 아니니까, 로잘린 바르바 후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세요. 어떤 사람이죠?”
마부는 눈을 찌푸리고 입을 우물거렸다. 시에리가 종이에 펜을 긁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 쪽을 쳐다보면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로잘린 바르바 후작께서는 북부의 성정 그 자체인 분이시죠. 과거 북부 대공께서 아인들의 침략을 막아내며 다른 귀족들에게 원조를 요청했을 때, 총대를 메고 앞으로 나와서 지원에 미적지근한 다른 귀족들을 비판하고, 가문의 재산을 털어서 지원하셨던 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북부 대공이랑 친하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북부 대공의 대가리를 깨버린 미친놈이었고. 이것만 봐도 로잘린 바르바 후작이 내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대충 예상이 갔다.
“그렇군요. 대외적인 모습은 그렇고, 로잘린 바르바 후작 개인의 됨됨이는 어떤가요?”
마부는 내 질문이 난처한 듯이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그를 다독였다.
“혹시나 제가 바르바 후작에게 실수할까봐 물어보는 거에요. 개인의 성격을 알면 서로가 지켜야할 선을 알기가 쉽거든요.”
“아주 냉정하시면서도 사납고, 가차없는 분이십니다. 그 때문에 로잘린 바르바 후작을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았죠. 입으로는 존경한다고 말하면서도 로잘린 바르바 후작 나으리의 마차가 지나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다투어서 도망쳤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가요?”
“아주 무서운 분입죠. 엄벌주의의 화신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으십니다. 법을 지키는 것을 선호하시고, 틀에서 벗어난 인간을 아주 혐오하시는 분이시죠.”
“그렇군요.”
어째 들으면 들을수록 나랑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대화는 해봐야 했다. 나는 대충 바르바 후작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 속으로 정립한 뒤, 마부를 돌려보냈다. 시에리가 가계부를 쓰다말고 내게 물었다.
“루시우스. 그럼 내일 무도회에 가보실 건가요?”
“가야죠. 바르바 후작이랑 이야기도 하고, 우리 시에리가 춤추고 싶어하니까 춤도 추고?”
“그, 추, 춤은 좀 부끄러운데……”
“연습했는데 한 번도 안추고 갈거에요?”
불륜 사건으로 이미지가 작살이 났으니 시에리랑 춤을 춰야 했다. 그래야 내 부부사이가 아직 건재하다는 걸 알릴 수 있었다. 나는 가계부를 마친 시에리의 어깨를 주무르며 물었다.
“그런데, 아직 덜끝났어요?”
“아….. 다 끝났어요. 하읏…..”
내 손이 시에리의 상의를 걷어올리고 브래지어를 매만졌다.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시에리가 뜨거운 숨을 흘리며 다리를 움찔움찔 떨었다. 나는 시에리의 상의를 벗겨내며 일으켰다. 단단하게 발기한 내 분신이 그녀의 엉덩이를 콕콕 찌르고 있었다.
시에리는 허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내게 밀착해왔다. 나는 시에리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그에게 덮쳐들어갔다. 가계부를 쓰던 펜이 노트 위에서 들썩거렸다. 책상 위에서 방방 뛰며 가녀린 손끝이 하얗게 질려갔다. 손톱끝으로 책상을 긁으며 시에리가 허물어졌다.
밤이 지났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이른 저녁부터 무도회장에 나왔다. 저번과 똑같이 테이블에 앉아서 주변을 살폈다. 무도회에 나와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유력가일수록 무도회에 더 빈번하게 출현했다. 사흘이나 지나서 그런지, 이제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은 들려오지 않았다.
“알루 테드는 오늘도 오지 않았군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무도회에서 갑자기 백치가 됐다고 합디다. 그래서 담당이었던 호위기사가 파면되고, 알루 메이슨 영주도 급히 치료를 위해 서부 해안으로 돌아가셨다더군요.”
“아쉽군요. 서부 해안의 미래를 이끌 유능한 인재였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아는 사람이 없으니 원….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감자 샐러드를 먹다가 그렇게 됐다는 데, 이거 우리도 감자 샐러드는 안 먹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들은 알루 테드라는 사내가 고향으로 돌아간 일에 대해 쑥덕거리고 있었다. 알루 테드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불행한 사고로 백치가 된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시에리에게 말했다.
“시에리. 오늘은 춤을 출건가요?”
“그게….그…..”
시에리가 조심스럽게 일어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시선이 무대 중앙으로 집중되었다.
무대 위에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콧수염을 길게 기른 중년 사내와 웨이브 진 파마를 한 중년 부인이었다. 요가나 필라테스를 오래 수련한 아줌마처럼 잘빠진 몸매를 가진 여인은 사내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옆에서 귀족들이 말하는 게 들려왔다.
“20년 동안 사교 댄스만 춰온 사교 댄스 전문가 페넬로페 부부군요.”
“이번에는 어떤 춤으로 무대를 휩쓸지 정말 궁금합니다.”
“씨발?”
나는 작은 소리로 욕을 읊조리며 시에리를 쳐다봤다. 무도회장의 크기에 놀라 우물쭈물하던 시에리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고인물들로 인해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린 표정이었다. 페넬로페 부부가 무대 가운데 서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숙련된 공연자들같은 그 모습에 귀족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마치 나이트 클럽에 아이돌이나 전문 댄스 퍼포먼서가 나타난 듯한 열광의 도가니였다. 시에리는 하얗게 질린 채 내 손을 꼭 잡았다.
페넬로페 부부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연주하던 악단이 음악을 바꾸었다. 재즈풍의 강렬하고 찐득한 음악에 맞춰, 부부가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발들은 마치 드 사람이 한 몸이 되어 4개의 다리를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부드럽게 한 걸음 옆으로 움직이면, 다음 스텝을 미끄러지듯 내려가서 아내의 움직임을 맞추었다. 페넬로페 남편은 손으로 모빌을 돌리듯이 아내를 팽팽 돌렸고, 아내는 발끝으로 서서 완벽한 회전을 선보이며 귀족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선남선녀들이 가득한 무도회장의 주인공은 페넬로페 부부였다. 그들은 마치 이 무대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땀으로 온 몸을 흠뻑 적신 채 춤을 추었다.
빠-밤!
음악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은 활짝 웃으며 서로 시선을 맞추었다. 애정과 땀으로 흠뻑젖어있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아하니, 돌아가면 방에서 격한 섹스를 할게 분명했다. 나는 다시 시에리에게 물었다.
“시에리. 우리도 가서 춤출까요?”
“…..모, 못하겠어요…..”
그리고 고인물들의 활약으로 시에리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추락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용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오늘 춤을 추는 건 글러먹은 것 같았다.
아쉽네.
“로잘린 바르바 후작께서 오십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전무 문으로 향했다. 춤을 감상하던 우리의 시선도 로잘린 바르바 후작에게 향했다. 이름만 들었지 확실하게 얼굴을 마주한 적 없는 사내가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어우,”
나는 그를 보자마자 마부가 말했던 ‘북부의 성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잘린 바르바 후작은 북부 산맥의 냉엄함과 고고함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인간이었다. 2M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키에 비쩍 마른 얼굴은 마치 돌로 깎아 조각상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팔다리가 매우 길어서 휘적거리며 걸었으며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주변 사람들은 마치,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를 보는 듯 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렇게 눈에 띄는 인간을 어떻게 놓치고 있었지? 첫날에는 바르바 후작이 먼저 도착해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게 분명했다. 바르바 후작은 두터운 입술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마치 골렘이 산제물을 바치려는 듯한 그 모습에 사람들이 주춤거렸다. 바르바 후작은 사람들을 헤치고 자신의 자리인 먼 상석으로 올라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그가 앉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바르바 후작 주위로 몰려들었다. 산만한 덩치의 후작도 사람들이 가리니 존재감이 옅어졌다. 나는 소란스럽게 몰려든 사람들을 보면서, 이래서 내가 눈치채지 못했구나. 라고 홀로 납득하였다.
“바르바 후작. 저는 교역도시 에스타에서 온 상인으로…..”
“동부 지역의 노예 매매업의 중추인…..”
수많은 질문과 자신을 어필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외침 속에서 바르바 후작은 조각상처럼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그가 무도회에 올 때 마다 벌어지는 연례 행사인듯,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귀족들은 바르바 후작을 바라보기만 할 뿐 더 말을 걸지 않았다.
나 역시 말을 걸고자 바르바 후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은 로빈을 데리고 오지 않은 터라 시에리와 함께 인사를 해야 했다. 시에리는 먼 발치에서도 바르바 후작의 외모가 부담스러운 듯 몸을 떨었다. 나는 시에리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시에리. 걱정마세요. 그냥 이야기만 할거니까요.”
“루시우스 당신을 오해하면 어떻게하죠?”
매우 높은 확률로 바르바 후작이 내미는 발언은 오해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비난이겠지만, 나는 구태여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시에리가 나를 좋게 봐주면 그걸로 충분하잖아?
열심히 자신을 어필하던 사람들이 제 풀에 지쳐 떨어지고 있었다. 바르바 후작은 사람들이 물러나고 나서야 비로소 눈을 뜨고 천천히 눈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솥뚜껑만한 손이 찻잔을 잡자 소꿉놀이를 하는 어른 같은 느낌이 났다. 나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에 맞춰서 시에리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내가 움직이는 걸 본 사람들이 다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바르바 후작도 나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는 로잘린 에바영애처럼 대리석같이 하얀 피부를 가진 사내였다. 하얗다기보단 눈처럼 창백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드래곤 산맥의 협곡과도 같이 깊은 주름이 얼굴에 패여 있었다. 그는 차를 홀ㅉ가이며 내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줄은 몰랐는 데, 내가 바르바 후작에게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호기심도 더 커져가는 모양이었다. 바르바 후작은 눈썹을 까딱이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후작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시에리가 조심스럽게 내 옆에 앉았고 바르바 후작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침묵을 지켰다. 대충 봐도 그렇게 강한 인간은 아니었으나 눈빛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름: 로잘린 바르바
직업 : 왕궁 재무대신
레벨: 23
스텟
힘: 34
민첩: 26
지능: 68
행운: 23
특성
압도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상대는 지능 및 민첩이 반감됩니다.
리더의 자질
휘하의 기사단, 병사가 50%의 스텟 보너스를 받습니다.
대가리에 한 방 갈기면 엊그제 만났던 귀족처럼 조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수도로 잠깐 자세를 잡아보다가 손을 내렸다. 견물생심이라고 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고, 힘이 생기면 쓰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게 딱 그 쪽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로잘린 바르바 후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