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0
“제 아내에게 이상한 짓을 하신다고요?”
“네? 아니, 그런게 아니라…..그러니까……”
“그러니까?”
에이에이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는 듯 했다. 필사적으로 입을 열어서 내가 에리나를 만나선 안되는 이유를 늘어놓으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우물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에리나 공주님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네. 그, 약속 시간은 언제로 할까요?”
“내일 일단 간단하게 계획을 점검해야 하니까 제가 데리러 올게요.”
난느 콧노래를 부르며 여관을 나섰다. 칼질의 달인인 용사 에이에이와 함께라면 노상 강도질도 무섭지 않았다. 나는 며칠 뒤에 있을 반하게 만들기 대작전이 너무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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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에이에이는 한숨을 쉬며 루시우스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봤다. 페타 루시우스. 대천신교의 사제장이자, 에이에이와 함께 마왕을 물리쳤던 사제였다. 에이에이는 그 때 그가 보여줬던 전우애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브와 싸웠던 굳건한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 루시우스는 정말 하늘이 내린 성자와도 같았다.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자신을 돕기 위해 하늘이 내려준 성자.
“에이에이. 누가 왔었느냐?”
“아니. 그냥 귀족이었어.”
에이에이는 위층으로 올라왔다. 에리나는 목욕을 마치고 목욕 가운만 입은 채 에이에이와 마주했다. 탄탄한 허벅지와 풍만한 가슴, 그리고 임신으로 부풀기 시작한 배의 윤곽이 보였다. 에이에이는 그 배를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봤다. 저 뱃속에는 아마 루시우스의 아이가 있겠지.
하지만 에이에이는 루시우스를 원망하지 않았다. 루시우스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에이에이는 두 번은 죽었을테니까. 마왕에게서 한 번, 이브에게서 한 번 구해준 것으로 루시우스는 에이에이의 인생을 바꿔주었다.
에리나가 자신의 부재로 불안해할 때 그 곁을 지켜준 사람 역시 루시우스였다. 그래서 에이에이는 루시우스를 마냥 원망할 수 없었다.
“에이에이, 오늘은 그….”
에리나가 에이에이의 어깨를 문지르며 유혹해왔다. 하지만 에이에이는 에리나의 손을 부드럽게 밀어내며 배를 쓸었다. 에이에이 입장에서 임산부는 지켜줘야할 존재였지 성애의 대상이 아니었다. 에리나를 사랑하긴 했지만, 지금 상태로 성관계를 맺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임신했잖아. 몸을 아껴야지.”
“…..그렇지. 그….래야겠지.”
에리나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에이는 의자에 앉아서 에리나를 쳐다봤다. 에리나는 침대에 조심스럽게 누우며 물었다.
“에이에이. 정말 괜찮은거지?”
“응? 무슨 이야기야?”
“에이에이. 날 계속 사랑해줬으면 좋겠구나.”
에이에이는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에리나의 걱정이 너무도 무의미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에이에이에게 사랑은 에리나 뿐이었다. 에리나는 허벅지를 마주 비비며 다시 에이에이를 쳐다봤다. 그 음란한 몸놀림에도 에이에이는 욕구를 참아내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감기 걸려 에리나.”
“……그래.”
에리나는 조금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에이는 에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옆에 누웠다. 에리나가 조심스럽게 팔을 벌리며 에이에이에게 다가왔다.
“에이에이. 안아줬으면 좋겠구나.”
“자….”
에이에이는 에리나가 울적해보인다고 느꼈다. 그녀는 에리나의 등을 토닥여주며 속삭였다.
“괜찮아. 응? 내가 널 사랑하는 거 알지? 에리나?”
“그래, 나도, 나도 널 제일 사랑한다. 에이에이….. 그러니, 그러니까 계속 내 곁에 있어다오.”
“당연하지.”
에이에이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으며 에리나는 눈물을 삼켰다. 그녀는 에이에이의 품에 꼭 안겨서 잠이 들었다.
아침 해가 밝았다. 에리나가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에이에이는 벌써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에리나는 에이에이에게 물었다.
“에이에이. 어딜 가려는 게냐?”
“에리나? 일어났어? 아, 이번에 기사단 초청으로 잠깐 훈련을 봐주기로 했거든. 오늘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그런가…..”
에리나는 약간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떠나려는 에이에이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에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에리나는 그 작은 스킨쉽에도 몸을 떨며 기뻐했다.
“그럼 다녀올게.”
“에이에이. 일찍오거라.”
“알았어.”
에이에이는 다시 한 번 에리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떠났다. 에이에이는 에리나가 떠나며 문닫는 소리가 들리자 다시 바닥에 눠어서 한숨을 쉬었다. 요즘 들어 너무나도 욕구 불만이 심각했다. 에이에이는 임신한 그녀를 배려한다며 아주 천천히 손만 써서 관계를 가지거나, 아예 관계를 하지 않았다.
에리나가 아무리 유혹해도 에이에이는 목석처럼 고개만 저으며 그녀를 아껴줄 뿐이었다. 에리나는 루시우스와 관계를 맺은 이후, 자위나 평범한 관계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녀에게 에이에이의 스킨쉽은 부족했던 것이다.
에리나는 무의식적으로 루시우스를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침대에 누워서 계속 멍하니 있으면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에리나는 옷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시내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관광이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에리나가 내려가자 식당 직원이 아는 체를 했다.
“아이고 공주님. 오셨습니까. 용사님은 먼저 나가셨습니다.”
“그래. 누구랑 나가더냐? 따로 사람이 데리고 왔던가?”
에리나는 메뉴판을 바라보며 물었다. 별 생각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직원 역시 별 생각없이 답했다.
“사제복을 입은 엘프 분이 데리고 가셨습니다. 이름이 ….. 루시우스…라고 하셨던가?”
“뭐?”
에리나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어떻게 공주님에게는 잘 설명드리고 나왔나요?”
나는 동네 골목 사이로 들어가며 에이에이에게 물었다. 이런 일로 귀찮게 일을 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나중에 에리나를 따먹을 때 조금 더 편했다.
“아니요. 그냥 기사단 일이 있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굳이? 이게 숨길 일인가? 내가 만나는 걸 숨겨야 될만큼 부끄러운 사람인가?
“그러면 안되죠. 매사에 솔직하셔야 해요. 거짓말은 오해를 부른다고요.”
“하지만, 사제님이랑 만난다는 이야기는 역시 좀 하기 그런걸요. 썩 깨끗한 일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요.”
에리나는 나와 에이에이가 만난다는 사실을 매우 싫어하는 것 같았다. 당사자 입에서 들으니까 살짝 기분은 나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의 아니게 에리나 앞에서 에이에이를 적나라하게 따먹은데다가, 그런데 그런다고 이렇게 거짓말해도 되는 건가?
“깨끗한 일이 아니라뇨. 이 정도면 정의로운 일이죠. 기사단장 일로 잠깐 만났다고 말씀하시면 되는 데, 왜 일을 힘들게 만드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공주님에게 걸리면 무슨 소리를 들으시려고. 제가 창피하세요?”
“……아주 조금요.”
“……”
에이에이가 대놓고 이런 말을 하니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을 돌아보자면, 에이에이가 날 만난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골목을 살폈다.
“그래서 이 곳은 왜 오신건가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으슥한 골목, 에이에이는 내가 그녀를 이런 곳까지 끌고 온 사실이 껄끄러운 듯 했다. 칼자루 쪽으로 은근 슬쩍 손을 가져간 건 용사 특유의 경계심일까 아니면 나에게서 위협을 느껴서일까. 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제가 사실은 어제 로잘린 유바 영애를 미행했거든요.”
어젯 밤에 에이에이와 이야기를 한 이후, 로잘린 유바의 공연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그녀가 돌아가는 루트를 확인했다. 로잘린 유바 영애는 호위병 몇명을 데리고 이 길을 통해 숙소로 돌아갔다. 호위병은 총 4명이엇으며 전부 레벨 20 이상의 튼실한 실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미행까지 하시는 건가요?”
에이에이가 기가 막힌단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가 없으면 범죄가 아니다. 들키지 않아도 범죄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에이에이의 시선은 조금 다른 생각을 품은 것 같았지만, 견해의 차이는 늘 있는 법이었다.
“확실하게 해야죠. 일단은 며칠간 더 두고보면서 상황을 체크한 뒤에 작전을 진행할 생각인데, 일단 당일 날 장소를 확인하는 것보다 미리미리 와서 한 번씩 봐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요.”
“……그렇죠.”
에이에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골목에 놓인 상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에이에이가 상자 쪽으로 걸아가자 나는 다시 말했다.
“지금 제가 오는 게 안보이도록 몸을 숨겨주세요.”
에이에이가 몸을 숨기자 나는 조금 뒤로 가서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걷는 중에도 에이에이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은 여기서 숨어있다가 습격하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마차가 오면 저희가 칼을 들고 나타나서 로잘린 유바 영애를 겁주는 거죠.”
“……정말 이게 잘될까요? 이런 방식으로 결혼한단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