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3
“방금 도련님이라고 했지?”
웅성대는 소음에 아차 싶었던지, 마리아는 다시 해명했다.
“그, 비, 비꼬기 위해 쓴 표현이다! 나는 귀족들에게 아주 큰 증오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래, 그럴수도 있겠군!”
랜돌프 아서가 마리아의 개소리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이렇게보면 둘이 꽤 잘어울리는 병신 듀오인데 왜 로잘린 유바 영애를 습격하려고 했지? 나는 로빈을 바라봤다. 로빈은 헛기침을 하며 로잘린 유바 영애의 마차 옆에 서있었다. 호위병들은 로빈에게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름을 밝혀주십시오.”
“페타 루시우스 남부 사제장 휘하 기사단장 로빈입니다.”
“…..어쩌다가 이 곳에 오셨습니까?”
“그게…..”
로빈은 할말을 찾아서 눈을 굴렸다. 내가 대신 설명했다.
“우리 기사단장님이랑, 저희가 친목을 다지던 중에 여러분이 곤란에 처한 걸 보고 이렇게 왔습니다.”
“….복면을 쓰고 말입니까?”
나는 마차 쪽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 사단이 났는데 로잘린 유바 영애는 코빼기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호위병들 태도도 영 껄끄러웠다. 로빈은 마차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얼굴을 드러내기 곤란한 사정이 있습니다.”
호위병들은 그 말에 아직도 못미더운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경계를 조금 누그러트렸다. 마차 안 쪽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 끝났느냐?”
청명하고 맑은 목소리가 마차 듬에서 새어나왔다. 한 번 공연에서 들었던 목소리임에도, 나와 에이에이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오르골을 틀어놓은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메아리와 같은 울림이 말의 끝을 따라 멀리멀리 퍼졌다. 저 여자. 침대에서 깔고 박으면 어떨까? 신음 소리도 쩔게 낼 거 같은데.
나는 그런 헛된 상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뚱녀는 좀 오바였고, 기사단장인 로빈의 여자가 될 사람이었다. 남의 여자를 뺏는 건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이었으니 난 그만 두기로 했다.
“네. 끝났습니다.”
“됐다. 그럼 출발하자. 습격자들은 저 쪽에 인계하도록.”
“어어? 잠깐. 잠깐만.”
그렇게 말하고 로잘린 유바 영애는 마차를 몰아서 출발하려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의 고삐를 붙잡고 억지로 마차를 세웠다. 마부가 기겁을 하며 몸을 떨었고, 호위병들이 창과 칼을 들이대며 내게 외쳤다.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은 뭔 무슨 짓이야. 씨발 도와줬으면 얼굴을 비추셔야죠. 로잘린 유바 영애.”
마차 안 쪽에서 다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위병들이 마차 쪽으로 귀를 기울이자, 다시 그 아름다운 음색이 퍼져나왔다.
“…..그대는 누구지? 일개 기사 같지는 않은데.”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로빈이랑 로잘린 유바 영애가 얼굴이라도 마주하려면 내가 신분을 밝히고 정식으로 감사인사를 받아야 했다. 에이에이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리아와 랜돌프 아서를 전부 꽁꽁 묶고 있었다. 랜돌프 아서는 계속해서 자신의 무고함을 외치고 있었다.
“놔, 놔라! 나는 무고하단 말이다! 난 이 여자를 모른다! 마리아는 나랑 아무 관계도 없단 말이다!”
“아서 도련님……”
마리아는 애잔한 눈길로 랜돌프를 쳐다보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두 사람을 완벽하게 묶은 뒤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척 쳐들었다. 나도 에이에이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쳐들어준 다음에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페타 영지의 영주이자 대천신교 남부 사제장 페타 루시우스입니다. 도움에는 대가를 바라선 안된다고들 하지만, 구해준 은인들에게 너무 경우가 없으신 거 아닙니까? 로빈이 습격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주 큰일이 났을겁니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내밀기 어려우신지요.”
“….. 내일 감사 인사를 서면으로 전하도록 하지요.”
막무가내인 년이었다. 이 세계관 귀족들이 또라이에 미친년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당당한 년은 또 본적이 없었다. 나는 마부와 마차 호위병들을 슥 훑어보면서 물었다.
“그렇게 바쁜 일이 있으십니까? 직접 얼굴을 내보이고 감사의 인사를 표하지 못할만큼?”
나는 슬슬 머리에 열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이제 로빈의 결혼 문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우리도 똑같은 짓을 했겠지만, 엄연히 로빈은 란돌프 가문의 병사들이 저지른 습격사건에서 로잘린 유바 영애를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런데 은인을 이런 식으로 대접한다고?
“인사가 그렇게 중요하십니까? 혹여 저한테 흑심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요?”
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유혹하는 듯한 발언을 하니 나는 순간 눈 앞이 아찔해졌다. 하지만 이내 눈을 깜빡이며 심호흡을 해서 정신을 다잡았다. 목소리는 카나리아였지만 저 안에 있는 건 이베리코 돼지였으니까.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로잘린 유바 영애.”
내가 에둘러서 부정하자 로잘린 유바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캐물었다.
“페타 영지의 기사단장 로빈과의 혼담이 내일 있다는 이야기를 조부님께 전해들었습니다. 혹여, 페타 루시우스 사제장님과 기사단장 로빈께서 제게 순수한 선의가 아니라, 저와의 혼담을 잘 해볼 요량으로 접근한게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이게 구해줄 사람 앞에서 할 소린가. 나는 그냥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로잘린 유바 영애가 말하는 걸 보니, 성격 자체가 글러먹은 년이었다. 나와서 사과하라는 한마디에 자기 할아버지까지 들먹이니 내가 이길 도리가 없었다. 나는 로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빈. 돌아가죠. 이런…..애…..”
“네. 흑심이 있습니다.”
로빈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대답했다. 호위병들이 그 말에 움찔했다. 마차에 가까이 있던 나는 로잘린 유바 영애가 숨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로빈은 몸을 떨면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항상 무뚝뚝하고 나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말곤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사내가 처음으로 자신의 순정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로잘린 유바 영애의 호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접근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로잘린 유바 영애께서 위험하시기에, 구하기 위해 뛰어든 것도 맞습니다. 로잘린 유바 영애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신 적이 없으십니까? 저는 로잘린 유바 영애를 공연장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 날 영애께서 부르는 노래와, 아리따운 외모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로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차 안쪽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기색이 느껴졌다. 로잘린 유바의 육중한 몸이 마차 안에서 움직일 때 마다 마차가 이리저리 기울어지는 게 느껴졌다.
“천근추?”
“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 혼잣말에 에이에이가 반응하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분위기를 깰뻔했다. 로잘린 유바의 목소리가 마차의 문을 뚫고 날아왔다. 그녀는 다소 애달픈 목소리를 흘렸다.
“…..제가 아름답다고요? 당신은 저를 놀리시는 군요. 조부님께서도 항상 제가 아름답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저는 아주 뚱뚱하고 못난 인간이라는 사실을요. 내세울 재주는 노래 뿐이고, 사람들은 저를 정략 결혼의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죠.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로잘린 가문의 힘을 얻고자 ‘까짓거’ 저와 결혼하려는 게 아닌가요?”
목소리만 들어도 서러움이 철철 넘쳐흘렀다. 노래에 사용되는 풍부한 표현력을 신세한탄에 사용하니 설득력이 강력했다. 호위병들은 로잘린 유바의 신세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바닥을 보거나 마차 바퀴를 보면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로잘린 유바 영애 당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말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죠. 말 뿐인 사랑에 제가 몇 번을 상처받았을 것 같나요? 당신도 저 밖에서 제 외모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무례한 인간들과 다를거라는 걸 어떻게 믿죠?
로빈은 단호한 어조로 대꾸했다.
“어떻게 말씀하셔도, 로잘린 유바 영애는 제게 있어 가장 아름다우신 분입니다! 어디가 아름다운지도 칭찬해드릴 수 있습니다.”
“….네?”
로잘린 유바의 목소리가 당황하고 있었다. 로빈은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로잘린 유바 영애에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꼽자면, 역시 그 뱃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움직일 때 마다 좌우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뱃살! 그 뱃살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로잘린 유바 영애를 비웃곤 하지만, 저는 그 뱃살이 좋습니다!”
“자, 잠깐만요! 뭐, 뭐하시는 거에요!”
“뱃살 다음에는 턱살입니다! 로잘린 유바 영애께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힘을 줄 때마다 세 겹으로 늘어나는 그 턱! 대륙의 그 어떤 미녀의 갸름한 턱도 영애의 두툼한 턱살과는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아, 아니 잠시만요…제발…제발…!”
“그리고 팔뚝 살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애께서 노래를 부르며 하늘로 손을 쳐 올릴 때 마다 살이 출렁거리면서…..”
“그만! 그만해주세요! 알았으니까 제발 그만해주세요!”
고기 뷔페에서 어떤 부위가 제일 좋은 지 토론하는 듯한 로빈의 일장 연설이 끝났다.
호위병들은 표정관리를 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도 웃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에이에이는 복면으로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먼곳을 쳐다보거나 애꿎은 범죄자들을 바라보는 걸 보니 웃음을 참기 힘들어 보였다.
로잘린 유바가 말했다.
“그….. 결혼은 한 번 생각해볼게요. 가, 감사했습니다.”
로잘린 유바 영애는 끝끝내 마차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로 미루어봤을 때, 이번 작전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멀어지는 마차를 바라보던 내게 에이에이가 물었다.
“사제님. 이 사람들은 어떻게하죠?”
“글쎄요.”
어쩌지?
“어떻게 하지?”
랜돌프 아서와 마리아. 그리고 이름모를 병사 한 명. 병사야 영애 습격죄로 기사단에 넘겨버리던가 여기서 죽여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이 두 사람은 제법 거물이었다. 나는 마리아의 몸매를 훑어보며 고민했다.
마리아는 제법 훌륭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습격을 위해 입은 간편한 의상에서도 그 여리여리한 몸매가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음심이 동했지만 참아야 했다. 상대는 귀족 가문의 기사였고, 지금 수도에는 나 혼자 올라온게 아니라 시에리도 있었다. 시에리를 방에 혼자 두고 얘를 따먹으면서 하루를 보내는 건 못할 짓이었다.
“뭐 좋은 생각없으세요?”
나는 에이에이에게 물었다. 에이에이는 답했다.
“글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외로 아리송한 발언이었다. 랜돌프 아서가 지은 죄는 굳이 따지자면 감옥에 보낼만 했지만, 그 죄를 우리가 추궁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벌써 로잘린 유바 영애의 마차는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랜돌프 아서는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바짝 낮추고 말했다.
“저, 저기 봐주시죠 루시우스 영주님. 예? 저도 살려고 한 일입니다. 네?”
“살려고 로잘린 유바 영애의 습격을 지시했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군요.”
내가 대꾸했다. 랜돌프 아서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신의 과거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