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6
“사, 살려줘…..”
수염이 숭숭난 근육질 거한에게 구걸을 들을 날이 올줄은 몰랐다. 나는 피에 젖은 메이스를 들고 막사 한가운데에 앉아있었다. 몇명의 도적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대부분의 도적들이 무기를 버리고 한곳에 모여있었다.
도적 두목은 머리가 반쯤 박살난 채 살려달라는 말을 오후 12시를 가리키는 뻐꾸기 시계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선 대략 사흘 전 시에리를 영지 내 교회로 파견보냈을 때로 거슬러가야 했다.
시에리를 파견 보낸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로 내 행동에 자유를 얻기 위해. 둘째로 내가 지금부터 할 일을 시에리가 알면 곤란했기 때문에.
내가 시에리를 지방 교회로 파견 보낸 이후, 나는 도적 4명을 붙잡은 김에 도적단을 완전히 족쳐버리기로 결심했다. 도적이 영지 옆에서 날뛰고 있으면 내 명성에도 안좋고 민심에도 안좋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루시우스가 냅둔 이유를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원작에서 페타 영지의 도적단을 소탕하는 건 일종의 퀘스트로 존재하는 데, 이 위치가 랜덤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라 다회차 유저들이나 용사 솔로잉 스피드런을 즐기는 유저들은 그냥 페타 영지에 돌입하자 마자 숲으로 방향을 꺾어서 도적들 모가지부터 치고 시작하곤 했다.
나는 이 게임을 제법 해본 유저였고, 도적단의 위치도 알고 있었다.
로빈을 데려가야 안전하지 않나 싶었지만, 여기 도적단들은 루시우스의 무능하고 호구같은 면모를 보여주기 위함인지 평균 레벨 10대에 보스인 도적 두목도 레벨 20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현재 레벨 36인 나혼자 가도 이 새끼들로 케밥 파티를 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얘는 도적단도 놔두고 탈세충도 놔두고, 대체 하는 일이 뭐였지.
그래서 나는 시에리도 저택에 없고 로빈도 부하들을 훈련시키느라 바쁜 틈을 타 남 몰래 저택을 빠져나왔다. 나의 진실의 지팡이를 들고 숲 속을 향해 천천히 걷다 보면, 경계를 서고 있던 도적단 인원 몇명이 보였다.
활을 들고 주변을 슬쩍 슬쩍 돌아보다가 하품을 하는 모습이, 제법 도적단에서 오래 있던 놈 같았다. 경계는 원래 신입이 제일 잘하는 법. 나는 수풀 속으로 몸을 숨긴 채
그 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상태창을 열어보니 놈은 도적단의 사냥꾼 포지션을 맡고 있었으며 레벨은 15 정도.
스텟도 제법 준수했고, 도적단의 일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는 듯 해서 회유하면 바로 넘어오겠지만.
깡!
나는 뒤로 숨어들어가서 메이스를 휘둘렀다. 도적 놈들을 써봐야 어디에 쓰겠는가. 머리가 재활용되는 알루미늄 캔쩌럼 찌그러진 사냥꾼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서 절명하고 말았다. 주변을 살펴도 다른 놈들이 없길래, 나는 조금씩 조금씩 숲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경계병은 더 없었다. 내가 막사 입구에 도달할 때까지 본 경계병은 내가 알루미늄 캔으로 만들어버린 사냥꾼 뿐이었다.
막사는 그 규모가 제법 거대해서,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안들켰나 싶을 정도였다. 숲 안 쪽에 엘프들이 사는 군락지라도 되는 것처럼 거대한 울타리를 세워놓고, 덩굴로 울타리를 겹겹히 엮어서 마치 풀로 만든 장벽처럼 위장했다.
막사 입구에는 두 명의 도적이 보초를 서고 있었는데, 이 놈들은 신입인듯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벽에 바짝 붙어서 놈들을 향해 움직였다.
깡!
내가 가까이 다가올때까지 눈치채지 못하자 나는 지체없이 내 옆에있는 보초의 얼굴에 메이스를 후려갈겼다. 그 놈은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내 패시브 [돌격병]이 적용되어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사방으로 뼛조각이며 고깃조각이 흩날리자, 옆에 있던 보초가 기겁을 하며 주저앉았다.
깡!
놈이 소리 지르기 전에 그 놈의 머리도 불꽃축제처럼 터뜨려버리고 나는 막사 안으로 돌입했다.
막사 안에는 한창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운데에 덩치 큰 도적 두목이 사발로 술을 벌컥 벌컥 들이키고 있었고, 주변에 도적단 인원들이 환호하면서 도적이 술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보초가 들고있던 창을 집어들고, 도적 두목을 조준했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도적 두목이라 머리를 노리기 정말 쉬웠다. 아직까지 도적놈들은 내가 온 것도 눈치 못채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 돌아보기 전에 있는 힘껏 창을 집어던졌다.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창이 술잔을 꿰뚫었다. 도적들이 환호를 멈추었고, 도적 두목도 술먹는 걸 멈춘 채, 얼어붙었다. 굳어있던 두목의 대접 구멍 틈으로 술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두, 두목?”
부하 중 하나가 두목의 상태를 물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천천히 뒤를 돌아봐서 내 존재를 확인하는 인원들이 있었다. 나는 그 놈들보다 우선, 다른 막사 내에서 잠자고 있던 인원들의 대가리를 깨기 시작했다.
괜히 사방에서 몰려오면 나라도 다칠 수 있으니 이 놈들부터 처리해야 맞았다.
덕분에 뒤를 돌아본 도적들이 발견한 것은 잠든 동료들의 대가리를 무자비하게 깨고 있는 사제였다.
“뭐, 뭐하는 놈이냐!”
그제서야 나를 발견하고 도적들이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나는 제일 먼저 내게 달려든 도적 놈을 붙잡아서 바닥에 메다 꽂았다. 사람이 공중으로 휙휙 날아가는 걸 보고 도적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바닥에 처박힌 도적이 몸을 떨며 게거품을 물자, 나는 그 놈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기 위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쾅!
도적의 몸을 꿰뚫고 흙바닥을 타격한 메이스가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흙먼지를 일으켰다. 바닥에 널부러졌던 도적은 상반신이 날아가서 인상착의를 알 수 없게되고 말았다.
“으….으으…. 두목….! 두목!”
칼들고 있던 놈들이 뒤로 슬슬 물러나며 두목을 불렀다. 두목은 그 때까지 술잔을 든 채 자리에 앉아서 굳어있었다. 창을 맞아서 깨진 구멍의 틈으로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목을 붙잡고 닥달하려던 부하가 그걸 보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두목! 두목!”
술잔이 두목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방금 전 창에 맞고 얼굴 절반이 날아간 끔찍한 모습이 만 천하에 공개되었다. 부하들이 패닉에 빠진 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두목이 죽어버렸으니 이제 나를 막을 새끼가 없었다.
“조용!”
나는 도적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두목은 머리가 박살난 상태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살려줘…사, 살려줘…..”
머리가 박살나서 어딘가 망가진게 틀림없었다. 나는 두목의 떨어진 지능에 애도를 표하며 내 옆을 지나 도망치려는 놈에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퍽!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놈은 메이스를 복부에 얻어맞고 울타리에 처박혔다. 울타리를 몸을 이용하여 반쯤 부숴버린 그는 부서진 나무 파편에 꽂혀서 고슴도치가 되었다. 그는 겨우 겨우 숨을 내쉬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어필했으나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전부 가운데로 모이세요.”
도적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머뭇거리고 있었다.나는 다시 외쳤다.
“여기 가운데로 모이시라구요. 씨이발.”
역시 욕을 섞으면 대화가 통한다. 도적들은 빠르게 자리를 옮겨서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두목은 한쪽에 주저 앉아서 여전히 살려달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두목을 등지고 자리에 앉아서 도적 잔당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소개를 했다.
“저는 이 페타 영지의 영주. 페타 루시우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 도적들이 동요했다. 웅성대는 소란이 커지자 나는 바닥에 메이스를 찍어서 소란을 잠재웠다.
“제가 어떻게 이 비밀스러운 은신처를 알게됐는지 궁금하시겠죠.”
도적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나는 도적들을 돌아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놈들 상식으로는 도적단의 은신처를 어떻게 알아냈나 싶었을거다. 기사단이나 병사들이 숲으로 정찰을 온적도 없었으니까.
“최근에 시가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도적 4명이 투항해왔습니다.”
“아….”
어느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대충 어떤 연결고리인지 깨달은 듯 했다. 그리고 배신자에 대한 증오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그 개새끼들…..!”
깡!
내가 이야기하는 중에 쓸데없는 잡음을 넣던 그 놈의 머리를 후려치자, 개새끼들을 연발하던 도적놈은 피거품을 물고 꼬로록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다시금 도적들이 입을 다물었다.
“네. 그 도적들이 은신처를 알려준 덕분에 제가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물론 그 도적 4명은 내게 도적단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해준 적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노리는 바가 있었다.
“사실, 도적단은 집단 범죄라 걸리는 즉시 사형에 처하거나, 그 죄가 미약한 자에 한해서 손을 자르고 풀어줍니다만, 여러분은 숫자가 제법 많잖아요?”
내가 죽인 놈들을 포함해서 대략 스무 명 이상의 규모였다.
“이 정도의 인원을 전부 죽일 수는 없고, 제 부탁만 하나 들어준다면 여러분들이 다시는 페타 영지 근처에도 오지 않는 조건으로 좀 풀어드리려고 하는데요.”
“조건이 뭐냐?”
깡!
“존댓말.”
“조, 조건이 뭡니까.”
건방지게 반말을 구사한 도적 한 놈을 더 두목 곁으로 보내주니 눈이 시뻘건 놈이 손을 들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사실 도적들이 투항했다지만, 그래봐야 도적놈들이거든요. 교화 명분으로 마을에 들여놓긴 했어도, 솔직히 교화가 될거라 믿지도 않고요. 그 놈들을 좀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하라는 대로 하시겠어요? 일만 잘 처리되면 보상금도 드리죠.”
“네. 네. 하겠습니다!”
붉은 눈의 사내는 이름이 클레방이라고 했다. 그는 배신자에 대한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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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며칠 뒤. 나는 숲 입구에 앉아서 클레방을 만났다. 필요한 준비는 다 끝마친 상태였다. 막사에선 다른 인원들이 클레방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려면 그냥 떠나라고 했지만, ‘보상금’이 아주 유혹적으로 다가온 듯 했다. 클레방은 쭈뼛거리며 주변을 살핀 뒤 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 됐습니다. 오늘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칼 좀 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