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63
“그렇군요. 저를 만나고 싶다고도 하셨지요. 사랑교의 명성은 저도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대천신교의 교리와는 살짝 다른 듯 하면서도, 그….. 오묘하게 융화되는 매력이 있지요.”
“네. 그렇습니다. 잘 알아주시는 군요. 희마아아아아앙!”
“희마아아아앙!”
“사제님. 제가 개인적으로 사제님을 저택에 초대해드리고 싶은데, 저희 영지가 좁다보니, 이렇게 많은 수의 신도들이 묵을 숙소를 제공해드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저라도 이 정도의 인원을 이끌고 남의 영지를 지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군요. 그러면…..”
“네. 해산시켜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러분! 해산하십시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세가지 구호! 믿음 희망 사랑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제의 말 한마디로 군중들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사방으로 사람들이 사라지자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잠깐 시간을 끌었다. 사제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대답은 메이스로 대신하기로 했다.
깡!
경쾌한 소리와 함께 대머리 사제가 쓰러졌다.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 새끼 답게 타격감이 아주 좋았다. 나중에 블레스 걸고 한 번 더 때려야지.
나는 이 사제 놈을 끌고가서 탈탈 털어볼 생각이었다.
“으, 으으……으윽…..”
사제가 눈을 떴다. 그는 마차 뒤편에서 김밥처럼 돌돌 말려서 묶여있었다. 마족의 힘을 받은 사제라도 이렇게 단단하게 묶어놨으니 빠져나갈 요량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활어처럼 펄떡대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믿으으으으으음!”
그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엇다. 지금 이 곳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우리는 델몬 영지 경계를 통과하면서 확실하게 입막음을 시켜두었다. 전임 영주인 금발 태닝 뚱보 영주를 죽인 이후 델몬 영주와 내 사이는 아주 각별했고, 이런 사소한 범죄 정도는 적당히 말만 해도 넘어가 줄만큼의 친분 관계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걷는 길은 산길. 인적드문 산길에서 백날 소리를 질러봐야 사랑교 신자들이 나타나서 구해줄 리 없었다. 시에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사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주님. 그래도, 같은 종교인이신데, 저렇게 험하게 대하시는 건….”
“시에리. 같은 종교인이 아니에요. 저 사람은 아주 수상한 범죄자라고요. 아시겠어요? 종교 구호를 큰 소리로 외치는 놈들은 다 사이비에요.”
“아, 그런건가요. 그래도 사이비라고 해도, 일단은 교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도 저렇게 대하시는 건…..”
“희마아아아아앙!”
시에리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는 사제를 보며 몸을 움찔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돼요. 시에리. 방금 시에리는 저 간악한 사교도의 술수에 말려들뻔 한거에요. 제가 누군가요?”
“페타 루시우스 영주님….이시죠?”
“그리고?”
“대천신교의 사제장님이고….”
나는 여기서 한마디가 더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제, 제 남편이요…..”
“잘했어요.”
나는 시에리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혹시나 잘 다듬은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결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쓸어주니 시에리가 살짝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강아지를 만지는 것 같아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한참 동안 머리를 만지다가 나는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맞아요. 저는 대천신교의 사제장이잖아요. 저정도 쯤 되면 이제 아주 사악한 사교도, 그러니까 선량한 종교인인척 하면서 마족의 뜻을 따르는 아주 사악한 놈들을 잡아낼 수 있어요.”
“그런….. 설마 저분도 마족의 끄나풀이라는 건가요?”
시에리는 정말 놀란 얼굴로 사제를 쳐다보았다, 사제의 반짝반짝 빛나는 대머리만 밖으로 톡 튀어나와 있어서 우리 마차가 레이저볼로 튜닝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맞아요. 아주 사악한 놈이죠. 마족의 힘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다니, 저는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돼요.”
시에리가 엄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가 미간을 좁히는 모습은 오랜만이라 나는 웃음이 나왔다.
“왜, 왜 웃으시는 거에요.”
나름대로 심각하게 말한 듯 시에리는 다소 서운한 어투로 내 웃음에 불만을 표시했다. 나는 시에리의 볼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귀여워서요.”
“…..정말.”
시에리는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시에리가 머리를 움직이는 것에 따라 물결처럼 찰랑거렸다. 나는…..
“사라아아아아앙!”
나는 일단 저 시끄러운 사제를 조용히 시키기로 결정했다. 나는 로빈에게 손을 흔들었다. 로빈이 내 수신호를 보고 마차를 다시 세웠다. 발밑에 두었던 메이스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사제의 머리를 겨누었다. 그리고 사제에게 물었다.
“사제님. 왜 조용히 하지 않으세요.”
“이게 무슨짓입니까! 루시우스 사제장! 어찌 제게 이런 짓을…..! 진정하고 제 말을 들으세요! 사랑교는 이상한 종교도 아니고, 루시우스 사제장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다 오해입니다! 예? 제 기도를 들으시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믿으으으으으음!”
“블레스.”
나는 사제의 몸에 블레스를 걸었다. 사제는 버프 한방에 기운이 넘치는 지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오! 우오오오오! 힘이 넘친다! 희마아아아앙!”
“힘이 넘쳐요?”
“네! 그렇습니다! 이 정도의 힘이면 일주일 동안 철야로 전…..!”
깡!
다시 한 번 시원하게 메이스를 후렸다. 사제의 머리가 골프공처럼 탄력있게 앞으로 튀었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블레스의 영향인지 머리가 박살나지는 않았으니 뒤통수에 새빨간 혹이 돋아났다. 크게 부풀어오른 뒤통수를 툭툭 건드려보자 사제가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나는 로빈에게 말했다.
“로빈. 혹시 사제가 다시 일어나면 꼭 내게 알리세요.”
역시 블레스를 걸고 패니 있는 힘껏 팰 수 있어서 좋았다. 이따가 정신 차리면 한 번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마차를 출발시켰다.
어느덧 우리는 페타 영지 경계면까지 도착했다. 경계면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신병이 우리에게 창을 겨누었다. 사실 이제는 짬이 좀 차서 신병은 아니겠지만, 저 친구가 처음 봤을 때는 신병이었으니 나는 신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신병만 경계를 서고 있고 선임병은 보이지 않았다.
“정지! 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찌른다!”
마부는 내가 사전에 교육한대로 마차를 멈추었다. 나는 마차에서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신병. 선임병은 어딨죠?”
“아, 영주님 고생하십니다! 이제 따로 교육을 받지 않는 시기가 되어서 선임병이랑 같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래도 같이 서는 병사가 있을거 아니에요.”
“네! 그렇습니다!”
“어딨어요?”
“화장실 갔습니다!”
“아,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나는 말없이 마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신병이 암구호를 묻고 마부는 교육 받은 대로 암구호 미숙지를 외쳤다. 신병은 이제 경계 근무를 실수하지 않았다. 나는 통과할 차례가 되었음에도 통과하지 않았다. 로빈은 경계 근무서는 병사가 화장실에 간 지금 이 순간, 매우 초조해보이는 눈치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병사들의 최고 상관은 기사였기 때문이었다. 병사의 실수는 곧 기사에 대한 문책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로빈은 그 사실을 깨닫고 어깨를 움츠린 채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말 없이 기다리기 시작했다.
신병도 사태가 묘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았는 지, 초조한 얼굴로 창을 쥔 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시선은 자꾸만 멀리있는 나무로 향해 있었다. 10분 쯤 기다렸을까. 나는 다시 병사에게 물었다.
“신병. 왜 같이 경계선다는 병사가 오질 않죠?”
“아, 그 화장실이 급해서…..”
10분이나 걸릴리가 없다. 초소 화장실은 여기서 2분 거리에 있었으니까 변비 걸린 놈이 아닌 이상 이렇게 오래걸릴 이유가 없었다. 나는 확신했다. 지금 누군가가 신병한테 근무를 짬 때리고 도망쳤다고.
“씨발, 화장실 지랄 그만하고 제대로 말해요 어디 갔어요?”
“그, 그….. 오늘 좀 피곤하다고, 그….. 저 쪽에서 자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나는 나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커다란 나무 밑에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는 병사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신병에게 말했다.
“빨리 깨워오세요.”
“네, 네!”
신병은 어기적거리며 산을 타고 올라갔다. 로빈은 한숨을 푹 쉬며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교육을 단단히 시켜두겠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언덕을 바라보았다. 신병이 깨우자, 병사는 밍기적거리며 일어났다. 신병이 뭐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그는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병신아! 그걸 왜 지금 말해!”
바닥에 냅둔 창을 쥐고 헐레벌떡 내려왔다. 얼굴에 나뭇잎과 흙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여, 여, 여, 여, 여, 영주님 복귀하셨습니까! 기, 기, 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