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80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떳떳해지기 위해서 남자가 되어야만 합니다. 이기적으로 들릴수 있지만, 그게….. 그게 제 소원입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영혼들은 서로 쑥덕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에이에이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미미르가 말했다.
“다음은 페타 루시우스. 자신이 힘을 얻고 싶은 이유를 소상히 고한다.”
“오오오!”
“그래! 망나니라도 역시 페타 가문의 자식에게 줘야지!”
“암암 그렇고말고! 인간보다는 엘프 아니겠나!”
이거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다. 나는 그제서야 이 시험들의 의미를 알것 같았다. 미미르는 공평한 존재가 아니었다. 미미르의 조상들은 기왕이면 에반젤린을 물리칠 영웅이 엘프이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유리한 시험을 제안했던거고, 지금도 내게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럼 내가 할 건 간단했다.
“저는 마왕을 물리치기 위한 강한 힘을 손에 넣고 싶습니다.”
당연히 정론을 말해야 하는 법. 하지만 영혼들은 다소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뿐 아무런 반응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들 중 가장 엄격하게 생긴 영혼이 입을 열었다.
“진실을 말해라. 우리는 진실을 볼 수 있다. 지금 페타 루시우스 네가 뱉은 말은 진심이 아니다.”
“네?”
진심? 진심이라니 대체 뭐라고 말해야 되지? 이게 내 진심 아닌가?
“말하기 창피한 이유라도 우리는 널 지원해줄 생각이다. 빨리 말해라.”
엄격한 영혼은 계속해서 내가 진실을 말하길 요청했다. 하지만 나는 내 진심이 뭔지를 알 수 없어서 고민에 빠질 뿐이었다. 대체 진심이 뭐지? 마왕을 물리치고 싶은 건 팩트인데? 엄격한 영혼이 미미르에게 외쳤다.
“미미르!”
“내 힘의 일부를 사용하여, 페타 루시우스는 영혼들에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진심을 토해낸다. 이는 미미르의 뜻이다.”
나는 가슴 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억지로 끌어올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지만, 한 번 치솟는 구토감을 참을 방법은 없었다. 입을 틀어막자, 내 가슴 속에서 마치 스피커를 틀어놓은 듯 은은하게 목소리가 빠져나왔다.
– 용사 에이에이를 강간할 수 있을만큼 강한 힘을 얻고 싶다아아아아…..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에이에이는 이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멍한 표정으로 영혼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영혼들이 침묵을 지킨 가운데 내 조상님이 다시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이고오오오오! 아이고오오오오! 페타 시리우스 네 놈이 짐승 새끼를 낳았구나! 으아아아아아아!”
내 머리 위에 또다른 안내창이 표시되었다.
[알리오 페스타가 용사 에이에이를 지지합니다.] [페타 아르크투루스가 용사 에이에이를 지지합니다.] [아힐데른 마리나가 용사 에이에이를 지지합니다.] [엡실론 메이가가 용사 에이에이를 지지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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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발.”
좆됐네.
성검 가지고 올걸. 내 머릿속을 헤집는 후회 중 하나였다. 성검이 있다면 용사가 얼마나 강해지든 비벼볼만 했다. 내가 이 던전에 성검을 가져오지 않은 이유는 별거 없었다. 성검 자체가 들고만 다녀도 위험한 물건이고, 던전에서 용사랑 싸운다는 가능성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성검에 독바르고 싸우다가 용사라도 잘못 긁으면 대형 사고였다. 나는 이 독을 해독하는 방법을 몰랐고, 용사가 뒤지면 거기서 끝이었으니까.
“사제님은 무슨 소원을 이루고 싶으신건가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에이에이가 내 소원을 듣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내면의 소리는 영혼들과 나에게만 들렸던 것인지 에이에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영혼들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불안감이 깃들어 있었다. 내 내면의 소리를 듣기 전까지 영혼들이 보여줬던 호의적인 태도는 그녀를 낙담하게 만들기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비밀이에요.”
못들었다면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내 대답에 영혼들은 살짝 눈을 찌푸렸지만 이내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에이에이를 슬쩍 돌아보며 헛기침을 했다. 에이에이가 말했다.
“그러면…. 그, 어,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나, 알리오 페스타는 용사 에이에이를 지지한다.”
내 조상을 놀리던 영혼이 근엄한 어투로 에이에이를 지지함을 선언했다. 그 소리가 신호탄이 되듯이 수십명의 영혼이 전부 에이에이에게 몰려들었다. 나는 실시간으로 스텟이 상승하는 에이에이를 보며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이름 : 에이에이
직업 : 용사
레벨: 55
스텟
*영혼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힘 : 392
민첩 : 336
지능 : 210
행운 : 240
특성
용사의 의지
행동불능 상태일 시 80% 확률로 해당 효과를 무효화합니다.
불굴의 의지
기력이 다하더라도 단 한 번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악즉참
카운터 시 3배의 데미지를 입힙니다.
성별 전환
어떠한 부작용으로 인해 성별이 바뀌었습니다
영혼의 가호
가호를 내리는 영혼 하나당 스텟이 4% 추가로 상승합니다.
현재 가호중인 영혼의 수 : 25
“씹…..”
나는 메이스를 고쳐들었다. 에이에이는 몸에서 힘이 솟아나는 지 밝은 표정으로 주변 영혼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가, 강해진 것 같아요!”
수염난 엘프 영혼이 아주 활발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오! 그래, 우리는 네 꿈을 지지해주기로 했다. 사랑은 아주 숭고한 가치지! 예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고 했으니! 용사여! 페타 루시우스를 무찌르고 사랑을 쟁취하거라!”
그렇게 말하니까 꼭 내가 악당 같잖아. 나는 더러워진 기분을 표정에 그대로 드러내며 혀를 찼다. 내 옆에는 단 한 명의 영혼도 남아있지 않았다. 영혼들은 내 시선을 슬쩍 외면하며 에이에이를 격려했다.
“그래! 너에게는 가능성이 보여! 넌 분명히 훌륭한 남자가 될거다!”
“근육이 아주 빵빵하고 거시기도 내 팔뚝만하겠지! 남자가 되거라!”
“맞아! 맞아! 너는 남들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남자다!”
특히 내 조상님은 아주 열정적으로 에이에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에이에이의 손까지 붙잡고 외치고 있었다.
“에이에이! 부디 저 놈을 혼쭐을 내주거라! 알겠느냐?”
“아니, 대체 사제님이 무슨 소원을 비셨기에……”
에이에이는 갑작스럽게 돌변한 조상들의 반응이 의아한지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은 침묵의 기폭제가 되었다. 방금 전까지 대학 입시에 참견하는 친척들처럼 에이에이에게 난잡한 지지의 말을 쏟아내던 조상들이 일제히 입을 다문 것이다. 그들은 내 수치스러운 소원을 경멸하긴 하지만, 차마 입으로 내뱉을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어…… 음. 남의 소원이 뭐가 중요하더냐? 네가 페타 루시우스를 동료로서 신뢰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
근엄한 영혼이 난처한 표정으로 에이에이를 설득했다.
“네! 사제님은 제 훌륭한 동료니까요.”
에이에이는 밝은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살짝 가슴이 미어졌지만, 내 뭉클함은 조상들의 절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듯 했다. 특히 내 조상의 절규는 내가 근친상간 개족보라도 만든 듯 비통함의 절정을 내달리고 있었다.
“아이고오오오오! 아이고오오오오오!”
나는 조상에 대한 이해를 접어두기로 했다. 다른 영혼들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 조상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내 조상을 놀리는 일을 그만둔 듯 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잘생긴 사람을 놀리는 건 그냥 놀리는 거지만, 못생긴 사람을 못생겼다고 놀리는 건 진짜 나쁜 놈이라고. 진짜 못난 자손에게 못났다고 말하는 건 영혼들 사이에서는 해서는 안될 금기인게 분명했다.
에이에이는 칼을 허공에 붕붕 휘둘러보다가 조심스럽게 미미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하나요? 저야 메이스를 한두대 맞더라도 어떻게 버텨보겠지만, 날붙이에 맞으면 크게 다치실거 같은데….”
사실 나도 그 점이 신경쓰였다. 내가 에이에이를 두들겨패는 건 내가 나중에 힐을 걸어주면 되는 문제지만, 에이에이가 내 목을 날려버리면 나는 부활도 못했다. 나는 지금 상황에 따라서는 바로 항복하는 것도 고려하는 중이었다.
미미르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이 곳은 내 영역. 이 곳에서는 그 누구도 죽을 수 없다.”
미미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내가 뭐라고 반응할 새도 없이 손가락 끝에서 불이 번쩍 나오더니 내 팔이 잘려 날아갔다.
“어?”
“어, 어어?”
에이에이가 나보다 더 당황해서 미미르를 쳐다봤다. 메이스를 꼭 쥔 내 손이 허공으로 붕 날아가고, 나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팔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팔을 만지는 감각이 이상해서 내려다보자, 내 팔이 멀쩡하게 붙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