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89
셀루가 고개를 기울였다. 살면서 처음 듣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죄질보다 너무 좋은 대접을 받는 게 아니냐는 풍문은 몇 번 귀에 들어왔었지만, 자신이 학대당한다는 소문은 처음 들었다.
“난 잘 지내고 있는데?”
셀루는 그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반문했다. 부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강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이건 이건 잘못된 겁니다. 인어답지 않다고요. 인어는 인어답게 바다에서 살아야 하는 데, 이 좁은 수영장……. 그리고 부실한 관리……. 저는 전직 인어 포획반으로서 이 사태를 참을 수 없습니다!”
“헤흐, 재밌는 의견이네. 우리 영주님 의견은 좀 다를 것 같은데…….”
“그자는 비열하고 더러운 강간범입니다. 어떻게 인어를…….”
“헤흐, 우리 영주가 좀 비열하긴 해.”
셀루가 낄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그럼 인어님. 저희와 함께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저희는 아주 훌륭한 인어 교육 프로그램과 거대한 크기의 수영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저희와 함께하는 인어가…….”
“그런데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리네. 가까이 좀 와줄래?”
셀루가 수영장 물속으로 다시 들어왔다. 부하는 바보처럼 헤벌쭉 웃으며 셀루에게 손을 뻗었다. 셀루는 씩 웃으며 부하의 손을 잡더니.
“우왁!”
그를 그대로 수영장 안에 처박았다.
“읍! 어훕! 아악! 압! 어업! 푸후! 아아!”
“헤흐, 나는 근데 여기가 더 좋더라.”
셀루는 발버둥 치는 부하의 얼굴을 물속에서 뽑아냈다. 당혹스러움과 공포 두 가지 표정이 전부 부하의 표정에 깃들어 있었다.
“너, 뭐야?”
셀루가 웃으면서 물었다. 부하는 외쳤다.
“이, 이러지 마세요! 저는 사랖! 어픕! 아아악!”
“헤흐.”
셀루는 다시 부하를 물속에 처박았다. 부하는 온 힘을 다해 반항했지만, 셀루의 팔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빨래하듯 물속에 연이어 부하를 처박은 그녀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벌벌 떨고 있는 부하를 쳐다보다가 그의 머리채를 잡고 물 밖으로 기어 나왔다. 수영장 구석에 있는 작은 레버를 향해 천천히 기어가는 동안, 부하는 하늘에 있는 별을 세며 입에서 물을 뱉어냈다.
셀루가 레버를 당기자, 담장에 달린 수정구들이 일제히 빛을 발하며 소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멀리 공터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던 에릭은 욕설을 내뱉었다.
“염병!”
****
며칠 뒤. 아침부터 에릭과 부하는 숨을 죽인 채 저택의 동향을 살폈다. 큰 소란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저택은 조용했다. 그들 나름대로 사태를 살피는지도 몰랐지만, 불법 침입한 사람 하나를 잡은 것 치고는 매우 조용했다. 에릭은 혀를 차며 말했다.
“카를이 잡혔다. 나쁜 놈들 같으니라고. 분명히 지하에서 잔인한 고문을 받고 있겠지.”
“좋은 놈이었는데, 이제 어떻게 합니까?”
“네가 나서야겠다. 너, 수인 전문가라고 했지?”
에릭은 다른 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사랑교 수인 교섭반 소속으로 납치된 수인들을 구해서 사랑교 본부나 동부 평야 지대로 보내는 업무를 맡았던 사람이었다. 에릭의 질문에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넌 그런데 왜 구출반으로 왔냐? 유능하다면서.”
“아, 그…….”
“뭔데 새끼야 말해.”
“자고 있던 고양이 수인 꼬리로 콧수염 놀이를 하다가 싸움이 났습니다.”
“와 씨발…….”
에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이 불한당을 임무에 내세우면 과연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에릭은 못 미더운 표정으로 물었다.
“너 괜찮겠냐? 이거 실패하면 좆돼. 어?”
“괜찮습니다. 그건 장난이었고, 저는 원래 교섭반에서도 에이스로 소문난 인간이었습니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씨발 꼭 성공해야 한다?”
이번 작전은 간단했다. 수인 교섭반 출신인 부하를 저택에 있는 수인과 접촉시켜서 정보를 캐내는 작전이었다. 수인들은 전투력보다 지능이 낮기 때문에 대충 물어봐도 술술 잘 대답해줬다.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민간인 위장용 옷을 입혔고, 가발까지 씌워서 인상을 다르게 만들었다. 에릭은 잘해보라며 부하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믿음.”
“희망.”
“사랑.”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팔을 교차했다. 며칠간 조사 결과, 이 저택에 사는 고양이 수인은 가끔 운동을 위해 저택 밖으로 나오곤 했다. 에릭은 이 짧은 시간 동안 부하를 접선시켜서 중요한 정보들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주기에 따르자면, 고양이 수인이 산책을 나오는 날은 바로 오늘이었다.
에릭은 저택에서 나오는 엘시를 쳐다보고 다시 한번 부하의 어깨를 다독였다. 엘시는 평소처럼 저택 문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뛸 준비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엘시가 익숙한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거나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곤 했다.
“엘시. 오늘도 뛰나?”
“주기적으로 몸을 풀어줘야 한다. 몸이 굳으면 쓸모가 없다.”
“엘시는 그런 거 안 해도 튼튼할 텐데.”
“성직자가 유연한 자세가 좋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체조하고 몸을 풀어야 한다.”
“유연한 자세?”
엘시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뭔가 떠오른 듯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행인에게 외쳤다.
“아! 이건 비밀이다! 성직자가 밤에 하는 건 이야기하지 말랬다!”
“아, 어……. 음…….”
지나가던 행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버렸다. 부하는 그 모습을 보며 이를 갈며 외쳤다.
“수간충 새끼!”
“야, 야. 흥분하지 마! 임마.”
“수인은 아껴야 한다고요! 어떻게 인간이 수인한테 박을 수 있죠?”
에릭이 말릴 새도 없이 부하가 엘시에게 달려갔다. 에릭은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부하에게 시선이 끌린 틈을 타서 도망쳤다.
“이보세요! 수인 씨!”
“넌 뭐냐.”
“당신은 지금 학대당하고 있습니다!”
“학대? 학대가 뭐지?”
엘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대는 지금 당신이 당하는 겁니다!”
“내가 뭘 당하고 있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엘시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부하는 계속해서 열변을 토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해요! 수인답게 평야에서 살거나! 우리 사랑교로 오시면……!”
“나는 내가 원해서 여기 있는 거다. 인간 시끄럽다.”
엘시가 눈을 찌푸렸다. 부하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소리 질렀다.
“수인은! 평야에서 살아야 합니다! 자, 저와 함께 사랑교로…….”
부하가 손을 뻗은 것과 동시에 엘시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다리를 들었다. 한 바퀴 몸을 휙 돌리며 꼬리가 부하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부하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도 잠시, 뒤이어 날아온 강렬한 돌려차기 한 방에 부하는 바닥에 처박혔다.
“꾸엑!”
“병사! 사랑교를 잡았다! 지하로 끌고 간다.”
“아, 네!”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병사가 부하를 질질 끌고 갔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에릭이 한숨을 쉬었다. 이제 남은 건 자신뿐이었다.
계획이 틀어질수록 머리가 아파지는 건 본인이었다. 에릭은 공터 저택에 숨어서 수사망이 흩어지길 기다렸다. 이 낡은 집은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에릭으로서는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 그를 초조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수사하지 않았지만, 언제 저 병사들이 저택 옆에 있는 낡은 집을 떠올리고 문을 두드릴지 몰랐다.
부하 두 명이 모조리 잡힌 관계로 에릭의 임무는 난이도가 대폭 올라갔다. 부하들이 저택 무단침입 등의 명백한 범죄 혐의로 잡혀갔기 때문에 지금 귀환하면 뒷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 사제를 구한다는 명분보다는 저택 무단침입에 대한 추궁이 더 아프게 돌아올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에릭은 반드시 사제와 자기 부하들을 저택에서 고문하고 있다는 증거를 입수해야 했다.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보던가, 감옥에 갇힌 세 사람 중 한 명을 구해내야 했다. 에릭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저택에 잠입하여 지하감옥의 위치를 알아낼 만한 작전.
에릭은 다른 부하들처럼 인어나 수인들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대처반 특유의 계획력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무려 일주일 동안 숨어지내며 에릭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저택 경비병들의 교대 시간을 전부 파악했고, 담장의 허술한 점들까지 전부 체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