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93
“혹시, 사, 살려주시는 겁니까?”
“아니요. 너희들은 다 죽을거에요.”
“아, 아아…….”
“어, 어째서…….”
그들은 절망 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되물었다.
“씨발 악마의 하수인이라면서요. 아니에요?”
“설마 저들이 부정하고 있습니까?”
카린이 작두를 치우다 말고 다시 반색하며 내게 물었다. 그 모습에 식겁한 사랑교의 일원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저희는 악마의 하수인입니다!”
“저희는 악마를 따르고 있습니다. 흐흐흑…! 흐흑…!”
“믿으으으음! 희마아아아앙! 사라아아앙! 악마 만세에에에에!”
카린은 다시 시무룩해진 채 작두를 치우기 시작했다. 역시 전문가가 효과가 좋았다.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다. 내가 사제를 납치한 걸 사랑교가 알아내고 구출대를 파견했다는 건 누군가 이 정보를 흘렸다는 뜻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구출대가 아니라 ‘조사대’라고 표현했다. 조사대라는 말의 의미는 사제가 납치당했다는 의혹은 있으나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이 말은 내가 사제를 납치해서 고문했다는 이야기를 유출한 건 내부인이 아니고, 마을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거나 어떤 특정한 연락책에 의해 전달된 이야기라는 뜻이었다.
조사대원들은 어떻게 알았느냐는 말에 ‘보고가 들어왔을 뿐 자세히는 모른다.’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대충 짐작이 갔다. 사제의 이름으로 안부 편지를 보낸 이후, 조사대가 도달했으니 그 편지에 문제가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오늘도 나와 카린은 지하 감옥에서 그들을 문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알아낼 건 편지에 쓰인 ‘암호’였다. 사제가 썼다는 편지의 내용은 겉으로 봐선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 편지를 보고 이놈들은 조사대를 파견했다.
편지에 어떤 암호 체계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 암호 체계를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놈들을 죽이는 일에도 애로사항이 꽃피었다. 연락이 끊기면 당연히 사랑교에서 조사가 나올 테고, 우리가 정체를 눈치챘다는 사실을 사랑교 상층부에서 알게 되면 일이 복잡하게 돌아갈 테니까. 나는 이들 눈앞에 남부 지도를 펼쳐주고 대원들과 사제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페타 영지를 지나서 아무르 영지를 거쳐 동부 평야 지대로 향하는 겁니다. 일주일마다 보고문을 써야 한다고 하셨죠? 그러니까 일주일 간격으로 각 기점을 지났다 치고 편지를 써주세요. 저는 지금 아무르 영지에 있습니다. 저는 지금 동부 평야 지대에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그, 그런…….”
부하 중 하나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편지를 다 쓰면 자신들을 죽여버리겠다는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물었다.
“왜요 쓰기 싫어요? 작두 맛 좀 볼래요?”
카린이 작두의 날을 만지작거리며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왕국 기사단답게 위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내가 작두를 쓰겠다는 말만 하면 신내림 받은 무당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숨이 거칠어졌다.
“아! 아닙니다! 쓰겠습니다! 뭐든지 쓰겠습니다!”
“그럼 빨리 쓰세요.”
나는 펜과 종이를 들려주고 보고서를 작성하게끔 시켰다. 사제도 부하들도 아무 말 없이 차분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어떻게든 나가보려고 출구를 힐끔거리고 있었지만, 유일한 출구인 계단 앞에 내가 걸터앉아있었고 카린이 칼자루에 손을 올린 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탈출할 방법은 없었다.
“다, 다 썼습니다.”
부하들과 사제가 종이들을 내밀었다. 나는 하나하나 차분하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 카를입니다….
말론입니다…..
– 사랑교 사제 에밀입니다…..
이놈들은 서두에 인사는 안 쓰고 자기소개 하는 게 규칙인가? 나는 편지들을 접고 카린을 보면서 말했다.
“카린. 썰어버리죠.”
“네!”
카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하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약속대로 다 써드리지 않았습니까! 악마의 하수인이라고도 해드리지 않았습니까!”
“편지가 수상해요.”
“수, 수상하다뇨! 대체 어디가……!”
“어디가 수상한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아시겠죠? 씨발 무슨 수작질을 부렸는지 말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회 쳐버릴 테니까 빨리 말씀하시라고요.”
“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 수상한 점은 없습니다!”
“지랄하지 마 새끼야. 알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사제가 잡혀간 걸 알았지? 씨발 사제가 편지로 구조요청을 보냈으니까 그랬겠지.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닐 테니까 비밀 암호 체계가 잡혀있을 테고.”
나는 부하 중 한 명의 멱살을 잡고 작두로 끌고 갔다. 부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비명을 질러댔지만, 내게 대항할 방법은 없었다. 카린은 본격적인 작두 사용에 앞서서 몸을 풀고 있었다. 손가락 끝을 작두에 올려주려던 나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카린.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뭡니까?”
카린은 좋은 생각이라는 말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부하의 바지를 벗기며 말했다.
“손가락 끝보다는 이제 좆 끝부터…….”
“인사말입니다! 인사말이 ‘평안하십니까’라면 괜찮다! ‘안녕하십니까!’라면 한동안 편지가 없을 것이다! 인사말이 없으면 위급한 상황이니 구하러 오라는 뜻입니다!”
효과는 확실했다. 말을 꺼내기 무섭게 부하는 술술 자백을 하기 시작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볼만했다. 카린은 혀를 차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카린에게 말했다.
“역시 카린이에요. 술술 불게 만드는군요.”
카린은 내 칭찬에도 그리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이렇게 나는 그들이 설명하는 암호에 입각한 편지를 다시 작성하게끔 했다. 그리고 뒤탈이 없도록 그 자리에서 전부 죽여버렸다. 편지도 다 쓴 데다가 마지막 발신지를 동부 평야 지대로 정해놨으니 당분간 사랑교가 우리를 찾을 일은 없었다.
카린은 다음 날 바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고문할 상대가 없으니 카린도 여기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카린에게 사랑교의 일원들이 자신을 ‘악마의 하수인’이라고 자백한 자백 증명서와 진술서, 그리고 사랑교의 구체적인 지리가 적인 지도를 편지로 동봉했다. 이 편지들은 왕궁으로 전해져서 왕이 직접 읽어볼 것들이었다.
편지에는 내 의견이 동봉되어 있었는데 요약하자면 ‘사랑교에 대한 전방위적인 토벌 작전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이었다. 아힐데른과 협력을 구하고, 천천히 각 지역에 널려있는 사랑교 세력을 축소하며 세력권을 잘라내야 한다는 구체적인 작전 계획도 동봉했다.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아힐데른에도 보낼 예정이었다.
사랑교의 규모는 매우 크고, 그 지리나 구체적인 세력에 대해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이런 곳에 내가 무턱대고 용사만 데리고 들어가는 건 죽여달라고 비는 것과 다른 게 없었다. 내가 아무리 강해도 상대가 수천 명씩 모여 있으면 이기기 힘들었고, 어떤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대가 비겁한 수를 써버리면 더더욱 이기기 힘들었다.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하자면, 이번만큼은 아힐데른과 인간 왕국 모두의 협력을 구해서 천천히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게 맞았다. 사실 사랑교 자체는 노예제를 우선시하는 인간 왕국이나 수인을 극도로 혐오하는 아힐데른 모두에서 매우 눈엣가시인 존재였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명분이 없으니 공격하지 않은 것뿐. 기회를 노리는 건 모두가 똑같았다.
이 작전은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당장 인간 왕국과 아힐데른이 사랑교를 압박하기 시작하면, 사랑교는 동부 평야 지대에서 실종된 몇 명을 조사할 여유조차 없을 터, 나는 그동안 수련도 하고 마누라들이랑 떡도 치면서 여유롭게 최종 공격을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사랑교 토벌이 완전히 끝난 다음에는 동부 평야 지대의 수인들이나 인어들을 보호할 대책이 아예 없다는 점인데, 사랑교 일원들이 수인들과 인어들을 데려가서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므로 이것도 지금 당장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악마 새끼들이 수인이나 인어를 데리고 가서 최상의 복지를 맛보여준다는 걸 믿지 않았다. 진짜로 그런 복지를 갖출 수 있는 놈들이라면 애초에 동부 평야 지대에 자리 잡고 수인들을 도왔을 거다. 켕기는 게 있으니까 구석진 곳에 본부를 감춰놓고 찔끔찔끔 한두 명의 수인들만 내보내서 소문을 내는 법이었다.
사랑교에 갔다가 돌아온 수인들은 모두 사랑교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걔들은 원래 병신들이니까.
“그럼 가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가세요. 카린.”
집무실에서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카린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하고 있었다. 나는 카린이 가자마자 기사단원 한 명과 병사에게 사랑교의 부하 두 명과 사제가 입었던 옷을 입힌 다음 편지를 쥐고 떠나게 했다. 동부 평야 지대까지 가면서 매 일주일 간격으로 편지를 보내고, 평야 지대에서 마지막 편지를 보낸 뒤 돌아오게끔 시켰다.
여기까지 마무리한 나는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랜만에 일 처리를 빡빡하게 했더니 몸이 다 쑤셔왔다. 에반젤린만 잡으면 이런 일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텐데 갈 길이 멀기만 했다. 아이라가 내 어깨를 주무르며 애교를 떨었다.
“수고하셨어요. 영주님.”
“어우, 고생했어요. 아이라.”
아이라는 어깨에 자기 가슴을 살짝살짝 비벼대며 은근한 포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오늘 아이라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는지, 상의 위로 유두가 슬슬 닿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이라를 슬쩍 돌아봤다. 그녀가 배시시 웃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빨면서 가슴을 문질렀다. 탱탱한 가슴이 내 손 움직임에 따라 뭉개졌다. 아이라는 괴로운 듯 윗도리를 끌어 내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읍…. 으음…. 음….”
“돌아봐요.”
아이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돌리고 엉덩이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를 벌려서 자지를 박아넣었다.
“하응!”
아이라는 창틀을 꼭 붙잡고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라의 머리카락부터 등을 쓸어내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응, 아, 아앗,앗, 그러니까, 그……. 하읏……. 아카데미에서, 편지, 하읏…….”
“맞네. 아카데미에서 편지가 왔었네. 무슨 내용이었어요? 아직 안 읽어봤는데.”
편지 겉봉은 뜯어져 있었다. 영주 대리였던 시에리가 읽어봤을 테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이라는 창틀에 가슴을 밀착한 채 헐떡이며 말했다.
“하읏. 읏. 아앙……. 아아앗..! 좋아……! 더, 더어……!”
“그래서, 아이라. 아카데미 편지 내용은 뭐였나요?”
아카데미에서 편지가 왔다니 괜히 신경이 쓰였다. 원작에서는 수도 아카데미는 매우 존재감이 없는 곳이었다. 아카데미 자체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히로인 얻는 퀘스트만 존재했다. 아이라가 숨을 들이키며 말했다.
“아흣…! 히익…! 아, 아카데미…! 히윽…. 이, 일일……. 교사…. 로…! 초빙…. 햐윽!”
“교, 교사?”
“네…. 아읏…. 읏…. 아아응…!”
“교사?”
“네…. 맞아요……. 하응…. 흐으응…!”
“우으으으읏!”
교사라고? 아카데미 교사를 할 수 있다고? 나는 그 한마디에 사정하고 말았다.
–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중등부, 고등부 일일 교사 이벤트에 페타 루시우스 귀하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적힌 날짜까지 안내인을 통하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온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날짜는 오늘 날짜 기준으로 일주일 뒤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집무실에 앉아서 편지를 훑어보다가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수도 아카데미 교사를 할 수 있다고? 일일 교사라지만 아무튼 거기서 놀 수 있다는 거지?
“신랑. 편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길래 그렇게 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