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05
“아으……. 아으그…….”
이브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대검의 날을 물고 있어서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칼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괴, 괴물이다!”
콰직!
이브의 치아 모양대로 검이 뚝 떨어져 나갔다. 기사단장이 당황해서 몸을 뒤로 빼는 사이, 이브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가며 입에 있던 파편을 뱉었다. 새파란 날 부분이 기사단장에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우웃!”
기사단장이 놀라서 얼굴을 가리자, 이브는 단장의 손목을 수도로 후려갈겨 부러트렸다. 역방향으로 뒤틀린 관절에 기사단장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검을 주워든 이브는 단장의 머리를 세로로 쪼개버렸다.
“으아아아앍!”
머리가 쪼개진 단장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절명했지만, 영주와 영주의 가족들은 그녀가 자신들의 머리를 쪼개버린 것처럼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피 분수가 초콜릿 퐁듀처럼 주룩주룩 흘러내려서 무도회장을 적셨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바닥에 주저앉거나 구역질을 해댔다. 엘시는 출입구에 앉아서 연미복을 벗어 던지고 있었다. 이브는 입안에 남아있는 남은 파편들을 뱉어내고 영주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왕국 기사단이 우리 델몬 영지의 영주님이 저지른 더러운 범죄에 대해 조사 중이니까. 전부 여기에 가만히 있어 주면 좋겠어. 알겠지? 씨발. 나가려는 새끼는 다 죽여버릴 테니까. 조심하라고.”
“어, 억울하오! 이건 다 오해요! 난 범죄자가 아니라……!”
“씨발 억울하면 이따가 기사단에 따져.”
“왕국 기사단에게 잡히면 살아도 병신으로 나온다는 데, 누가 곱게 잡히겠느냐! 여봐라! 누구 없느냐! 당장 나를 구해라!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서 마틸다에게 고백할 거다!”
영주의 외침에 그의 주변으로 모여든 병사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 이브는 머리를 싸매고 짜증을 냈다.
선두로 달려든 병사의 목이 하늘로 날아갔다. 이브는 얼굴에 튄 피를 빈손으로 닦아내며 시체를 걷어찼다. 넓게 퍼져서 달려오던 병사들의 일부가 시체를 얻어맞고 바닥을 굴렀다. 이브는 부러진 대검을 한 번 크게 휘둘러서 자신을 둘러싸려는 병사들을 물러나게끔 했다.
병사들은 떨고 있었다. 이브는 자신과 영주를 번갈아 바라보며 두려움의 떠는 눈빛들을 마주했다.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있었다. 포도주 냄새와 피 냄새 온갖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서 고약한 악취가 났다.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해 씨발. 안 덤비고?”
“우아아아아아!”
병사 중 하나가 눈을 질끈 감고 덤벼들었다. 허공을 향해 치켜든 칼날이 반짝 빛을 발했다. 이브는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검격을 발끝만 움직여 피했다. 엉성한 궤도를 눈으로 좇으며, 한 손으로 병사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어? 어어?”
병사의 당황한 비명이 들렸다. 이브는 한 손으로 병사를 들어 올린 다음 바닥에 있는 힘껏 내리꽂았다.
“꽤액!”
오리가 우는 듯한 비명이 퍼졌다. 이브의 손에 의해 무도회장 한복판에는 때아닌 크리스마스 트리가 만들어졌다. 사시나무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병사는 무도회장 바닥을 꿰뚫고 하나의 식물이 되었다. 그는 원래 병사로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던 인간이었으나, 이브가 그를 심어줌으로써 하나의 묘목이 된 것이다.
“식물인간 완성!”
이브는 대검을 높이 들고 거꾸로 솟은 병사의 양다리를 단칼에 절단했다. 병사들이 이브의 잔혹한 행각에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다리 토막이 바닥에 나뒹굴면서 줄기차게 피를 뿜어냈다. 이브는 고기로 된 시체 기둥을 툭툭 건드렸다. 병사들은 전의를 잃었다. 그들은 더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뭣들 하느냐! 저 미친 여자를 당장 죽이란 말이다!”
“아이고 영주님! 기사단장님도 두 쪽을 내버리는 괴물을 우리가 어떻게 이깁니까요!”
“이런 배은망덕한 놈들! 내가 너희들에게 잘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해주었거늘, 목숨 하나 바치지 못한단 말이냐!”
“닥쳐라. 애들이나 건드리는 더러운 놈아!”
“뭐, 뭣!”
영주의 타박에 병사들이 폭발했다. 영주는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는 병사들에게 놀라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듣자 하니 왕국 기사단에 잘못 걸리면 가족도 못 알아보는 장애인이 된다던데, 공범으로 엮여 들어가기 전에 우리부터 살아야겠다! 씨발 얌전히 있어!”
병사들은 이브와 왕국 기사단을 상대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영주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했다. 영주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그에게 빠져나갈 구멍이라곤 없었다. 이브가 무도회 중심을 지배하고 있었고, 출입구에는 수인 하나가 앉아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으며, 그의 눈앞에는 병사들이 칼을 빼 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고 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결국 체념했다.
“그래. 씨발. 그렇게 잘 막고 있으라고. 야. 거기.”
이브가 병사 중 한 명을 콕 집어서 불렀다.
“네? 저, 저요?”
“그래 너. 여기 영주 가족들 다 있는 거 맞냐?”
병사가 영주 가족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영주가 부른 다양한 직위의 지역 유지부터 영주 본인의 가족에 이르기까지 그 숫자가 대략 10명이 넘었다. 병사가 유심히 그들의 숫자를 세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 있습니다!”
“이런 배신자 새끼!”
“닥쳐 새끼야.”
영주가 욕을 내뱉자 이브가 날카롭게 반응했다. 영주는 이브의 살벌한 욕설이 다시 물러나는 듯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로서는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기사단에게 잡혀서 죽지도 살지도 못할 바에는 여기서 죽겠다!”
영주는 바닥에 떨어진 촛대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촛대를 내리쳐서 끝을 날카롭게 부러트렸다. 쓸만한 흉기를 손에 쉰 영주가 씩 웃더니 마구 휘두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일단 배신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들기는 했으나 차마 영주에게 칼을 들이댈 수는 없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자! 물고기 작부야! 어서 나를 죽여라! 빨리! 빨리이이!”
영주의 표정은 절박하기 그지없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두렵게 만드는 걸까? 왕국 기사단이 제대로 사람 고문한 걸 본 적이 없었던 이브는 그의 두려움이 근거 없는 미신과 비슷하게 보일 뿐이었다. 이브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촛대를 한 손으로 붙잡고 뒤집어 꺾었다.
“우아아아악!”
달려들던 영주는 촛대를 빼앗기고 손목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놔 뒹굴었다. 과하게 손목이 꺾인 나머지 손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이브는 영주의 손이 병신이 되든, 멀쩡하든 별 관심이 없었다. 위험하게 부러진 촛대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흥미를 잃고 멀리 던져버렸다.
“주, 죽여라! 죽이란 말이다!”
영주가 소리를 질렀다. 이브는 무심한 얼굴로 영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브는 지금 영주를 죽여줄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죽음만이 그에게 안식을 가져다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물고기라고 부른 이상, 그에게 자비를 베풀 마음은 없었다.
“음?”
엘시가 귀를 쫑긋거리며 일어났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살랑거리던 꼬리를 멈추고 출입문에서 슬금슬금 거리를 벌렸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서, 이브와 영주, 그리고 병사들에게도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막아라! 막아라아아아! 영주님을 지켜라!”
“어찌하여 죄악을 수호하십니까. 귀족 가문의 기사들이라면 응당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알 터, 지금 비킨다면 죄를 묻지 않을 것이며, 우리를 막는다면, 그대들 역시 공범으로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이브는 그 평이한 어조가 누구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벨릭스 카린. 그녀가 지금 무도회장의 문 너머에 있었다. 저택 내부 조사를 다 마치고 영주를 체포하러 온 게 분명했다. 문 앞에서는 살벌하게 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칼을 맞부딪힌다기보다는 철판을 칼로 후려치는 소리에 가까웠다.
“괴물이다! 으아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영주님! 도망치십시오! 도망치셔 합니……. 으아아아아악!”
“제압된 기사들은 힘줄만 끊어놓도록 하세요. 이들은 모두 공범으로서 영주와 함께 참회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기사들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주니이이임……! 도망…. 치십…. 끄윽…!”
“으아아아앍! 영주님! 저희가 시간을…. 끄으으윽!”
이브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영주는 몸을 벌벌 떨며 이브의 다리를 꼭 붙잡았다.
“죽여다오! 제발 나를 죽여다오! 저 기사단에게 잡힐 수는 없다! 제발! 제발 나를 죽여라! 인어야! 물고기 작부야! 생선 횟감으로도 몹쓸 년아! 나를 죽이란 말이다!”
이브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죽여달라고 빌고 있으니 더더욱 죽이기 싫었다. 이브는 오히려 영주가 자살하지 못하게 손을 써서 그를 옭아맸다. 팔을 뒤로 꺾고 바닥에 얼굴을 꾹 내리눌렀다.
“어으으으윽! 죽여라! 죽이란 말이다! 병사들 게 누구없느냐! 나를 죽여라! 빨리 나를 죽여서 부와 명예를 얻으란 말이다! 나는 죽어 마땅한 놈이다! 나를 죽여서 저잣거리에 매달고 침을 뱉어라! 으아아아아아!”
쿵. 쿵쿵.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브는 엘시를 쳐다봤다.
“야, 문 열어줘.”
“열어주려고 해봤는데 안 열린다. 건너편에서 두드리고 있어서 지금 가면 위험하다.”
이브의 발밑에서 영주가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재판장의 사형선고와 똑같은 음색으로 들렸다.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죽여주십시오! 저는 비루하고 못돼먹은 인간입니다! 아이들을 희롱하였고, 영주의 권력을 이용해서 고아들을 탐했습니다! 병사들아 나를 죽이란 말이다! 제임스! 거기 제임스 있느냐!”
“네! 제가 제임스입니다!”
병사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영주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몸종으로 쓰다가 사고로 죽은 네 딸은 사실 나를 거부하다가 실족사한 거다! 내가 네 딸을 죽였단 말이다!”
“뭐, 뭣?”
“내가 이렇게 나쁜 놈이다! 제임스 빨리 나를 죽여라! 네게 원수를 갚을 기회를 주겠다!”
“씨발. 별 미친놈 다 보겠네.”
이브가 혀를 찼다. 어떻게든 죽고 싶어서 발악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문이 울렸다.
쿵. 쿵.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