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06
“으아아아악! 찰스! 로이어! 에반! 네 딸도 전부 건드렸다! 딸들이 유난히 많은 돈을 들고 돌아온 날이 있지 않았더냐?! 내가 이렇게 죽일 놈이다! 빨리 나를 죽여라!”
“이, 이이익…..! 이그그극….! 아윽….!끄그극!!!”
병사 중 몇몇이 눈을 까뒤집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마치 접신한 무당 같은 모습 같아서 영주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이 찢어 죽일 놈아!”
칼을 꼭 쥔 병사 하나가 마침내 영주에게 칼을 휘둘렀다. 번개 같은 속도로 내리꽂힌 칼날을 이브가 발끝으로 툭 차서 궤도를 바꿨다. 아슬아슬하게 영주의 코앞에 칼날이 틀어박혔다.
병사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다른 병사들이 달려들려다가, 그 모습을 보고 잠깐 멈춰섰다. 이브는 쓰러진 병사의 목덜미를 밟아서 제압한 뒤 말했다.
“놔라.! 난 저놈을 죽여버릴 거다! 저 짐승만도 못한 놈을 죽여버릴 거다!”
“아저씨. 잘 생각해봐. 기사단이 더 고통스럽게 죽이겠어? 아니면 당신이 더 고통스럽게 죽이겠어?”
“나는……! 나는……! 으아아아아아!!!”
발버둥 쳐도 일어나지 못하는 병사를 내버려 두고 이브가 다시 주변을 돌아봤다. 잔뜩 흥분해서 영주를 죽이려던 병사들은, 다시 무기를 내려놓고 차분한 얼굴로 영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쿵. 쿵. 쿵.
“이, 이놈들아! 나를 죽이라니까? 나를 죽이란 말이다! 빨리 나를 죽여다오! 제발 부탁한다! 말론! 내가 와서 다행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에드가! 나만큼 좋은 영주를 만나기 쉽지 않다고 하지 않았느냐!”
쿵! 콰직! 콰지직!
“으아아아아아!!! 문! 저 문!! 문이 부서진다! 빨리! 아무나 나를 죽여라! 으아아아아아!!”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진동에 시달리던 문이 마침내 굉음을 내며 무너졌다.
영주의 눈에는 문이 부서지는 그 장면이 아주 느릿하게 재생됐다. 파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고, 문틈 사이로 바깥의 밝은 빛이 스며들어왔다. 그 빛을 등에 업고, 벨릭스 카린이 걸어들어왔다.
그녀의 뒤를 따라 무장한 기사단원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의 양옆으로 널브러진 팔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카린과 눈을 마주친 영주가 더욱 발작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마녀다! 왕국 기사단의 마녀가 왔다! 으아아아아! 제발 부탁드립니다! 페타 부인! 이웃 영지의 귀족으로서 제게 자비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벌레 같은 놈입니다! 제발 이 쓰레기에게 그 칼로서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영주님.”
단칼에 무 자르듯, 단호한 목소리가 영주의 비명을 끊었다. 카린은 얼굴에 튄 몇 방울의 피를 제외하면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영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영주님.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왕국 기사단의 칼끝은 무고한 이에게 향하지 않습니다. 이미 당신을 따르고자 각오한 수많은 죄인이 뒤뜰에 있으니, 죄를 받아들이고 형벌을 받으시지요.”
“나, 나는……!”
“이미 저택을 수색해서, 당신이 불법 매춘업 및 수많은 아동을 추행하고 폭행한 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동생은 고리대금업을 통해 인신매매를 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지요.”
멀리서 무고한 사람인 척 행세하고 있던 영주의 동생도 질질 끌려 나왔다. 벨릭스 카린은 가슴 속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더니, 한 명 한 명 명단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미 이브와 카린의 충실한 종이 된 영지 내 병사들이 이름을 부르는 족족 지역 유지들을 잡아다가 카린 앞에 무릎을 꿇렸다.
그 수는 무도회에 모인 귀빈의 절반에 달했다. 이브조차도 혀를 내두를 숫자였다. 엘시가 이브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이 전부 나쁜 놈들인가?”
“응.”
“인어처럼?”
“응.”
이브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이라고 대답했다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엘시를 쳐다봤다.
“아닌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곰곰이 생각해보면 딱히 다른 것도 없어서 그냥 혼자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카린이 말했다.
“그럼 왕국 기사단의 권한으로 체포를 진행하겠습니다.”
****
영지 앞에 거대한 나무 바퀴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이브는 그 위협적이고 살벌한 풍경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녀가 바다 위에서 미치광이 살인마라고 불렸지만, 기사단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었다. 카린의 지시에 따라 기사단원들이 바퀴에 범죄자들을 하나씩 매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으으으으으웁!”
마치 롤러코스터 레일 위에 누워있는 듯, 사람들이 활처럼 몸을 휜 자세로 바퀴에 매달려 있었다. 공간이 모자라면 기사단원들이 조금씩 바퀴를 굴려서 공간을 만들었다. 완성된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 바퀴요 수많은 다리와 인간의 머리를 가진 요괴와 같은 형상이었다.
“아아아아아악!”
그 바퀴 속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카린은 헤벌쭉 웃으면서 기사단원들을 독려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드디어 제 오랜 꿈인 참회의 바퀴를 완성했군요.”
“참회의 바퀴?”
이브가 물었다. 카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레바퀴에 죄인 수십 명을 매달고, 재판장까지 굴립니다. 죄인들은 수레바퀴에 매달린 채 흙과 나무에 짓눌리며, 자신의 죄를 실감하게 되지요.”
“……씨발 그거 재판장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 거 맞아?”
“죄가 없다면 수레바퀴의 무게도 가벼울 테니 살아남을 겁니다.”
“미친.”
“개인적으로는 에스타의 인어 살인귀인 페타 부인에게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만, 죄를 씻었으니 아쉽게 됐군요.”
“….그래. 씨발.”
이브는 카린과 더는 대화하지 않기로 했다. 카린과 대화하면 정신이 나갈 것 같았고, 본인이 찔리는 게 너무 많았다. 극단적인 징벌 주의자인 그녀와 자신은 너무도 안 맞았다. 카린은 이브가 영지로 돌아가는 걸 배웅한 뒤, 다시 본연의 업무에 집중했다.
“자! 수도까지 남은 기간은 15일! 죄인 여러분들은 동행 사제가 치료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고문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아아아아아아웁!우브븝! 아읍! 푸하아아아아아아아아웁! 우읍! 아아읍!”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동시에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소리 지르는 사람의 입을 막았다가 다시 풀어주는 듯, 비명이 끊어졌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인어. 저거 재밌어 보인다.”
“귀 막고 눈 감아. 저런 거 보는 거 아니야. 지지야 지지.”
“지지?”
“어.”
돌아가는 마차에서 이브는 생각했다. 만일 카린이 신을 믿는다면, 그 신은 학살과 고문을 좋아하는 미치광이 전쟁 신이 아닐까?
“사제장님! 건강히 지내십시오! 이 은혜는 정말……. 꼭 갚겠습니다!”
“사제장님! 몇 번이고 감사드립니다!”
아카데미에서의 마지막 날. 교사들이 아카데미 대문 앞에서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나를 태운 마차 트렁크에는 교복을 비롯한 다양한 선물들이 가득했다.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반지와 교복을 쓰다듬으며 다시금 교사들을 바라봤다. 개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고, 내 손을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드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대학원을 순회하며 교수들과 면담을 거친 결과 5명의 교수를 청춘으로 되돌려주었고 7명의 교수가 내 ‘설득’에 동의하여 교사들을 졸업시켜 주었다. 그 결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노예가 아니었다. 이들은 당당한 아카데미의 교사이며 한 명의 박사였다.
이들은 지성인인 동시에 나를 위해서 귀족 아이들에게 수인과 인어에 대한 사랑을 가르칠 준비가 된 인간들이었다.
“여러분.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수인과 인어는 살 자격이 있다. 이걸 꼭 기억해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사제장님! 사제장님의 뜻을 받들어! 도련님들이 수인과 인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끔 하겠습니다!”
우렁찬 함성과 함께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수업 종이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주춤주춤 뒤로 돌면서도 나를 놓아주지 못해서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손을 흔들어주고 마차에 탔다. 내가 떠나는 길, 그 길에는 보람과 사랑이 가득했다. 마부가 농담을 건넸다.
“영주님께서 대체 어떻게 하셨길래, 그 깐깐하다는 아카데미의 교사들이 저렇게 된 겁니까?”
“사람으로 만들어줬죠. 잘못된 선택을 해서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었거든요. 마부 당신도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받는 인간들을 보면 반드시 도와주도록 하세요. 그게 대천신교를 믿는 교인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나 혼자만 수인과 인어들과 섹스하면 수간충으로 남지만,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하나의 문화가 된다. 귀족층에서 수인 섹스의 맛을 깨달은 사람이 늘어나면, 귀족들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수인을 인간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카데미에서 수인과 인어 사랑에 열을 올린 이유는 이 초석을 깔기 위해서였다.
사랑교가 무너지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수인과 인어들에게는 사랑교를 대신할 방파제가 필요했다. 나는 지금 그 방파제를 만드는 첫 단계를 거친 셈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영주님.”
“그럼, 서둘러서 저택으로 돌아갈까요? 아내들이 보고 싶군요.”
“저도 영지의 주점이 그립습니다.”
“영지의 주점이요? 수도의 주점이 더 고급스럽고 술맛도 좋을 텐데요. 우리 영지에는 창관도 없을 테고.”
“헤헤, 영주님에게만 드리는 말씀이지만, 거기 술집 마담과 좋은 사이가 돼서 말입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누군지 알겠어요. 마부 제법이네요.”
술집 마담이라면 로빈이 짝사랑했다던 덩치 큰 부인이었다. 손맛이 좋고, 성격이 호탕해서 마을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그녀와 결혼하는 행운은 이 마부가 차지한 모양이었다. 마부는 머리를 긁적이며 기뻐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나는 말했다.
“마부. 결혼할 때는 제가 주례를 서도록 하죠.”
“아이고, 그런 영광을……. 굳이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가 있으십니까? 저는 마음만으로도 족합니다.”
“사제장이 주례를 서준다는 데, 거부한다니 마부가 간이 크군요. 열심히 일해준 마부에게 그 정도도 못 해줄 만큼 못난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허허,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