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16
“아…….”
“…..안녕하세요. 제가 방해했나요?”
“아, 영주님 그러니까…….”
소야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다리를 활짝 벌린 상태로 가랑이 사이에는 딜도가 꽂혀 있었으며, 의자에서 넘어진 상황이라 쉽게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존엄성을 위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바쁘셨나 보네요. 조금 이따가 올까요?”
지나치게 적나라한 장면은 발기를 죽인다. 소야의 아름다운 외모와 터질듯한, 가슴. 매력적인 각선미는 나를 꼴리게 했지만, 딜도를 꽂고 죽은 개구리처럼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활짝 벌리고 있는 모습에 나는 성욕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뭐지 살아있는 남성용 피임약인가? 소야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허둥지둥 외쳤다.
“여, 여, 여, 여, 영주님! 그게! 그러니까!”
“일단 일어나실래요?”
“아! 아아앗! 네! 네! 알겠습……. 이익……! 익……!”
소야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의자가 말썽인지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그 사이에 의자를 살펴보니 의자 밑동이 약간 휘어져서 균형이 불안정 했으며, 주변에 잡다한 잡동사니들이 이리저리 얽혀있어서 쉽사리 몸을 빼기 힘든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소야는 다리를 떨면서 어떻게든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자, 잠시만요 영주님……. 이익……. 익……! 에잇……!”
어색하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어색하다. 나는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소야는 황급히 말했다. 소야의 다급한 어조가 절절하게 울렸다.
“무, 문 닫지 마세요! 지금 저를 혼자 두지 말아 주세요! 그, 그러니까……. 그…….”
“저보고 이 광경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라는 말인가요?”
“아! 죄, 죄송해요! 그러니까! 흐응…….”
소야는 자기 하반신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가랑이 사이에서 흔들리는 딜도를 뽑아냈다. 얼굴을 붉히며 신음성을 흘린 그녀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 잠시 멈칫하다가, 치맛자락을 쓱 내렸다. 뭐지? 뭐 하는 짓이지? 딜도를 한쪽 구석에 잘 놓아둔 그녀는 치맛자락을 여미고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이이익!”
“…..도와드릴까요?”
“…..그러니까, 저 혼자서 할 수우우웃……! 있는데……. 그……!”
꼴리는 것보다는 일단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남이 딸치던 방안에서 딸쟁이와 마주치고 있는 건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었으니까. 소야는 매우 꼴리는 여자였지만, 그렇다고 지금 덮치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몸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는 내 표정을 보면서 울먹이기 시작했으니까.
그녀는 다리도 불편해서 이렇게 넘어지면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익……. 익…. 그러니까…. 그…….”
“소니아 야이반?”
“……도와주세요. 영주님……. 힝…….”
울먹이는 건 귀여웠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 그녀의 손을 잡고 끌어올렸다. 의자가 오래된 터라, 한번 넘어지니까 다시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 끌어당겨 보던 나는 결국 의자를 부숴서 그녀를 일으켰다. 소야는 의자가 부서진 걸 보고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의, 의자가……. 죄송합니다.”
“의자 정도는 얼마든지 사줄 수 있으니까 비품 청구하세요. 우리 영지의 유일한 마법사인데, 그 정도 지원도 못 해줄까 봐요?”
“하, 하지만……. 그런 건……. 좀, 낭비 같고 충분히 쓸 수 있고…….”
“돈 아끼다가 추태를 보였잖아요. 소니아 야이반. 일단은 제 방에 있는 의자를 임시로 내줄 테니까, 당분간은 그걸 쓰도록 하세요.”
“아, 가, 감사합니다……!”
소야는 다시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추태를 보인 건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듯싶었다. 나 역시 오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으므로 잊어버리기로 했다. 소야는 내게서 슬쩍 거리를 벌리며 코를 킁킁대다가, 자기가 썼던 딜도를 책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딜도의 모습을 자기 실루엣으로 부자연스럽게 가리며 말했다.
“그, 그래서 무슨 일이신가요?”
그렇게 노골적으로 가리니까, 오히려 조금 전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더 어색했다. 나는 내가 들고 왔던 병을 살살 흔들며 말했다.
“미약 만들어본 적 있어요?”
“네?”
“미약이요. 인어 피를 사용한 미약.”
미약 제조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나도 한 번 질러보는 거나 다름없는 질문이었다. 소야가 미약을 만들 수 있으면 미약으로 정제해서 사용하는 게 좋았으니까. 원작에서도 주인공이 미약을 쓰는 장면이 없으므로 소야가 미약을 만들 수 있는지 없는 지 나온 적 없었다.
그런데 평소에 트월킹 딜도를 만드는 인간이 미약을 안 만든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오히려 미약 만드는 인간이 트월킹 딜도를 만들 확률이 더 낮지 않을까? 셀루 설명으로는 대충 물에 섞어도 효과는 나온다고 하지만, 난 제대로 된 미약을 쓰고 싶었다. 그도 그럴게, 이번 일은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최선을 다해야 제대로 성공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소야는 내가 자신을 떠보는 것인지 의심하는 듯 고개를 황급히 저으며 말했다.
“아! 모, 몰라요……. 그런 건……. 그…….”
“제가 미약으로 불법 사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아주 위대한 일에 써야 해서 그래요.”
“위대한 일이요?”
“네. 소니아 야이반.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당신은 멋진 마법사잖아요. 제가 마법사 중에서 소니아 야이반 당신을 제일 신뢰하는 거 알죠?”
“아……. 그…….”
소야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렸다. 내가 다시 그녀를 재촉했다.
“소니아 야이반. 당신이 이런 일에 적임자라는 걸 알아요. 이건 범죄가 아니라, 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소니아 야이반 당신이 제게 희생하는 거죠. 제가 정말 당신을 좋아하는 거 알죠?”
“아, 그……. 좋아, 하신다고요……?”
“마법사 중에 가장 신뢰하고 있어요.”
“에헤……. 에헤헤헤…..”
소야가 음침하게 웃으면서 볼을 긁적거렸다. 그래도 본판이 예뻐서 아주 거북하지는 않았다. 나는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소니아 야이반.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미약을 만들 수 있나요?”
“그……. 만들어드릴 수는 있는 데, 부탁 하나만 들어드릴 수 있나요?”
“뭔가요?”
내가 물었다. 소야는 히죽 웃는 걸 참지 않고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조금 바보같이 보이면서도, 살짝 무서웠다. 나는 소야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한 발짝 뒤로 움직였다.
“소야.”
“네?”
“소야라고…. 불러주세요. 소니아 야이반은……. 너무 그…. 헤헤……. 딱딱해요. 딱딱….”
씨발 왜 딱딱하다는 말을 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딜도를 쳐다보는 거지? 나름대로 개그인 건가? 나는 저 개그만은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던 동공을 다시 소야의 얼굴에 고정한 채 말했다.
“소야.”
“헤, 헤헤헤…….”
그 말 한마디로 보상은 충분한 것 같았다. 그녀는 실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에게 병을 건넸다. 소야는 조심스럽게 병을 집어 들고 말했다.
“며, 며칠 정도 걸릴 거에요…….”
“구체적으로 얼마나 걸리죠?”
“아, 그……. 3일 정도…….”
“재료가 부족한 게 있어서인가요? 아니면 따로 제조 시간이 그만큼 걸리는 건가요?”
“제조 시간이에요. 인어의 피에서 최음 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에 중탕이 들어가거든요.”
“많이 해보셨나 보네요.”
“아, 그……. 셀루 씨에겐 비밀에요. 그래도 이, 이젠 하지 않으니까요.”
“알겠어요.”
이제 하지 않는다니까 그러려니 했다. 이브나 셀루가 소야를 싫어할 만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으나, 나는 그녀의 한 가닥 남은 존엄성을 위해서 입을 다물어주기로 했다. 옛말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침묵은 금이라고.
밖에 나와보니 엘시가 가방에 짐을 가득 싸고 서 있었다. 나는 그녀의 뜬금없는 모습에 물었다.
“엘시. 그 짐은 다 뭐예요?”
“오늘 가는 거 아닌가?”
“왜 오늘이죠?”
“그렇지만 성직자가 며칠 안에 간다고 했다. 벌써 3일이나 지났으니까. 오늘 가는 게 맞다.”
“오늘 안 가요. 적어도 나흘 뒤에 갈 거예요.”
“나흘?”
엘시의 귀가 축 늘어졌다. 살랑거리던 꼬리도 덩달아서 툭 떨어졌다. 나는 입술이 움찔거리는 걸 참고 말했다.
“괜찮아요. 엘시. 나흘이 그리 오래 걸리는 건 아니니까.”
“알겠다.”
실제로 나흘은 금방 지나갔다. 바람처럼.
나흘은 그 단어를 부르는 것 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소야의 호언장담에 맞춰 여정을 준비하던 엘시는 나흘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소풍 일정을 들은 어린아이도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흥분하진 못할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편, 나흘 동안 공방에 처박혀 있던 소야는 퀘퀘한 냄새를 흩뿌리며 복도를 걸었다. 흡사 유령과 같은 그 모습은 지나다니는 고용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 안녕하세요오……”
“소야?”
“헤헤헤……”
내 앞에 나타난 그녀는 전신을 흐느적흐느적 움직이며 꺾이기 직전의 가지가 바람에 휘날리듯 손을 내밀었다. 손에 들린 병은 내가 건넸을 때에 비해 묵직했고, 끝부분에는 약간의 물기가 묻어있었다. 저 물기도 미약이겠지. 나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그 물에 닿지 않게 병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