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
“호, 혼자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해선 안되고, 아무리 기분 좋아도 혼자 있을 때 해선 안돼요. 항상 제 앞에서 해야해요. 알겠어요?”
“아, 네….”
시에리의 손이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려다가 잠시 멈췄다. 성욕을 개발한다는 건 견고한 둑에 구멍을 뚫는 작업과 같다. 한 번 물꼬를 트면 거침없이 쏟아져서 막을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시에리의 마음의 벽을 한칸 허물었으니, 이제 그녀는 차츰 차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팬티를 손에 쥔 채, 바지를 입는 시에리의 뒤태를 감상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밤이 깊어가니 시에리도 가서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개인적으론 이 곳에서 같이 자고 싶었지만, 시에리는 같이 자는 건 너무 부끄럽다며 거절했다.
참고로 대천신교 규정 중 ‘수녀에게 손대면 좆된다.’는 수녀를 겁간했을 경우의 이야기지 교인들끼리 합의 하에 가진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나는 아이라도 시에리도 어디까지나 합의 하에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문제 될게 없다는 뜻이었다.
주변에 문란한 놈이라고 소문은 나겠지만,
나는 이제 불타오르는 성욕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서 자가발전을 가질까, 아니면 아이라의 방으로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기왕 여자가 있으니 방에서 혼자 청승맞게 수음이나 하기보다는 아이라를 만나러 가자고 결론을 내린 그 다음 순간이었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방 안에 아직 방금 전 음란 행위로 인한 냄새가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손님이 들어오기 전에 급히 창문을 열면서 말했다.
“누구세요?”
“기사단장 로빈입니다. 급히 보고드릴게 있어 왔습니다.”
“뭔가요?”
로빈이 문을 벌컥 열며 말했다.
“마왕이 부활할것이라는 예언이 내려왔습니다.”
“그래요? 그거 큰 일이네요.”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왜 부활 안하나 했더니 결국에는 하는구나. 그래도 대충 문제될만한 것들은 다 물리쳤으니 문제될 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문제가 될 것들을 다 제거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부활한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나는 내 방 구석에 놓인 메이스를 발로 쓸며 로빈에게 말했다.
“준비하세요. 로빈.”
드디어 영웅이 될 시간이었다.
“씨발.”
영웅이 되겠다고 했던가. 살아서 영웅이 되고 싶었으나 이러다 죽을 판이었다. 나는 오우거의 시체 위에 걸터앉은 채 작은 목소리로 욕을 뱉었다. 사방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부상병을 옮기는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괜찮으십니까 영주님?”
멀리서 로빈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도 오크며 고블린 몇마리가 고깃덩이로 변해서 널부러져 있었다.시체 태우는 냄새가 진하게 났다. 병사들이 부상병을 뒤로 물리고 적들의 시체를 태웠다. 몬스터들은 언데드로 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빠르게 시체를 태워야 했다.
마왕을 잡으러 가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나도 한 때는 그런 꿈이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마왕의 봉인을 풀려는 귀족의 머리를 박살내고 용사님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소식을 들은 바로 다음날 부터, 갑작스럽게 이 영지를 중심으로 몬스터들이 모이기 시작해서 도저히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중반부 영지에 몬스터가 엄청 많았는데,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마왕이 부활하기 시작하면서 몬스터가 생겨나는 구조인 모양이었다. 너무 쉽게 생각한게 화근이었다. 나는 혀를 차며 메이스로 바닥을 찍었다.
“영주님.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시에리. 저보단 다른 부상자들을 챙겨주세요.”
물론 굳이 빠져나가려면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영주인 내가 영지민들을 버리고 마왕을 잡으러가면 여길 지킬 사람이 없었다. 왕복 일주일은 평화로울 때는 짧은 기간이지만 몬스터가 갑자기 들끓을 경우엔 매우 긴 시간이다.
이웃 영주가 사라진 나 대신 지휘권을 잡고, 영지의 소유권을 주장할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NTR 각과 용사님 소리를 듣는 것 중에 용사님 소리 듣는 것을 포기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의 나도 영웅 소리를 듣고 있기는 했다. 그 범위가 이 영지에 한정되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지난 한달 동안 나는 용사가 오길 기다리면서 영지 주변의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 내가 혼자 나갈수가 없으니 용사가 오면 버프라도 걸어주는 수 밖에.
그렇게 몬스터를 잡은게 한달. 스토리 중반부 지역이라 그런지 나오는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이 20을 넘어갔다. 이 놈들을 내 지휘와 버프를 통해 줄기차게 잡아댄 결과 36이었던 내 레벨은 45까지 올라갔으며, 로빈은 20에서 30까지 레벨 상승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치솟는 레벨과는 별개로 나는 슬슬 끝도없이 어디선가 기어나오는 이 몬스터들에 지쳐가고 있었다. 저택에 돌아간지가 언제였더라. 벌써 일주일은 넘게 저택에 돌아가지 못한 것 같았다.
시에리가 퀭한 얼굴로 병사들의 부상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로빈은 로빈대로 바닥에 주저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우리 모두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영지 이곳저곳을 돌며 몬스터가 습격했다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달려갔으니 피로가 안쌓일수가 없었다. 내가 로빈에게 물었다.
“로빈. 왜 이렇게 몬스터가 많죠?”
“네? 아, 괜찮으십니까 영주님?”
이 새끼도 제정신이 아닌거 같아서 나는 그냥 질문하는 걸 포기했다. 애초에 로빈이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나는 말없이 연기가 솟는 땅바닥을 쳐다봤다. 병사들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나는 말없이 깔고앉았던 오우거 시체를 넘겨줬다.
이 세계관에서 오우거는 대충 농구선수 같은 키에 고릴라같은 몸매를 가진 괴물들이었다. 평균 레벨은 35에서 40의 중반부 필드 보스로 기사들의 갑옷은 종이처럼 구겨버릴 수 있는 완력의 소유자들이었다.
내가 없었다면 이 새끼들한테 영지가 아주 초토화됐으리라. 나는 불타는 오우거의 시체를 가만 내려다보다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재를 들이마신 탓에 입안이 썼다. 그리고 나는 주저앉아서 불타는 오우거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던 괴물들이 쓰러지고 불탈 때는 세상 모든 것을 품에 안아주려는 듯 따뜻한 온기를 뿜어냈다.
제법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방이 고요했다. 일주일 내내 이쪽 경계면 몬스터들을 토벌한 결과, 드디어 몬스터를 멸종시키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최대한 빠르게 저택으로 돌아가서 체력을 비축하는 것.
“촌장.”
“네. 영주님.”
“우리는 일단 돌아갈테니. 울타리의 방비를 강화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촌장에게 경계 단단히하라 일러둔 뒤 나는 기사단과 병사들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이번 몬스터 습격으로 인해 영지민들이 제법 많이 죽었다. 3명이나 죽어서 장례식을 치루었고 병사들도 4명이 죽고 5명이 영구적인 장애인이 되었다.
대부분 내가 가기 전에 몬스터의 기습 공격을 받아 사망한 경우였다. 나는 돌아가는 수레에 대충 누운 뒤 아직도 부상자들을 쳐다보는 시에리에게 손을 뻗었다. 시에리는 아직도 손에 붕대를 들고 기력이 쇠한 병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를 내 옆에 억지로 눕히고 속삭였다.
“할만큼 했어요. 쉬세요.”
사제나 수녀의 치료마법은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라서 이만큼 피로하면 효율이 떨어졌다. 피로에 찌든 나나 시에리의 몸상태라면 ‘아픈거 아픈거 확 날아가라~’라고 외쳐주는 게 효과가 더 좋았다.
나는 빨리 저택에 돌아가서 푹 쉬고 싶었다. 시에리는 환자들에게 가려다가 내가 더욱 꽉 붙잡고 억지로 누워있게 하니 곧바로 움직임을 멈췄다. 뭐하나 싶어서 옆을 보면 어느새 눈을 감고 잠든 상태였다.
작은 소리로 코까지 고는 게 어지간히 피곤했나 싶었다. 나도 그 옆에서 편하게 자기 위해 자세를 잡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빨리…..내리라고…..!”
“곤….합…니다…!”
“지금….얼마나…..알아….?”
소란스러웠다.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주변이 너무나도 소란스러웠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옆에 누워있던 시에리는 벌써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뭐야…..”
내가 일어나자마자 본 광경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노랑머리 엘프가 로빈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빈은 한대 맞은 건지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고, 엘프의 눈빛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지체없이 옆에 있던 메이스를 붙잡고 엘프의 머리를 냅다 후려갈겼다. 내가 메이스를 휘두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엘프가 나를 쳐다보며 손을 뻗었고, 엘프는 쨍! 하는 맑은 타격음과 함께 뒤로 튕겨날아갔다.
나는 머리가 깨지지 않았다는 것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피로가 쌓였다지만 죽여버리려고 때린건데. 저렇게 멀쩡하게 날아가다니 아무래도 어떤 방어마법 같은 가호를 받는 게 분명했다.
엘프는 흙바닥으로 튕겨나가 중심을 잡지 못해 몇바퀴를 굴렀다. 나는 그제서야 엘프의 인상착의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노란머리에 녹색 눈동자. 큰 가슴과 가슴만큼 육감적인 엉덩이와 허벅지. 그 허벅지를 과시하는 짧은 치마와 가슴이 푹 파인 옷.
나는 이 엘프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고 있었다. 새까만 일본 호스트 스타일 머리에 길다란 검을 등에 매고 있었다. 상의는 가벼운 경장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고, 바지는 질긴 가죽으로 만들어 윤이 반질반질 났다.
바지 위에는 하얀색 그리브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고급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 사내 역시 누군지 알고 있었다.
엘프는 엘프 왕국의 공주 에리나였고 저 남자는 용사였다. 이 게임의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바로 그 용사. 최대 15인까지 하렘을 만들수 있는 진성 난봉꾼.
“에리나!”
“무례한 놈! 우리가 누군지 알고 공격을 가하느냐! 역시 네놈들도 마왕의 한 패…..”
“에리나 진정해! 영주님이시잖아!”
나는 용사의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엘프 공주인 에리나는 나를 못알아보는 데 저 놈이 날 알아본다고? 용사는 정식으로 무릎을 꿇고 인사를 건넸다.
“무례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영주님. 저희는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중입니다. 저는 미천한 용사 에이에이고, 이쪽은 엘프 에리나입니다.”
“….이름이 뭐라구요?”
“에이에이입니다.”
“에이에이? 그 건전지 부를 때 쓰는 그 AA?”
“건전지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제 이름은 에이에이가 맞습니다.”
이 새끼 아버지는 뭐하는 새끼길래 애 이름을 에이에이라 지은 거지? 내가 용사의 기괴한 이름에 잠시 뇌정지가 온 틈을 타, 에리나는 여전히 고압적인 태도로 내게 말했다.
“네 놈! 내 신분을 알면, 빨리 무릎을 꿇어라. 비천한 하프 엘프 놈이 공주를 보고도 어찌 인사를 건네지 않느냐?”
한결같이 띠꺼운 년이었다. 엘프 에리나는 원작 게임에서도 싸가지가 없기로 유명한 히로인이었다. 시나리오 초반에 만나면서 떡씬도 가장 늦게 풀리고, 호감도가 일정치 이하라면 하렘도 불가능했다.
거기다 연인 이벤트 해금 조건이 게임 초반 ‘엘프의 숲 초입에서 몬스터에게 쫓기는 그녀를 구해준다.’기 때문에 현재 내가 공략하는 게 불가능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어디서 용사가 뒤지면 몰라도.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래서 나는 에리나를 깔끔하게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저 여자가 엘프 왕국의 공주가 아니라 여왕 그 자체라도 나한테 해코지하는 건 불가능했고, 내가 비위를 맞춰준다고 해서 다리를 벌려줄 가능성도 없었다.
“나를 무시하는 거냐! 이 건방진 하프엘프 놈 같으니!”
이 세계관의 엘프들이 하프엘프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에리나만 이랬다. 에리나는 어릴 때 부터 순수혈통 하이엘프들만 보고 자라서 하프 엘프는 더럽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 때문에 원래 루시우스를 대면할 때 에리나를 데리고가면 에리나가 무례한 발언을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물론 루시우스는 그것도 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