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6
“저도 기사단장 막사에서 다량의 수인 관련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족장은 지금 습격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죠. 그럼 뭘까요? 족장의 손과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어떤 부족이나 단체가 인간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소리 아닐까요?”
“어떤 부족? 이 주변에 다른 부족은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도그빌이고. 다른 부족들은 조금 더 떨어져 있다. 겨울이 되면 그놈들이 인간 마을 가까이 오는 데, 지금은 아니다.”
“족장. 잘 생각해보세요. 부족이 아니라 단체가 하나 있잖아요. 충분히 많은 수인을 데리고 있고, 인간과 수인이 반목하면 반목할수록 더 많은 이득을 얻는 단체가 있어요.”
족장은 돌대가리가 아니었다. 그는 가만 생각하더니, 내가 원하는 답을 뱉었다.
“사랑교가 습격한다?”
가장 가능성 큰 답이었다. 하지만 족장은 냉정하게 되물었다.
“증거는?”
“…..없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물론 증거는 없었다. 사랑교가 수인들을 ‘어떻게’ ‘왜’ 조종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조종한다는 근거도 없었다. 모든 건 편향된 추측에 불과했다. 그리고 수인들의 지지를 얻어서 정확히 어떤 이득을 얻는지도 불분명했다.
“이 이야기는 이쯤 한다. 우리는 사랑교 토벌을 도와줄 수 없다.”
“밀라, 나 실패했어…….”
“우쭈쭈쭈, 괜찮아용. 이따가 자지 만져줄게용.”
냉정한 결론이 떨어졌다. 밀라가 울적한 제임스를 달래기 시작했다. 나는 혀를 차고, 엘시는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족장! 족장!”
그리고 정찰병이 헐레벌떡 소라를 지르며 막사로 뛰어들었다. 족장이 물었다.
“무슨 일이지?”
“엘프들이 이 앞에서 습격받는 중이다! 어떻게 하지?”
“습격?”
이거 기회인가?
습격이라는 소식에 나와 엘시는 지체하지 않고 뛰어나갔다. 족장이 우리와 함께 천막에서 뛰쳐나왔다. 그는 달리면서 우리를 만류했다.
“손님들한테 일을 시킬 수 없다.”
“아니요. 우리도 대체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고 싶거든요.”
보초는 엘프들이 습격받는 중이라고 했다. 엘프들끼리 싸운다면 엘프들의 내전이기에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고, 엘프와 인간들의 싸움이라면 역시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습격이라면서 보초가 들어왔다는 건, 본인도 모르는 무엇인가와 엘프들이 싸운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무엇인가가 엘프들을 일방적으로 도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빨리 안내하세요. 엘시. 당신은 전투 준비하고요.”
혹시 몰라서 밀라와 제임스는 막사에 두고 온 참이었다. 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준비했던 성검의 포장을 풀었다. 새파란 검신이 예리하게 빛을 뿜었다. 지난 재판 이후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여전히 도신은 날카로웠다. 엘시가 내 성검을 보고 신기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성직자. 검도 사용했나. 신기하다.”
“건드리지 마세요. 진짜 위험하니까.”
나는 식겁한 얼굴로 엘시에게서 검을 뺐다. 뭔 놈의 검이 배신 특화라서 아군이 있으면 쓰기도 애매했다. 엘시는 내 걱정을 노파심으로 생각했는지 살짝 토라진 얼굴로 답했다.
“나도 검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안다.”
“이건 진짜 위험한 검이라서 그래요.”
“저기! 저기 보인다!”
엘시를 달래려는 참에, 족장이 멀리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나와 엘시가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엘시도, 족장도 그곳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숲과 벌판의 경계면 갈대밭이 길게 자라있는 그곳에서는 일방적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다.
숲으로 도망치려는 엘프의 목덜미를, 거대한 수인이 덥석 쥐고 바닥에 내팽개쳤다. 엘프는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개구리처럼 사지를 쭉 뻗으며 피를 토해냈다. 쓰러진 엘프 위에 올라탄 수인이 괴성을 지르며 엘프를 찢어대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
“으아악! 으아악! 으아아아악!”
적나라하고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족장은 자신의 눈앞에서 목격한 야만적인 모습에 놀라서 몸이 굳어버린 듯했다. 엘시 역시 야성적인 수인의 모습에 몸을 굳히고 말았다. 수인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세 마리 정도가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다음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뭐죠? 저놈들은 어디 부족이죠?”
내가 주변을 살피면서 족장에게 물었다. 희미하지만, 저 수인들 3마리 외에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족장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른다. 저렇게 덩치 큰 전사가 있는 부족은 모른다. 생긴 걸 보면 도그빌 부족 같은데, 저렇게 무시무시한 전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뭐지?”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맥시
종족: 변형된 수인
레벨: 29
스텟
*특성의 효과가 적용된 스텟입니다.
힘: 78
민첩: 120
지능: 0
운: 56
특성
마족의 은혜
마족의 힘을 내려받았습니다.
지능이 0이 되는 대신, 모든 스텟이 2배가 됩니다.
초원의 지배자
평야, 초원에서 이동속도가 2배가 됩니다.
날카로운 발톱
갑옷을 입지 않은 상대를 공격할 때, 모든 데미지가 치명타로 들어갑니다.
“씨발 뭐야.”
이 새끼들 정상적인 놈들이 아니었다. 눈을 까뒤집은 데다가 스테로이드에 밥 말아먹은 놈들처럼 근육이 빵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상태창으로 직접 확인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으음……. 대체 어디서 온 놈들이지?”
족장이 중얼거렸다. 나는 성검으로 수인들 하나하나를 가리키고 엘시에게 말했다.
“엘시. 제일 왼쪽 놈 맡아서 버텨볼 수 있겠어요?”
“충분하다. 죽여도 되나?”
“아니요. 죽이면 안 돼요. 제가 나머지를 처리하고 제압해볼 테니까. 최대한 붙잡고 시간을 끌어주세요.”
“알겠다.”
뛰어가려는 엘시의 손을 잡았다. 엘시가 고개를 돌리자, 내가 말했다.
“엘시. 죽으면 안 돼요? 알았죠?”
엘시는 내 말에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 죽는다. 그리고, 이 싸움이 끝나면…….”
“어허! 빨리 가요!”
씨발. 좆될 뻔했네. 엘시는 내가 말을 자르자 꼬리를 내리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뛰어갔다. 나는 따로 모여있는 수인 두 마리를 향해 족장과 함께 달려들었다.
“으랴아아아!”
우리가 소리를 지르자, 수인들이 고개를 홱 돌리더니, 탐색조차 하지 않고 발톱을 내밀며 달려들었다. 피 냄새에 굶주린 듯한 그들은 상반신이 온통 피로 덮여있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발톱은 이미 단검을 방불케 할 만큼 길었고, 입은 크게 돌출돼서, 정말 늑대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앙!”
우짖는 소리와 함께 수인의 발톱이 허공을 갈랐다. 아슬아슬하게 발톱을 피한 나는 사제복이 걸레짝처럼 찢기는 걸 보았다. 나는 한 손에 쥔 성검을 크게 휘둘렀다. 내 성검을 물어서 막으려 들었던 수인은 위턱과 함께 머리가 그대로 잘려나갔다.
“우아아아악!”
단칼에 수인 한 마리를 처리했지만, 족장은 수인을 상대하기에 힘에 부치는 듯했다. 족장의 어깨를 꽉 물고 흔드는 수인은, 이 자리에서 그를 죽이겠다는 듯 발톱을 세워서 족장의 배를 후벼 파기 시작했다. 족장이 눈을 뒤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으어어억! 으어어어어억!”
“족장!”
엘시가 놀란 얼굴로 이쪽을 쳐다봤다. 나는 황급히 엘시에게 외쳤다.
“내가 가니까 집중해요!”
“알겠……. 우욱!”
엘시가 이쪽을 쳐다보고 대답하다가 수인에게 얻어맞았다. 바닥을 크게 구른 엘시가 탄성을 이용해 폴짝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수인이 발톱을 내세우며 그녀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나는 실시간으로 족장의 곱창을 자랑하고 있는 수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내가 달려들자 족장을 내 쪽으로 내던졌다. 한방에 의식을 잃은 족장이 인형처럼 던져졌고, 나는 그를 받아주느라 시간을 지체했다. 내 시야가 족장으로 향한 틈을 타서, 수인의 발톱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이 씨발년이!”
수인에겐 유감스러웠겠지만, 나와 그의 스펙 차이는 현격했다. 나는 한 손으로 수인의 앞발을 붙잡고 반대편으로 집어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부터 떨어진 수인이 개죽는 소리를 내며 자지러졌다.
“캥! 캥! 카흥!”
“개 씨발년!”
“끽!”
나는 수인의 목을 밟아서 절명시킨 다음, 족장에게 힐을 퍼부었다. 족장이 헐떡이며, 다시 의식을 차렸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살피다가 바닥에 널브러진 수인의 시신을 보고 안심한 듯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목숨은 붙인 듯하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