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8
나는 고개를 저었다. 수인들을 설득하려면 사랑교 사제와 이 수인 두 가지가 전부 필요했다.
“기사단 본부에 알리는 것보단, 다른 부족들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에요. 일단은 이 수인이랑 사제를 데리고 부족을 몇 군데 더 순회하도록 하죠. 우리가 보고를 기다리는 사이에 사랑교의 마수가 돌이킬 수 없이 뻗칠 수 있으니까 서둘러야겠어요.”
“못된 놈들…….”
족장이 눈에 불을 켜고 중얼거렸다. 나는 족장에게 물었다.
“족장. 같이 가시겠습니까? 다른 부족들의 위치를 알려면 당신의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협조한다! 사랑교 놈들을 용서하지 못한다!”
****
“저희가 여러분에게 흑마법을 사용해서! 노예로, 만들고자 꾸민 일입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사랑교를 믿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게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일 때마다 흠씬 두들겨 패준 사제는 능숙하게 사실을 토로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사실을 전해 들은 부족들의 반응 역시 각양각색이었다. 원래 사랑교에 대한 미온적이라 그럴 줄 알았다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는 놈들도 있었고, 적개심을 불태우며 당장 사제를 잡아 죽이려는 놈들도 있었다.
사랑교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몇몇 부족민들을 사랑교에게 보냈던 부족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자신들이 보낸 부족민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나올 때마다, 그들을 대신해서 사제의 이빨을 하나씩 뽑아주었다. 그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나중에는 힐로 이빨을 재생시켜서 뽑았다.
“우리 부족에도, 소식이 끊긴 아이가 있다.”
“누구죠?”
“아아아아아아악! 흐흑…. 흑…. 흐흐흑…….”
나는 78번째 사제의 생니를 뽑으며 마림바 부족 족장에게 물었다.
“로이다. 엘시는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다. 혹시 사랑교에게 잡힌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잡혔겠죠. 그렇죠?”
“으헤오….”
“뭐라는 거야. 씨발 사람 말로 해.”
“에히히아헤오! 에히히아헤오!! 아호헤어어!!”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으로 도그빌 부족까지 순회를 완료했다. 우리가 말해준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던 도그빌 족장은 우리가 데려온 수인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보았다.
“맥시!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이게 무슨 일이지! 수인들을 위해 일한다던 아이가! 왜 이런 꼴이 됐지!”
나는 사제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는 자동인형처럼 자신의 죄악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여러분에게 흑마법을 사용해서! 노예로, 만들고자 꾸민 일입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사랑교를 믿지 말아 주십시오!”
“사랑교 놈들이 수인들을 사용해서 인간들을 습격하고, 또 수인들 몸에 흑마법 낙인을 찍어서 노예로 부린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도그빌 족장. 현재 저희 인간들과 엘프들은 이런 사랑교의 더러운 정황을 파악하고, 토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부디 저희와 협력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사랑교 사제가 울음 터뜨려서 분위기를 몰아가면 내가 내용을 정리해서 다시 한번 정리했다. 대부분 부족은 이 방법으로 설득하니까 금방 넘어왔다. 도그빌의 족장 역시 고민하는 눈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밀라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맥시라 불린 수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맥시가 마림바 부족에 끌려왔을 때부터 소스라치게 놀랐던 여인이었다. 그런 밀라를 제임스가 꼭 안아주며 위로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평야지대에 있는 모든 부족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사제와 조종당한 수인을 기사단에 인계하여 조사 및 토벌에 박차를 가할 시간이었다.
드디어 평야를 떠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쾌했지만, 엘시는 제 고향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듯, 고개를 여러 번 돌렸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물었다.
“엘시. 마림바 부족에 가고 싶어요?”
“성직자! 갑자기 그런 말 하면 서운하다! 아, 아쉽지만, 나는 성직자 옆이 좋다!”
그리고는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렸다. 지금 이곳에서 길을 걷는 건 나와 엘시. 그리고 밀라와 제임스였다. 제임스는 밀라에게 안겨있었고, 내 손에는 사제가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엘시는 맥시가 묶여있는 수레를 끌고 갔다.
나는 폭 안겨있는 제임스에게 물었다.
“제임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결혼 허가를 받을 겁니다.”
“그래요? 쉽지 않은 일이겠군요.”
“괜찮습니다. 우리는 수인과 인간의 평화와 화합의 첫발을 내디디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밀라?”
“오홍홍홍. 우리 남편 말도 예뻐용.”
그리고 밀라는 제임스의 바지춤으로 손을 넣는 것이었다. 제임스는 황홀한 표정을 짓더니 금방 축 늘어졌다.
“윽…. 으윽…. 우우웃!”
“씨발.”
나는 욕을 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엮어준 사랑이었지만, 계속 보는 건 너무 역겨웠다.
우리는 그렇게 평야를 가로질러 다시 기사단 막사로 돌아왔다. 우리가 수인 한 명과 거대한 수인 마차, 그리고 사랑교의 사제를 잡아오는 걸 본 병사들은 웅성대고 있었다. 특히 밀라의 품에 폭 안겨있는 제임스를 보고 기사들은 모두 당황한 눈초리였다.
그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늘어져 있는 제임스를 쳐다보고, 내게 달려와서 물었다.
“사제장님! 제임스가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부상이라도 당한 겁니까? 여기 수인은……!”
“아, 저분은…….”
“내 아들이 다쳤다고!”
기사단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막사 앞으로 달려 나왔다. 근엄하고 냉정 침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기사단장이 제임스에게 달려갔다. 마침 정신을 차린 제임스는 밀라의 가슴을 주무르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제임스! 괜찮……. 뭐 하는 게냐!”
기사단장이 걱정하다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제임스를 다그쳤다. 제임스는 그 벽력같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 밀라의 품에서 일어났다. 기사단장은 화를 내기 전에 한 번 분을 삭이고, 근엄한 얼굴로 수인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대가 내 아들을 품에 안고 걸어왔다지? 고맙군.”
“아니에용. 오홍홍홍.”
밀라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었다. 기사단장은 생각보다 유창하게 말을 구사하는 밀라를 보고 조금 놀란 듯 말했다.
“인간 말을 잘하는군.”
“오홍홍홍홍. 과거가 있어서용.”
알버스 기사단장은 밀라에게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여보였다. 그는 정중함을 아는 인물이었다. 그가 인사하자, 덩달아 다른 기사단원들이 밀라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조금 당황한 밀라가 입을 가리며 오홍홍홍 웃었다.
“아무튼, 고맙네. 그리고 내 아들이 실례가 많았군.”
그리고 알버스 기사단장은 다시 제임스를 바라보고 혼내기 시작했다. 표정에는 아들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수치심이 함께 어려있었다. 제임스가 그 와중에도 밀라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버스 기사단장은 밀라의 가슴을 주무르던 제임스의 손을 꽉 붙잡으며 외쳤다.
“제임스! 두 발로 설 수 있으면서 어리광을 부리다니 무슨 민폐냐! 그리고 언제까지 수인의 가슴을 만지작대고 있을 테냐! 수인이라고 그따위로 희롱해선 안 되는 법이다! 당장 그만두고 사과하거라!”
제임스는 알버스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냥 수인이 아닙니다. 아버지.”
“뭐?”
기사단장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제임스를 쳐다봤다. 제임스가 자신을 뿌리쳤다는 사실에 몹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임스는 밀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
“저, 밀라랑 결혼하겠습니다! 밀라는 제 운명의 상대니까 결혼을 허락해주십시오. 아버지!”
정적이 찾아왔다. 기사단장은 고르곤을 마주한 전사처럼 굳어버렸다. 침묵은 물결처럼 모든 막사에 퍼져나갔다. 나도 엘시도 제임스의 빠꾸없는 발언에 조금 놀라서 굳고 말았다. 기사단장은 알에서 깨어나려는 병아리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 피가 몰렸고, 동공은 커졌으며, 입이 쩍 벌어지며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채를 부여잡더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기절했다.
페타 영지의 집무실 앞을 오가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영주인 페타 루시우스가 집무실에서 여자랑 떡치는 좆같은 버릇을 타고났기 때문이었다. 괜히 서로 민망한 상황을 피하고자, 아이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용인은 영주의 집무실을 피해 다녔다.
이는 페타 루시우스가 아닌 페타 이브가 영주 대리를 맡을 때도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영지 집무실에서 섹스하는 등의 악취미는 없었으나 북부에서 루시우스를 두고 혼자 돌아온 마부의 사지를 잘라버린 이후 사용인들은 이브를 피해 다녔다.
덕분에 영주의 집무실은 영지 내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기 가장 용이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브는 영지 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집무실에서 거리낌 없이 꺼냈고, 루시우스가 있을 때면 서로 간에 은밀한 이야기들을 속삭이거나 대놓고 섹스를 했다.
오늘 소니아 야이반이 집무실의 문을 두드린 것은 더욱 은밀한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서였다. 영지 대리인 신분으로서 집무실에서 일하는 이브는 난데없이 집무실을 방문한 소니아 야이반을 보고 의외라는 듯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녀는 익숙한 솜씨로 재정 서류를 꺼내 들며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번에 예산 편성해주지 않았나?”
“아, 네. 그, 그건 그런데요. 그……. 오늘 시에리 씨는 안 오시나요?”
“오늘 주말이잖아. 주말 예배 갔어.”
“아이라 씨는…….”
“어제 야간 근무라 오늘 비번. 근데 왜?”
“아, 그……. 남들에게 하기 좀 곤란한 이야기라. 이브 씨한테만 좀, 이야기하고 싶거든요.”
“나한테만?”
이브는 의외라는 듯이 소야를 바라보았다. 이브가 알고 있는 소야는 이브를 매우 무서워하고, 또 거리를 두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브 본인으로서도 마법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이런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는 않았으나, 갑자기 이렇게 자신을 찾을 정도라면 뭔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서류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혹시 의자 관련된 일이야?”
“의자요?”
“어. 신랑이 의자 주문했던데. 뭐……. ‘마력석이 포함된 안락한 흔들의자 무게중심이 뒤틀려도 넘어지지 않아요…….’ 뭔데 이거? 신랑이 드디어 의자 섹스에 도전하는 건가?”
“아, 그거 제가 주문해달라고 해서……. 한 거예요.”
“그래? 그래서, 무슨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