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
“아니. 아니. 잠깐만!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죠? 네?”
“영주님… 한 번만 더요? 네?”
“….아이라. 혼나요?”
“….아….”
아이라는 그 말에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 내게서 슥 물러났다. 벌벌 떨면서 침대 구석에 박혀있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방금 진짜로 뽑혀먹힐뻔 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아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곱게 타일렀다. 아쉽지만 더 하면 정말 내가 죽을 것 같았으니까.
“아이라. 저도 아이라와 같이 있으면 좋지만, 저는 지금 일주일 동안이나 몬스터를 잡았잖아요. 지금 너무 피곤한데, 다음에 하는 게 어떨까요?”
“…..네.”
아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라가 다시 옷을 입기 시작했다. 허리를 숙일 때 드러난 그녀의 음문을 바라보면 하얀 액체가 맺혀있었다. 다시 성욕이 돋아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숨기고 고개를 돌렸다.
내 하반신을 보면 다시 액체 범벅이었다. 잠들기 전에 다시 또 씻어야 한다는 것에 짜증이 밀려왔다.나는 한숨을 쉬고 수건과 옷가지를 가지고 목욕탕으로 갈 준비를 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영주님. 저에요. 시에리.”
“무슨 일인가요?”
“혹시 자기 전에 그…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라 이 좆같은 년.
엘프들은 강한자를 남편으로 삼는다. 엘프 왕국의 공주 에리나는 마왕을 물리친 용사를 자신의 남편으로 고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왕국을 뛰쳐나간다. 마왕을 잡을 용사의 씨를 품고 돌아오겠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너무 천박한 핑계 아니냐고? 야겜이라서 그렇다. 물론 이 정신나간 핑계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었고 실상은 자신이 마왕을 잡아서 결혼 이야기를 못꺼내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에리나는 숲을 나서자마자 못된 몬스터들에게 쫓기게 되고, 여기서 용사의 도움을 받게되며 용사 일행에 합류한다. 그리고 엔딩에서 용사가 에리나를 선택하게 되면, 에리나는 이렇게 말한다.
“어, 어쩔 수 없구나. 마왕을 물리친 용사는 네녀석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와 결혼하면 네 녀석은 좋아하는 모험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엘프가 아니니 왕위에 오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느냐?”
이른 아침부터 에리나의 스토리를 생각하던 나는 갑작스럽게 이런 생각을 했다. 에리나가 용사의 자식을 받는다는 명분으로 숲을 뛰쳐나왔다면, 내가 마왕을 쓰러트리면 에리나랑 섹스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명분이고 자시고 에리나는 야겜 속 엘프 왕국의 공주다. 아무리 자주적이고 싸가지없는 년이라도, 공주는 대를 이어야 했다. 용사가 인간이라면 하프엘프가 나오지만, 하프엘프라면 그냥 엘프가 나온다. 즉, 엘프 왕국 입장에서도 나와 에리나가 섹스하는 게 더 좋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생각을 가다듬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에리나 대신 용사와 함께 마왕을 물리친 다음 지쳐있는 용사의 뚝배기를 깨버리면, 용사가 마왕한테 죽었는 지 나한테 죽었는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그냥 용사 시체를 가지고 애도하는 표정 좀 지어주고 장례식 후하게 치뤄주면 된다. 그렇게되면 마왕을 물리친 용사는 나 밖에 안남는거고, 나는 에리나한테 섹스를 강요할 수 있었다. 물론 에리나와의 사이는 원만하지 못하겠지만, 그게 뭐 어떤가. 어쩔 수 없이 몸을 허락하는 엘프 공주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버러지같이 쳐다보던 하프 엘프한테 깔려서 앙앙대는 에리나. 생각해보니까 꼴린다. 걸리는 점이 있다면 이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에리나가 빠지고 내가 대신 파티에 들어가야 하며, 용사가 뒤져야 했으며 내가 떠난 동안 영지를 맡아줄 대리인이 있어야 했다.
옆동네 사는 영주는 대리인으로 쓸 수 없었다. 이 운좋은 NTR충은 우리 영지가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차라리 이럴 때 병사라도 보내줬으면 도움이 됐을텐데, 내가 망하라고 고사라도 지내는 것처럼 단 한명의 병사도 보내지 않았다.
언젠가 꼭 죽인다 진짜.
내가 섹스에 대해서 고민하는 동안 바깥에선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간간히 로빈이 보내는 보고에 따르면 에리나와 용사는 아주 훌륭한 솜씨로 몬스터를 격퇴하고 있다고 했다. 마왕이 부활하는 시점이 다가오다보니, 몬스터들이 부활 장소로 모이는 모양이었다. 내 영지는 하필이면 그 길목에 있는 것이고.
그렇게 3일이 지났다. 나는 한결 멀쩡하고 개운해진 모습으로 저택 마당에 나왔다. 그곳엔 피곤에 쩔어있는 에리나와 용사 에이에이가 있었다. 용사는 특유의 호빠머리가 다 헝클어진 상태였고 에리나는 하얀 피부가 흙투성이였다. 나는 그들의 스테이터스를 보고 살짝 놀랐다.
3일 사이에 레벨이 몇단계씩 상승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희는… 할만큼 했다고 봅니다만….”
용사 에이에이가 내게 말했다. 그 말대로 에이에이는 아주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줬다. 내가 여기서 더 끌 명분도 없었고 이유도 없었다. 나는 창고를 개방하라 이르고 에이에이와 에리나를 따라오게 했다.
오랜 시간 관리를 안한 창고가 아주 더럽혀져 있었다. 나는 그 잡동사니들 맨 위에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올라가 있는 투구를 집어서 내려왔다. 에리나도 에이에이도 기가막힌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물을 저따위로 보관했다고?”
“오랜 시간 쓸 일이 없었으니까요.”
원작에서는 그냥 [용사는 루시우스에게 성물을(를) 받았다!]라고만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보관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전생한 후 따로 위치 정리를 한 적이 없으니 원래 루시우스가 이따위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닐까? 나도 루시우스가 왜 성물을 이 따위로 보관하고 있었는지 조금 의문이었다. 얘 성물 싫어하나?
“대단한 놈이구나. 실력이 미천하여, 마을의 방위는 우리에게 맡기지 않나….”
엘프들 특유의 꼰대 기질을 발휘하며 에리나가 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내게는 좋은 상황이었다. 에리나 NTR 섹스를 즐기려면 이년이 여기서 폭주해줘야 했다. 나는 장갑을 벗으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에리나!”
용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에리나는 그런 용사의 만류에도 지지않겠다는 듯 입을 놀리고 있었다.
“성물의 보관도 개판으로 하는데다 손님 대접도 엉망이야. 그래서야 어디 페타 시리우스의 핏줄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네 아버지의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더냐? 마왕을 잡고 돌아가신 네 아버지도 저승에서 네 모습을 보고 통곡하실거다.”
“에리나! 그만해! 나 화낼거야!”
용사가 열심히 말리곤 있었지만, 다행히 입은 틀어막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눈을 찌푸리며 화난 척을 했다. 루시우스는 원래 부모님을 들먹이는 걸 매우 싫어했다. 근데 가만 생각하니까 이 새끼는 내 아버지를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이 따위로 대한건가? 쌍년도 이런 쌍년이 없었다.
“하여튼 이래서 하프…읍!”
내가 내던진 장갑에 얼굴을 얻어맞고 에리나가 기가막히단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모욕을 도저히 들어넘길 수 없군요. 용사 일행의 파티가 이리도 저열한 엘프라니. 저 역시 엘프 왕국의 공주인 당신에게 환멸했습니다. 결투를 신청합니다.”
하프 엘프를 증오하는 인종차별주의자 새끼. 내 분노를 받아라.
에리나는 바닥에 떨어진 장갑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엘프 공주의 프라이드가 자신이 받은 대접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았다. 에이에이가 사태 수습을 위해 나와 에리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자, 영주님. 저희 공주가 무례를….”
“대신 사과하지 마세요. 용사. 엘프 왕국의 공주라면 무릇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특히 자식 앞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들먹이며 모욕했다면 그 책임을 확실하게 지겠다는 의미겠지요.”
에리나는 자신이 질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확실히 에리나는 엘프 기준으로도, 이 세계관 내부 기준으로도 강했으니까. 문제는 그녀보다 내가 더 쎄다는 것이고, 에리나는 그걸 시각적으로 확인한 상태창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 어디 마음대로 해보거라. 네가 이기면 어떻게할테냐? 뭐, 무릎이라도 꿇어주랴?”
이건 내게 굴복 펠라를 해주겠다는 뜻인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꽤 괜찮았지만, 나는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제가 이기면 당신은 용사 일행에서 빠져야겠습니다.”
“뭐?”
에리나도 에이에이도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말했다.
“당신같은 엘프가 마왕을 물리칠 전력이 될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전대 용사 일행을 아버지로 둔 몸. 부족하게나마 신성력과 무술을 익혔습니다. 제가 당신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한다면, 당신이 굳이 일행에 끼어있을 필요가 없을텐데요.”
“잠깐만, 잠깐만, 그러면 난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내가 빠지면 난 어디로 가냐는 말이다.”
“제가 일행으로 가는 동안 영지의 대리인을 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엘프 공주면 영지 대리인으로 아주 차고 넘치는 인물이다. 엘프 왕국과 인간 왕국은 서로 땅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아주 유했다. 하프 엘프인 내가 영주인것만으로도 답이 나오지 않는가.
애초에 이 나라 영지법상 ‘영지 대리인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남작 이상의 직위, 혹은 사제장 이상의 직위를 가진 귀족 및 상위층.’으로 한도를 정하고 있다. 인간이어야 된단 말이 없었다. 예외적으로 부인이나 직계 가족이 있을 경우 대리인으로 쓸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이 부분은 내가 미혼이기에 중요하지 않았다.
에이에이가 어떻게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지만, 에리나는 그런 에이에이를 말리며 말했다.
“상관없다. 오히려 여기서 내가 널 두들겨 패면 여기 기사들이 나한테 해코지하는 거 아니더냐? 응?”
“그럴리가요. 저는 뱉은 말은 지킵니다. 오히려 당신이야 말로 꽁무니 빼는게 아닌가요?”
에리나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하프 엘프 주제에 날 이긴다고? 어디 마음대로 해보거라. 그래 영지 대리인을 해달랬지? 얼마든지 해주겠다! 대신 내가 이기면 너는 내 앞에서 발가벗고 머리 박은채 사죄해야 겠구나! 전 영지민들을 전부 불러서, 내 앞에서 알몸으로 머리 박고 사죄하란 말이다. 알겠느냐?”
여기서 알몸 도게자를 걸 줄이야. 사제장에다가 나름대로 인기많은 영주인 내 입장에서 이건 거의 캐삭빵급 제안이었다. 알몸으로 대가리 박고 사과하면 더 이상 사제장 겸 영주로서 위엄을 세울 수 없게 된다. 나는 그 말에 잠간 망설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몸 도게자 VS 엘프 NTR 섹스 빌드업 잡기면 당연히 후자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충분히 내 명예를 걸고 도전할 가치가 있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던가. 도전하는 인생이 아름답다고. 나는 이기기로 결심했다. 메이스를 쥐고 에이에이에게 말했다.
“결투의 공증인을 하세요. 용사.”
에이에이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당연하지 이런 희대의 캐삭빵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을테니까. 마당으로 나오자 로빈이 갑작스럽게 흉흉한 분위기를 내뿜는 우리 일행을 바라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로빈에게 말했다.
“로빈. 사람들이 이 주변으로 못오게 하세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지금부터 엘프 공주 아힐데른 엘리나와 영주인 저 페타 루시우스가 결투를 벌일겁니다.”
잠깐 눈을 깜빡거리던 로빈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기울였다.
“네?”
“저 엘프랑 싸운다구요.”
“네?”
“결투 한다고요. 로빈.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결투요. 결투. 결.투.”
“아…..그…. 왜 결투를 하는 지…..”
“그냥 알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에 제 명령에 따르세요. 로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