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0
한차례 펠라치오가 끝난 후 시에리가 입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인수인계를 빠르게 끝났고, 시에리는 자신의 치마를 살짝 걷어 보이며 밤을 기대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입을 맞춰주었다. 나는 그런 다음 집무실을 나가서 다른 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준비했다.
제일 먼저 이야기를 꺼낼 대상은 셀루였다. 서부 해안의 인어 문제는 셀루에게 아주 큰 문제였으니까. 내가 찾아갔을 때 셀루는 오늘도 수영장을 헤엄치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셀루.”
그녀는 내가 이름을 부르자 금세 미소를 짓더니 꼬리를 강하게 휘두르며 나를 향해 헤엄쳐 왔다. 물살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에서 반가움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 앞까지 헤엄치며 다가와 내게 물었다.
“왜 그래?”
“셀루. 이번에 제가 출장을 가게 됐어요.”
“또? 온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어쩔 수 없죠. 셀루도 알다시피 제가 워낙 유능하잖아요.”
“헤흐. 그런 뻔뻔함 좋아.”
“뻔뻔한 게 아니라 사실이니까요. 그런 말 못 들어봤어요? 시대는 재능있는 자를 시기한다. 세상이 저를 시기하니까, 계속해서 시련을 내리는 거죠.”
“그런 어려운 말은 몰라. 그래서 이번엔 어디로 가는 데?”
“서부 해안으로요.”
그 순간, 셀루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나는 수영장 물이 전부 얼어붙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셀루도 서부 해안지대에서 인어들이 도시를 박살 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아차 싶어서 설명을 덧붙였다.
“오해하지 마세요. 셀루. 인어들을 죽이러 가는 게 아니라, 화해를 종용하기 위해 가는 거예요. 인간과 인어들 사이의 화해요. 무슨 말인지 알죠?”
셀루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꺾으며 나를 훑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네?”
“나도 갈래. 인어들을 설득하는 일이잖아. 내가 가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거야. 같이 가.”
셀루의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아 있어서 다소 불안하게 들렸다.
“이게 말이 되나?”
이브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브의 옆에는 셀루가 있었다. 나는 셀루를 끌어안은 채 마차에 앉아있었다. 셀루는 내 품속에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이브를 슬쩍 쳐다봤다.
“왜. 자리 바꿔줄까?”
“됐거든? 아니 그보다, 나는 신발이라도 신어서 발을 숨기기라도 하는 데, 엄마는 무슨 생각이야? 그러다가 서부 해안 사람들한테 다치면 어쩌려고.”
“헤흐, 엄마 걱정해주는 이브. 역시 효녀야.”
셀루는 이브의 말을 웃음으로 흘려 넘기려 들었다. 하지만 이브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현실적인 이유를 따지고 들었다.
“말 돌리지 말고. 어쩔거냐고. 응? 엄마 그러다가 크게 다친다니까? 엄마도 다른 인간들한테 욕먹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인간들도 엄마가 이렇게 서부 해안으로 가서 돌아다니는 거 안 좋아할 거고. 서로 안 좋아할 일을 왜 하려고 들어?”
“그게 왜? 이렇든 저렇든 지금 내가 가장 도움 되는 건 틀림없잖아? 거기 있는 인어들 전부 나를 따르던 애들인데.”
“그거야 옛날 일이지. 엄마가 나랑 같이 살인할 거라고 애들 다 서부 해안으로 보냈잖아.”
셀루가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헤흐. 확실히 그랬지. 난 그때 거기서 네가 죽을 줄 알았거든.”
“무슨 소리야 그게?”
이브는 셀루의 말에 조금 날카롭게 반응했다. 셀루는 이브의 분노를 물 흐르듯 흘려내며 말했다.
“말 그대로야.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거. 그땐 그런 꿈을 많이 꿨어. 어느 날 선원으로 잠입한 한 여자애가 내 지느러미를 모조리 찢어버리는 거야. 내가 눈을 떴을 때, 너는 이미 사람들에게 잡혀서 잔인한 고문을 받고 있고, 그 다음은 내 차례였던 거지. 그리고 그대로 죽는 거야. 루시우스를 만나기 전까지 내가 생각했던 우리의 미래는 그랬어.”
이브는 그 말에 입을 다물고 셀루를 쳐다봤다. 나는 이 모녀의 대화에 끼어들 재간이 없었다. 인어들의 우두머리였던 셀루가, 딱히 인간들에게 깊은 원한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던 셀루가 왜 이브를 따라서 살인 강간을 자행하고 있었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무슨 좆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니까 꼭 나랑 같이 죽으려고 그랬다는 거 같잖아.”
이브는 셀루의 말이 꺼림칙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셀루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면 안 돼? 엄마가 딸을 위해 사는 건 생물의 당연한 본성이야. 수단도 목적도 상관없는 거지. 솔직히 중반부부턴 나도 좀 즐겼고. 그대로 죽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널 키운 건 나니까. 네 죽음에도 내가 책임이 있지.”
“난 엄마한테 키워진 적 없거든. 내 유년기는 노예 시장에서 회 떠진 친엄마가 함께했잖아?”
“헤흐, 아직도 인간이 밉구나. 그렇지?”
이브는 이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라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를 바라보며 셀루의 입을 막으라는 듯 눈짓을 하거나 했다. 하지만 나는 어깨만 으쓱하고 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이브는 혀를 차며 셀루에게 말했다.
“조금은. 조금은 밉다고 해둘게. 솔직히 인어들이 인간한테 당한게 많은 데 왜 참아야 되는지 모르겠어. 인제 와서 반격한다고 이딴 식으로 일 처리 하려 드는 것도 좆같고. 신랑. 신랑도 알잖아. 원한은 흉터 같은 거야. 거울을 볼 때마다 떠올라서 사람을 미치게 하지.”
“그렇지.”
나는 짧게 긍정했다. 이브는 애꾸가 된 자기 눈을 꾹꾹 누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씨발, 가서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도 감이 안 잡히네. 내가 일단 인어들이 지금 하는 식으로 복수하고 살던 애인데 나한테 자격이 있는 걸까? 엄마는. 엄마도 그랬잖아. 엄마한테 저 서부 해안에 사는 인어들을 설득할 자격이 있는 걸까?”
나는 셀루를 꼭 끌어안았다. 셀루는 내 품 안에서 인형처럼 꾹 짓눌렸다. 그녀는 내 볼을 매만지며 말했다.
“설득에는 자격보다 이해할만한 ‘무엇인가’가 더 필요한 법이야. 인간들은 악의적이고, 항상 우리를 죽여대지. 이번에는 그 반대가 되었을 뿐이야. 이번에는 인간들이 태풍을 만난 거지. 한 번 인간들을 죽일 수 있다고 깨달은 인어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뭔가 그럴듯한 걸 줘야 인어들도 살육을 멈추지 않을까?
그 아이들은 살인광이 아니야. 그냥 두려운 거지. 항상 거대한 폭풍처럼 자신들을 죽여왔던 인간들이 두려우니까. 그냥 먼저 죽이기 시작한 거야. 겁을 주면 오지 않을 줄 알고.”
그 말에서 나는 인어들과의 분쟁을 해결할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셀루가 넌지시 요구하는 것은 인어와 인간의 평화 조약이었다. 최소한 서부 해안지대에서는 인어 매매를 금지하고, 인어 사냥을 금지하도록 하는 평화 조약. 이걸 미끼로 인어들을 설득하자는 이야기였다. 나는 물었다.
“평화 조약만 있으면 싸움을 멈출 수 있나요?”
“모르겠어. 솔직히 말해서, 애들이 이렇게 폭력적인 애들이 아니었거든, 뭔가 변화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뭔지 가늠이 안가.”
셀루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브는 인상을 쓰며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나는 창밖의 풍경과 지도를 비교해보며 계속 길을 달려나갔다. 우리가 탄 마차는 서부 해안 도시에 이르기 전에 던전에 들릴 예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던전에서 힘을 강화하고 가는 게 낫다는 게 내 의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를 태운 마차는 복잡한 생각들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마차가 도착한 곳은 바다와 맞닿은 거대한 산맥의 한 줄기였다. 나는 그 줄기에서 흉하게 생긴 고목을 찾아냈다. 고목의 뒤편으로는 낡은 숲이 있었는데 지도상에서는 그 숲 어딘가에 동굴이 있다고 나와 있었다. 이브가 셀루를 끌어안고, 나는 메이스를 챙겨 들었다. 셀루가 말했다.
“기어갈 수 있어.”
“괜찮아. 수상한 놈 나오면 엄마를 무기로 쓸 거니까.”
“헤흑.”
이브의 농담 섞인 발언에 셀루가 사색이 돼서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런 셀루를 모르는 척 슬쩍 거리를 벌렸다. 이브는 그 모습에 낄낄 웃었고 셀루는 말했다.
“너무해. 둘 다 나빠. 불효자들.”
“언제는 장모님 소리 듣기 싫다더니.”
내가 중얼거리자 셀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거랑 이거랑 달라.”
조금 앞으로 걷다가 뒤를 살폈다. 마부가 마차를 숲속에 잘 숨겨두고 엄지를 척 세웠다. 주변에 인적도 없어 보였으니, 잠깐 다녀온다고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다시금 지도를 따라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신랑. 그런데 그 동굴은 어디 있어?”
이브는 내가 찾는 동굴을 같이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곡도로 베어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뱀의 머리나 대왕 말벌을 잘라냈을 뿐, 눈에 띄는 소득은 없었다. 나 역시 메이스로 덩굴들을 뜯어내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으나 동굴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 왜 이렇게 찾기 힘들지. 너무 설명이 두루뭉술한데. 이 지점은 맞는 거 같거든?”
“어디, 어디.”
이브가 나와 함께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지도에 숲 표시 위에 동굴 아이콘이 있었고 ‘늙은 고목을 기점으로 들어간 깊은 숲에 있는 동굴’이라는 설명문이 쓰여 있었다. 이브는 나와 지도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짜증을 냈다.
“씨발 지도 좆같이 그려놨네. 그 드래곤이 그려준 거야?”
“그렇다고 우리 엄마를 욕하면 안 되지.”
“지랄, 언제부터 드래곤이 엄마였다고.”
“모유 주면 엄마지 뭐.”
“….난 가끔 신랑 생각이 이해가 안 돼. 그래서 다행인 걸까?”
“그래도 사랑하지?”
“……그러게. 이래도 사랑하는 걸 보면 나도 미쳤나 보다.”
“헤흐.”
덧붙여서 에리나는 모유가 나오긴 하지만 엄마가 되기엔 마망력이 부족하므로 그냥 젖소였다. 우리는 잡담을 나누다 말고 다시 동굴 찾기를 시작했다. 넓은 숲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지나간 듯 황폐해져 있었다. 시야에 방해가 된다고 나무랑 덩굴을 모조리 자르고 지나간 덕분이었다. 이브는 새삼스럽게 지나온 자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신랑. 막 나무 자른다고 마음 아프고 그런 건 아니지?”
“괜찮아. 그보다 동굴은?”
“여기 이거 아닐까?”
우리 앞에는 동굴이 있었다. 대략 1km 정도 나무들을 베고 지나온 끝에 발견한 동굴이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조심스럽게 신성력으로 빛을 발해 동굴 안을 비추었다. 이브와 셀루가 동굴의 내부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동굴 안에는 호수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동굴 안에는 호수와 벽 뿐이었다.
빛에 비친 수면 너머로 깊은 구멍이 보였는데, 육안으로는 얼마나 깊은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브가 말했다.
“그 빛 좀 던져볼 수 있어?”
“어디…….”
나는 빛 덩어리를 물속으로 집어 던졌다. 흰빛이 점멸하며 빠르게 동굴 아래로 스며들었다. 나는 동시에 다른 빛을 하나 더 생성해서 동굴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
“오, 보인다.”
아래로 떨어진 빛 덕분에 우리는 동굴 내부를 더욱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동굴은 마치 거대한 항아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부분은 그 항아리의 입구였고, 고개를 숙여서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공적인 형태로 동그랗게 만들어진 내부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