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1
“존나 크네.”
이브의 중얼거림처럼, 그 규모가 워낙 거대해서 우리가 아주 작은 존재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구체가 아주 밝은 빛으로 물속을 비추고 있음에도,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며, 우리가 볼 수 있는 부분도 입구의 존재로 인해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리고 빛이 바닥에 닿는 순간. 갑작스럽게 어둠이 찾아왔다.
“뭐야 씨발.”
나는 깜짝 놀라서 다시 빛을 밝히고 물속으로 집어 던졌다. 다시 빛이 천천히 내려가며 동굴의 내부를 밝혔다. 조금 전 빛이 있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도 이브도 셀루도, 대체 무엇이 빛을 꺼트렸는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더욱 숙여서 몸을 가까이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빛의 밝기를 최대한으로 늘렸다.
워낙 동굴이 높아서 새끼손톱만 하게 보였던 빚이 내 주먹만 한 크기로 보일 만큼 신성력을 퍼붓자, 동굴 내부의 정경이 확실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보았다.
“씨발!”
“아, 씨발 뭐야!”
“헤윽!!”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입구에서 몸을 뗄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촉수가 솟아올랐다. 새까만 무엇인가가 동굴 입구를 향해 솟아오르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봤어?”
나는 내가 본 것을 믿고 싶지 않아서 이브를 돌아보았다. 이브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셀루도 핼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빛이 밝혀진 그 순간 거대한 눈동자와 마주했다. 아힐데른의 성만큼이나 거대한 눈동자. 그 거대한 눈은 우리를 뚜렷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나중에 깰까?”
이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씨발 그 드래곤 정신 나간 년 아니야?”
“어허, 우리 엄마라니까.”
“씨발 그러니까 시어머……. 아니, 이건 어감이 좀 이상한데. 아무튼, 저걸 어떻게 이겨? 우리가 잘못 들어갔다간 이 동네 자체가 박살 나게 생겼는데.”
“덩치만 크고 별거 아닐 수도 있어.”
“아니면 그냥 거기서 죽는 거잖아.”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거대한 눈깔은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상태창도 제대로 뜨지 않았으니까. 이건 마치 미미르나 아티를 볼 때랑 비슷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했다.
이름: 다곤
종족: ??? (현재 레벨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레벨: ??? (현재 레벨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스탯
(현재 레벨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특성
(현재 레벨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다못해 아티나 미미르도 특성이 보였는데 이놈은 어째서인지 특성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련이 남아서 계속 호수 주변을 맴돌았다. 조금 전 빛에 자극받은 탓인지 호수 맨 밑바닥에서 무엇인가 꿀렁꿀렁 움직이는 게 보였다. 셀루와 이브는 내가 호수 주변을 맴도는 걸 보고 불안한 어투로 말했다.
“들어가라고 할 거 아니지? 나보단 엄마가 수영 더 잘하니까 엄마 보내자.”
“헤흑, 이브가 더 강하니까 이브 보내자.”
훈훈한 광경이었다. 나는 둘의 모정에 감동하여 다른 방법을 제시하기로 했다.
“물에다가 오염물질을 부어버리면 죽지 않을까? 염산 같은 걸 그냥 들이부어서.”
나는 항아리를 들이붓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이브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신랑. 결국엔 우리가 저기 들어가야 하잖아. 그런 방법은 못써.”
“씨발 그러네. 아티한테 물어봐야겠다.”
결국,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인터넷에서 공략집을 찾아볼 순 없어도 아티라는 살아있는 던전 공략집이 있었으니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나는 혀를 차며 던전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브도 셀루도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번 기회에 던전까지 돌파해서 확실하게 강해지고 싶었건만, 되는 일이 없었다.
“아쉽네.”
“그러게.”
우리는 담소를 나누며 우리가 만들어놓은 광활한 대로를 따라 숲을 걷고 있었다. 길 끝에서 마부가 마차 앞에 선 채 경비병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폈다. 엄격한 얼굴의 경비병이 마부에게 무엇인가 따져 묻고 있었고, 마부는 경비병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우리는 걸음을 서둘렀다.
경비병은 수풀을 해치며 달려오는 우리를 발견하고 조금 멈칫거렸다. 그리고 이브가 끌어안고 있는 인어를 발견하자 얼굴이 사색이 된 채 칼을 뽑아 들었다.
“뭐, 뭐, 뭐, 뭐야! 멈춰라! 이 사악한 놈들! 인어로 대체 무슨 수작……!”
“페타 영지 영주 페타 루시우스입니다.”
“페타 영……. 시, 신분증은?”
“여기.”
나는 품속에 있던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줬다. 왕실 직인이 찍혀있는 증명 패를 확인한 경비병이 무기를 거뒀다. 뒤에 있던 다른 병사들도 무기를 집어넣고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여전히 셀루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무슨 일이죠?”
“네. 영주님.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이 근방을 순찰하는 알루 영지의 순찰대입니다. 가도를 순찰하던 도중 숲이 파헤쳐져 있고 마차를 엄폐한 흔적이 발견되어 마부를 조사 중이었습니다.”
나름 티나지 않게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아, 네. 알루 영지의 순찰대 로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마침 저도 알루 영지로 가고 있었거든요.”
내가 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경비대원이 내 앞길을 막았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경비대원이 셀루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왜 산에서 인어랑 나오셨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나는 멀리 있는 동굴을 쳐다봤다. 겉으로 봐선 동굴이 있다는 티가 나지 않았다. 괜히 동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공략하려 들었다가 대참사가 나면 역으로 골치가 아팠다. 나는 동굴에 관한 이야기는 숨기기로 했다.
“여기서 말해야 하나요. 좀 개인적인 문제인데.”
“현재 알루 영지에서는 인어들에 대한 피해가 막심합니다. 이런 시국에, 인어를 데리고 타 영지의 영주가 숲에서 나왔다는 건 아주 수상한…….”
“섹스했습니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이브도 셀루도 마부도 경비병도 모두 나를 어이가 없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특히 직접적인 당사자가 된 이브와 셀루의 반응이 참 볼만했다. 이브는 얼굴을 붉힌 채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니 뭔…….”
“했잖아. 그렇지? 이 경비병‘님’께서 꼭 알아야겠다잖아. 응? 씨발 내가 꼴려서 아내랑 숲에서 섹스 좀 했는데, 그걸 꼭 아셔야겠다잖아? 어? 그렇죠? 경비병?”
경비병은 당황한 얼굴로 인어와 이브, 그리고 나를 이리저리 쳐다보았다. 그는 내 사제복을 훑어보고 뒤늦게 뭔가 깨달은 듯 소리쳤다.
“아, 아니, 그 인어가 부인……. 아! 서, 설마! 그 인어랑 교미한다는 사제장……!”
빡!
“이 씨발놈이!”
“어어어억!”
교미라는 말에 참을 수가 없었다. 정작 이브는 교미라는 말에 빵 터진 모양이었지만, 내 분노는 그 정도로 막을 수 없었다. 턱을 얻어맞은 경비병이 바닥에 쓰러졌다.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죽지는 않았으나, 당분간 밥 먹는 데 고생 좀 하리라. 바닥에 개구리처럼 축 늘어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를 무심하게 지나간 나는 마부에게 말했다.
“마부. 마차 끌어내요. 영지로 가야죠.”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마부가 마차를 끌어내는 동안 다른 경비병들을 세워놓고 말했다.
“또 궁금한 거 있는 사람?”
“없습니다!”
“아시겠어요? 교미가 아니라. 성관계를 맺는 거예요. 인어는 인격체입니다. 씨발 존중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하하하하! 아흐……. 교미래 아하하하!”
이브는 눈물까지 흘리며 웃고 있었다. 나는 경비병들에게서 입을 다물고 살겠다는 확답을 받고 자리를 벗어났다. 마차에 타고 나서야 이브는 웃음을 멈추고 겨우 한숨을 쉬었다. 나는 물었다.
“그렇게 웃겼어?”
“아, 그냥. 엘시가 맨날 너한테 교미한다고 말하는 게 생각나니까 너무 웃기더라고. 그 경비병 얼굴에 엘시가 매칭되니까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거 있지? 아하하하……. 아, 미치겠네. 씨발 그래도 우리 신랑 존나 멋있었어. 날 짐승으로 봐서 화낸 거지?”
“당연하지. 수인과 인어는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야.”
나는 뜨끔한 가슴을 가라앉히고 이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런 생각보다는 날 수간충 비슷하게 불렀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났던 참이었다.
“여기 새끼들도 쥐어박는 걸로 끝내면 참 좋을 텐데.”
“그러게.”
셀루가 이브의 중얼거림에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마차는 알루 영지의 중심가로 향했다. 경비병들부터 몇몇 사람들이 내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셀루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걸 반복했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브도 셀루도 한두 번만 웃어넘기다가 슬슬 짜증이 나는지 입을 닫고 마차를 타고 나아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