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3
이브가 궁금해했다. 나는 고민했다. 왜 던질까? 주인을 던진다? 주인을 던질 만큼 충성심이 없나?
“돌아갈 때는 어떻게 돌아갔죠?”
“돌아갈 때는 인어들은 산으로 향하고 몬스터들은 바다로 헤엄쳐갔다는군요. 그래서 우리 쪽 기사단과 경비병들이 산 쪽에 인어들의 서식지가 있나 확인해 봤으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계곡이나 호수 방면으로 도망친 게 아닌 거 싶은데, 왜 몬스터들이랑 같이 안 가고 따로 흩어졌는지는 불명입니다.”
“뭐야 그게. 너무 이상하잖아. 굳이 물로 안 들어가고 산으로 가는 거, 너무 이상해.”
이브가 투덜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너무 이상했다. 왜 물로 들어가지 않았지. 돌아갈 때 굳이 따로 가고, 굳이 몬스터들은 인어를 집어 던지고, 굳이 인어들은 몬스터들을 타고 갔다. 왜 그랬을까? 무슨 이득이 있어서 그런 걸까? 인어들이 왜 헤엄을 치지 않는 거지? 애초에 인어들은 맞나?
“인어, 확실한가요?”
“바다에서 우리 쪽 상선을 나포한 전적이 있고, 몇몇 상선의 생존자들이 인어들이 습격해서 자신들을 끌고 갔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뱃사람들만큼 인어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은 없죠. 인어가 확실합니다.”
“그럼 왜 물에 닿기 싫어하는 거지?”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왜 물에 닿는 걸 싫어하지? 바다 위에서는 멀쩡하게 헤엄쳐서 배를 나포하고, 선원들을 납치했는데, 정작 뭍으로 올라올 때는 물에 최대한 안 닿는 방식으로 올라온다?
“피해 현장을 볼 수 있을까요?”
“네, 볼 수는 있습니다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영주는 아직 술이 덜 깼는지 머리를 짚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비틀비틀 걸어서 방을 가로지른 뒤 방구석에 있는 덧문을 열고 휠체어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걸 펴서 이브를 가리켰다.
“태우고 지느러미는 가려주십시오. 현장에 인어에 대한 인식이 최악이다 보니 저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셀루를 슬쩍 바라봤다. 셀루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말했다.
“어쩔 수 없네.”
영주가 말했다.
“그럼 입을만한 드레스를 하나 가져다드리죠.”
알루 영주는 의외로 좋은 놈이었다.
****
드레스 차림의 셀루는 인형 같았다. 관상용으로 만든 도자기 인형. 서양 골동품점에 전시된 인형을 휠체어에 태우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치마 끝에 살짝 삐져나온 지느러미가 파닥거렸다. 이브도 엄마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기분 좋은 지 그녀의 옷매무새를 다시 잡아 단정하게 했다. 셀루는 우리들의 관상용 인형이 된 게 영 불편해 보였다. 그녀는 옷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빨리 끝내자. 이거 불편해.”
“왜, 그냥 입고 다니지. 엄청 귀여운데.”
“맞아요. 귀여워요. 셀루.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데.”
“헤흐, 그 말은 좋지만, 인어는 옷 안 입어.”
“옷을 입는 최초의 인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죠.”
“고민해볼게.”
우리는 밖으로 나섰다. 영주는 마차에 탄 채 늘어져 있었다. 코 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시종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요즘 주인님께서 알루 테드 도련님 건으로 마음고생이 심하신지라……. 제가 대신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영주는 우리가 시종을 따라 현장으로 가는 동안에도 세상 모르게 늘어져 있었다.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으니 나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가는 동안 이브가 셀루의 휠체어를 끌었다. 병약한 여동생을 돌보는 언니 같아서, 나는 저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브는 셀루에게 말했다.
“엄마. 어깨 주물러 줄까?”
“주물러줘.”
셀루는 등받이에 몸을 쭉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브는 몸으로 휠체어를 밀면서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가 가로지른 마을들에는 황량하고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메마른 땅에 낫을 휘두르던 농민은 우리를 슬쩍 쳐다보다가 다시 밭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체를 담은 수레가 우리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시체 썩는 냄새와 파리가 우리 옆을 스쳤다. 걸으면 걸을수록 시체 냄새는 더욱 심해졌다. 피비린내와 치우지 못한 시체들, 그리고 곡을 하다 실성한 여인들과 황폐한 부둣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눈을 돌리면 시체가 있었고, 코를 막아도 시체 썩는 냄새가 풍겨왔다. 시종은 말했다.
“가장 최근에 습격이 일어난 곳입니다. 한때는 괜찮은 어촌이었지만,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이 모양 이 꼴이 되고 말았죠.”
“끔찍하군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피해가 심각했다.
“케흑.”
“뭐야?”
나는 갑작스러운 괴성에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우리를 안내했던 시종도 이브와 셀루도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부두 한 편에서 누군가 기어 올라오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는 숨죽여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명백한 사람의 손이 부두를 붙잡고 몸을 끌어올렸다.
“케흐흑!”
하지만 그 손이 끌어올린 건 사람이 아니었다.
“씨발 뭐야!”
그건 괴물이었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인어의 부하다!”
시종이 소리쳤다. 나도 덩달아 소리쳤다.
“내가 기대한 건 이런 몬스터가 아니야!”
“케흐흑!”
몬스터가 칼을 붕붕 휘두르며 우리를 쳐다봤다. 그놈은 생긴 모습이 참 이상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손은 꼭 사람 같았고, 눈이 툭 튀어나온 얼굴에는 사람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얼굴에 늘어진 가죽에는 물이 들어차서 몬스터가 움직일 때마다 출렁출렁 물이 빠져나왔다.
“뭘 기대한 거야?”
이브는 내게 물었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이놈을 죽이고 보자!”
이름: 라 – 바쵸
종족: 코퀴토스의 어인
레벨: 45
힘: 84 (+28)
민첩: 48 (+12)
지능: 0
운: 33 (+11)
특성
피에 대한 갈망
지옥에서 온 이들은 피에 대한 갈망에 시달립니다.
인간을 만날 시 흥분하여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모든 스텟 + 50%)
저지능
심각한 저지능으로 인해 주인의 통제를 따르지 못합니다.
(‘부하’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지휘관 효과 무효)
소환된 존재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닙니다. 상대에게 2배의 피해를 받습니다.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란다. 생긴 대로 논다더니 끔찍한 생김새에 맞게 악마 새끼였다. 나는 메이스를 들고 어인의 머리를 겨누었다. 차례로 어인들이 몇 명 더 올라오고 있었다. 이브가 칼을 뽑으며 말했다.
“성검인가 뭔가 그거 가져왔어?”
“그거 악마한테 쓸모없어.”
“뭐야 그게 씨발.”
나도 의문이었다. 셀루가 옷을 벗으려 하자 나는 셀루를 말렸다.
“일단 앉아 있어 봐요. 괜히 나중에 설명하기 복잡해지니까.”
이브는 먼저 칼을 뽑고 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인들은 이브를 보고 코를 킁킁 대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곤 자기들끼리 대화 비슷한 것을 나누며 팔을 붕붕 휘둘렀다.
“케흐흐! 케흑!”
“케흑 케흑! 케흐흑!”
“뒤져라!”
대화 중인 어인의 뒤통수의 이브의 곡도가 내리꽂혔다. 피해를 두 배 입는다는 패시브는 거짓말이 아니었던 듯, 어인은 이브의 칼에 닿자마자 두부처럼 썰려 나갔다. 너무 싱겁게 베이자 되려 이브가 당황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넘어질 뻔하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칼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어인들을 찐득한 녹색 피를 흘리고 있었다.
“으엑 씨발 기분 나빠.”
이브는 칼을 털어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인들은 매우 혼란스러운 얼굴로 이브를 바라보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다른 몇 명은 칼을 뽑아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제일 앞에 달려드는 어인을 향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퍽!
어인의 얼굴이 순두부찌개처럼 뭉개졌다. 붙어있던 얼굴 가죽이 물을 뱉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메이스를 뽑아냈다. 이놈들은 공포심이란 거 없는 지 내가 한 마리를 묵사발 냈음에도 앞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다른 한 마리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자, 셀루가 바닥에서 벽돌을 집고 머리를 후려갈겼다.
“케흑! 케흑! 케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