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1
갈증이 일어나는 것처럼 목이 타서 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내가 살아왔던 이유는 내 아이들이 내게 화관을 씌워주는 걸 보고 싶어서였어.”
“분명, 그렇게 될 거에요.”
인어가 배시시 웃으며 맞장구쳤다. 르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어. 서부 해안지대를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될 만큼, 사람들이 너희를 두려워하고, 또 우리를 존중해서 고원에 올라갈 수 있게 되는 거야. 거기서 라미아랑 인어들이 모여서 하솜 꽃을 꺾는 거지, 내가 침대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가득. 그리고.”
르아는 입을 다물었다. 인어는 르아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뚱멀뚱 해도를 바라보던 르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다음은 생각 안 해봤어.”
“……뭐에요 그게…….”
“가봐 이제.”
인어는 르아의 어조에 비해 더욱 심각하고 슬픈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르아는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인어는 조금 울컥한 듯 눈물을 머금고 숨을 참았다. 그녀는 르아에게 마주 손을 흔들었다.
인어가 나가고, 르아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그녀는 다짐했다. 이번에는 할 수 있다고, 인간들을 죽이고, 우리들이 사는 낙원을 만들 수 있다고. 반드시 그럴 수 있다고. 르아는 그렇게 자신했다.
*****
하지만 깊은 밤. 동굴의 입구를 남몰래 침입한 그림자가 조약돌을 밟아 부쉈다. 화들짝 놀란 르아가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어두운 가운데 한 남자의 실루엣이 분명하게 보였다. 뾰족한 귀와 붉은 눈. 그는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악귀 같은 몸놀림으로 르아를 덮쳤다.
“너, 뭐…. 뭐 하는 읍……!”
르아의 입을 틀어막은 사내가 속삭였다.
“쉿. 조용히 해. 인어들 대가리가 다 부서지는 거 보기 싫으면.”
사내의 말에 르아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추잡한 손은 르아의 꼬리부터 허리까지 서서히 훑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말끔한 그녀의 비부에 손이 닿은 순간 그는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보지는 제대로 달려있군.”
“읍……. 으읍…. 읍…….”
사내의 힘은 르아의 상상을 초월했다. 다리로 내리 누르고 있을 뿐인데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남자가 벨트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르아는 발작하듯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남자가 속삭였다.
“조용히 해. 그래도 씨발 사천왕 중 한 명은 따먹어봐야지.”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
단호한 거절과 경계심 앞에서 우리는 다시 배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인어들은 우리를 쫓아낼 여력은 없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더 환영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브가 뱉은 말처럼 우리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건 내 마누라가 인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건의 범인이 라미아라고 우길 필요가 있어. 인어들이 자기들을 방해해서 누명을 씌운 거라고.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 인어에 대한 여론이 돌아설 일은 없겠지.”
이게 아니라면 인어들이 회생할 방법은 없었다. 지금 그냥 돌아가면 다음번에는 인어들과 인간의 전면전이었다. 나는 라미아의 목을 들고 돌아가든 무엇을 하든, 인어가 아니라 다른 놈들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가야 했다. 셀루가 말했다.
“그 라미아가 정말 인어들을 지키고 싶은 거라면, 협상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셀루의 말에 나는 라미아가 숨어 있을 게 분명한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사실, 원작 게임에서 르아의 행보를 생각하자면 지금 그녀의 행동은 조금 이해가 안 가는 것이었다. 인어를 구한다고 마왕이 부활하는 것도 아니었고, 저 섬에 틀어박혀 있어서 좋을 것도 없었다. 셀루가 말했다.
“이 정도로 해주는 걸 보면 타협할 여지가 있을지도 몰라.”
“셀루. 그러니까, 저 라미아가 희생해주길 바란다는 뜻이군요.”
내 말에 셀루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의외로 희생에 대해 애도하지 않았다. 셀루의 입에서 나오는 표현들은 마치 예정된 일을 설명하는 듯했다.
“어쩔 수 없잖아. 공멸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야.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난 당연히 라미아가 죽는 쪽을 고를 거야.”
셀루의 말에 이견은 없었다. 이브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어부는 우리들의 눈치를 살피며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었다. 나는 동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이야기해볼게.”
“이야기만 하는 거지?”
이브는 내가 이야기를 한다고 말하니 불안한 듯 눈을 찌푸리며 내게 물었다. 나는 가슴이 뜨끔 하는 걸 느꼈다. 이야기만 하러 가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처녀’ 서큐버스 러비안이 에이에이에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이후, 나는 항상 사천왕의 보지를 꿈꾸며 살아왔다. 옛말에도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이 있는데 대화와 섹스가 함께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라미아와 떡칠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는 없는 법. 나는 이브에게 말했다.
“괜찮아. 폭력은 안 쓸 거야.”
우리가 배에서 계속 쑥덕거리고 있자, 불안함을 느낀 인어들이 조금씩 다가왔다. 선두에 나선 앤이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그……. 혹시 언제 돌아가실 건가요? 그래도 그, 인간이 인어섬에 이렇게 오래 있는 건…….”
“하루만 있을게요. 해가 지고 있고 바람이 심상치 않군요.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떠날 테니, 하루만 이 섬의 귀퉁이를 빌려주시겠어요?”
“저희를 설득하는 건 포기하시는 건가요?”
앤은 집요하게 캐물었다. 그녀는 내가 포기한다고 말하면 그 말이 어떤 법칙이나 위대한 규칙의 영향을 받아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다고 믿는 듯했다. 앤의 그 말은 그녀의 순진함과 더불어, 한때 잠자리를 같이했던 옛정에 기반을 둔 질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기대를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 인어들까지 모조리 죽을 바에는 라미아만 죽는 게 나았으니까.
어차피 르아는 사천왕이었고, 사천왕들이 마왕과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이 놈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죄악인 놈들이었다. 목표가 인간 몰살인 놈들을 살려둬서 좋을 건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어쩔 수 없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하지만 앤. 우리가 당신들을 지키고 싶다는 건 진심이라는 걸 알아주세요. 당신들의 대장인 라미아도 우리의 생각을 이해해줬으면 참 좋았겠지만, 만날 수가 없네요.”
“만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죄송해요.”
앤은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발언 너머에서 나는 설득의 희망을 보았다. 이건 라미아가 포악해서 거절하는 게 아니었다. 설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거절하는 것이었다. 나는 앤을 한 번 꼭 끌어안아 주고 배로 향했다.
우리는 배 근처에서 잠들었다. 어부는 선장실에 들어가서 외풍을 피했고 셀루는 바닷가 모래밭에 철퍼덕 누워서 잠을 청했다. 이브는 내 어깨에 몸을 기댄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인어들이 잠들기만을 뜬눈으로 기다렸다. 인어들이 하나둘씩 하품을 하며 잠자리를 찾아 사라졌다. 어인들은 어인들 대로 잠이 들었다.
어인들은 따로 잠자리를 잡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인형처럼 쓰러져서 잠들었다. 인어들은 해변이나 돌 틈 사이를 찾아서 몸을 웅크린 뒤 편안한 숨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나는 마지막 남은 인어까지 전부 바닥에 눕는 걸 보고 나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브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녀를 눕히고, 동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해변에서 치는 파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별빛이 반사된 모래밭이 남색빛으로 반짝였다.
새삼 나는 인어섬의 풍경이 비현실적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속에서 기어 나온 미생물들이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벽에 손을 짚으면 생전 처음 보는 벌레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나는 벌레의 감촉에 소름이 돋았음에도 입을 꾹 다물고 조심스럽게 동굴로 향했다.
인어들에게 보초나 경계는 아무 의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가장 중요한 대장이 사는 동굴 앞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어인들이 몇 마리 잠들어 있었는 데, 나는 이 어인들이 깨지 않게끔 정수리와 미간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하나씩 내줬다. 잠깐 움찔하며 몸을 떨던 어인들은 순식간에 절명했다. 피가 끈적해서 그런지 바닥을 적시는 일은 없었다.
뇌까지 파고든 감각이 매우 기분 나빠서 나는 손을 털며 시체들을 해치고 동굴로 향했다.
동굴 내부는 아주 깊었다.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인데, 동굴은 마치 창자처럼 구불구불 이어져 있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는 침입자로부터 내부 인물을 숨기기에는 쉬웠지만, 지키기에는 썩 좋은 구성이 아니었다.
내가 동굴 최심부에 발을 디디자마자, 르아는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너, 뭐…. 뭐 하는 읍……!”
나는 르아의 입을 틀어막고 속삭였다.
“쉿. 조용히 해. 인어들 대가리가 다 부서지는 거 보기 싫으면.”
내 말에 르아가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관찰했다. 하얀 피부에 보라색 머리카락, 그리고 꽉 들어찬 가슴과 그런 가슴을 가린 아랍 무희 같은 옷. 나는 르아의 옷을 풀어헤치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르아의 꼬리부터 허리까지 서서히 훑어보고, 말끔한 그녀의 비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역시 보지는 제대로 달려있군.”
“읍……. 으읍…. 읍…….”
르아의 저항은 생각보다 약했다. 내가 한 손으로 양손을 붙잡고, 무릎으로 그녀의 꼬리를 내리누르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르아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르아
소속: 라미아 종족의 여왕
레벨: 38
힘: 68
민첩: 58
지능: 94
운: 48
특성
매혹
자신보다 지능 수치가 낮은 인간을 [매혹]할 수 있습니다.
허락된 소환자
이계의 존재를 불러낼 수 있습니다.
한 번 소환에 성공할 때마다 스텟이 일정 확률로 조금씩 상승합니다.
(현재 성장한 스텟 힘: 23 민첩: 4 지능: 18 운: 8)
여왕
그녀는 라미아 종족의 여왕입니다.
권위의 강함에 비례하여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권위를 잃으면 오히려 능력치가 떨어집니다.
(현재 비활성화된 특성입니다.)
나는 벨트를 풀어내렸다. 르아는 발작하듯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내 자지가 그녀의 비부를 부드럽게 내리눌렀다. 나는 르아에게 속삭였다.
“조용히 해. 그래도 씨발 사천왕 중 한 명은 따먹어봐야지.”
“지, 짐승…! 미친……. 놈……!”
“응? 너한테도 좋은 거라니까? 인어들을 지키고 싶잖아? 어인들은 방금 내가 다 죽여버렸으니까 소리쳐도 소용없어.”
“그만……. 그만……. 둬……. 나, 나는 여왕으로서……. 정절을 지킬 의무가……!”
“씨발 ‘처녀’ 라미아였다고? 그럼 더 좋지. 러비안이 ‘처녀’로 죽은 게 너무 안타까웠는데, 너만큼은 내가 먹을 수 있겠군.”
나는 그 말에 더 흥분하고 말았다. 하지만 르아는 내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같은 사천왕인 라미아의 소식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러, 러비안을 어떻게 했다고? 너, 너……. 이 악마 같은 놈! 잔인한 놈! 러비안은 정말 마왕님밖에 모르던 착한 아이였는데……. 어, 어떻게 그 아이를……. 이 쓰레기 같은 놈!”
“조용히 하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