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6
이브가 신나서 외쳤다. 나는 그런 이브를 뜯어말려야 했다. 엘시도 이브를 말리며 말했다.
“진정해라 인어. 부작용을 모른다.”
“그냥 모습만 변한다잖아! 부작용이 어딨어 저런 무기에!”
“그래도 좀 기다려봐요. 네?”
이브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모양이었다. 다곤은 그녀의 흥분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상태로 상대를 베면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오히려 썩어들어간다. 게다가 기존의 검보다 훨씬 단단하고 강하다. 대신 이 모습으로 바꿀 때 피를 먹여야 한다.]“그 정도면……. 괜찮은 거 같은데?”
이브는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곤은 촉수에 가려졌던 손잡이 부분을 보여주며 말했다.
[1분 바꾸는 데, 물병 하나만큼의 피를 소모한다.]촉수에 가려서 몰랐지만, 칼자루 밑에 주삿바늘 같은 게 달려있었다. 다곤은 주삿바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꽂아 넣으면 알아서 피를 뽑아간다. 감염은 걱정 안해도 된다. 자체적인 마법이 걸려있다. 수납 기능도 있다.]“나 할래.”
“이브?”
이브의 말에 내가 되려 놀라서 그녀를 바라봤다. 에이에이도 그녀의 결정에 놀란 얼굴이었다. 엘시는 피를 뽑는다는 말에 불안했는지 그녀를 꼭 붙잡고 말했다.
“인어. 좋은 생각 아닌 거 같다.”
“왜? 필요할 때만 쓰면 되지. 그리고 내 피라는 말도 없잖아. 하나 죽이고 피 뽑으면 1분 동안 존나 세지는데 왜 안 써?”
“아니, 그래도…….”
“신랑. 나 못 믿어? 응?”
이브가 나를 꼭 붙잡고 그렇게 말했다. 에이에이는 조금 떨어져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그래도,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아니, 변신하는 검인데? 정말로? 이걸 포기하라고?”
“씨발 변신이 중요해요? 나중에 위급할 때 저거 쓰고 죽으면 어떻게 해?”
이브는 그 말에 배시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신랑. 나 걱정해주는 거야?”
“…..씨발. 알아서 해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허락해줬다. 저렇게까지 매달리는 데 안 해줄 수도 없었다.
“대신 나 없는데서 쓰지 마요? 써도 내가 치료는 해줘야 될 거 아니야.”
“알았어.”
이브가 씩 웃으면서 다곤을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다곤이 칼을 그녀의 손 위에 살포시 내려줬다.
그렇게 다시 다곤의 무기 세일즈가 시작됐다. 그는 내게 흉악하게 생긴 메이스를 내밀었다. 그건 메이스라기보다는 트로피같이 생긴 물건이었다. 컵처럼 생긴 둥근 머리 부분에 비명 지르는 사람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었다. 속은 텅 비어 있어서 물을 담기 딱 좋았다. 다곤은 말했다.
[이건, 마계의 마신 엘 – 토스를 모시던 신관이 쓰던 곤봉이다. 이걸로 마신에게 대항하는 무리를 때려죽였다. 무기를 쥔 사람에게 엘 – 토스가 직접 힘을 내려준다.]“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골동품이군요.”
[엘 – 토스를 향해 피의 의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인신 공양이에요 또?”
[아니다.]다곤의 말에 나는 살짝 귀가 솔깃했다. 쥐 같은 동물을 잡는 정도면 은근 쓸만한 무기 아닌가? 한 번 쓰기 전에 돼지 정도를 잡아야 한다는 조건이어도 쓰는 데엔 충분했다. 어차피 사랑교 퇴치하고 나면 다시는 안 쓸 물건이니까.
[인간의 피가 가장 좋지만, 소 돼지 닭의 피도 괜찮다. 가축의 피든 인간의 피든 각각 한 말씩 섞어서 여기 담아 마셔야 한다. 이 곤봉에는 증대의 마법이 걸려있어서 그 정도 분량이 충분히 들어간다.]기껏해야 벌칙주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트로피에 서 말 정도의 피를 섞어서 마시라고 한다. 근데 그거 얼마나 되는 분량이지?
“한 말이 리터로 치면 얼마죠?”
[18ℓ다.]“애미 씨발.”
총 서 말이니까 54ℓ를 처먹으라는 뜻이었다. 소 돼지 닭 피를 54ℓ를 짜내서 처먹고 있으면 내가 대천신교의 사제장이든 교황이든 간에 당장 사교도로 신고 당할 거다. 애초에 그만한 분량을 먹지도 못했다.
“…..죄송한데, 그냥 평범한 무기는 없나요? 저는 그냥 평범하게 정말 단단하고 묵직한 메이스 정도면 되거든요. 여기는 평범하게 좀 사람 잘 썰고 피 안 묻는 검을 원하고요.”
“발톱도 있다.”
“네. 클로도요.”
이제 다곤의 미친 컬렉션은 잘 봤으니, 좀 평범한 무기를 요구한 차례였다. 이브는 주삿바늘이 튀어나오는 칼을 들고 싱글벙글하고 있었지만 남은 이들은 아직 무기 하나 얻지 못한 상태였다. 다곤은 그 말에 눈을 가볍게 아래로 내리깔고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어째 좀 실망한 기색인데. 나는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니, 당신의 컬렉션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여기 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한 고대의 유물이지만, 우리는 그런 무기에 의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거든요.”
이브가 그 말에 뜨끔했는지 칼을 슬쩍 뒤로 숨겼다. 다곤은 그윽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육중한 기둥을 움직였다. 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듯이 전신이 흔들리자 위압감이 엄청났다.
[그런가. 위로해줘서 고맙다. 혼자서 여기 있다 보니 이런 위로도 오랜만이다. 아티의 신랑이 아니었다면 내 신랑으로 삼았을 것을.]여자였구나. 씨발 이 새끼 종족이 암수로 구분된다니 존나 무서웠다. 교미도 한다는 소리니까. 나는 마음 속으로 다곤이 제발 체외 수정하는 종족이길 기도했다.
“마음만은 감사합니다.”
[알겠다. 아티의 지인들에게 제대로 된 걸 선물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이런 초라한 것들을 꺼내게 된다.]다시 다곤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올라온 그녀의 촉수에 백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무기들이 올라왔다. 다곤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계의 특수 합금강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무기들이다. 네가 원했던 칼. 그리고 메이스. 클로.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효과도 없다. 그저 단단하고 약간 무겁기만 한 골동품으로, 너희에게 이런 하잘것없는 무기를 주다니 아티를 볼 낯이 없다.]다곤의 목소리에는 우울함이 가득했지만, 무기를 쥐어본 내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걸렸다. 묵직한 무게감에 잡는 느낌도 좋았고 생긴 것도 마치 로마 교황의 지팡이 같은 은근한 화려함이 있었다. 허공에 휘둘러보던 나는 다곤에게 물었다.
“다곤 님. 여기 돌들을 때려봐도 될까요?”
[얼마든지.]나는 망설임 없이 동굴 구석에 놓여있는 바위를 향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쾅!
시원한 타격감과 함께 바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엘시도 엘시 나름대로 클로를 끼고 평소처럼 움직여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클로의 묵직한 감각에 익숙해지지 못한 듯 움직임이 엉성했다.
“성직자. 이거, 연습이 좀 필요할 것 같다.”
“꾸준히 연습하세요. 엘시. 꾸준히”
“알겠다.”
에이에이는 푸른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검을 집어 들고 허공을 향해 휙휙 휘둘러 보았다. 그녀의 눈썹이 꿈틀거린 거로 보아 제법 손에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더 허공에 검을 휘둘러 보더니 다곤에게 말했다.
“엄청 좋은 검이네요. 이런 걸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곤의 얼굴에는 우울함이 가득했다.
[아무 효과도 없다. 나는 이런 무기를 넘겨준단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람 100명을 바쳐서 고대 신의 권능을 사용하는 팔찌도 있다. 이거 하나만 있으면, 사랑교도 끝장이다.]“아니요. 괜찮습니다.”
고대 신이 고대의 신으로만 남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보통 성격이 좆같거나 힘이 너무 추잡하고 잔인해서 잊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람 100명을 바쳐서 쓸 힘이라면 분명히 좆같은 후유증을 남길 게 뻔했다. 무기를 받고 나서, 나는 다곤에게 물었다.
“무기 감사합니다. 다곤 님. 당신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언젠가 보답하겠습니다.”
[보답할 필요 없다. 내 수집품이 좋은 일에 쓰인다니 기쁘기 그지없다. 그거면 충분하니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더 좋은 무기를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생긴 거나 가지고 다니는 물건에 비해서 착했다. 대체 왜지? 씨발 대체 왜 인신 공양 팔찌를 들고 다니는 새끼가 착한 거지? 나는 궁금했지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렇게 우리는 무기를 하나씩 챙겨 들고 다곤의 동굴에서 나왔다. 잠깐 이야기를 한 줄 알았지만, 밖에 나와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자신의 칼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용사님. 무기가 마음에 드나 보네요?”
“네. 그……. 생긴 건 조금 무섭게 생기셨지만, 좋은 분이네요.”
“신랑. 나도 이거 마음에 무척 들어.”
이브는 칼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좋아하고 있었다. 기존에 쓰던 곡도와는 다른 디자인이었지만, 그녀에겐 변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무기를 쓸 가치가 충분한 듯했다. 엘시는 엘시 나름대로 장난감을 처음 받은 어린애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클로를 만지고 있었다.
“꼭 곰 발톱 같다. 우리 족장이 장식용으로 쓰던 곰 발톱.”
“하루에 1시간만 가지고 노세요. 알았어요?”
“응?”
엘시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웃으면서 엘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농담이에요. 엘시. 열심히 연습해서 제 오른팔이 되어주세요.”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