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
에리나는 그 말에 흥미가 동한 듯 나를 쳐다봤다.
“예컨데, 아이만 있다면 공주님이 누구랑 결혼하든 상관없는 문제가 아닌가요?”
“그렇지. 그런…..”
에리나는 말을 거기까지만 하고 나를 쳐다봤다. 이 공주. 묘하게 눈치가 빨랐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고 나를 쳐다봤다.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나보고 에이에이말고 다른 남자를 품으라고?”
“용사님이 남자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차피 누군가를 품어야 하실겁니다. 공주는 후사를 낳아야 하니까요.”
“그건 네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그리고 에이에이가 그 이야기를 납득할 것 같으냐?”
“그럼 언제까지 기약없는 기다림을 하실 생각이시죠? 용사님이 정말 1년만 하고 포기할 것 같나요?”
“그건…..”
내가 게임을 해본 바 주인공은 포기를 모르는 새끼다. 1년으로 안되면 다시 1년. 그렇게 다시 1년. 정말 방법을 찾을 때까지 질질 늘어질수도 있었다. 에리나도 내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다시 물었다.
“그리고, 이 대륙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마왕을 물리쳤던 건, 어디까지나 마왕이 아직 완벽하게 부활하지 않은 덕분이었어요. 먼 지역에서 용사님이 다치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그 다음에 공주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그, 그런 가정은 하지 마라! 말도 안되는…..”
“왜 말도 안되는 가정인가요? 남자가 되는 약이 있다는 소문에 이끌려서 말도 안되는 사기를 당할수도 있고, 어쩌면 어이없는 방식으로 죽을지도 모르죠.”
“그만! 죽는다는 말은 그만해라! 에이에이는 죽지 않을테니까!”
“만일 그렇게 죽는다면, 그 책임은 공주님에게 있는 것 아닌가요?”
“뭐, 뭐?”
“공주님이 눈을 딱 감고 다른 남자를 한 번만 받아들인다면, 그래서 아이를 품는다면 용사님은 위험천만한 모험을 할 필요도 없고 왕실도 후사를 고민할 필요가 없죠. 공주님은 용사님이 죽고나서 후회하실 생각인가 보군요.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남자를 품어야 할겁니다.”
“아직 모르는 일이지 않느냐! 성별을 바꾸는 약이 어딘가에 존재할수도….”
“그래서 정말 이 기약없는 기다림을 계속하시겠다구요?”
“그….”
“정말 3개월마다 한번씩 만나서 뽀뽀 정도만 하고, 다시 정보만 교환하고 헤어지는 여행을 1년 동안 반복 하시겠다구요? 1년은 긴 시간이에요 공주님. 3개월 동안 타지를 돌아다니는 용사님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정말 단언하실 수 있나요?”
“그러니까…..”
“정확히 3개월만에 못돌아올수도 있죠. 중간에 아주 결정적인 실마리를 잡았다 생각해서, 6개월 만에 돌아올수도 있고, 재수없는 상황에 처해서 몇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요. 공주님은 정말 그 외로움과 초조함을 견딜 수 있나요?”
몰아붙여야 한다. 에리나가 이성을 되찾지 못하도록. 몰아붙여야 한다.
“정말 감내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약간의 굴욕과 거짓말이면, 용사님을 다시 볼 수 있어요. 용사님과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그래서 둘이 애정을 가지고 키운다면 애는 누구애든 상관없지 않나요? 용사님만 모르면 되잖아요.”
“그…..아…..”
“누가 생각해도, 아이를 가지는 편이 더 쉬운 길 아닌가요?”
에리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에 빠졌다. 한참 동안 신음하며 끙끙 앓던 그녀가 나를 슬쩍 올려다 보며 말했다.
“….나더러…”
“네?”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나는 생각했다. 에이에이의 고지식함이 행운을 가져다줬다고.
“생각할 시간을 주면 좋겠다. 내가…. 내가 바로 결정하기엔 너무…. 그런 일이지 않느냐?”
에리나가 쥐어짜내듯 꺼낸 말은 이것이었다. 여기서 너무 밀어붙이면 또 역효과를 불러올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은 내 편이다. 나는 시에리의 질을 열심히 개발하는 한편, 아이라의 욕구에 응하는 충실하고도 음란한 나날을 보내며 에리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사실 에리나가 나한테 대주지 않더라도 아쉬울게 없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칼침을 맞는 법. 옆에 미녀가 둘만 있어도 인생은 아주 행복한 법이니까. 하지만 에리나는 이렇게 용사가 계속 오지 않으면 점점 더 초조해지기 마련이었다. 용사 에이에이는 원래 상남자 스타일의 캐릭터다. 가까이 있으면 스윗하지만, 편지를 보내는 일 따윈 없다.
아무 소식도 없이 타지에 간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세상이 위험투성이라면 떠나는 연인을 무슨 짓을 해서든 붙잡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이다. 설령 그 방법이 아주 그릇되었다고 해도.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집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아이라가 그 옆에서 나를 보조했다. 아이라는 일하고 있는 내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영주님. 바다에 놀러가는 건 어떠세요?”
“아이라 당신은 밖에 못나가잖아요.”
아이라는 여전히 저택 밖에 나가면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나도 굳이 고칠 이유가 없어서 따로 고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아이라가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안가더라도 영주님은 가실 수 있잖아요. 엘프 공주님도 있는데 다녀오시면 안될까요. 저 가지고 싶은게 있는데…..”
“안돼요.”
아이라가 아니라 시에리가 다리 벌리면서 부탁해도 바다는 안된다. 이번 생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곳은 왕궁이나 드래곤 산맥같은 곳이 아니라 바다였다. 아이라가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바쁘신데 실례였을까요?”
“아뇨. 바다에는 미친 레즈 강간마가 살거든요.”
존나 쌘 미치광이 레즈 강간마가 살기 때문에 바다에는 가면 안된다. 그 새끼는 여자는 겁탈하고 남자는 죽이는 미친년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원작 게임에서 그 레즈강간살인마를 만난 뒤 일주일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나는 아이라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바다에 뭐 특별한게 있나요?”
“실은…..”
아이라가 영주성에 날아온 신문을 보여주었다. 바다의 조개껍질을 세공해서 만든 보석함이 인기라는 기사였다. 가격도 보니 그리 비싼건 아닌데 생긴게 상당히 예뻤다.
“오.”
나는 감탄을 내지르며 그림을 쳐다봤다. 정말 이 그림대로 나온다면 하나 두개 선물로 정도는 살만했다. 하지만 나는 이내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아무리 디자인이 예쁘고, 아무리 가격이 싸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바다는 안돼요.”
엄밀히 따지자면, ‘바다 위’에만 안가면 만날 일이 없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최대한 그 지역에서 떨어지고 싶었다. 아이라는 단호한 거절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날 안마를 멈추지 않았다. 회계 업무는 안시키고 안마와 청소만 주구장창 시킨 결과, 사기꾼이었던 아이라는 청소와 안마 특성이 새로 개방되었다.
계산도 적당히 잘하고, 나에 대해 순종하고 청소 안마 다 잘하는데다가 대주기까지하니, 이제 아이라는 사실상 내 전용 메이드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었다. 아이라의 손 끝이 슬쩍 내 맨살에 닿았다. 내가 고개를 들자 아이라가 묘한 웃음을 흘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주인을 내려다보는 메이드에겐 벌을 줘야 했다. 몽둥이로 아주 큰 벌을.
똑. 똑. 똑.
“누구세요?”
아이라가 아쉬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 문 너머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누구세요?”
“…..나다.”
“아, 에리나 공주님. 들어오세요.”
에리나는 우물쭈물 얼굴을 붉히며 문을 열었다. 에리나가 가져온 용건이 무엇인지는 알기 쉬웠다. 일주일 동안 불안감에 시달려왔으니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인지 이제 확실히 이해한 것이겠지. 에리나는 아이라를 쳐다보고 말했다.
“영주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
나는 아이라를 내보냈다. 아이라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섰다. 나는 서류를 정리해서 한켠에 놓고 에리나에게 물었다.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나요?”
“네 제안을 생각해봤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죠?”
“임…임신을 하려면, 보통 얼마나 해야하지?”
“노력하기에 달렸죠.”
에리나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 속삭이는 목소리에 다시 한 번 흥분했다.
“일단 내 방으로 와라.”
나는 벌써부터 힘이들어간 아랫도리를 감추기 위해 허리를 살짝 숙여야 했다. 에리나는 주춤주춤 걸어오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혹시나 누가 볼까 내 손을 붙잡고 강하게 방으로 끌고들어갔다.
문을 걸어잠그고 숨을 한 번 고른 그녀가 나를 노려봤다. 터질듯한 가슴과, 맑은 초록눈. 나는 단단히 발기한 하물을 억지로 손으로 가렸다. 에리나가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그래, 내 제안을 생각해봤다. 확실히 지금 여자가 된 에이에이와 결혼하기 위해선 다른 대안도 생각해두는 게 옳지.”
에리나가 다른 남자를 품는다면 선택지는 나밖에 없었다. 마왕을 물리친 용사 일행이자, 엘프를 낳을 수 있는 하프엘프이며, 신분도 확실하다. 엘프왕국이 개방적이라고쳐도 에리나가 아무 씨나 받아온다고 좋아할리 없었다.
“그렇죠. 그래서 제가 종마 역할을 해드린다는 거구요.”
“종마라, 왜 네가 종마 역할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용사와 함께 마왕을 물리쳤으며, 전대 용사일행이었던 페타 시리우스가 제 아버지고, 인간 왕국의 영주로서 신분도 확실하니까요. 이 정도의 씨를 받기란 쉽지 않을텐데요. 미래를 위하신다면요.”
씨를 받는다는 표현이 매우 저속하게 들렸다. 에리나도 같은 생각을 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천박하군.”
“하지만 이게 최선이죠. 에리나 공주님은 더 기다리기 힘들어서 저를 부르신게 아닌가요?”
에리나가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짧은 치마위로 매끈한 허벅지가 도드라졌다.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내 자지는 폭발할듯이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치마를 잡아서 살짝 올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혹시나, 이 방에서 일어난 일을 다른 누구에게 떠벌린다면, 난 너를 죽이고 자결할것이다.”
“대천신교의 사제를 너무 문란하게 보시는 군요.”
“종마 역할을 자청한 놈이 할 소리는 아닐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