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7
계획은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갔다. 부관이 낳은 아이는 무사히 시리우스에게 인계되었다. 용사에 의해 부관이 죽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그 정도로 멈출 계획이 아니었다. 시리우스는 지극 정성으로 아이를 키웠다. 커틀러스는 그런 시리우스를 보면서 비웃기 바빴다. 시리우스는 제 아이가 정말 어떤 선인이나 영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듯 아이를 지극 정성으로 키웠다.
그렇게 아이는 페타 루시우스라는 이름을 받고, 대천신교 수련생으로 들어갔다. 이즈음에 커틀러스는 작업을 돕기 위해 대천신교의 고위 사제장 메이햄을 납치, 살해 후 그 자리에 들어가서 메이햄 행세를 하고 있었다. 커틀러스는 에반젤린에게 물었다.
“에반젤린. 이제 마왕님의 영혼을 집어넣어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지? 대천신교의 사제가 마왕님일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거다.”
“그래 맞아. 아주 건강한 아이라는 걸 확인했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지.”
“건강한 아이?”
“음? 마왕이 병약한 아이에 깃들어서 골골대는 걸 보고 싶었어?”
“아! 에반젤린!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다니! 역시 너는 대단하다! 영혼을 지배하는 의식은 언제 시작하지? 마왕님께서 강림하는 순간을 직접 보고 싶다!”
“안돼. 이건 아주 섬세하고 중요한 의식이라서, 남들이 끼어들면 안 되거든. 그냥 방해꾼들이 돌아다니지 않게 통제만 해. 사제장이잖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아아아! 알겠다!”
그리고 에반젤린은 덧붙였다.
“이건 엘프들의 사령 마법처럼 영혼을 단숨에 바꾸는 방식이 아니야. 천천히 영혼 자체에 침식해서, 어느 순간 바꿔버리는 기술이지. 그래서 시간이 걸려. 마족과 엘프의 혼혈이니까 영혼이 적응할 기간을 주는 거야. 영혼을 집어넣고 나서도 한동안은 페타 루시우스의 인격으로서 활동할 거야. 괜히 앞에서 마왕님! 이라고 부르거나 아는 척하지 말도록 해.”
“그렇군! 확실히 마왕님께서 익숙하지 않은 몸을 쓰면 불편하실 테니까! 그래! 얼마나 걸리지?”
“최소한 10년 정도로 잡고 있어.”
에반젤린의 말에 커틀러스는 화들짝 놀랐다. 마왕의 힘 때문인 건가? 엘프 혼혈이라는 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 커틀러스는 다시 캐물었다.
“그렇게 오래 걸린단 말인가?”
“지금까지 오래 기다려왔잖아. 10년 정도는 우습지.”
에반젤린은 커틀러스의 의문에 명쾌하게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반젤린의 말에 커틀러스는 생각해보다가 다시 웃었다. 에반젤린의 말도 맞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기다린 세월이 길었으니 10년 정도는 우스웠다.
“…..미안해요. 의심해서.”
“미안하면 마왕 물리친 기념으로 돌아가서 한 번만 더해요.”
“아, 안돼요. 이 이상 하는 건 에리나에 대한 배신이에요. 약속하셨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커틀러스는 눈을 깜빡였다. 옆에서 용사와 루시우스의 잡담이 들려왔다. 그들은 대화하면서도 바닥에 널브러진 커틀러스를 경계하고 있었다. 힐끔거리는 곁눈질과 손에 꼭 쥔 무기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커틀러스는 다시 생각했다. 기억을 되짚어봐도 실수할만한 부분은 없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자신의 부관은 훌륭하게 아이를 낳아줬고, 페타 시리우스는 멍청하게도 아이를 길러주었다. 대천신교 수련장에 입학한 아이는 에반젤린이 손을 써서 마왕님과 영혼을 바꿨다. 이상한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실수한 부분도 없었다. 영혼이 바뀐 아이를 인간들이 눈치챘을 리도 없었다. 대체 어디서 문제지? 뭐가 문제였던 거지?
커틀러스의 손가락이 까딱 움직였다. 에이에이와 루시우스가 동시에 무기를 쳐올렸다. 커틀러스는 생각했다. 뭐였지?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거지? 세상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틈새에서 커틀러스의 사고회로만 미친듯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처음부터, 몇 번을 되짚어봐도 이상한 건 없었다. 에반젤린의 제안에 따라 마왕님의 영혼을 에반젤린이 루시우스에게 넣었다.
[마왕의 육체를 강림시키는 건 너무 파장이 커. 나한테 더 좋은 생각이 있어.]커틀러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전제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에반젤린이 ‘제안’해서 에반젤린이 넣었다. 어디서 잘못된 계획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꼬인 계획이었다.
[이건 엘프들의 사령 마법처럼 영혼을 단숨에 바꾸는 방식이 아니야. 천천히 영혼 자체에 침식해서, 어느 순간 바꿔버리는 기술이지. 그래서 시간이 걸려.]“아, 아아아……!”
칼이 날아오고 있었다. 메이스가 샹들리에의 빛을 반사하여 반짝거렸다. 커틀러스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족과 엘프의 혼혈이니까 영혼이 적응할 기간을 주는 거야. 영혼을 집어넣고 나서도 한동안은 페타 루시우스의 인격으로서 활동할 거야. 괜히 앞에서 마왕님! 이라고 부르거나 아는 척하지 말도록 해.]쾅!
용사와 루시우스의 일격이 맨바닥을 갈랐다. 커틀러스가 몸을 굴려서 아슬아슬하게 그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당황스러운 얼굴로 두 사람이 커틀러스를 쳐다봤다. 커틀러스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를 뿌드득 갈며 몸을 일으켰다. 충혈된 두 눈은 상처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이를 갈며 분노하고 있었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
[안돼. 이건 아주 섬세하고 중요한 의식이라서, 남들이 끼어들면 안 되거든. 그냥 방해꾼들이 돌아다니지 않게 통제만 해. 사제장이잖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커틀러스가 몸을 일으켰다. 상처 입은 머리를 짚은 채 이를 악물고 비명을 질렀다. 고통과 분노가 뒤섞인 비명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에이에이도 루시우스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커틀러스는 바닥에 내팽개쳐진 칼을 뽑아내고 다시 한번 허공에 소리쳤다.
“에반젤리이이이이이인!! 우리를! 속였구나!”
“뭐?”
루시우스도 에이에이도 커틀러스의 발언에 놀라서 고개를 기울였다. 뜻하지 않은 발언에 당황한 그들 앞에 커틀러스가 다시 원래의 흐물흐물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루시우스는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고 느꼈다.
“우리를, 우리를 속였어……! 에반젤린이 우릴 속였어!! 으아아아아아아아!”
커틀러스가 무기로 두 사람을 겨눈 채 외쳤다.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다! 에반젤린! 네 뜻이 뭔진 몰라도 네가 원하는 대로는 안될 거다! 으아아아아아!”
커틀러스가 거리를 벌리고 휘청휘청 움직였다. 도플갱어라서 한 방에 죽지 않았을 뿐, 그의 신체에 누적된 데미지는 상당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는 몸을 기울인 채 우리에게 칼을 내밀며 말했다.
“너희도, 에반젤린도……. 전부! 전부! 죽여버리겠다!”
“뭔가 좆됐나 본데요?”
“그러게요. 뭔가 좀 안 풀렸나 봐요.”
하지만 우리는 그가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에반젤린을 죽여버리겠다고 난리치고 있으니 마왕군 사이에서 뭔가 잘 풀리지 않은 듯 했다. 내가 마왕이 아닌 것과 관계있는 걸까? 잡담할 시간은 없었다. 우리는 짧게 이야기를 나눈 다음 바로 커틀러스에게 달려들었다. 죽여버리겠다는 놈은 죽여버려야 뒤끝이 없으니까.
이름: 메아리치는 커틀러스
소속: 마왕군 사천왕
레벨: 68
힘: 254
민첩: 266
지능: 203
행운: 200
특성
도플갱어
특정 인물이나 몬스터로 변할 수 있습니다. 스텟은 본래 스텟이 유지되며
상태창에는 변신한 대상의 특성 중 하나가 활성화됩니다.
(기존의 특성은 표시되진 않으나 유지됩니다.)
지도자
‘커틀러스’를 따르는 존재는 ‘커틀러스’ 스텟의 10%만큼 스텟이 상승합니다.
상태창을 확인하면 다시 이름이 커틀러스로 변해있었다. 악마들은 변하는 모습에 따라서 상태창도 바뀌는 모양이었다. 원작 게임에서 메이햄이 커틀러스라는 건 일종의 반전 요소였으니, 어찌 보면 이건 고증이었다. 내 메이스와 에이에이의 검이 다른 방향에서 날아왔다.
목을 노린 일격에 커틀러스는 잠시 주춤하더니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맥없이 허공을 가른 내 메이스와 다르게, 허리를 노린 에이에이의 검격은 커틀러스에게 가로막혔다. 그제야 나는 내 허리 부근에서 이를 갈고 있는 커틀러스를 볼 수 있었다. 이 새끼. 그 짧은 순간에 드워프로 변신해서 내 메이스를 피해냈다.
“어림없다!”
에이에이의 검을 튕겨냄과 동시에 커틀러스의 검이 날아왔다.
“씹!”
아슬아슬하게 칼을 튕겨내며 상대를 바라보자, 그 사이 빠르게 뒤로 움직이며 형태를 바꾸었다. 우리 둘 중 누구에게도 사각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 치밀한 움직임이었다. 말투에는 흥분이 가득했지만, 전투에 임하는 자세는 냉정했다.
이렇게 되면 단숨에 끝낸다는 생각은 접어야 했다. 급해져서 실수하면 유리해지는 건 커틀러스니까. 어차피 저놈이 시간을 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으니, 최대한 천천히 체력을 갉아먹으며 죽여버려야 했다. 시간 끌어봐야 죽는 건 사랑교 새끼들밖에 없었다. 무의미한 희생은 막아야 한다지만, 나는 사랑교 놈들이 뒤지든 살든 알 바 아니었다.
“시간을 더 끌면, 계속 사람들이 죽을 거예요. 서둘러 끝내죠.”
에이에이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다. 씨발. 이래서 용사는 안된다.
여기서 질질 끌자고 애원하면 나만 쓰레기가 되는 꼴이니, 어떻게 빨리 승부를 봐야 했다. 에이에이는 초조해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작은 목소리로 에이에이와 나에게 버프를 번갈아 걸었다. 커틀러스는 그사이 다시 메이햄의 모습으로 되돌아와서 우리 주변을 뱅뱅 돌았다.
다시 한번 에이에이가 튀어나갔다. 나는 한 박자 늦게 그녀와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커틀러스가 에이에이의 검을 막아냈지만, 에이에이는 커틀러스와 얽힌 검을 놓아버리고 그의 뒤를 붙잡았다.
“어억!”
커틀러스가 당황한 얼굴로 에이에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허공을 가른 커틀러스의 손목을 후려갈겨 검을 놓치게 했다. 그리고 그의 팔을 단단히 봉쇄하며 내게 커틀러스를 내밀었다.
“사제님!”
“뒤져라 씨발놈!”
이번에는 아예 피할 수 없게 수직으로 메이스를 내리꽂았다. 드워프로 변해도 이번엔 피하지 못하리라. 커틀러스가 발버둥 치며 외쳤다.
“이런 비겁한……!”
깡!
커틀러스는 외침을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 다시 한번 커틀러스의 머리를 내 메이스가 뭉개버렸기 때문이었다. 도플갱어는 인간과는 조금 다른 신체구조로 되어 있는 듯 머리가 뭉개져도 아직 살아있었다. 전신을 파르르 떨며 개구리처럼 몸을 쭉 뻗은 커틀러스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가 뭔가로 다시 변하기 전에 죽여버려야 했다.
에이에이가 그 점에 동의하듯 커틀러스의 허리에 니킥을 후려갈겼다.
“꾸억!”